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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21화 (522/1,419)

〈 521화 〉 522. 이 새끼는 첫 판부터 장난질이네?

털썩

"자리 빈거 맞죠?"

이소란의 의자에 착석한 남자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

그러자 일촉즉발의 상황에 마치 물을 끼얹은듯 가라앉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남자의 등장에 맥이 끊어져버린 것이다.

"자리 비운거 아니에요!"

별안간 자리를 빼앗긴 이소란이 언성을 높였다.

"그래요? 그럼 옆으로 가죠 뭐."

그녀의 말을 들은 남자는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짓더니 그대로 옆자리로 이동을 하였다.

도박사를 비롯한 탁자에 있는 모든 이들이 남자를 주목하였다.

눈치없이 끼어드는 남자의 기행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해요? 주사위 안굴려요?"

시선이 주목되자 남자는 의아한듯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도박사가 굴리라는 주사위는 안굴리고 딴짓을 하니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굴..굴려야죠...하지만 다른 분들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도박사는 정중한 태도로 남자에게 말하였다.

이곳은 귀빈들을 위해 마련된 고급도박장이었다.

달리 말하면 이곳에 출입하는 모든 이들은 귀빈이라는 말이 된다.

눈앞에 후줄근해보이는 남자도 말이다.

정중하게 대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치들이 전세를 낸 것도 아니고 주사위 도박을 하는데 무슨 허락이 필요합니까?"

남자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골패와 달리 주사위 도박은 빈자리에 착석을 하면 되었다.

도박꾼끼리 돈을 따는 골패와 달리 도박장에 고용된 도박사로 부터 돈을 따내는 도박이었기 때문이었다.

"............"

그의 말을 들은 도박사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시발.....어디서 굴러들어온 말뼉다구야!'

도박사는 짜증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저새끼만 아니었어도 이소란에게 얌전히 뺨을 맞았을 것이고 천냥이라는 거금을 손에 넣게 되었을 것이다.

그런데 저 듣도보도 못한 인간 때문에 모든 것들이 엉망이 되었다.

짜증이 나지 않을 리 없는 것이다.

탁 탁

"어이 아가씨도 어서 와서 앉으라고."

도박사가 말이 없자 남자는 멀뚱히 서있는 이소란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옆에 있는 의자를 두드리면서 말이다.

"..............."

이소란은 그런 남자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성큼 성큼

그리고는 이내 자리에 착석해버렸다.

맥을 끊어버린 남자의 등장으로 머리가 어느정도 식혀진 까닭이었다.

'저 자식이...'

이소란이 그대로 자리에 앉자 이현경은 고운 아미를 찌푸렸다.

계획이 어긋나버렸다는 생각에 짜증이 치밀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돌리겠습니다."

이소란이 자리에 앉자 도박사는 주사위를 주워들었다.

촤르르르

그다음 바닥에 그대로 굴려버렸다.

이내 바닥에 닿은 주사위가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주사위가 멈춘 순간

도박사는 그릇을 엎어버렸다.

"이오!"

도박사가 그릇을 엎자 이현경은 은자 하나를 내려놓으며 말을 내뱉었다.

"삼오!"

"일육!"

"삼사!"

그러자 곧이어 다른 도박꾼들도 너도나도 돈을 걸기 시작하였다.

".............삼...삼"

곧이어 이소란이 말을 내뱉었다.

그녀가 건 눈금은 먼젓번과 같은 삼삼이었다

'걸려들었군.'

그 말을 들은 도박사는 히죽거리며 미소를 지었다.

티나게 보여줬더니 냉큼 미끼를 물어버린 것이다.

"삼삼."

그때 이소란의 옆에 있던 남자가 담담히 말을 내뱉었다.

'이새끼도 걸려들었네?'

도박사는 의외라는듯 그를 바라보았다.

후줄근한 행색과 달리 꽤나 날카로운 눈초리를 갖고 있는 사내인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흐흐흐 하지만 소용없지.'

물론 날카로운 눈초리 따위가 도움이 되진 않을테지만 말이다.

명백한 사기도박에 날카로운 눈초리가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그는 그릇을 들어올리기 전 깍지를 낀 뒤 새끼손가락으로 약지에 끼워져있는 반지를 만지작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육안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가느다란 은사가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새끼손가락에 얽히기 시작하였다.

그다음 천천히 손을 벌리자 은사 쭉 이어졌다.

도박사는 그 상태로 슬며시 접시를 들어올린 새끼손가락을 살짝 움직였다.

그러자 삼삼을 향하고 있던 주사위가 그대로 뒤집어지더니 사오를 향하기 시작하였다.

새끼 손가락 사이에 연결된 투명한 은사에 의해 주사위가 다시금 굴려진 것이다.

그의 입가에 음흉한 미소가 지어졌다.

그리고는 반지가 끼워진 약지를 두어번 아래로 까닥이기 시작하였다.

슈르르륵

그러자 새끼에 매어져있던 은사가 순식간에 반지로 복귀를 하였다.

'흐흐흐흐흐'

완벽한 마무리였다.

그때 갑자기 누군가 탁자를 거세게 내려쳐버렸다.

"이 새끼는 첫 판부터 장난질이네?"

그리고는 그대로 손을 휘둘러 도박사의 뺨을 후려쳐버렸다.

짜악

"끄아아악!"

도박사는 비명을 지르더니 그대로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갑작스러운 충격을 견디지 못하고 그대로 넘어진 것이다.

"크흐으윽...이게 무슨 짓입니까!"

바닥에 나동그라진 도박사는 핏발 선 눈빛으로 뺨을 후려친 남자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그의 눈빛에는 분노가 가득 서려있었다.

"뒈질래?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도박사의 분노 어린 눈빛을 마주한 남자는 되려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도박장 내부에 있던 사람들의 시선이 온전히 그들에게 쏠리기 시작하였다.

저벅 저벅

남자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도박사의 코앞까지 걸어갔다.

"누가 장난치래? 손모가지 잘라줄까?"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장난이라뇨!"

"잡아떼는거 보소."

남자는 발을 들어올린 뒤 도박사의 가슴을 그대로 짓밟아버렸다.

"흐으윽!"

"똑바로 말 안해?"

남자는 서슬퍼런 기색으로 도박사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정말 억울합니다! 저는 사기같은 걸 친 적이 없습니다!"

도박사는 억울함이 가득한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지랄하고 있네. "

하지만 남자는 그런 도박사의 말을 코웃음치며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불신이 가득 차 있었다.

"너 내가 증명하면 어쩔래? 손목 자르는 걸로 할래?"

".............."

남자의 서슬퍼런 협박에 도박사는 입을 꾹 다물었다.

자신감 넘치는 남자의 모습에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속임수가 들통난게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말이다.

'어떻게하지...어떻게 하지.....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도박사는 고심에 빠져들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가 허세를 부리는 거라면 흔쾌히 대답하면 되었다.

손목을 걸 수 있다고 말이다.

어차피 증명해내지 못할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만약 그의 말이 허세가 아닌 진짜라면

정말로 증명해낼 수 있다면 손목이 잘리고 말 것이다.

천냥 벌겠다고 평생 밥벌이를 잃게 되는 것이다.

어찌 쉽사리 말을 내뱉을 수 있겠는가

그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고민하고 또 고민하였다.

어떤 대답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왜 대답이 없냐? 쫄리냐?"

도박사가 대답이 없자 남자는 살벌하기 그지 없는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게 지금 뭐하는 짓인가요!"

그때 잠자코 지켜보고 있던 이현경이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내질렀다.

"손 장난을 치는 못된 도박사를 잡고 있습니다. 소저."

그녀의 고함을 들은 남자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 남자가 무슨 장난을 쳤다는 말인가요! 제 눈에는 그런 낌새가 전혀 보이지 않았어요!"

"제 눈에는 훤히 보이더군요. "

"증거가 있나요?"

그녀는 싸늘한 눈빛으로 남자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물론이죠. 제 이 두눈이 바로 증거입니다."

남자는 검지와 중지로 양 눈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당신만 본 사실은 증거가 될 수 없어요."

이현경은 싸늘한 눈초리로 남자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여기 선례도 있죠."

그녀는 비웃는듯한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는 이소란을 눈짓하였다.

그러자 이소란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눈짓에 수치심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증명할 수 있습니다."

남자는 확신에 찬 눈빛을 반짝거리며 입을 열었다.

"증...증명이요?"

"그렇습니다. 제 목을 걸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그의 확신에 찬듯한 눈빛을 마주한 이현경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체 뭘믿고 저리 확신을 한다는 말인가

'설마 진짜 알아챈건가?'

그녀는 불안감이 드는 것을 느꼈다.

저 남자가 속임수를 간파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그럴리 없어!'

하지만 이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던 불안감을 그대로 지워버렸다.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도박사가 가지고 있는 극미세사는 최근 당가에서 개발된 신소재였다.

인면지주가 내뿜는 실로 만들어졌으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미세한 굵기를 자랑하는 극미세사였다.

그런 물건을 저런 후줄근한 인간이 알아볼리 만무한 것이다.

".........증명해보세요."

그의 말이 허세라고 판단한 이현경은 의심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전에 약조부터 받아야겠습니다."

"약조라니....그게 무슨."

"전 이 증명에 목을 걸었습니다. 그러니 도박사도 증명해내지 못하는데 목을 걸었으면 합니다."

남자는 싸늘하기 그지없는 눈빛으로 도박사를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러자 도박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지기 시작하였다.

남자의 얼굴에 진심이 엿보였기 때문이었다.

거절해야한다.

당장 저자의 제안을 거절해야한다.

"저..저는!"

도박사가 다급히 말을 내뱉기 시작할 때였다.

[걸어라.]

갑자기 그의 귓가에 차갑기 그지없는 음성이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전음입밀(傳音入密)!?'

이내 도박사는 음성의 주인이 자신에게 천냥짜리 의뢰를 한 이현경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수 있었다.

[전부 허세다. 당가에서 개발해낸 귀물이 저런 한량에게 들킬 리 없지 않느냐!]

이현경은 전음으로 도박사에 내기에 응하라고 종용하기 시작하였다.

이대로 속임수를 인정하게 된다면 지금껏 이소란을 압박했던 것들이 전부 무용해지기 떄문이었다.

"............."

그는 거무죽죽한 표정을 지은 채 이현경을 바라보았다.

목이 잘릴지 모른다는 공포심에 입이 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가 어디란 말이더냐? 관아에 공식적으로 허가받은 귀빈용 도박장이 아니더냐? 그런 곳에서 어찌 피가 난무한다는 말이더냐? 목을 자른다는 것은 허세에 불과하다. 그러니 겁먹지 말고 어서 수락하거라. 혹여 저자가 이상한 낌새를 보인다면 내 몸소 막아주겠다.]

그녀는 도박사를 은근한 목소리로 회유하기 시작하였다.

두려움에 몸을 떨고 있는 상태에서는 다그치는 것보단 타이르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판단은 정확하였다.

'그래, 여기는 제남에 내노라하는 귀빈들이 상주하고 있는 고급 도박장이다. 이런 곳에서 극단적인 행동을 할 리 없어.....분명 허세일 것이다.'

도박사는 이현경의 말에 이내 수긍을 하였다.

그녀 말대로 겁을 주기 위한 허세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었다.

"좋소! 내 목을 걸겠소! 하지만 그대가 만약 증명치 못한다면 내 직접 목을 자르리라!"

이내 자리에서 일어난 도박사는 품에 있던 비수를 꺼내든 뒤 탁자를 찍어버렸다.

나름의 위협을 가한 것이다.

"기개있어서 좋네."

그 모습을 본 남자는 입가에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

일이 재밌게 돌아간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어디 증명해보거라!"

"좋아."

남자는 도박사를 향해 성큼성큼 다가갔다.

움찔

그가 다가오자 도박사는 가늘게 몸을 떨었다.

"내놔."

어느새 그의 앞에 도달한 남자는 손을 뻗었다.

"뭐...뭘 말이오."

도박사는 남자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당황스러운듯 되물었다.

"반지. 내놓으라고."

"이...이건 내 죽은 처가 남긴 유일한 증표요! 그런데 어찌 이걸 내놓으라는 말이오!"

"맞고 내놓을래? 그냥 내놓을래?"

"줄 수 없소! 그대는 속임수를 증명한다고 하지 않았소!? 그런데 어찌 반지를 내놓으라는 말을 하는 것이오!"

"반지로 속임수를 부렸으니까 그렇지."

남자는 짜증난다는듯이 얼굴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억측이오!"

"억측인지 아닌지는 내놓으면 될 것 아니야?"

남자는 도박사의 반지를 향해 천천히 손을 뻗었다.

휘익

그러자 도박사는 재빨리 손을 뒤로 숨겼다.

그에게 건네줘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계..계속 이렇게 무도하게 나온다면 가만 두지 않겠소! 이건 내 아버지께서 물려주신 소중한 유품이라는 말이오!"

너무 당황한 도박사는 앞뒤 안맞는 말을 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아까는 죽은 처가 남긴 사랑의 증표라메?"

"그...그...아버지께서 처에게 남기셨소!"

"그러니까 아버지가 처에게 남긴 유품을 네가 다시 너한테 남긴 거네? 둘다 죽었고?"

"그렇소!"

도박사는 당당하게 답을 하였다.

"꽤액!"

남자는 그대로 도박사의 머리통을 후려쳐버렸다.

그러자 도박사의 입에서는 돼지 멱따는 소리가 터져나왔다.

너무나 극심한 고통을 느낀 까닭이었다.

"지랄하네."

도박사의 머리통을 후려친 남자는 인상을 찌푸리며 욕설을 내뱉었다.

도박사의 개소리에 짜증이 난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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