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30화 〉 531. 그녀의 딸과 술자리를 갖다.
"그럼 저는 가보겠습니다."
옷을 대충 걸쳐 입은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들어가보도록 하세요."
황보유연은 고개를 살며시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자 이내 선우가 몸을 홱 돌리더니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며 껴안아줄 때와는 전혀 다른 차가운 모습이었다.
욱신 욱신
그 모습을 본 황보유연은 가슴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전혀 달라진 그의 태도에 상처를 입은 것이다.
'아니야 오히려 이러는 편이 나아.'
하지만 그녀는 이내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저었다.
비록 가슴이 욱신거렸지만 차라리 그가 차가워지는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그와 거리를 벌려야했다.
다시는 어제와 같은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말이다.
하지만 거리를 벌려야한다는 생각과는 달리 그녀의 가슴은 여전히 욱신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욱신거리는 가슴을 붙잡은 채 그저 멍한 표정으로 선우가 나간 문을 바라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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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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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음'
밖으로 나온 선우는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황보유연이 예상보다 더욱더 심지가 굳은 여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설마 이걸 없던 일로 하자고 할 줄이야.'
선우는 재밌다는듯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그녀의 반응에 흥미가 동하였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정복욕이 자극되기 시작하였다.
정절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처낸 그녀를 정복하고 싶다는 욕구가 말이다.
'어디까지 참나보자고.....황보유연.'
선우의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하였다.
***************
핑그르르르
주사위가 덮어졌다.
"쌍륙!"
"사오!"
"삼삼!"
그와 동시에 세 명의 남자가 차례대로 돈을 걸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덮어졌던 주사위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었다.
두개의 주사위 눈금은 각 각 사四와 오五를 가리키고 있었다.
"으럇챠!"
사오에 돈을 걸었던 남자.
선우는 기쁨의 함성을 내뱉었다.
"축하하오 형씨."
"이야, 끗발 좋구만 형씨.'
그러자 옆에 있던 도박꾼들이 그를 축하해주기 시작하였다.
"하하하하 운이 아니고 실력이오."
선우는 너털 웃음을 터트리며 그대로 돈을 챙겼다.
정확히 딴돈의 두배가 되는 액수였다.
톡 톡
그때 누군가 선우의 어깨를 톡 톡 건들기 시작하였다.
"응?"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살짝 처진 눈매를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여인을 말이다.
"아예 여기서 사시나봐요?"
처진 눈매가 매력적인 여인, 이소란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물었다.
"사는 것은 아닙니다. 그저 풍류를 즐기고 있을 뿐이지요."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도박이 무슨 풍류예요!?"
이소란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건 소저가 어려서 그렇습니다. 생각을 해보십시오. 재력도 무력도 소용없이 오로지 실력과 운만으로 승패가 결정되지 않습니까? 이처럼 공평하고 멋진 승부가 어디있다는 말입니까?"
"당신은 눈썰미로 그냥 때려맞추는 거잖아요?"
"그것도 실력이지요."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쯧"
그 말을 들은 이소란은 혀를 찼다.
한 마디를 지지 않는 남자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털썩
이내 이소란은 그의 옆자리에 한 자리 차지하였다.
"뭡니까?"
선우는 삐딱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저도 껴서하려고요."
"말세로군요. 어린 소저가 이렇게 도박에 중독되었다니......"
선우는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중독이라뇨! 그냥 용돈을 몇 번 굴려보고 싶은 것 뿐이에요!"
"처음엔 용돈부터 시작하는 법이지요, 그러다 점점 판돈은 커지고 나중에는 소저의 속옷까지 걸게 될겁니다. 어린 여자에 환장하는 변태같은 영감탱이한테 말입니다."
선우는 짐짓 과장적인 행동을 취하며 악담을 퍼붓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절제 없는 여자는 아니거든요!"
선우의 협박을 들은 이소란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뭐, 조심하라는 조언입니다. 사람 일은 모르는 거니까요."
"조언이 아니라 저주처럼 들리는데요?"
"조언이든 저주든 의미가 전달되면 충분하지 않습니까? 쨌든 경각심을 가질테니까요."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엎어치나 메치나 같은 말이 아니던가
"전혀 아니거든요!?"
그녀는 빼액 거리며 소리를 질렀다.
조언과 저주가 같다니
그건 또 무슨 말도 안되는 논리란 말인가
그런 그녀의 반응을 보며 선우는 피식 웃었다.
꽤나 타격감 있는 반응이 재밌었기 때문이었다.
"자아! 이제 굴리겠습니다!"
그때 앞에 있던 도박사가 환기 시키듯 말을 내뱉었다.
그러자 한창 떠들고 있던 선우와 이소란이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도박사 손에 있는 주사위를 응시하였다.
결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휘익
이내 두 개의 주사위가 허공을 날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의 눈빛이 반짝거리기 시작하였다.
***********
"살펴가시지요."
도박장의 관리자는 선우를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수고."
선우는 손을 살며시 들어올린 뒤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발걸음은 가볍기 그지없었다.
도박장에서 꽤나 재미를 봤기 때문이었다.
"흐으응~ 흐으응~~"
선우는 콧노래를 부르며 가벼운 걸음을 옮겼다.
너무나 경쾌한 발걸음에 몸조차 가벼워지는듯하였다.
저벅 저벅
"잠깐만요!"
그때 뒤편에서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새침하면서도 부드러운 무척이나 익숙한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를 들은 선우는 가볍게 뛰기 시작하였다.
"기다려요오오오!"
선우가 뛰자 뒤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가 무척이나 다급해지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선우는 그런 다급한 목소리를 무시한 채 달리고 또 달렸다.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이 자신을 잡을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달렸을까
덥석
누군가 선우의 어깨를 뒤편에서 움켜잡았다.
"하아..하아...하아...하아."
더불어 거친 숨결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뒤쪽으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처진 눈매가 매력적인 여인, 이소란이 그의 어깨를 붙잡고 있었다.
무척이나 흥분한 기색이 가득한 채로 말이다.
"하아...왜 도망치는 거에요."
"도망치다뇨? 그냥 달리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선우는 태연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거짓말! 제 목소리를 듣자마자 뛴걸 모를 줄 알아요?"
그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자마자 가볍게 걷던 그가 빠르게 뛰기 시작한 걸 두 눈으로 목격한 그녀였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태연하게 거짓말을 한다는 말인가
"우연이겠죠."
"절대 아니거든요?"
그녀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슬프군요. 사기 도박의 구렁텅이 속에서 구해준 은인을 이리도 박대하다니 말입니다."
선우는 짐짓 슬픈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박대하게 만들잖아요!"
그녀는 으르렁거리며 말을 이었다.
선우의 말장난에 짜증이 난듯 싶었다.
"뭐 그게 소저의 인성이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뭐라구요!"
"그나저나 왜 쫒아온겁니까?"
선우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그.....보답하고 싶어서요."
그녀는 우물거리더니 이내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보답이요?"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에......당신말대로 사기도박에 당할 뻔한 걸 구해주기도 하셨고....만취한 저를 온전히 데려다주기도 했으니까요.."
"괜찮습니다. 보답받고자 한 일도 아닌데요. 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거절을 하였다.
"아니에요. 그렇게 넘어가시면 제 마음이 불편해요."
선우의 거절에 이소란은 설득하듯 말을 이었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거절하기도 뭐하군요."
선우는 설득당한듯 말을 이었다.
"얼마를 주실 생각이십니까?"
"돈으로 보답하려는게 아니에요!"
"현물입니까? 금? 옥가락지? 보석?"
"밥 한끼 사드리려구요!"
"하아.....밥이요?"
선우는 노골적으로 실망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뭐에요 그 태도는!"
"차라리 돈으로 주십시오."
"안돼요! 이미 예약했다는 말이에요!"
"아니, 갈지 안갈지도 모르는 걸 왜 예약을 합니까?"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유비무환有備無患이잖아요!"
그녀는 쾌활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식당 주인 입장에선 유환有患인 것 같은데요?"
"소협께서 같이 가주지 않는다면 그렇겠죠?"
그녀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비겁하시군요. 이런 식의 협박이라니."
"제가 원래 치밀한 성격이라서요 헤헤헤."
이소란은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가도록 하죠. 식당 주인에게 근심을 안겨줄 수는 없으니까요."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탁월한 선택이에요!"
이소란은 기쁜듯 환하게 웃으며 말을 받았다.
선우가 동행해준다는 사실에 기쁨이 차오른듯하였다.
"그럼 따라와요!"
덥석
이소란은 선우의 팔목을 잡더니 그를 어디론가로 이끌었다.
선우는 몸에 힘을 뺀 채 그녀가 이끄는대로 따라가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두사람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
"여기에요!"
그녀는 번화가에 있는 고급진 주루로 선우를 안내하였다.
척봐도 상당히 가격이 나갈 것 같은 느낌이 팍팍 드는 곳이었다.
"꽤나 비싸보이는데 괜찮습니까?"
선우는 걱정된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괜찮아요! 이번에 도박장에서 엄청 벌었거든요!"
그녀는 안그래도 풍만한 가슴을 앞으로 내밀며 말을 이었다.
'오우야...거유.'
그리고 그 가슴을 본 선우는 감탄을 하였다.
어미인 황보유연의 훌륭한 유전자를 이어받은 그녀의 모습에 감탄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어서들어가요!"
이소란은 감탄하고 있는 선우의 팔을 잡아끌며 문쪽으로 끌고가기 시작하였다.
끼이이익
그리고 이내 두사람은 주루 안으로 들어갔다.
"어서오십시오!"
두 사람이 안으로 들어가자 어린 점소이가 그들을 반겨주었다.
"저녁에 특실 예약한 사람이에요."
"혹여 성명이 어떻게 되는 지 물을 수 있을까요?"
"황보란이요!"
"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점소이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그들을 삼층으로 안내하기 시작하였다.
선우와 이소란은 그의 안내에 따라 삼층으로 이동하였다.
"여기입니다."
어느새 삼층 끝쪽에 방에 도착한 그는 손을 들어올리며 정중히 말하였다.
"식사는 곧이어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시간 제한은 따로 없습니다. 그리고 식사가 전부 올라간 뒤에는 사용인의 출입이 없을 예정이니 부디 즐거운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점소이는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안내 고마워요."
"안내 고맙습니다."
이내 두 사람은 점소이에게 고마움을 표하였다.
"별말씀을요. 필요한게 있으면 언제든지 불러주십시오."
이내 점소이는 꾸벅 인사를 하고는 그대로 아래로 내려가버렸다.
끼이이익
그가 내려가자 선우와 이소란은 방문을 열어젖혔다.
그러자 상당히 넓은 객실 내부가 들여다보였다.
"꽤나 넓군요."
선우는 감탄했다는듯이 말을 내뱉었다.
두 사람이 있기에는 상당한 넓이였다.
선우는 어째서 점소이가 그런 음흉한 미소를 지었는지 단박에 이해가 되었다.
넓은 객실에서 음란한 짓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듯 싶었다.
"일부러 넓은데로 예약했어요. 이왕이면 큰게 좋으니까요!"
이소란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마치 칭찬을 바라는듯이 말이다.
"잘하셨습니다."
그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피식 웃으며 그녀를 칭찬해주었다.
칭찬을 바라는 강아지 같은 모습에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털썩
이내 선우는 그대로 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녀도 선우의 맞은 편에 따라 앉았다.
"그나저나 아까 예약을 황보란이라고........."
자리에 앉은 선우는 의문어린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당연히 가명이죠! 이소란이라는 이름을 썼다간 무슨 구설수에 오를지도 모르잖아요!"
"황보란이라고 하면 대충 눈치 채지 않겠습니까?"
"사촌 중에 비슷한 이름이 있어요. 걔인 척하면 아무도 모를거에요."
그녀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미소를 지으며 작은 보조개가 생겨나며 그녀의 인상을 한층 더 쾌활하게 만들어주었다.
'귀엽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생각하였다.
과연 황보유연의 딸 답게 귀여운 모습이라고 말이다.
"황보란이라는 분이 불쌍하군요."
선우는 짐짓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에이, 괜찮아요. 워낙 착한 애라 이해할거에요."
"소저 그러다 벌받습니다."
"소협처럼 지옥에 가서 받죠, 뭐."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똑 똑
그때 갑자기 누군가 방문을 두드렸다.
"상을 가져왔습니다."
그리고 이내 점소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시지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드르르륵
그의 허락이 떨어지기 곧바로 문이 열렸다.
문이 열리자 커다란 상을 들고 있는 점소이의 모습이 보였다.
"어?"
상을 바라본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혹시 술 시켰습니까?"
점소이가 들고 온 상 위에 술병이 여러개 올려져있었기 때문이었다
"여기가 술 맛집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녀는 볼을 발그레 붉힌 채 말을 이었다.
"어제 그 난리를 피워놓고 또 술이 들어가십니까?"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에이, 괜찮아요. 여아홍처럼 독한 술도 아니고 약간 반주 비슷하게 마실건데요 뭐."
"오늘 취하시면 어제처럼 곱게 안챙겨줍니다."
선우는 짐짓 경고하듯 말을 이었다.
"왜요? 덮치기라도 하시게요?"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재밌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무슨 여자가 못하는 말이 없습니까."
선우는 어이없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뜨끔
그와 동시에 가슴속이 뜨끔하였다.
'어떻게 알았지?'
괜스레 가슴이 찔렸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