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5화 〉 526.소...협...이래선...안돼요.....저는...딸과...남편이..있어요.
벌컥 벌컥
황보유연은 가득 차있는 잔을 그대로 들이키기 시작하였다.
'으윽'
그러자 타는듯한 화끈함이 목과 위장에 가득 전해지기 시작하였다.
술을 즐기지 않는 그녀의 입장에서는 무척이나 괴로운 순간이었다.
".........맛있네요."
하지만 그녀는 내색을 하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내색을 했다간 주당이라고 거짓말을 한 사실이 그대로 들통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생각보다 잘마시는군요. 설마하니 그걸 한 번에 털어넣을 줄이야."
선우는 감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보통 도수가 높은 술의 경우
스트레이트로 마시기보단 섞어마시거나 나눠서 마시기 마련이었다.
그런데 그런 걸 단번에 마셔버리니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말했잖아요.....주당이라고..."
선우의 감탄에 황보유연은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었다.
뭔지는 모르지만 띄워주니 기분이 좋아졌기 때문이었다.
"한 잔 더 받으시지요."
쪼르르륵
선우는 다시금 그녀의 잔에 술을 따랐다.
그녀는 선우의 술을 거절치 않았다.
이내 그녀의 잔에 술이 가득히 담겼다.
"잔을 부딪히는게 어떤가요?"
술기운이 오른 황보유연은 얼굴을 살짝 붉힌 채 호기롭게 말을 이었다.
"좋습니다."
그녀의 호기로운 말을 들은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쨍
그리고 그대로 잔을 들어올려 황보유연의 잔과 맞닿게 하였다.
꿀꺽 꿀꺽
그다음 곧바로 여아홍을 삼키기 시작하였다.
"크으"
선우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목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과거 북해에서 먹었던 독주를 연상시켰기 때문이었다.
'개맛있네.'
맛있었다.
더 빨리
더 많이 먹고 싶을 정도로 말이다.
선우는 빠르게 술병을 집어들어 잔을 채웠고 황보유연의 잔도 그만큼 빨리 채워지기 시작하였다.
.
.
.
.
.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소협......할 말이...있어요."
이내 취기가 오를대로 오른 황보유연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지요."
선우 또한 살며시 얼굴을 홍조를 띄운 채 입을 열었다.
그녀보다는 덜했지만 그 역시 취기 어느정도 오른 모습이었다.
"죄송해요.......죄송해요......"
그녀는 고개를 슬쩍 숙이며 연신 사과를 하였다.
"죄송하다니요?"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저...있잖아요....사실 소협을 원망했어요..."
"원망이요?"
"네에.....모든 것을 이야기 한 날....소협께서.....급히 나가시지 않으셨나요.....그 모습을 보고.....너무...매정하다고 여겨......원망을 했어요........절 위해......오십만냥이라는 거금을 빌려준...소협에게 말이에요.....저는 나쁜 여자에요..."
이내 황보유연의 눈빛에는 슬픔이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배은망덕한 마음을 품은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이 든 까닭이었다.
"아,아닙니다. 충분히 화를 낼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예의가 없었습니다. 사과드립니다."
"아니에요......아니에요....소협이 무슨 잘못이 있다고 사과한다는 말씀인가요....나쁜건 전데......"
"아닙니다. 제 잘못이에요. 아무리 급하다해도 그렇게 가면 안되었는데...제가 배려가 부족했습니다.."
선우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실 그때 돈을 급히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에 자리를 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무리 저라도 단기간에 오십만냥을 구하는 건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일이었으니까요."
"........그럼 그때 급히 간건 오십만냥을 구하기 위해서였나요?"
황보유연은 흔들리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에....뭐 그래도 덕분에 일주야가 되기 직전에 어찌 어찌 반환할 수 있었습니다."
선우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황보유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감동이 물밀듯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더불어 자책감이 가중되었다.
돈을 구하기위해 자리를 뜬 사람을 하염없이 원망을 한 것이다.
어찌 자책감이 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렁 그렁
황보유연의 눈가에 물방울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하였다.
감동과 자책감이 눈물로 승화되어버린 것이다.
"흐윽...죄송해요...흑...흑..죄송해요.."
이내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선우에게 사과하였다.
아무것도 모르고 원망만한 자신을 탓하면서 말이다.
"부인, 진정하십시오."
그녀가 울자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배분으로 보나 신분으로 보나 한참 위인 황보유연이 울음을 터트리니 당황한듯 보였다.
"흐윽...흑...흑..저도...진정하고..흐흑...싶은데..진정이...안돼요."
그녀는 연신 눈물을 흘리며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진정하고 싶었지만 좀처럼 북받친 감정이 다스려지지 않았다.
그에 대한 미안함과 감사함 그리고 취기가 어우러져 그녀의 마음을 쉴새없이 뒤흔들었기 때문이었다.
미안하고 또 고맙고 감사하였다.
그 모습을 보던 선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와락
그리고 울고 있는 그녀를 그대로 껴안아주었다.
토닥 토닥
그다음 그녀의 등을 부드러운 손길로 토닥이기 시작하였다.
"괜찮습니다....저는 괜찮습니다...그러니 부디 울음을 멈춰주세요...황보 부인."
선우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녀를 달래기 시작하였다.
"흐윽...흑...흑...흑"
황보유연은 그런 선우의 손길을 느끼더니 이내 그녀의 품안에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의 가슴팍을 적시며 조금씩 조금씩 북받친 감정을 진정시키기 시작하였다.
울음이 그칠 때까지 말이다.
.
.
.
.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어느새 울음을 그친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그러자 너무나도 잘생긴 남자의 얼굴이 그녀의 시야에 가득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멋져.'
이내 그녀의 눈빛이 몽롱하게 풀리기 시작하였다.
현재 그녀의 눈에 선우는 전설적인 미남이라는 불리우는 송옥과 반안과 비견될 정도로 잘생겨 보였다.
차세대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강맹하기 짝이없는 무공
벼랑끝에 몰려있던 그녀를 위해 선뜻 오십만냥을 투척해준 배포.
은혜를 입혔음에도 전혀 생색내지 않는 성품.
울고 있는 자신을 와락 감싸고 위로해주는 따뜻함.
사십년 묵은 여아홍으로 인해 오를대로 오른 취기.
결코 모나지 않은 적당히 준수한 외모.
이 모든게 맞물려 그녀의 눈에 콩깍지를 씌워주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선우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기 시작하였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얼굴에 절로 시선이 간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얼굴을 얼마나 뜯어봤을까
이내 그녀의 몽롱하게 풀린 눈빛이 선우의 입술에서 멈추게 되었다.
'입술이 무척이나 반짝이는 아이로구나.'
그리고 혀를 낼름거리고 입맛을 다셨다.
그의 입술이 너무나 탐스럽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부인?"
저 입술에 맞닿게 되면 어떤 느낌일까
"부인?"
모르긴 몰라도 분명 행복한 느낌이 들 것이 분명하였다.
"부인!"
그때 선우가 큰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네에?!"
화들짝 놀란 황보유연은 신색을 바로하고 재빨리 답을 하였다.
"대답이 없길래 무슨 일이 있나 싶었습니다."
그녀가 답을 하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아니에요...아무일도 없었어요...그저...딴생각을 했을 뿐이에요."
이내 정신을 차린 그녀는 민망함에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미쳤어! 미쳤어! 딸뻘인 남자에게!'
그리고 속으로 자책하기 시작하였다.
고작 딸뻘밖에 안되는 남자에게 음심을 품었다는 생각에 자책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유부녀인 자신이 말이다.
"이...이제 놔주셔도 돼요."
품에 안겨있던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자의로는 벗어나기 싫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 알겠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고는 그대로 그녀를 놓아주었다.
'아....'
그러자 황보유연은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그의 따뜻한 품에 멀어지자 안타까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
이내 두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포옹으로 인해 분위기가 어색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그럼 더 마실까요?"
이내 선우는 술병을 들어올리며 그녀에게 말하였다.
"......네에."
그녀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주억거렸다.
털썩
그리고는 그대로 자리에 착석한 후 잔을 들어올렸다.
쪼르르르
그녀의 잔에 다시금 술이 따라지기 시작하였다.
**********
화악
황보유연은 얼굴이 화악 달아오르는 것을 느꼈다.
더불어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기 시작하였다.
당장에라도 쓰러져 자고 싶다는 생각이 가득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쓰러질 수 없었다.
주당이라고 거짓을 내뱉은 그년였다.
이대로 쓰러진다면 선우에게 거짓말을 들통나게 될 것이다.
'먼저.....쓰러질수는....없어.'
"부인......괜찮으십니까?"
그녀가 말이 없자 선우는 걱정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전,...괜..찮..아요오오오."
"안괜찮은것...같은데요?"
선우는 취기로 인해 붉게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진짜..에요.."
"피곤하시면 주무시러가도 됩니다."
"아니......에요.....멀쩡해요."
그녀는 좌우로 빠르게 도리질치며 말을 이었다.
피식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그 모습에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나 귀여워보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짓고 있을 때였다.
"장...소협.."
"말씀하시지요."
"왜...그런거에요?"
"무슨.....말씀입니까?"
"어째서......절 도와준거에요?"
그녀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지난 사흘동안....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계속 생각했지만.....알 수 없었어요.......왜.....소협께서 저를 도와주었는데.....저는 소협의 경쟁자.....잖아요.....그런데 어째서.....저를 도와주신거죠......어째서?"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는 표정을 지으며 선우에게 물었다.
선우를 찾아헤매던 사흘간 그녀는 고심하고 또 고심하였다.
어째서 선우가 자신을 도와주었는지
어째서 자신에게 오십만냥이라는 거금을 흔쾌히 내어주었는지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가 없었다.
그가 자신을 도와줄 이유는 전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망해가는 것을 축하해줬으면 했지 말이다.
그렇기에 궁금하였다.
어째서 그가 자신을 도와주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제 앞에 슬퍼하고 있었잖아요."
".......네에!?"
그녀는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 앞에서 울고 있었잖아요. 그 아름다운 얼굴로."
"............"
"그런데 제가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겠습니까?"
".......농이...지나쳐요......이런 나이먹은...아줌마를.."
그녀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말을 이었다.
농이 과하다.
아름다운 얼굴로 울고 있어서 도와주었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농이....아닙니다...부인......제 눈에 부인은 너무나 매력적인 여인으로 보입니다."
선우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그리고 황보유연은 몽롱한 눈빛으로 그의 진지한 눈빛을 마주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저자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말이다.
화아아악
이내 그녀의 얼굴이 능금처럼 붉어지기 시작하였다.
두근 두근 두근
동시에 심장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하였다.
'나보고.....아름답데.....'
그가 자신을 아름답다고 해주었다.
어찌 심장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아.....내가....여인으로..보인데.........'
그녀의 숨결이 서서히 거칠어지기 시작하였다.
그의 달콤한 말에 서서히 흥분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하아....그런..말...너무 오랜만에 들어봐요."
황보유연은 뜨거운 숨결을 내뱉으며 천천히 말을 내뱉었다.
"그럴리가요....이렇게 아름다운신데요?"
"후후훗.....정말이랍니다....정말로...너무..오랜만에..들어요...대략...."
그녀는 진심이었다.
딸인 이소란을 낳은 뒤로 그런 말을 단 한번도 들어본적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욱 두근거렸다.
선우의 꿀을 바른듯한 달콤한 말이 말이다.
"이해가....가지 않습니다...제 눈에는 어여쁘고 아름답고 상냥한 여인처럼 보이는데 말이죠."
".............정말인가요."
그녀는 얼굴을 잔뜩 붉히며 말을 이었다.
"정말로...정말로..제가..아름다워보이나요?"
"정말입니다...하늘에 떠있는 달을 대고 맹세할 수 있습니다."
선우는 뜨겁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황보유연의 눈빛이 더욱더 몽롱하게 풀리기 시작하였다.
두 사람은 상당히 오랫동안 서로의 뜨거운 눈빛을 마주하였다.
그리고 발견할 수 있었다.
뜨거운 눈빛 속에 자리잡고 있는 불타는듯한 정욕을 말이다.
선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황보유연에게 다가간 후 그녀의 턱을 살며시 붙잡았다.
"부인.......아니...유연....너무나..아름답습니다...."
선우는 그녀의 몽롱하게 풀린 눈빛을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소...협...이래선...안돼요.....저는...딸과...남편이..있어요.."
그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거절의 의사를 표하였다.
그가 싫은 것은 아니나 자신은 딸과 남편이 있는 유부녀였다.
그런 자신이 그의 애정을 받아들일 수 있을 리 없었다.
"싫다면......거절해도 좋습니다."
말을 마친 선우는 그녀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츄우웁
"으으으읍....."
그리고 황보유연은 그런 선우의 입술을 거절치 않았다.
아니 오히려 입술을 내밀어 선우가 입을 맞추기 쉽도록 도와주었다.
이내 두 사람의 부드러운 입술이 완전히 포개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