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51화 (552/1,419)

〈 551화 〉 552. 딸에게 진실을 밝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저도 어쩔 수 없군요."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살며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어쩔 수 없다는듯한 태도였다.

"알겠습니다. 소란 소저를 제 여자로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황보유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흐윽....흑..고마워요...선우님.....이렇게...이렇게...힘든 결정을..."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감격에 젖은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사회적인 통념에 어긋난 일임에도 자신을 위해 흔쾌히 수락하는 그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까닭이었다.

"힘든 결정이지만 유연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는 일입니다. 저는 유연을 사랑하니까요."

선우는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기뻐요."

황보우연은 환하게 웃음을 지으며 기쁨을 토로하였다.

"유연이야 말로 힘든 결정을 하였습니다."

선우는 그런 황보유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니에요......어찌보면 당연한 일인데....너무 뜸을 들인 것 같아....너무 죄송해요...사회적 통념 따위 보다 본능이 우선인게 당연한 건데.....선우님처럼 우월한 남자에게 종속되는 것은 행복한 일인데....정말....저도 바보인것 같아요."

그녀는 스스로를 탓하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간단하게 해결할 문제를 고민하며 끙끙 앓던 자신의 모습이 바보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처음부터 두 사람 모두 받아들여달라고 부탁했다면 이렇게까지 고민에 빠질 일은 없었으리라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유연."

"문제요??"

"저희는 납득을 했지만 소란 소저의 경우 이 일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맞아요.....란이라면 분명 쉽사리 받아들이지 못할거예요."

황보유연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하였다.

선우의 말이 틀리지 말이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선우는 뜸을 들이며 말을 이었다.

"유연이 저를 좀 도와주셨으셨으면 합니다."

"제가요?"

황보유연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되물었다.

"네에, 소란 소저가 납득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선우는 진지한 눈빛으로 황보유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란이의 행복을 위해서라면.....뭐든 할 수 있어요.."

선우의 물음에 황보유연은 결의에 찬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그런 황보유연을 바라보며 속으로 진한 웃음을 흘렸다.

일이 생각보다 더욱 잘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으득 으득

이소란은 손톱을 연신 물어뜯기 시작하였다.

다급히 사라진 어머니에 대한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설마.....장 소협에게!?'

벌떡

이내 그녀는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리고 재빨리 걸음을 떼기 시작하였다.

혹시나 어머니가 선우에게 찾아가 따지고 들까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어머니를 찾아야 했다.

휘청

그때 몸이 옆으로 휘청거리기 시작하였다.

며칠 간 식음을 전폐하였더니 기운이 빠진듯 싶었다.

'으으..으..'

그녀는 축 늘어진 몸으로 간신히 균형을 잡으며 걸음을 옮겼다.

어머니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똑 똑 똑

그때 갑자기 누군가 방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신가요?"

그 소리를 들은 이소란은 의아한듯 말을 내뱉었다.

"접니다......소저."

그러자 방문 밖에서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듣기 좋은 저음을 가진 남자.

선우의 목소리였다.

"장 소협?!"

그 목소리를 들은 이소란은 놀란듯 되물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잠..잠시만요!"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다급히 침상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는 그대로 이불을 뒤집어 쓰고 재빨리 얼굴을 가렸다.

선우에게 지금의 얼굴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들어오세요."

이불로 얼굴을 완전히 가린 이소란은 조그만 목소리로 말을 내뱉었다.

끼이이익

그러자 이내 방문이 열리더니 선우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저벅 저벅

모습을 드러낸 선우는 천천히 방안을 들러보기 시작하였다.

이내 그의 시선에는 침상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있는 이소란의 모습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씨익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가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숨는 모습이 꽤나 귀엽게 느껴진 탓이었다.

"소저, 어찌 객을 누워서 맞이한다는 말입니까?"

이내 선우는 그녀에게 타박하듯 말을 이었다.

".....제가....몸상태가 좋지 않아서....그래요......양해 부탁드려요."

선우의 타박에 이소란은 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 다음에 오라고 하시면 되지 않습니까?"

".........어찌 일부러 시간을 내어 찾아온 이에게 축객령을 내린다는 말인가요? 어불성설이지요."

"배려 감사드립니다. 소저."

"그나저나.....어쩐 일로 제 방에 오신거죠?"

"소저께 긴히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방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게 무엇인데요?"

"그렇게 등돌리고 누워있는 뿐께 말할 수 없습니다. 몸을 일으켜주세요. "

선우는 한 없이 진지한 목소리로 이소란에게 말하였다.

"................"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침묵하였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몸을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이제.....말씀해주세요."

그녀는 뻘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절 똑바로 봐주십시오. 소란 소저."

선우는 여전히 등을 돌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알겠어요."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마지못해 대답한 뒤 선우를 향해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러자 눈가가 퉁퉁 부어있는 이소란의 모습이 보였다.

분명 쉴새없이 눈물을 내보였다는 증거이리라

"이제야 절 봐주시는군요. 소란 소저"

이소란과 마주친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꾹 다물었다.

여전히 멋진 선우의 모습에 넋이 나가버린 탓이었다.

".......그래서......하실 말씀이 뭐죠?"

하지만 이내 정신을 차린 이소란은 고개를 좌우로 살짝 저으며 그에게 물었다.

구태여 자신을 찾아온 이유를 말이다.

"이야기 들었습니다. 제가 소저의 고백을 거절한 이후 앓아누웠다고 하더군요."

"...........당신 때문이 아니에요."

"거짓말 마세요. 저를 만나고 난 이후부터 드러눕지 않았습니까?"

".................."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입을 꾹 다물었다.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그의 말에 반박을 할 수 없었다.

"당신이........무슨....상관인가요....."

이내 이소란이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이미 저를 거절하지 않았나요? 제가 드러눕던! 옷을 벗고 춤을 추든 당신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지 않나요?"

그녀는 분노가 서린 눈동자로 선우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화가났다.

이미 거절한 주제에 자신에게 걱정을 쏟는 그의 친절에

며칠간 찾아오지도 않은 주제에 갑작스럽게 배푸는 배려에 말이다.

"어찌 상관이 없겠습니까.........제가 말하지 않았나요? 소저에 대한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고......."

"필요없어요! 이도저도 아닌 그런 애매한 애정따윈 제쪽에서 사양이에요!"

그녀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사양이었다.

그런 미적지근한 애정따위

사양이었다.

이성으로서의 애정이 아닌 또 다른 애정따윈 말이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하였다.

그리고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무언가 고민을 하기 시작하였다.

"나가세요! 나가라고요!"

이소란은 선우에게 축객령을 내렸다.

더이상 그를 마주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그를 보면 가슴이 미칠듯이 아파왔다.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호흡 또한 연신 거칠어졌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자신에게 마음이 없는 이에게 흥분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애매한 애정이 아닙니다."

그때 선우가 올곧은 눈빛으로 이소란을 가만히 응시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뭐라구요!?"

이소란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애매한 애정이 아니라니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는 분명 말하였다.

자신에게 품고 있는 감정이 이성적인 애정이 결코 아니라고 말이다.

그러니 자신의 고백을 받아줄 수 없다고

그런데 이제와서 대체 무슨 소리를 한다는 것인가

"저는 소란 소저를 사랑하고 있습니다. 소저와 마찬가지로 처음 본 순간부터 말입니다."

"뭐...뭐라구요!?"

"도박장에서 처음 소저를 마주한 순간 반짝이는 눈빛과 올라가 있는 입꼬리가 너무 귀엽게 느껴지더군요. 그러다보니 자연히 소저에게 시선이 갔고 어느새 소저만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사랑에 빠진 것이지요."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거짓말! 저를 사랑한다는 사람이 어째서 제 마음을 거절한 거죠!"

그녀는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고함을 내질렀다.

자신을 좋아한다면 응당 고백을 받아줘야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어찌 자신의 마음을 거절한다는 말인가

그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어머니에게 무슨 말을 들었던 건가요? 저를 달래기 위해 좋아하는 척이라도 해달라고 부탁하던가요? 저를 그렇게 비참하게 만들고 싶은건가요!"

그녀는 끊임없이 말을 내뱉으며 뼈있는 질문을 던졌다.

그녀에게는 불신이 가득하였다.

"그런게 아닙니다."

선우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황보 부인에게 부탁을 받은 것도...........소저를 비참하게 만들고 싶은 것도.......모두 아닙니다......"

"그렇다면 왜 제 마음을 거절한 거죠!"

"그게 소저를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흥, 저를 위한 일이 제게 상처를 주는 일인가요?"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된다 여겼기 때문이었다.

"진심입니다. 소저.......저는.......우리는.....이뤄질 수 없는 관계니까요."

"어째서죠! 어째서 저희가 이루어질 수 없다는 말을 하시는 거죠! 해보지 않았잖아요! 겪어보지 않았잖아요! 배다른 남매도 아닐진대 어째서 그렇게 시작도 하기 전에 부정부터한다는 말인가요!"

그녀는 울분이 가득 섞인 말을 쉴새없이 쏟아붓기 시작하였다.

마치 서럽다는 듯이 말이다.

"저는!"

그 말을 전부 듣던 선우는 이내 언성을 높였다.

"황보부인과 부적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선우는 슬픈 눈으로 이소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네에?"

순간 울분에 가득 차 있던 이소란의 표정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그리고 가라앉은 표정에는 의문이 들어차기 시작하였다.

"부...적절하다니...그...그게 무슨 말인가요?.."

그녀는 떨리는 음성으로 선우에게 다시금 물었다.

부적절하다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저는 황보 부인과 정을 통하였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이소란은 침묵을 하였다.

너무나 충격적인 말에 도무지 말이 내뱉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해할 수 없었다.

어머니는 정숙하고 현숙한 그런 분이다.

없는 살림에 자신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희생적인 분이다.

그런데 그런 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가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는 어머니가

단란한 가정을 파괴하는 불륜을 저지르다니?

그것도 한창 이름을 날리고 있는 젊은 후기지수와 말이다.

이해가 안되었다.

이해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남편과 딸이 있는 몸으로 어찌 그런 일을 자행한다는 말인가

"거짓말! 어머니가 그럴 리 없어요!"

"소란 소저,..........믿기 어렵겠지만 제 말은 사실입니다......저는 황보 부인과 정을 통하였습니다. 서로 육체를 탐하였고 사랑을 속삭였습니다."

"....아니야.....어머니가....어머니가......그럴 리 없어.....전부......거짓말이야....전부....내 마음을 거절하고 싶은 당신의 거짓말이라고! "

그녀는 고개를 맹렬히 흔들며 완강히 부정을 하였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선우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거절의 핑계를 대기 위해 날조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거짓일 것이다.

아니 거짓이여만 한다.

만약 저 말이 사실이라면 도저히 견뎌내지 못할 것만 같았다.

"소협 실망이에요! 적어도......적어도 당신이라면 좀더 그럴듯한 말을 할줄 알았어요! 그런데 이런 식으로 사람을 희롱하다니!"

그녀는 울분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아무말 없이 울분을 토해내고 있는 이소란을 응시하였다.

그의 눈빛에는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들이 가득 들어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얼마나 그녀를 응시하였을까

이내 선우는 고개를 옆으로 천천히 돌렸다.

"........들어오시지요."

그리고 문을 바라보며 무척이나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끼이이이익

선우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방문이 곧바로 열리기 시작하였다.

방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은 이소란은 재빨리 고개를 뒤로 돌려 열리고 있는 방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울분에 차 있던 그녀의 표정은 경악으로 바뀌어버렸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기 떄문이었다.

"어.....어머니!?"

이소란은 문밖에 모습을 드러낸 여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경악이 가득 서려있었다.

"......란아,.."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낸 여인, 황보유연은 짙은 슬픔이 배어있는 눈빛으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딸을 바라보았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