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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31화 (532/1,419)

〈 531화 〉 532.저희 재밌는 거 해볼래요?

"자, 한잔 받으세요."

이소란은 술병을 들어올린 뒤 선우의 잔에 그대로 따르기 시작하였다.

쪼르르륵

투명한 액체가 선우의 잔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였다.

"넘칩니다. 소저."

선우는 가득 찬 잔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괜찮아요. 흘리면 돼죠. 술은 많아요."

그녀는 별거 아니라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소저는 주도酒道를 잘못 배운듯 하군요. 술을 흘려도 된다니...."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늙은이 같은 소리는 집어치우고 즐겁게 마시자구요!"

어느새 자신의 잔에도 술을 가득 채운 이소란이 잔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참나."

그 활기찬 모습에 선우는 피식 웃으며 잔을 들어올렸다.

쾌활한 모습을 보니 절로 기분이 좋아진 탓이었다.

이내 두 사람의 잔이 맞부딪히며 청명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꿀꺽 꿀꺽

잔을 부딪힌 두사람은 술을 단번에 들이켰다.

그러자 이내 달콤한 향이 입안 가득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으흐으으으..."

"크으으으으"

그리고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상상이상으로 맛있는 술맛에 감탄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이거 맛있네요."

이소란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러게요. 무슨 술입니까?"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중원에 오고 웬만한 주류는 전부 섭렵했던 그였다.

그런데 지금 마신 술은 난생 처음먹어보는 술이었다.

자연히 궁금증이 일어났다.

"벌꿀주라고 하던데요?"

"벌꿀주요?"

"네에, 루주가 직접 담그는 특별한 술이라고 하더라구요."

"흐음...과연 특별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맛이군요."

선우는 빙긋 웃으며 술잔에 술을 따르기 시작하였다.

"앗, 저도 채워주세요."

그 모습을 본 이소란은 다급히 잔을 들어올려 그에게 내밀었다.

"소저는 자제하시지요. 술도 약하지 않습니까?

선우는 얕보는듯한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어제는 방심했을 뿐이에요! 원래라면 그렇게까지 인사불성이 되지 않는다구요!"

그녀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얕보이는듯한 시선을 마주하니 화가났기 때문이었다.

"술은 마셔본 적은 있습니까?"

"물론이죠!"

"몇 번이요?"

"...........세 번이요."

"어제 마신것도 포함되었습니까?"

"........네에."

피식

선우의 입가에 비웃음이 더욱더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이제 막 술을 접한 새내기가 허세를 부리고 있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비웃지마세요!"

"안 웃었습니다."

선우는 이내 정색하며 말을 이었다.

"거짓말! 방금 입꼬리를 귀까지 걸었잖아요!"

"착각이겠죠."

"됐어요!"

선우의 장난에 화가난 이소란은 그대로 술병을 낚아챘다.

쪼르르르

그리고 잔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였다.

벌컥 벌컥

그다음 그대로 들어올려 단번에 마셔버렸다.

마치 분풀이하듯이 말이다.

그러자 입안에 달콤하면서도 알싸한 벌꿀향이 가득 퍼지기 시작하였다.

"하으으으"

그 향을 느끼며 이소란은 얕은 신음을 내뱉었다.

달콤하기 그지없는 주향에 약간의 흥분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이소란의 얼굴에 행복에 찬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맛있으십니까?"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너무 맛있어요."

그녀는 몽롱하게 풀린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아무래도 벌꿀주의 매력에 푹 빠진듯하였다.

'얘는 먹방시켜도 잘하겠는데? '

선우는 그녀의 혜자에 가까운 반응을 보더니 이내 술잔을 들어올렸다.

행복해하는 그녀의 모습을 보니 자신 또한 절로 술이 땡겼기 때문이었다.

벌컥 벌컥

이내 선우는 술잔을 단숨에 들이켰고 입안을 가득 채운 알싸하고 달콤한 향을 즐기기 시작하였다.

히죽 히죽

선우의 입가가 귀밑까지 걸리기 시작하였다.

"어때요? 따라오길 잘한 것 같죠? 그쵸?"

그 모습을 본 이소란은 맑게 웃으며 그에게 물었다.

".........부정할 수는 없군요."

선우는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부정을 하며 그녀를 놀리고 싶었지만 부정하기엔 벌꿀주가 너무나 맛있었다.

자존심 세우며 부정해봤자 꼴만 우스워지리라

"헤헤헤헤..역시 도박해서 번 돈을 다 쓴 보람이 있네요....."

그런 선우의 반응이 만족스러웠는지

이소란은 헤프게 웃음을 흘렸다.

"돈을 그렇게 많이 써놓고 뭐가 그리 웃기십니까?"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어차피 불로소득이잖아요. 빨리 번돈은 빨리 쓰는게 나아요."

그녀는 빙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저를 따라오길 잘했다고 인정해주셨잖아요."

"그게 그리 좋습니까?"

"너무 좋아요! 칭찬을 받는데 싫은 이가 어디있겠어요!"

그녀는 몽롱하게 풀린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소저라면 칭찬해주는 사람이 수두룩할 것 아닙니까? 황보 부인이라던가......파벌의 사람이라던가....."

"............글쎄요."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짐짓 처연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네요."

"네에?"

"저는 살짝 바보라서 덤벙대고 같은 실수를 자주하고 잘 속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그런지 같은 파벌의 사람들조차 칭찬이 박하더라구요."

그녀는 차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어머니는 칭찬을 해주긴 해요!"

그리고 이내 다시금 활기차게 말을 이었다.

"과연......살짝 멍청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바보였군요."

선우는 이해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이럴 땐 놀리는 것보단 위로 해주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

"어설프게 위로하는 것보단 농짓거리를 지껄이는게 더 재밌지 않습니까?"

"그건 또 그렇긴 하네요."

이소란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기분이 좀더 유쾌해지긴 하였다.

공감해주며 위로해주는 것보단 더욱더 말이다.

"장 소협."

그녀는 올곧은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지요."

"고마워요."

"뭐가 말입니까?"

선우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짓궂어요. 알고 그러는거죠?"

그녀는 새침함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맞습니다."

"흥, 됐어요."

그녀는 이내 고개를 옆으로 홱 돌려버렸다.

뻔뻔한 그의 태도를 보니 진지하게 고마움을 토로하고 싶은 생각이 달아났기 때문이었다.

덥석

대신 술병을 들어올렸다.

쪼르르르

그리고 정중히 술을 따르기 시작하였다.

그의 잔이 비워지지 않도록 말이다.

그녀 나름의 성의 표시였다.

이내 두사람은 쉴새없이 술을 주고 받기 시작하였다.

*********

그렇게 얼마나 술을 주고받았을까

술병이 정확히 다섯 병 비워졌을 때쯤

두 사람 모두 얼굴이 붉게 달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주독을 배출하지 않고 끊임없이 마셔 취기가 올라온 탓이었다.

"하아아아아.....맛있어요."

이소란은 연신 감탄하며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시금 술병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그 무게가 너무나 가벼웠다.

또한 찰랑거리는 느낌이 전혀 없었다.

어느새 다 비워버린 것이다.

"술...떨어져따."

그녀는 꼬이는 혀로 말을 내뱉었다.

그다음 시선을 돌려 커다란 상 위를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상 위에는 빈 병만 굴러다닐 뿐

술이 보이지 않았다.

"장 소협! 술 ! 술 더시켜요!"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만 드십시오. 이미 만취하시지 않았습니까?"

"안취해써요! 하나두 안취해써여!"

이소란은 고개를 좌우로 맹렬하게 돌리며 말을 이었다.

"몇 개로 보이십니까?"

선우는 손가락을 두 개 편 뒤 그녀에게 물었다.

"두 개!"

"틀렸습니다. 한개입니다."

선우는 안타까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말하였다.

"거짓말! 두개잖아요!"

그녀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잠깐 눈을 감았다. 다시 봐보세요. 한 개로 보일 겁니다."

질끈

그 말을 들은 이소란은 눈을 질끈 감았다.

번쩍

그리고 곧바로 눈을 뜨고 선우의 손가락에 집중을 하였다.

선우의 손가락은 한 개가 펼쳐져있었다.

"한.개?!?"

"것보십시오. 제 말이 맞지 않습니까?"

선우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감쪽같이 속는 그녀를 보니 웃음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우우웅....저...취했나봐요.."

그녀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맞습니다. 소저는 과하게 취하셨습니다."

"우우우웅"

"그러니 이제 슬슬 정리하고 일어나도록 하죠."

"싫어요!"

선우의 말을 들은 그녀는 고함을 내지르며 거절을 하였다.

이대로 자리를 파하기 싫다는 감정이 가득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 놀래요!"

"고집 부리지 마세요. 눈앞에 있는 손가락 숫자도 헷깔리지 않습니까?"

"술 안먹고 놀면 돼죠!"

그녀는 취기가 잔뜩 오른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술집에서 술을 안먹고 뭐하고 놉니까?"

선우는 어이없다는듯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우우웅..인생 이야기라던가....."

"그럼 지루한 주제는 싫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단호하게 거절을 하였다.

"고민 상담이라던가......"

"남의 우울한 이야기 듣는 것만큼 처지는 일도 없지요."

".....우우우우.."

선우가 완강히 거부하자 이소란은 울상이 되었다.

오랜만에 겪는 재밌는 술자리였다.

이대로 파하기엔 너무나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조금만.....조금만....더...놀아요...."

이내 이소란은 살짝 처져있는 강아지 같은 눈망울을 반짝거리며 선우에게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조금만 더 놀아달라며 말이다.

"후우"

그 말을 들은 선우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어쩔 수 없군요."

그리고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이내 품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촤르르륵

그다음 주사위 두개를 꺼내더니 그대로 상 위에 굴려버렸다.

"와아아아!! 주사위!"

주사위를 본 이소란은 반가운듯 소리를 내질렀다.

도박장에서만 보던 녀석이 술집에 있으니 신기한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술이 깰 때까지 이걸로 노는 게 어떻습니까?"

선우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좋아요!"

그 말을 들은 이소란은 신이난듯 큰소리로 대답을 하였다.

이 재밌는 술자리가 끝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기쁨이 차오른듯 싶었다.

"근데 어떻게 놀아요?"

이소란은 고개를 옆으로 갸웃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두 개의 주사위를 굴려서 합이 더 큰 사람이 이기는 겁니다. 간단하죠?"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간단한 규칙을 설명해주었다.

"좋아요! 근데 이기면 뭐가 좋은가요?"

"그냥 기분이 좋은겁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라도 걸어야 재밌잖아요!"

그녀는 해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 걸게 있습니까?"

선우는 슬며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돈..돈이라면.."

"아까 이곳을 예약하느라 다썼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네에"

그녀는 기억한다는듯 고개를 살며시 주억거렸다.

그녀는 돈이 없었다.

불로소득은 빨리 쓰는게 낫다고 여겨 특실을 예약하는데 모두 써버렸기 때문이었다.

"뭐 걸만한 것도 없으면서 뭘 겁니까? 그냥 승부에서 이긴 성취감만 갖도록 합시다."

"우우우웅...그래도 아쉬운데..."

그녀는 아쉬운듯 고개를 푹 숙이며 말을 이었다.

"아쉬워도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그나저나 좀덥군요."

선우는 그녀에게 대충 대답해준 뒤 앞섶을 살짝 풀어헤쳤다.

그러자 그의 탄탄한 가슴이 보일락 말락한 상태로 살짝 노출되기 시작하였다.

화악

그 모습을 본 이소란은 얼굴이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언뜻 보이는 탄탄함에 심장이 두근거렸기 때문이었다.

"소협은.......가슴이 탄탄하네요."

그녀는 저도 모르게 속내를 중얼거렸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말이었지만 취기가 차오르니 생각나는대로 말이 내뱉어졌다.

"어딜 보는 겁니까!"

선우는 기겁하며 재빨리 가슴을 여미었다.

그리고 부끄럽다는듯 얼굴을 살며시 붉혔다.

히죽

그 모습을 본 이소란은 히죽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그 까칠한 장선우가 부끄러워하며 가슴을 여미는 것을 보니 장난기가 동하였기 때문이었다.

".......소협은 부끄러움이 많군요."

"외간 여자한테 살을 내보였는데 어찌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선우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말을 내뱉었다.

"헤에에....닳는것도 아닌데.....좀 보여줘도 될텐데........"

"싫습니다."

선우는 질색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제안을 단호하게 거절하였다.

그리고 그 단호함은 이소란의 정복욕을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하아...보고 싶어.'

보고 싶었다.

누구에게도 보이고 싶지 않은 저 탄탄한 가슴을

꽁꽁 싸매고 있는 옷 속에 있는 살색의 육체를

수치심에 부끄러워하는 선우의 얼굴을 말이다.

"장 소협."

그녀는 얼굴을 살짝 붉히며 그를 불렀다.

"말씀하시지요."

"저희 재밌는 거 해볼래요?"

"재밌는거라뇨?"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얼굴이었다.

"주사위를 굴려서 진 사람이 옷을 한꺼풀씩 벗는거에요."

그녀는 뜨거운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뭐...뭐라구요!?"

선우는 경악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재밌을 것 같지 않나요?"

이소란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선우의 경악스러운 표정을 응시하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정복욕이 가득 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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