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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23화 (524/1,419)

〈 523화 〉 524.가벼이 인연을 쌓다.

"제 이름은 장선우입니다."

선우는 올곧은 눈빛으로 거한을 바라보며 입을 떼었다.

"무림에서는 천룡天龍이라는 과분한 칭호로 불리우고 있지요."

선우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장...장선우!?"

"천룡天龍?!"

"어째서 그가 여기에!?"

그가 정체를 밝히자 주위에 있던 사람들 모두가 경악을 하기 시작하였다.

밝혀진 그의 이름이 결코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천룡天龍 장선우

무림의 기라성과 같은 인재들로 구성되어있다는 무림 최고의 후기지수 집단인 용봉들을 단숨에 제압한 현 무림 최고의 후기지수.

천하제일인인 이재원의 뒤를 잇는 차세대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명성이 자자한 신진고수.

무림의 영웅이라고 불리우는 독왕이 키워낸 당가 최고의 비밀병기.

그런 그의 이름이 가벼울리 만무하였다.

'저자가 장선우!?'

이소란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를 바라보았다.

범상치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런 괴짜가 최고의 기재라고 불리우는 장선우일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경악의 감정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정..말...귀하가....천룡天龍이라고 불리우는 장선우 소협입니까?"

거한은 놀란듯 입을 턱하고 벌린 채 더듬거리며 말을 잇기 시작하였다.

"그리 불리우고 있습니다."

선우는 진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증명하실 수 있으십니까?"

"하하하하하하 이놈의 도박장은 뭐 그리 증명을 좋아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선우는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거한의 말이 무척이나 유쾌하다는듯이 말이다.

"제 무공이 곧 증명입니다. 뭣하면 시험해봐도 좋습니다."

이내 선우는 눈을 반짝이며 거한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자신이 가득 차 있었다.

".............."

그 눈빛을 마주한 거한은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하였다.

그 자신에 찬 눈빛에 마주하니 감히 반박할 마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실례하였습니다. 소협."

이내 거한은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사과를 하였다.

천룡이라면 자신 따위가 함부로 손댈 수 없을 정도로 지고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는 자였다.

빠르게 사과를 하는 편이 나으리라

"오, 내 말을 믿어주는 겁니까?"

"이런 압도적인 무력을 보여주었는데 어찌 믿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거한은 주위에 널부러진 경비무사들을 슬며시 둘러본 후 말을 이었다.

일류의 경지에 다다른 경비무사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한 채 말이다.

그런 압도적인 무력을 선보인 그를 어찌 의심할 수 있겠는가

"제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걸수도 있지 않습니까?"

"천무맹이 바로 코앞에 있습니다. 그런 곳에서 굳이 그런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합니다."

거한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증명이 필요하다면 시험해봐도 좋습니다."

선우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양토록 하겠습니다. 경비 대장인 저까지 무릎을 꿇는다면 도박장의 체면이 땅에 떨어질테니까요."

거한은 고개를 좌우로 살며시 저으며 거절을 표하였다.

이미 부하들이 전부 나가떨어져 망신당할대로 망신당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쓸데없는 객기를 부리고 싶지는 않았다.

"겁이 많군요."

선우는 도발적으로 그에게 말하였다.

"이 또한 연륜이지요."

거한은 능글맞게 그의 말을 넘겼다.

"그래서 저는 이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관아로 가는 건가요?"

"그럴리가요. 관과 무림은 불가침이 아닙니까? 무림인을 관아로 데려간다는 생각자체가 어불성설한 말이지요."

"참으로 불공평한 세상이군요. 이름값 때문에 죄마저 면해진다니 말입니다."

"허허허. 억울하면 성공하라는 말이 이래서 나오는가봅니다."

거한은 너털웃음을 터트리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말에 민망함이 든 까닭이었다.

"다행이군요. 관아로 끌려갈 일이 없으니 말입니다."

선우는 입가에 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태세를 전환하여 저자세로 나오는 거한의 태도가 꽤나 익살스러운 까닭이었다.

"그럼 이제 저는 어떻게 하면 됩니까?"

"원하시는대로 뭐든 하셔도 좋습니다. 그리고는 저녀석은 저희가 데려가 따로 처벌하도록 하겠습니다."

거한은 잘린 손목을 부여잡은 채 널부러져있는 도박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물론 소협께서 개인적인 처벌을 하신다면 말리지는 않겠습니다."

"되었습니다. 이미 목은 받았으니까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미 도박사에게 목숨보다 소중하다는 손목을 빼앗은 참이었다.

여기서 굳이 무언가 더 하고 싶지는 않았다.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거한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도박장 측에 도박사를 넘겨준 것에 대한 감사를 표한 것이다.

도박사는 도박장 측에서 정식으로 고용된 자였다.

그런 자가 문제를 일으켰다면 도박장에서 직접 처벌하는 편이 잡음이 생기지 않았다.

손님이 직접 도박사를 처벌할 경우 도박장의 위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손쉽게 넘겨주니 감사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건 그렇고 보상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 자식 때문에 손해입은 액수들 말입니다."

선우는 손가락으로 도박사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물론 전부 보상해드려야지요. 도박사가 딴 돈을 전부 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해 또한 감안하여 도박장 측에서 일정 액수의 보상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거한은 정중하게 고개를 숙이며 말을 이었다.

"그것 참 마음에 드는군요."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도박사가 딴 돈 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피해보상금까지 쥐여주려는 그의 대처가 상당히 마음에 든 까닭이었다.

"부디 남은 시간도 즐겁게 보내시길 빌겠습니다."

거한은 재차를 인사를 건네었다.

그리고 숙였던 고개를 들어올리고는 주사위를 굴렸던 탁자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덥석

그다음 바닥에 나동그라져있는 도박사를 붙잡았다.

"심려를 끼치드려서 죄송합니다. 보상은 충분히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현경과 이소란을 비롯한 도박꾼들에게 사과를 하였다.

저벅 저벅

그다음 도박사를 질질 끌며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이내 거한이 사라지고 주위에는 쓰러져있는 경비무사들과 장선우 그리고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소란의 일행들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한 판 더 할까요?"

선우는 이소란과 이현경을 비롯한 도박꾼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크흠...나는 이만해보도록 하겠네."

"저도 오늘은 날이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은 도박꾼들은 학을 떼며 자리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같이 짜고 치던 도박사가 비참한 꼴을 당한 것은 물론 도박장 관리자에게 끌려가버렸다.

그런 상황에서 여유롭게 도박을 이어갈 수 있을 리 만무하였다.

한 패인 것이 들키기 전에 빠르게 빠지는 것이 나으리라

"아쉽군요. 그럼 소저들은 어떻습니까?"

그들이 빠진다고하자 선우는 짐짓 아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이소란과 이현경을 바라보며 물었다.

"저희도 오늘은 이만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을 들은 이현경은 빠르게 거절의 의사를 표하였다.

이미 상황이 꼬일대로 꼬인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도박장에 더 머무는 것은 자충수였다.

'천룡...천룡...천룡!!!'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장선우를 노려보았다.

그녀는 장선우에게 극심한 원한을 품고 있었다.

비록 만난 적은 없지만 삼촌인 독왕의 제자이자 이모인 독서시의 약혼자로서 자신을 지지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던 당가의 고수.

하지만 스승과 연인을 버리고 이예설을 지지하리라 입장을 바꾼 당가의 패륜아.

그런 그에게 원한을 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네놈이 감히 나를 방해해?'

그녀의 차가운 눈빛에는 살기마저 어리기 시작하였다.

"전 더하겠요!"

그때 옆에 있던 이소란이 큰소리로 말을 이었다.

"뭐...뭐라고!?"

자신의 말에 따르지 않은 이소란을 보며 이현경은 당혹스러운듯 되물었다.

"아직 제대로 따지 못했잖아. 이대로 가기엔 너무 아쉬워."

"이야, 소저는 도박사 기질이 있군요."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란매, 이만가자. 아무래도 오늘은 날이 아닌듯 싶어."

그녀는 이소란을 바라보며 은근한 목소리로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갈거면 경매나 가는 게 어때? 난 아직 제대로 된 도박을 즐기지 못했다구!"

"............"

그녀의 확고한 의지를 마주한 이현경은 입을 꾹 다물었다.

아무래도 그녀를 설득하는 건 무리인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알았어, 그럼 나 먼저 가보도록 할게."

그리고 이내 그녀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이소란을 장선우와 함께 냅둔다는 사실이 걸리기는 하지만 도박장에 더 머무를 수는 없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멀리 안나갈게. 경매."

이소란은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이현경은 그런 이소란을 유심히 보더니 이내 곧바로 몸을 돌려버렸다.

그리고는 그대로 도박장 밖으로 나가버렸다.

고운 아미를 잔뜩 찌푸린 채 말이다.

주사위를 굴리던 탁자에는 선우와 이소란만 남게 되었다.

"설마 당신이 천룡일 줄 상상도 못했어요."

탁자에 단 두사람만 남게 되자 이소란이 입을 열었다.

"뭐, 이마에 써붙이고 다니는 것도 아니니 모를 만도 하지요."

"최고의 후기지수라는 분이 이렇게 도박장에 드나들어도 되나요?"

"그깟 허명에 매여서 살면 얼마나 재미없겠습니까? 마음가는대로 살아야지요."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마음가는대로 속임수를 쓴 도박사의 손목을 자른건가요?"

그녀는 날카로운 눈초리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는 분명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걸 거절하는 건 그자였지요."

"그래도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해요."

"도박장도 그냥 넘어가는데 뭐 어떻습니까?"

선우는 재밌다는듯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썩은 세상이네요."

그녀는 질린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썩은 세상이기에 법에 의지하기보단 스스로의 신념에 맞게 사는 편이 좀더 속이 편합니다."

"합리화라고 생각되지 않나요?"

"전혀요."

선우는 당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절레 절레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살며시 저었다.

말로는 이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탁자 위에 커다란 술병과 잔을 두 잔 올려놓았다.

"이게 뭡니까?"

선우는 술병을 올려놓은 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도박장에서 건네는 사과의 표시입니다."

술을 가져온 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술보단 돈이 좋은데......"

"사십 년 묵은 여아홍입니다. 아무래도 돈보단 이녀석이 나을 것입니다."

"사십 년 묵은 녀석이라면 이야기가 다르지."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입맛을 다시며 말을 이었다.

사십년 묵은 여아홍이라면 돈을 주고 구하기 힘든 귀물이었다.

그의 말대로 돈보다 좋은 것이리라

"와아...사십년 묵은 여아홍이요!?"

그때 옆에 있던 이소란이 소랍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그녀 또한 사십년 산 여아홍이 돈을 주고도 구하기 힘든 명주라는 것을 알고 있던 탓이었다.

"그렇습니다. 예전에 빚 담보로 받아둔 녀석이지요."

꿀꺽

그의 말을 들은 이소란은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그리고는 곧바로 잔을 집어들었다.

"빨리 마셔봐요!"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재촉하듯 말하였다.

"그렇게합시다. 저도 마침 술 맛이 궁금했으니 말입니다."

선우는 동의하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는 곧바로 술병을 들어올렸다.

쪼르르르

그다음 그녀의 잔에 반정도 채워주고는 그대로 자신의 잔에 따르기 시작하였다.

그녀와 달리 잔이 가득 차게 말이다.

"뭐에요! 왜 다 안채워줘요!"

선우가 잔을 다 채워주지 않자 이소란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여자는 그정도만 마시면 충분합니다."

"뭔가요! 그런 성차별적인 발언은!"

"성차별이 아니라 배려를 한겁니다. 여자가 먹기엔 사십년이나 묵은 술은 너무나 독하니까요."

"무시하지마요!"

휘익

이소란은 선우에게서 술병을 가로채버렸다.

콸 콸

그리고는 그대로 반정도 찬 술잔에 술을 들이붓기 시작하였다.

"소저, 무리하면 안됩니다. 술이라는 것은 무릇 주량만큼 마셔야 즐길 수 있는 법입니다."

선우는 짐짓 걱정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 주량은 제가 잘알아요!"

벌컥 벌컥

선우의 걱정에 오기가 발동한 이소란은 그대로 술을 단번에 들이켜버렸다.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말이다.

"푸하아아...보세요...다 마셨잖아요!"

그녀는 자랑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알았으니까 이제 진정하시지요."

선우는 그녀를 진정시키며 말을 이었다.

"근데...술..되게 맛있네요."

콸 콸

그녀는 다시금 술병을 들어올려 잔에 따르기 시작하였다.

이내 잔에는 다시금 술이 가득 담기기 시작하였다.

꼴깍 꼴깍

술을 가득 담은 그녀는 그대로 술을 한번에 들이켰다.

타는듯한 목넘김이 그녀의 목을 화끈하게 만들기 시작하였다.

'맛있어.'

술을 완전히 다 들이킨 그녀는 생각하였다.

너무나 맛있다고 말이다.

"후에에에....봐바아아여.....저 잘마시져!"

그녀는 잔뜩 상기된 얼굴을 한 채 혀가 꼬인 발음으로 말을 내뱉었다.

단 두 잔만에 완전히 취하고만 것이다.

'이게 아닌데..'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가벼이 대작을 하며 친분을 나눌 심산이었건만 두 잔만에 잔뜩 취해버리니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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