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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47화 (548/1,419)

〈 547화 〉 548.저는....소협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저벅 저벅

선우는 천천히 처소 안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쪼르르

그리고 이소란은 그런 선우의 뒷꽁무니를 따라 걷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끼이이익

이내 선우는 접견실 문을 열어젖혔다.

털썩

그다음 중앙에 있는 탁자에 곧바로 앉아버렸다.

"소저도 앉으시죠."

그리고 그녀에게 자리를 권하였다.

"....네에."

이소란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탁자에 그대로 앉아버렸다.

"한 잔 하시겠습니까?"

그녀가 자리에 앉자 선우는 찻주전자를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아니요...괜찮아요.."

그녀는 도리질치며 말을 이었다.

"황보 부인과 달리 차를 즐기진 않는가 보군요."

그녀의 거절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펄 펄 펄

그리고는 찻주잔자에 내력을 불어넣어 물을 끓이기 시작하였다.

이내 그윽한 차향이 접견실 가득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쪼르르르

이내 선우는 앞에 있는 찻잔에 차를 따랐다.

모락 모락

그러자 김이 모락 모락 피어오르며 잔을 채우기 시작하였다.

후르릅

그리고 이내 차를 완전히 들이켜버렸다.

마치 술을 마시는 것처럼 말이다.

"크으...."

이내 차를 전부 들이킨 선우는 탄성을 내뱉었다.

"풉"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이소란은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습니까?"

그녀가 웃음을 터트리자 선우는 의아한듯 물었다.

"소협, 차 마실 줄 모르죠?"

그녀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럴리가요. 제가 차를 얼마나 즐겨마시는데요."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부정을 하였다.

"거짓말."

"어째서 거짓말이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차를 술마시듯 들이키는 사람이 어디있어요?"

그녀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차는 눈으로 보고 코끝으로 맡으며 여러번 나누어 마시는게 보통이에요. 소협처럼 단번에 마시는 사람은 없다구요."

"..........그럼 저는 지금껏 잘못 마신거군요?"

"아무도 말해주지 않던가요?"

"딱히 콕 집어서 말해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소협은 생각보다 인망이 없군요. 다른 곳에 가면 망신 당할 일을 알려주는 이가 없다니 말이에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무래도 잘못 산듯 싶군요."

긁적 긁적

선우는 민망한듯 머리를 긁적이며 말을 이었다.

"소협도 사람이네요."

이소란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제가 짐승인줄 아셨습니까?"

선우는 피식 웃으며 장난스럽게 말하였다.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이소란은 살짝 발끈하며 말을 이었다.

"그런 무슨 말입니까?"

"그냥 못하게는 없는 괴물이라고 여겼는데 이렇게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니 사람으로 느꼈을 뿐이에요."

"괴물이라니....너무하는군요.....저처럼 잘생긴 괴물이 어딨다고......"

선우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괴물이라는 말도 부족해요...소협."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담담히 답하였다.

그녀는 진심이었다..

최고의 후기지수들이라고 불리우는 용봉들을 모두 굴복시켜 차기 무림의 절대자로서 면모를 만천하에 드러낸 그였다.

또한 방계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천부적인 재능을 인정받아 비전 무공을 전수 받은 것은 물론 과거 요녕에 모여든 수천의 마인들을 토벌한 요녕의 전설적인 무인, 유리검 모용상조차 털끝하나 다치지 않고 떡실신 시켜버린 그였다.

드러난 수준만 따지자면 구파 장로는 물론 장문인조차 한수 접어줘야할 판인 것이다.

어찌 괴물이라는 호칭이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는 괴물이 아니었다.

괴물을 뛰어넘는 정체불명의 무언가였다.

"그래도 그 괴물에게 구함을 받지 않으셨습니까?"

선우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도 그렇군요."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 말 그대로였다.

그가 초월적인 무력을 지니었기에

그가 감히 잴 수 없을 정도의 괴물이었기에

자신은 구함을 받았다.

끈덕지게 자신을 괴롭히는 이화영으로 부터 말이다.

어찌 부정할 수 있겠는가

"정말 고마워요 소협."

이내 이소란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선우를 항해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제대로 된 감사 인사를 건네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까닭이었다.

"허리 펴십시오. 소저. 딱히 감사 인사를 받으려고 나선 것은 아닙니다."

선우는 민망한듯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끝난 일로 사과를 받는 게 민망한듯 싶었다.

"물론 그렇겠지요. 하지만 그래도 감사 인사를 받아줬으면 해요. 소협께서는 별일이 아니였겠지만 저에게는 평생을 좌지우지 할정도로 크나큰 상처가 될 뻔한 일이었으니까요."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정말 감사해요. 소협. 만약 소협이 오지 않았다면 저는 정말 큰 낭패를 받았을 거예요."

"알겠으니까 이제 그만 허리를 펴십시오. 그러다 꼬부랑 할머니가 되겠습니다."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천천히 허리를 펴버렸다.

"저 같은 할머니가 어디있겠어요?"

그리고 새침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도 그렇군요. 늙은 할머니라해도 소저만큼 바보이긴 쉽지 않을테니까요."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이내 수긍한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뭐라고요!"

그 말을 들은 이소란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자신이 가장 싫어하는 말을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이내 선우는 유쾌하게 너털 웃음을 터트렸다.

이소란의 날선 반응이 재밌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너무해요! 저는 바보라는 말을 싫어한다는 말이에요!"

그런 선우를 바라보던 이소란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녀는 바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았다.

평소에도 둔하고 느릿하여 지겹도록 듣던 말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듣기싫은 말로 자신을 괴롭힌다는 말인가

"하지만 바보처럼 행동하지 않습니까?"

"뭐...가..요!"

"사과를 받아줄 때까지 기다리겠다고 칠주야동안이나 제 처소 앞에서 죽치고 있으시지 않으셨습니까?"

"......그건....제가....잘못한거니까....."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당혹스러운 듯 얼굴을 붉히며 말을 더듬었다.

"그런 점이 바보라는 겁니다. 소저."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바보였다.

자신의 감정보단 남의 감정을 먼저 생각하는 그런 바보말이다.

분명 그녀는 혼란스러웠을 것이다.

이십 년간 고이 간직했던 처녀를 어이없게 내주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런데도 그녀는 그런 혼란스러운 감정을 억누른 채 자신에게 다가왔다.

사과를 하기 위해서 말이다.

본인 감정조차 제대로 정리하지 않은 상황에서 말이다.

어찌 바보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우우..우.."

선우가 거듭 바보라고 하자 이소란은 울상을 짓기 시작하였다.

그녀가 아는 이들 중 선우는 완벽에 가까운 인물이었다.

차기 천하제일인이라는 직함에 어울리는 막강한 무공

평범한 것 같으면서 묘하게 시선이 가는 준수한 외모.

온몸 이곳저곳을 쇠줄을 촘촘히 엮은듯한 밀집된 근육

천무맹은 물론 전 무림을 울리고 있는 거대한 명성

그 싸가지 없는 이화영조차 단숨에 입다물게 만들정도의 말재간까지

말그대로 완벽, 그자체 인 것이다.

그런 이가 확정짓듯 바보라고 하니 기분이 좋을 리 만무하였다.

그가 보기에도 구제불능에 바보처럼 보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소협.......저....정말..바보 같아요?"

그녀는 길잃은 고양이처럼 가련한 표정을 지으며 선우에게 물었다.

"네 바보 같습니다."

선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장 답을 하였다.

"............"

추욱

이내 그 말을 들은 이소란은 몸을 축 늘어뜨렸다.

확인사살을 당하니 온몸에 기운이 빠져든 까닭이었다.

"상처 받으셨습니까?"

그녀가 축 몸을 늘어뜨리자 선우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네에......완전 많이요..."

"하하하하하하"

선우는 이내 웃음을 터트렸다.

"웃지마요!"

그러자 이소란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우울해하고 있는 사람 앞에서 어찌 이렇게 유쾌한 웃음을 터트린다는 말인가

"하하하하...죄송합니다.....소저의 반응이 워낙 재밌어서 참을 수 없었습니다."

"놀림감 취급하지 말아요!"

그녀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놀림감 취급이라뇨? 제가 소저를 얼마나 아끼는데요."

"아끼는 사람이 이렇게 놀려먹나요?"

"놀리는 것도 애정이 기반되어야 가능하답니다."

선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흥, 저 같은 바보에게 애정이란게 있긴 하신가보네요?"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비꼬듯 말을 이었다.

"물론입니다."

선우는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곧바로 즉답을 하였다.

"............"

그리고 그 즉답은 이소란으로 하여금 입을 꾹 다물게 만들었다.

너무나 당연하다는듯한 태도에 괜스레 부끄러움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놀...놀리지말아요.."

그녀는 선우가 또다시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하였다.

"놀리는 게 아닙니다."

하지만 선우는 그녀의 생각이 무색하게 무척이나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소저에게 상당한 애정을 품고있습니다."

선우는 한 없이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말하였다.

"......네에!?"

그녀는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뜬 채 그에게 되물었다.

"자신을 죽이고 남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은 바보지만 전 그런 바보가 싫지 않더군요. 그만큼 이타심이 강하다는 증거일테니까요."

선우는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화악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이소란의 얼굴이 점점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그의 눈빛에서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니에요.....저는...그런 사람이 아니에요."

이소란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단 한 번도 스스로가 이타심이 강하다고 느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그가 잘못 알고 있는 것이다.

"아니요. 제가 느꼈던 소저는 그런 사람입니다."

선우는 확신에 찬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선우의 확신에 찬 말을 들은 이소란은 입을 꾹 다물었다.

화아아악

그리고 얼굴을 더욱더 붉혔다.

왠지 모를 화끈함이 양뺨에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소협.."

그녀는 홍조 어린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지요."

"..........고마워요."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 듯이 그녀에게 되물었다.

"지금까지 제게 그런식으로 말해준 이는 어머니를 제외하고는 소협이 처음이에요."

그녀는 뜨거운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정말......정말.....고마워요."

그녀는 감격어린 표정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고마워하실 필요없습니다. 당연한 말을 했을 뿐이니까요."

선우는 낯간지러운듯 손사래를 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소란은 그런 선우의 모습을 뜨거운 눈빛으로 응시하였다.

그녀의 눈빛에는 탐욕적인 갈망이 가득 들어 차 있었다.

장선우라는 인간 자체에 대한 탐욕적인 갈망이 말이다.

평생토록 자매들에게 무시만 받고 자라 온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선우의 친절함과 배려는 어마어마한 충족감을 주었고 이내 그 충족감은 갈망으로 바뀌기 시작하였다.

저 친절과 배려를 독점하고 싶다는 갈망으로 말이다.

"말씀하시지요."

".......그...거 아세요?"

"뭘 말입니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그.....그...날...있잖아요.."

이소란은 우물쭈물하며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그 날이요?"

"저희가....처음....관계를 맺은 날...말이에요.."

그녀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말을 이었다.

"아.......네에.."

선우 또한 민망한듯 얼굴을 붉히며 답을 하였다.

".......저...그때가....처음이었어요..."

......그..렇군요.."

"......제 처음을....장 소협에게...드린거예요...."

이소란은 뜨거운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강조하듯 다시금 말하였다.

"그러니.....오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오해라뇨?"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아무한테나....그런 짓을 하는.....음란한 여자는 아니에요..."

"그럼 제겐 어째서.....그런 것입니까?"

선우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

선우의 물음에 이소란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어째서 자신이 그날 그러한 선택을 하였을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어쨰서 자신이 그날 그를 덮치고 말았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소협."

이소란은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말씀하시지요."

"아무래도......제가.....소협을 좋아하고 있는 것 같아요."

"......네에?"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처음 만난 그날부터.......저는....소협을 좋아했던 것 같아요."

그녀는 잔뜩 붉어진 얼굴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그날...그런..짓을 한 것 같아요.."

그녀는 양검지를 꼼지락 대며 입을 열었다.

"이제 어떻게하죠?"

그리고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그걸 왜 나한테 물어!?'

그리고 그녀의 물음을 들은 선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그걸 어찌 자신에게 묻는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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