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45화 〉 546. 소란 소저, 패세요.
부우우웅
모용상의 몸이 그대로 공중에 부웅 뜨기 시작하였다.
선우에게 안면을 얻어맞은 후 그대로 날아가버린 탓이었다.
쿵
이내 모용상은 얼마 지나지 않아 땅바닥에 그대로 처박혀버렸다.
상당한 굉음을 내면서 말이다.
'어...어떻게..'
땅바닥에 처박혀버린 모용상은 경악을 하였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 일어나버렸기 때문이었다.
분명 자신은 두전성이斗轉星移를 사용하여 그의 주먹을 되돌려버렸다.
주먹을 날린 당사자에게 날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주먹은 되돌려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가속도가 붙으며 그대로 자신에게 작렬을 하였다.
어찌 경악을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거, 잠은 집에서 주무셔야죠. 대협."
그 때 귓가에 조롱기 어린 목소리가 콕 콕 박히기 시작하였다.
'장선우!'
그 목소리를 들은 모용상은 알 수 있었다.
저 목소리의 주인이 자신을 날려버린 장선우라는 사실을 말이다.
벌떡
모욕감을 느낀 모용상은 이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노오옴! 건방지구나!"
그리고 핏발 선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네놈에게는 예의란 것이 없다는 말이더냐! 어찌 쓰러져있는 상대를 향해 조롱을 날릴 수있다는 말이더냐!"
"너무 오래 누워있길래 자는 줄 알았습니다. 선배."
선우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노옴! 방심한 틈에 한방 먹였다고 기고만장하는구나!"
모용상은 고함을 내지르더니 이내 옆구리에 매여져있는 검자루를 붙잡았다.
샤아악
그리고 그대로 검자루를 뽑아들었다.
그러자 속이 휜히 비춰지는 투명한 검날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유리검을 빼어든 것이다.
"내게 이 검을 뽑게 만든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우우우우웅
고함을 내지른 모용강은 재빨리 내력을 끌어올린 뒤 그대로 유리검에 흘려보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안그래도 투명했던 검신이 서서히 그 형태를 잃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모습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투명해진 것이다.
"호오."
그 모습을 보며 선우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생전 처음보는 신기한 광경이었기 때문이었다.
모습을 숨기는 투명한 검이라니
어찌 신기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각오해라!"
그런 선우의 감탄사가 거슬린 것일까
이내 모용상은 재빨리 선우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투명해진 유리검으로 그에게 단죄를 내릴 심산이었다.
쇄애애액
유리검이 바람을 꿰뚫으며 선우를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우는 발을 한 번 튕겼다.
쇄애액
그리고는 검이 날아드는 속도 보다 더욱더 빠르게 모용상을 향해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덥석
이내 그의 코앞까지 도달하게 된 선우는 검을 쥔 손목을 그대로 붙잡아버렸다.
검이 날아들기도 전에 거리를 완전히 좁혀버린 것이다.
손목을 붙잡힌 모용상은 입을 턱하고 벌렸다.
선우의 말도 안되는 신체능력에 경악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검을 먼저 휘두른 것은 자신이었다.
그런데 어찌 검이 반절도 휘둘러지기 전에 자신의 코앞까지 파고들 수 있다는 말인가
'손목을 빼야한다.'
모용상은 그에게 붙잡힌 손목을 빼내기 위해 힘을 주기 시작하였다.
우득 우득
하지만 그가 힘을 줄 수록 손목을 압박하는 그의 악력은 더욱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젠장할!'
그 힘에 모용상은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우우우우웅
그리고는 다시금 내력을 운용하여 감각을 예민하게 만들기 시작하였다.
두전성이斗轉星移를 사용할 심산이었다.
'되돌려져라!'
이내 감각이 예민해진 모용상은 손목을 압박하고 있는 힘의 방향을 내력으로 비틀어 그대로 되돌려버렸다.
그는 되돌려진 힘이 반발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아니!?'
하지만 그의 믿음은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그의 손목을 붙잡고 있는 선우의 손이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어떻게.."
모용상은 황망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그의 얼굴에는 불신이 가득 들어 차 있었다.
"힘을 비틀길래 다시 비틀었습니다."
그의 물음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말..말도 안돼! 그런것이...가능할 리가 없지 않느냐!"
선우의 말을 들은 모용상은 고개를 좌우로 맹렬하게 저으며 그의 말을 부정하였다.
힘을 비틀길래 역으로 비틀었다니
두전성이斗轉星移를 모방했다는 말과 다름없는 말이 아닌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두전성이斗轉星移는 자신에게 가해지는 공격의 방향을 바꾸는 신비막측한 공능을 가진 모용세가의 비전 무공이었다.
수많은 무재들이 태어나는 모용세가에서도 고르고 골라 선택 받은 인재가 수십년 간 고련을 하여야 겨우 흉내를 낼 정도로 난해하기 짝이 없는 무공인 것이다.
그런데 그런 무공을 모방하였다니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형形이나 초식을 따라라는 일과는 비교도 안되는 일이었다.
"눈으로 직접 확인해보시지 않으셨습니까?"
그의 격렬한 부정을 들은 선우는 슬며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분명! 무언가! 무언가 다른 술수를 쓴 것이 분명하다! 두전성이斗轉星移는 모용세가의 자존심이자 대대로 내려오는 신공절학이다! 그런 신공을 어찌 네놈같은 외부인이 쉽사리 따라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모용상은 열변을 토해내며 그를 노려보았다.
무공을 모방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다.
수백년 간 연구하고 또 연구한 성과가 누군가에 의해 단번에 파악이 되어버렸는데 어찌 자존심이 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는 부정하였다.
모방이 아닌 다른 술수를 쓴게 분명하다고 말이다.
'이 아저씨 리액션 맛집이네...'
그 모습을 보던 선우는 진한 미소를 흘리기 시작하였다.
격하게 부정을 하며 열을 올리는 모용상을 보니 짓궂은 마음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저 열불이 난 얼굴을 절망으로 물들이고 싶다는 짓궂은 마음이 말이다.
'주소양하고 놀다보니.....성격이 자꾸 나빠지네.'
그런 속내를 눈치 챈 선우는 피식 웃음을 흘렸다.
근묵자흑이라고 했던가
아무래도 주소양과 같이 놀다보니 속내가 시커멓게 변한듯 싶었다.
"그 수백년의 성과도 별볼일 없군요. 고작 이립도 되지 않은 저에게 모두 파훼되어버렸으니까요."
"뭐라! 지금 모용가를 모욕하는 것이냐!"
"사실을 말한 것 뿐입니다. 참으로 우습기도 하군요. 수백년의 성과가 고작 힘을 비트는 조잡한 수에 불과하다니 말입니다."
물론 힘의 방향을 비트는 것은 조잡한 능력이 아니었다.
공격을 마음대로 되돌릴 수 있는 사기적인 능력이 어찌 조잡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오히려 무적無敵이라는 말 가장 어울리는 신공절학이리라
하지만 선우는 그런 속내를 숨기고 두전성이斗轉星移를 깎아내리기 시작하였다.
"노오오옴!"
부웅
이내 화가난 모용상은 반대편 주먹을 선우를 향해 그대로 휘둘렀다.
그의 주먹에는 혼신의 내력이 가득 담겨 있었다.
'비틀어져라.'
그 모습을 보던 선우는 가볍게 건곤대나이를 시전하였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공격의 흐름을 그대로 비틀어버린 것이다.
콰드드득
푸슈우우욱
"끄아아아아아악!"
그러자 그의 팔에서 핏물이 터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주먹에 담긴 거력이 그의 팔로 전해진 까닭이었다.
퍽
선우는 그런 모용상을 바라보더니 이내 발을 들어올려 그의 복부를 그대로 차버렸다.
부웅
쿵
선우에게 발길질을 당한 모용상은 허공에 뜨더니 그대로 바닥에 처박혀버렸다.
무척이나 볼성사납게 말이다.
"끄어어..어어..어."
바닥에 처박힌 모용상은 고통 어린 신음성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왼팔에서 느껴지는 끔찍한 고통이 그를 괴롭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말하지 않았습니까? 조잡하다고."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아아아.."
그리고 그 말을 들은 모용상의 얼굴에 절망감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그가 두전성이斗轉星移를 완벽히 재현해내었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끝났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생각하였다.
아마 정신적으로 몇 달은 고생할 것이라고 말이다.
'그럼 이제 메인디쉬를 맛봐볼까.'
선우는 옆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경악 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이화영의 모습이 보였다.
"어...어...어떻게...두전성이斗轉星移를!?"
선우와 눈이 마주치자 이화영은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상황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요녕의 전설적인 무인인 유리검 모용상이
한낱 후기지수따위에게 떡실신을 당하였다.
그것도 모용가의 비전 무공인 두전성이斗轉星移를 그대로 모방당하여서 말이다.
어찌 이런 광경을 그대로 믿을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직접 당해보니 따라하는게 어렵지 않더군요."
선우는 무척이나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물론 실상은 건곤대나이로 꼼수를 쓴 거지만 곧이 곧대로 말해줄 필요는 없었다.
"그...그럴리가...그..럴리가.."
"눈으로 확인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공격을 되돌리는 모습을 말입니다. 이게 두전성이斗轉星移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겠습니까?"
"............"
선우의 말을 들은 이화영은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하였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힘을 되돌리는 것을 눈으로 직접 확인한 그녀였다.
이런 상황에서 뭘 더 부정한다는 말인가
만약 더 부정했다간 꼴만 우스워질 것이 분명하리라
"그렇게 자랑하던 명가의 무공도 별 것 없군요. 그 무공을 익힌 남자 또한 마찬가지고요."
선우는 턱짓으로 땅에 처박혀있는 모용상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이이익!"
그 말을 들은 이화경은 수치심에 얼굴을 잔뜩 붉혔다.
언제나 기품 넘치는 어머니를 동경하고 존경하였고 그런 어머니의 가문을 자랑스럽게 여겼던 그녀였다.
그런데 그런 가문이 철저하게 무시당하고 있었다.
저 괴물怪物라는 말이 어울리는 남자에게 말이다.
어찌 수치심이 치솟지 않을 수 있겠는가
"소저, 어떻습니까?"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뭐가 말이죠?"
"아직도 제가 오만하다고 생각하십니까?"
"............."
"아직도 제가 약자라고 생각하십니까?"
".............."
선우의 거듭된 질문에 그녀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의 확신이 오만이 아닌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문파의 장문인과 맞먹는 무력을 가지고 있는 모용상이 손도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한 채 그대로 당해버렸다.
그런데 어찌 그의 무력을 의심할 수 있겠는가
"대답이 없는 걸 보니 증명이 된 것 같군요."
선우는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강자로서 권리를 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벅 저벅
말을 마친 선우는 이화영을 향해 천천히 걸어가도록 시작하였다.
"무...무슨...짓을 할셈이죠!?"
그가 다가오자 이화영은 뒷걸음질을 치며 언성을 높였다.
알 수 없는 두려움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기 떄문이었다.
"무슨 짓이라뇨? 그저 소저가 말한대로 행할 뿐입니다."
"뭐..뭐라구요!?"
"일단 뺨부터 한대 맞기로 합시다. "
이내 그녀의 코앞까지 다가온 선우는 위협적인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나를 건들였다간 모용세가와 계파원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거예요!"
그녀는 다시금 뒷걸음질을 치며 말을 이었다.
"좀더 무서운 사람을 데려오셔야할 것 같습니다. 그다지 위협적이진 않군요."
선우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현경에 다다른 그였다.
모용세가 따위가 무서울 리 만무한 것이다.
저벅
선우는 그녀와의 거리를 더욱더 좁히며 말을 이었다.
"나를 건들었다간 아버지가 당신을 가만히 두지 않을거예요!"
뚝
순간 선우의 발걸음이 그대로 멈춰서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이화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무도하기 짝이 없는 자라지만 아버지만큼은 무서워하는 듯하였기 때문이었다.
"저는 엄연히 천무맹주가 임명한 후계 후보자입니다. 그런 저를 위협한다는 것은 아버지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과 다름없는 일입니다. 후계 경쟁이 치뤄지기도 전에 후보자에게 폭력을 가한다니요? 어불성설이지요. 손을 들어올리기 전에 신중히 생각 하는 게 좋을 거예요. 과연 당신의 선택이 정말 옳은 것인지 말이에요."
선우가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자 이화영은 옳다구나하며 그에게 쏘아부치듯 말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협박을 듬뿍 담아서 말이다.
"흐음"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짐짓 고민하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미친듯이 강해지긴 했지만 아직 이재원을 후려치기엔 무리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고민을 하였을까
"후우"
이내 선우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래도 손을 쓸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한듯 싶었다.
'됐어!'
그 모습을 보던 이화영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해코지를 당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쩔 수 없겠군요."
선우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잘 생각하셨어요. 순간의.....읍!"
선우의 말을 들은 이화영은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으려고 하였다.
하지만 그녀의 말은 중간에 끊어지게 되었다.
선우가 손을 뻗어 그녀의 몸에 점혈을 가한 까닭이었다..
'대체...이게..무슨!?'
온몸이 마비된 이화영은 황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선우를 노려보았다.
대체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소란 소저,"
한 편 그녀의 점혈을 짚은 선우는 조용히 이소란을 불렀다.
"네?!"
"패세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에!?"
이소란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어리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