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24화 〉 525. 농익은 유부녀와 술을 나누다
"왜 대댭이 어써여!?...저...잘마셔여안마셔야?"
그녀는 꼬부라질대로 꼬부라진 혀를 굴리며 말을 이었다.
"일단 주독을 좀 날려버리는게 어떻습니까? 소저."
선우는 그런 그녀를 가만히 바라보고는 천천히 말을 이었다.
친분이라는 것은 무릇 맨정신에 쌓아야하는 법이었다.
이렇게 인사불성인 상태에서 친해져봤자 소용이 없는 것이다.
"시러여......주독..날리며...는.....나쁜거래써여."
"누가 그럽니까?"
"현경이가요!"
"가끔 날려도 됩니다. 잔뜩 취해서 추태를 보이는 것보단 훨씬 낫습니다."
"안대여어어어....주도가...아니래써여.."
절레 절레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저으며 말을 이었다.
술에 취해도 고래 힘줄 같은 고집은 여전한듯 싶었다.
'난감하네.'
그녀가 말을 듣지 않자 선우는 난감함이 들었다.
'어쩔 수없지.'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아무래도 그녀를 업고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벌떡
선우는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업혀요."
그리고 술에 만취해 주정을 부리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안대여어어어 엄마가...모르는 아저씨...따라.....가면 안된다고해써여"
선우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고개를 빠르게 좌우로 저으며 거절을 하였다.
"소저, 제가 누군지 아십니까?"
"신뇽! 장서누! 자나요! "
이소란은 환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아는 사람이네요?"
"그렇네여?"
그녀는 놀랐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업히세요."
선우는 뒤를 돌아 그녀에게 등을 내주었다.
"네에에에~"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선우의 등에 안착을 하였다.
물컹 물컹
그녀의 풍만한 가슴의 감촉이 등쪽에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오우야......발육!'
그 감촉을 느낀 선우는 살짝 감탄하였다.
하는 짓이 워낙 순진하고 순수해서 마냥 애같은 줄을 알았는데 신체만큼은 완연한 어른인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가자! 가자! 가자!"
선우의 등에 올라탄 이소란은 손을 위로 쭉 뻗으며 소리치고 또 소리쳤다.
"알았으니까 가만히 계세요."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려고 하였다.
하지만 이내 그는 걸음을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몇 잔 먹지도 못한 여아홍이 눈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아까운데........'
선우는 그녀를 업은 채로 술병을 챙겼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 냅두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만취한 이소란과 술병을 챙겨든 선우는 천천히 도박장을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여유롭게 말이다.
*************
"하아~"
황보유연은 우울한 표정을 지은 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한없이 우울함 감정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에게 은혜를 입고 그를 찾으러 다닌지 벌써 사흘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사흘동안 그녀는 선우의 그림자조차 마주치지 못하였다.
신출귀몰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탓이었다.
처소를 직접 찾아가도 봤지만 항상 외출을 했다는 말만 들려올 뿐 그를 직접 만날 수는 없었다.
언젠가 돌아오지 않을까싶어 하루 종일 그의 처소앞에서 대기를 한적도 있지만 소용없었다.
자신이 기다리는 날에는 처소로 아예 돌아오지 않은 까닭이었다.
"하아"
그러니 한숨이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녀는 선우에게 마음의 빚을 지고 있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마음의 빚을 말이다.
그 빚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그를 만나야했다.
그를 만나 사과를 해야했다.
빚에 대해 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놨던 그날
그녀는 선우에게 크나큰 실망을 하였다.
빚에 대해 듣자마자 그가 자리를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원망하는 마음까지 갖게 되었다.
그의 매정한 태도에 상처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가 자신의 빚을 갚아주었다.
그것도 한두푼이 아닌 오십만냥이나 되는 거금을 말이다.
사과하고 싶었다.
멋대로 재단하고 판단한 후 실망하고 원망하는 마음을 가졌던 자신의 태도에 대해서 말이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좀처럼 마음이 풀릴 것 같지 않았다.
"대체....어디 있는건가요......장 소협."
그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탄식하듯 말을 내뱉었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선우의 행보에 답답함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내 그녀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만히 앉아서 한숨만 내쉬는 것보단 돌아다니며 선우를 찾는 편이 더욱더 나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이내 그녀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똑 똑
그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인가요?"
갑작스러운 두드림에 놀란 그녀는 화들짝 놀라며 말을 내뱉었다.
"접니다. 부인."
그러자 바깥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아'
그녀는 단박에 목소리에 주인을 알아챌 수 있었다.
사흘간 미친듯이 찾아해맸던 자의 목소리였기 때문이었다.
"잠,잠시만요!"
이내 그녀는 시선을 내린 뒤 옷매무새를 단정히 하였다.
그리고는 문앞까지 걸어가 그대로 문을 열어젖혔다.
벌컥
문이 열리자 선우의 모습이 시야에 가득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준수한 외모, 넓직한 어깨, 탄탄한 가슴, 적당한 키까지
여전히 멋진 외견을 가진 남자였다.
'어?'
그렇게 선우의 모습을 몽롱하게 바라보던 그녀는 의아함을 느꼈다.
그의 등에 누군가 업혀있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누구지?'
그녀는 의문 어린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그녀가 문을 열자 선우는 고개를 살짝 숙인 채 목례를 하였다.
"잘오셨어요.....소협... 그런데 등에 업힌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녀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에게 되물었다.
"이집 딸래미입니다."
"이집...딸이요?"
"네, 이소란 소저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답을 이었다.
"네에에에!??!"
그리고 그런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비명성을 내질렀다.
어째서 사랑하는 딸이 그에게 업혀있다는 말인가
"설마 이 아이가 다친건가요? 그런건가요?
그녀는 창백해진 안색으로 다급히 말을 이었다.
사랑하는 딸이 다친 건 아닐까라는 걱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친건 아닙니다. 그저 의식을 잃었을 뿐입니다."
"의식을 잃었다뇨? 중독인가요? 독에 중독된건 가요? 이현경 그 계집이죠? 그 계집이 제 딸을 이렇게 만든거죠? 이 악랄한 년! 독사같은 면모가 제 어미를 똑 닮았구나! "
잔뜩 흥분한 황보유연은 연신 분노를 토해내며 말을 이었다.
이소란이 의식을 잃었다는 말에 잔뜩 흥분한 까닭이었다.
"아니요. 취했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네에?"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되물었다.
"여아홍을 먹고 취했습니다. 아무래도 눕혀 재워야할 듯 싶습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이 착각을 해도 단단히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저를 따라오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황보유연은 뻘쭘한 표정을 짓고는 그대로 선우를 안내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살짝 미소짓고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따라갔다.
팔불출적인 면모가 꽤나 귀여워보였기 때문이었다.
********
"이곳에 눕히면 돼요."
어느새 침실로 안내한 황보유연은 침상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웃챠!"
선우는 잔뜩 만취해있는 이소란을 그대로 침상 위에 눕혀버렸다.
"우우우우웅"
푹신
잔뜩 취해있는 이소란은 푹신한 침상의 감촉이 만족스러운 것인지
행복한 신음성을 내뱉으며 침상에 더욱 파고들었다.
"죄송해요."
선우가 이소란을 침상에 눕히자 황보유연은 그에게 사과를 하였다.
그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제대로 말리지 못한 제 책임도 있으니까요."
선우는 대수롭지 않은듯 말을 이었다.
"아니에요....주량도 모르고 제대로 절제하지 못한.....란이의 잘못이 큽니다."
그녀는 송구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차피 끝난 일 아닙니까, 괘념치 마십시오."
선우는 별일 아니라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배려에 감사드려요."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슬며시 고개를 떨구며 감사를 표하였다.
그의 배려에 따뜻함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선우는 이내 그녀에게 살며시 고개를 숙였다.
이대로 물러날 심산인듯 싶었다.
"벌..벌써요!?"
"네에, 아직 술이 많이 남아서요. 빨리 먹고 싶군요."
선우는 도박장에서 챙겨온 술병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저..그럼."
그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우물거리며 말을 이었다.
"저랑...한 잔 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그녀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유부녀로서 외간 남자에게 술을 한 잔하자는 것은 무척이나 부끄러운 말이었다.
하지만 지금 그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만약 지금 놓치게 된다면 언제 다시 만나게 될지 기약 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부인께서 술을요?"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네에.."
그녀는 부끄러운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실 줄 아십니까?"
"당연하지요! 이래봬도 주당이라고 소문난 사람이에요!"
물론 거짓말이다.
술보단 차를 마시며 노닥거리는 그녀였다.
하지만 술을 못마신다고 하면 그가 미련없이 떠날 것 같았다.
어떻게든 붙잡아야한다는 마음에 거짓말이 술술 나왔다.
"흐음...따님을 보면 그렇게 보이진 않는데요....두 잔만에 취했거든요."
선우는 의심스러운듯한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영 신빙성이 없어보이는듯 하였다.
"딸과는 다르답니다."
그녀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 그럼 좋습니다. 확실히 혼자 마시는 것보단 같이 마시는게 즐거울테니까요."
선우는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안주거리를 좀 준비해올게요!"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황보유연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남아준다고 하니 기쁜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 굳이 번거롭게 준비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냥 먹어도 맛있거든요."
선우는 손사래치며 말을 이었다.
술의 쌉싸름한 뒷맛을 잡아줄 안주가 있으면 좋긴 하였지만 굳이 그녀를 번거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안주가 있어야 더 맛나지 않나요? 금방 준비할터이니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하지만 황보유연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거절을 하였다.
안그래도 술이 약한 그녀였다.
안주까지 없다면 금방 인사불성이 되어 딸과 같은 꼴이 될 것이다.
그 꼴은 볼 수 없었다.
"일단 제 방으로 가있으세요. 금방 술상을 올리겠어요."
이내 그녀는 재빨리 걸음을 옮기더니 이내 곧바로 침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녀의 걸음에는 의욕이 가득 차 있었다.
"그냥...시비한테 시키지..."
그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선우는 이내 한마디 내뱉었다.
시비가 있는데 굳이 본인이 나서서 술상을 마련하는 그녀의 모습이 의아했기 때문이었다.
********
"술상 가져왔어요."
황보유연은 환한 미소를 짓더니 이내 커다란 상을 하나 들고 왔다.
상 위에는 꽤나 많은 가짓수의 안주들이 가득 차려져 있었다.
"..........간단히 차린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 상을 본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설마하니 이렇게 진수성찬을 차려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간단히....차린다고....차렸는데....이것저것...추가하다보니....무리를 하게 되었네요.."
그녀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슬며시 붉히며 말을 이었다.
"뭐, 안주가 많으면 좋지요."
이내 선우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과하긴 했지만 싫은 것은 아니었다.
다다익선이라고 하지 않던가
안주가 많아서 나쁠 것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인께서도 앉으시지요."
선우는 맞은 편 의자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네에."
그녀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더니 이내 다소곳하게 자리에 앉았다.
"일단 잔부터 받으시지요."
쪼르르르륵
선우는 술병을 들어올리더니 이내 그녀의 잔에 조금씩 따르기 시작하였다.
대략 반절정도만 말이다.
그리고는 곧바로 자신의 잔에 따라버렸다.
그녀와 달리 가득 말이다.
"어째서....저는 반절만 따르신거죠?"
그 모습을 본 황보유연은 의아한듯 그에게 물었다.
"생각보다 독해서 말입니다. 반 잔정도만 마시고 괜찮으시면 그때 꽉 채워드리겠습니다."
선우는 재밌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주당이라고 말하지 않았나요. 여아홍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가득 따라주세요."
선우의 말에 오기가 생긴 것일까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참나 누가 모녀 아니랄까봐. 하는 짓도 똑같구만.'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실소를 흘렸다.
모전여전이라고 하지 않던가
이소란이 누구를 닮았나 했더니 어미인 황보유연을 쏙 빼닮은듯 하였다.
"알겠습니다. 대신 힘드시면 말씀하셔야합니다."
선우는 어쩔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였다.
"물론이지요!"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고개를 주억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