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50화 (551/1,419)

〈 550화 〉 551. 타락의 씨앗을 심다.

"그...그 말이..사실인가요!?"

황보유연은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선우에게 되물었다.

선우의 입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이야기가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사실입니다."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답을 하였다.

"아아아아...."

이내 선우의 답을 들은 황보유연은 어지러운듯 오른손으로 이마를 부여잡았다.

너무나 충격적인 사실에 머리속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모녀가 한 남자를 좋아한다니

어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유연..괜찮으십니까?"

선우는 머리를 부여잡고 있는 황보유연을 바라보며 걱정스러운듯 물었다.

충격을 받았을 황보유연의 상태가 걱정이 된듯하였다.

"잠..잠시만요..잠시만...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시겠어요?"

그녀는 이마를 부여잡고 눈을 질끈 감은 채 천천히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지금은 어설픈 위로보단 그녀 스스로 머릿속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고마워요."

황보유연은 자신을 배려해준 선우에게 고마움을 표하였다.

그리고 혼란스러운 머릿속을 차근차근 정리하였다.

'설마.....란아가...선우를 좋아하게 될 줄이야.'

딸의 마음을 이해를 못하는 건 아니다.

여자라면 빠질 수 밖에 없는 매력을 가진 남자가 바로 선우였으니 말이다.

친절하고 자상하며 잘생기고 무공도 명성도 모든 게 완벽하였다.

그런 선우에게 어찌 빠져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문제는 자신 또한 선우를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아니 좋아한다는 표현을 뛰어넘어 사랑하였다.

그가 없는 하루를 더이상 상상할 수 없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문제가 되었다.

두 모녀가 한 남자를 동시에 좋아하게 되었으니까 말이다.

'어떻게 해야하지......나는....이 상황에서 어떻게.....'

그녀는 고심하고 또 고심하였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좀처럼 마땅한 방도가 떠오르지 않았다.

딸의 고집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는 그녀였다.

만약 이대로 선우가 그녀의 사랑을 받아주지 않는다면 몸이 크게 상하고 말 것이다.

더불어 남자 따위는 다시는 쳐다보지 않은 외로운 삶을 살 수도 있었다.

좋아하는 이에게 거절당한다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그 어떤 일보다 슬프고 비참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선우에게 딸의 고백을 받아달라고 부탁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선우를 사랑하는 것은 자신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무려 이십여년만에 다시 찾아온 사랑이었다.

이 사랑을 다른 누군가에게 양보하고 싶지 않았다.

그 대상이 딸이라해도 말이다.

그렇기에 고민이 되었다.

어미로서의 모정과 여인으로서의 연정이 충돌하였기 때문이었다.

딸은 소중하다.

세상에 그 무엇과 바꿀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선우 또한 소중하였다.

그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둘다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렇기에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의 머리로는 두 마리 토끼 모두를 잡을 방법을 도저히 생각해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더욱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고심을 하고 또 고심하였다.

최선의 방법을 도출해내기 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선우님.."

황보유연은 선우를 바라보더니 이내 천천히 입을 떼어내었다.

"말씀하시지요. 유연."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도...와주세요......"

그녀는 눈물을 글성이며 그에게 말하였다.

눈물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마땅한 방법도 떠올리지 못한 채 모두 잃기 싫다며 욕심을 부리는 스스로에 대한 한심함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얼마든지요."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선우님을...양보하고 싶지 않아요....사랑하는 선우님을....양보하고 싶지 않아요. 심지어...딸이라도해도 말이에요."

황보유연은 글썽이는 눈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양보하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항상 곁에 있을테니까요."

"하지만....딸이 괴로워하는 걸.....보고 싶지 않아요....딸이 고통스러워하는 걸 보고 싶지 않아요....저는...저는 어떻게 해야할까요?.....저는 어떤 선택을 해야할까요? 모르겠어요.....정말.....모르겠어요."

그녀는 슬픔이 가득 찬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도저히 고를 수 없었다.

선우도

딸도

그녀에겐 모두 소중한 이들이였기 때문이었다.

지금의 관계에 균열이 생기는 것은 원치 않았다.

선우와 헤어지는 것도 싫었고

모녀 관계가 상하는 것도 싫었다.

"이대로 냅두는 건 무리입니까?"

"란아를요?"

"네에, 어차피 풋사랑에 불과하지 않습니까? 며칠 마음고생을 하면 분명 잊고 살게 될것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본디 첫사랑의 열병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법이었다.

그 열병을 견디고 성숙해지는 것이 어른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인 것이다.

"그럴 순 없어요."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고개를 좌우로 도리질 쳤다.

"어째서 입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란아는 고집이 무척이나 강한 아이에요. 어미인 저조차 두손두발을 다들 만큼이요. 만약 이대로 냅뒀다간 큰 사달이 일어날 거에요."

황보유연은 슬픈 눈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도와주세요....선우님...제발....부디..저를...도와주세요....딸을 잃지 않도록....선우님을 잃지 않도록.....도와주세요."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애원을 하였다.

"............."

선우는 그런 황보유연을 바라보더니 이내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다물고 침묵을 하였다.

그로서 해결키 힘든 난제에 고심에 빠진듯 보였다.

황보유연은 그런 선우를 서글픈 눈동자로 응시하며 얌전히 기다렸다.

그의 입이 떼어지기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유연."

이내 선우가 천천히 입을 떼어내었다.

".....말씀해주세요."

"정말 무엇도 포기 못하겠습니까?"

"네에.....포기하고 싶지 않아요......저한테는 딸도....선우님도 모두 소중한 존재이니까요.."

그녀는 우물거리며 선우에게 속내를 털어놓았다.

둘다 놓치고 싶지 않다는 속내를 말이다.

물론 욕심이 과하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마저 포기해버린다면 자신의 인생에서 남는 것 따윈 없을테니 말이다.

"후우...."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방법이....없는 건 아닙니다."

그리고 이내 황보유연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정말요!?"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화색을 띈 채 그에게 되물었다.

설마하니 이렇게 빨리 방법을 생각해낼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네에.....하지만 여기에는 문제가 있습니다."

"문제요?"

황보유연은 모르겠다는듯 선우에게 물었다.

"네에, 문제요."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어떤 문제가 있나요?"

"사회통념적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는 방법입니다."

선우는 짐짓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입을 열었다.

"유연 또한 제가 생각해낸 방법을 듣게 된다면 크게 화를 낼지도 모릅니다."

선우는 올곧은 시선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도 괜찮겠습니까?"

"..........상관없어요."

이내 황보유연은 결심한듯한 선우를 바라보며 답을 하였다.

"어차피 저와 선우님의 관계 또한 사회통념적으로 어긋난 관계가 아닌가요? 이런 상황에서 무엇을 더 가린다는 말인가요? 저는 상관없어요. 딸과 당신을 지킬 수있다면 말이에요."

그녀는 결의에 찬 시선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 말해주세요. 대체 어떤 방법인가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지 어쩔 수 없군요."

선우는 심각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방법은 간단합니다. 제가 소란 소저의 고백을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렇다면...저보고...선우님을..포기하라는 말씀인가요?"

그녀는 상처받은듯 울먹이는 눈망울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 크나큰 충격을 받은듯하였다.

"어떻게...그런..말을..."

"유연, 그런 말이 아닙니다. 제가 어찌 사랑스러운 유연에게 그런 잔인한 말을 내뱉는다는 말씀입니까?"

그녀의 말에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대체 무슨 의도로 그런 말을 하신건가요? "

그녀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유연과 소란 소저, 두 사람 모두 제 여자로 받아들이겠다는 말입니다."

"뭐..뭐라구요!?"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대체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자신과 딸을 동시에 받아들이겠다니?

"말도 안돼요!"

이내 황보유연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어찌 모녀가 한 남자에게 종속된다는 말인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어찌 그런 패륜을 자행한다는 말인가

"제가....말하지 않았습니까...사회적 통념에 상당히 어긋난 방법이라고요.."

그녀가 완강히 거부를 하자 선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당연하죠! 모녀가 한 남자를 섬긴다니! 그건 패륜이잖아요!"

"어차피 불륜을 저지르고 있으니 상관없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이..이건...이건 달라요!"

"다르지 않습니다. 유연, 결국 사람으로서 도리에 어긋난 행위를 한 것은 똑같으니까요."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행위는 허락할 수 없어요! 만약 이 사실이 들통난다면 많은 이들이 저희에게 손가락질할거예요!"

"그렇다면 마땅한 다른 방법이라도 있습니까?"

"............"

선우의 물음에 황보유연은 입을 다물었다.

그녀에게 다른 방법 따위가 있을 리 만무하였다.

"잘...생각해보면..분명...분명..좋은 방도를 떠올릴 수 있을거에요."

이내 황보유연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더듬기 시작하였다.

"유연, 이 순간에도 소란 소저의 생명력은 조금씩 조금씩 갉히고 있습니다. 실연이라는 크나큰 병으로 인해서 말입니다. 빠른 결단이 필요합니다."

선우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말하였다.

"......그런.."

"제가 아는 한 모두가 행복해지는 결말은 그 뿐입니다. 사랑하는 이에게 거절당하는 심정은 유연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딸에게 그런 상처를 평생 안고가게 만들 심산입니까?"

선우는 황보유연에게 타박하듯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아요..."

"그럼 결단하십시오. 어떻게 하고 싶은지 말입니다. 저는 유연이 말하는대로 그대로 따르겠습니다. 소란에게 가라면 가고 여기 남으라면 남겠습니다. 그러니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선우는 결의에 찬 눈빛으로 황보유연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황보유연은 고민에 빠진듯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결정을 해야할지 감이 전혀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딸과 선우를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기 위해선 사회적인 통념에서 벗어난 패륜을 저질러야했다.

법과 질서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짐승이나 다름없게 변해버리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쉽사리 결정할 수 있겠는가

고민이 될 수 밖에 없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려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죄많은 남자의 얼굴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매력이 넘치는 준수한 남자.

선우의 얼굴이 말이다.

그 얼굴을 본 황보유연은 생각하였다.

딸이 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는 우월한 수컷이었다.

잘생긴 외모와 탄탄한 몸매는 물론 차기 천하제일인이라고 거론 될 정도로 강력한 무공마저 가지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재력 또한 중원에서 손에 꼽힐 정도로 많은 남자였다.

외모 능력 재력 명성까지 무엇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우월한 수컷을 거부할 수 있겠는가

비천한 암컷으로서 말이다.

'그래, 선우님이 아니라면 분명 시덥지 않은 남자만 꼬이게 될거야.'

그녀는 속으로 합리화를 하기 시작하였다.

사윗감으로 선우보다 잘난 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어디사는지 모를 놈팽이같은 놈에게 시집을 보낼바엔 차라리 한 남자를 모시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합리화가 더욱더 가속화되기 시작하였다.

"선우님."

이내 황보유연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말씀하시지요."

"저희 모녀를......균등하게 사랑해주실수 있나요?"

그녀는 불안감이 서려있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노력하도록 하겠습니다. 둘다 만족스러운 사랑을 줄 수 있도록 말입니다."

선우는 무겁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정말...정말인가요?"

황보유연은 다짐 받듯 그에게 재차 묻기 시작하였다.

"물론입니다....제가 거짓말하는걸 본적이 없지 않으십니까?"

"...............맞아요.....선우님은 저를 속인 적이 없어요.."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지금껏 자신에게 거짓을 고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그였다.

그런 그가 그리 말하니 신뢰성이 급강하기 시작하였다.

"믿을게요.....선우님."

"아무렴, 저만 믿으십시오. 유연. 평생 행복하게 해드리겠습니다."

선우는 뜨거운 눈빛으로 황보유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기뻐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감격어린 표정을 지었다.

확신에 찬 그의 눈빛을 마주하니 행복감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럼 허락하신겁니까?"

선우는 궁금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황보유연에게 물었다.

".......네에......딸을.....선우님의 여자로....받아주세요."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허락을 하였다.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후회하지 않아요."

그녀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하였다.

"세상 어디에도 선우님보다 우월한 남자는 존재하지 않잖아요...딸의 행복을 위해서라도......저희 두사람 모두 선우님을 섬기는 편이.....나은 선택일거예요."

그녀는 올곧은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는 신념과 광기가 뒤섞여있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