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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518화 (519/1,419)

〈 518화 〉 519. 순진한 유부녀를 꼬여내다.

천룡 장선우

과거 기라성처럼 빛나던 최고의 후기지수들인 용봉들을 단번에 고꾸라뜨려버린 최고의 기대주이자 차기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남자.

독왕의 제자이면서 독서시 당서윤과 파혼 후 이예설의 밑으로 들어간 야망이 넘치는 남자.

그런 남자가 어째서 자신의 눈앞에서 차를 마시고 있다는 말인가

'어째서? 왜? 그가...여기에..'

소문으로만 들었을 뿐

실제로 장선우로 만나본적 없는 그녀였다.

그런데 별안간 자신을 도와준 준수한 남자가 장선우라고 하니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황보유연의 머릿속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남자의 정체에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대체....당신..여기에?"

이내 황보유연은 심각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라뇨? 부인께서 차를 권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그게...그러니까...그.."

이내 황보유연은 말을 더듬기 시작하였다.

묻고 싶은 것은 많았다.

어째서 자신을 가려주었는지

어째서 자신을 처소까지 데려다주었는지

어째서 자신을 위로했는지

하지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너무나 많은 의문들로 인해 혀가 꼬여버렸기 때문이었다.

"부인."

그녀가 말을 더듬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그녀를 불렀다.

"잠시만 말을 멈추고 숨을 고르시지요. 지금 너무 당황한듯 싶습니다."

"..............."

그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후우우우우우우"

그다음 천천히 심호흡을 하며 숨을 고르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당황하였던 마음이 조금씩 진정되기 시작하였다.

"어째서 저를 도와주신거죠?"

이내 마음을 진정시킨 황보유연은 의문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부인께서 그곳에 있었으니까요."

"네에?"

"부인께서 제 앞에 넘어져 울고 있지 않으셨습니까? 그런데 제가 어찌 그냥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선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하...하지만...저는 당신의 적이에요. 당신이 지지하는 이예설과 경합을 벌일 이소란의 어미란 말이에요..그런데 어찌...."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자신은 엄연히 그의 적이었다.

비록 파벌의 세는 가장 약하였고 후계 경쟁에서 승리할 확률은 희박하였지만 엄연히 경쟁자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그런 자신을 그리도 친절하게 도와줄 수 있다는 말인가

자신이 창피를 당할 수록 그들에게는 득이 되었으면 되었지 실이 될 일은 없기 때문이었다.

"상관없습니다."

"뭐..뭐라구요!?"

"곤란한 사람이 있다면 돕는 것이 인지상정이 아니겠습니까? 어찌 파벌이 다르다하여 부인의 곤란함을 못본 척 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선우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그의 진지한 눈빛을 마주한 황보유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의 눈빛에서 진심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릇이 다른 아이구나.'

더불어 그에 대한 호감이 무럭무럭 피어나기 시작하였다.

"....추궁하듯 물어봐서 죄송해요."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정중히 사과를 건네었다.

은인에게 무례하게 굴었다는 생각에 부끄러움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아닙니다. 충분히 의심스럽다고 여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부인이 말씀하신대로 저희는 다른 파벌에 속한 이들이니까요."

그녀의 사과에 선우는 다 이해한다는듯 자애로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배려해주고 있구나.'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의 눈동자가 잘게 떨리기 시작하였다.

그가 또다시 자신을 배려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너무 죄송해서...."

그녀는 다시금 사과를 하였다.

배려를 받으니 죄책감이 배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되려 자꾸 사과를 하시니 제쪽에서 민망한 기분이 드는군요. "

"사과해서 죄송해요."

"부인께서는 은근 집요하신 구석이 있으시군요."

그녀의 거듭되는 사과에 선우는 작은 미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연신 사과를 하는 그녀의 모습이 꽤나 귀여워보였기 때문이었다.

"사과는 이제 되었습니다. 대신 다른 재미난 이야기를 하도록 하죠."

"재미난 이야기요?"

그녀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선우에게 물었다.

"부인께서는 잔혈검귀라고 들어보셨습니까?"

선우는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잔혈검귀요!?"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의 얼굴에 호기심이 어리기 시작하였다.

********

"정말인가요? 정말로 소협이 잔혈검귀 피상득을 잡으신 건가요?"

황보유연은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잔혈검귀가 누구란 말인가

천무맹주 이재원조차 놓쳐버린 흉악하기 그지없는 살귀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자를 후기지수에 불과한 장선우가 잡아버린다는 말인가

"정말입니다. 단칼에 그자의 목을 베어버렸지요."

선우는 과장되게 손을 휘두르며 익살스럽게 말을 이었다.

"대...대단해요."

선우의 무용담을 들은 황보유연은 감탄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단할 것도 없습니다. 그저 제가 그보다 강했을 뿐이지요."

"과연 최고의 후기지수 다운 일면이군요."

"자꾸 금칠을 해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선우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슬며시 붉히며 말을 이었다.

"금칠이 아니라 진담입니다. 소협. 소협같은 협객이 있다는 것은 정파무림의 홍복이에요."

"하하하하하 부인께서는 혀에 꿀을 바른듯하군요."

선우는 호탕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데 소협, 현상금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녀는 궁금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피상득에게는 어마어마한 현상금이 걸려있었다.

과거 그에게 손녀딸을 잃은 중원 오대 거부 손창벽이 전재산의 반절을 걸었기 때문이었다.

"현상금이요?"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에, 전부 수령하셨나요?"

"전부 수령하였습니다."

물론 거짓말이었다.

깜빡하고 목을 북해빙궁에 놓고 온 그였다.

그런 그가 현상금을 수령했을 리 만무하였다.

하지만 그의 직감이 말하고 있었다.

지금 이 타이밍에는 재력을 과시해야한다고 말이다.

"대단해요...소협.."

그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부러운듯한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아직 이립도 안된 나이에 경제적인 자유를 누리게 된 선우의 처지가 너무나도 부러웠기 때문이었다.

"운이 좋았을 따름입니다."

선우는 겸손한 태도로 말을 받았다.

"저도 그런 행운이 좀 따랐으면 좋겠네요....."

그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무엇하나 잘되는 것 없는 자신과 달리 승승장구하며 세상의 모든 것들을 독차지하는 선우를 보니 박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부인도 충분히 운이 좋지 않습니까?"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제가요? 정녕 그리 보이나요?"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실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 눈에는 그렇게 보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럼 말해주실 수 있나요? 제가 어디가 그렇게 운이 좋은지 말입니다."

그녀는 회의적인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일단 아름다운 외모를 타고나시지 않으셨습니까? 옛말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아름답게 태어난 것은 향시,회시,전시를 단번에 합격하는 것과 다름없는 행운이라고 말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황보 부인께서는 어마어마한 행운을 타고난게 아니겠습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농..농이 지나칩니다. 소협,"

황보유연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반박을 하였다.

그가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농이 아닙니다. 부인."

선우는 한없이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꿀꺽

그 눈빛을 마주한 황보유연은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쿵쾅 쿵쾅

더불어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그의 달달하기 짝이없는 말이 가슴 속 깊은 곳을 미친듯이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진정하자....진정해..'

그녀는 쿵쾅거리는 심장을 애써 진정시키기 시작하였다.

혹시라도 그가 자신의 심장소리를 들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고마워요.....그런 칭찬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 것 같아요.."

이내 황보유연은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세상 사람들 눈이 삐어버린듯 합니다. 이렇게 아름다우신 분을 몰라뵙다니 말입니다."

"그 눈 삔 사람들 중에 천무맹주도 있는데요?"

"이런, 부인께서는 필히 비밀로 해주셔야합니다. 안그랬다간 맹주모독죄로 잡혀갈지도 모릅니다."

선우는 검지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댄 뒤 과장스럽게 말을 이었다.

"글쎄요. 어떻게 할까요?"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여운지 황보유연의 입가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이참에 유력한 경쟁자를 배제시키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황보유연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큰일났군요. 아무래도 이번 경합에서 이예설은 탈락할 듯 싶습니다. 안타깝군요."

"미안하지 않으세요?"

"어쩔 수 없지 않습니까?"

선우는 태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하하하하하하하"

이내 황보유연의 입에서 웃음이 터져나왔다.

익살스러운 그의 모습을 보니 도저히 즐거움을 참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마주 웃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한창동안이나 웃으며 방안을 떠들썩하게 만들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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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얼마나 웃었을까

".....고마워요..소협..덕분에 한참 웃었어요."

이내 웃음을 그친 황보유연이 환하게 웃으며 고마움을 표하였다.

그 덕분에 울적한 마음이 상당수 날아가버렸다.

어찌 고맙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별말씀을요. 저도 덕분에 즐거웠습니다."

선우는 별일 아니라는듯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마음같아선 뭐라도 쥐여주어 보답을 하고 싶은데 보다시피 딱히 줄만한 게 없네요."

그녀는 정갈하다기 보단 황량하다는 말이 어울리는 방안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확실히 가져갈만한 건 없어보이는군요."

"너무 황량하지요?"

황보유연은 민망한듯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도둑이 들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것 참 다행이네요."

선우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어이없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든 칭찬해주려는 쓸데없는 배려에 황당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

이내 두 사람 사이에 어색한 침묵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얼마나 침묵이 흘렀을까

"소협은 정말 친절한 것 같아요."

이내 황보유연이 천천히 입을 떼어내었다.

"제가요?"

선우는 모르겠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그저 울고 있다는 이유로 저를 도와주셨잖아요......경쟁하는 사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그건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누가 있다해도 똑같이 하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제게 온 건 소협이었어요."

황보유연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끝까지 물어보시지 않으셨잖아요."

"어떤 것을 말입니까?"

"제가 왜 그렇게 엉엉 울고 있었는지 말이에요."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거야.....속사정을 굳이 캐묻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선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맞아요. 도리가 아니죠.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도리를 가끔 잊더라구요. 친절이라는 가면을 쓰고 위로라는 명분으로 갈갈이 찢긴 마음을 다시금 후벼파기도 하더라구요."

그녀는 올곧은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고마워요. 상처를 후벼파는 대신 그저 풀어주기만 해주셔서요."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짧게 목례를 하였다.

천무맹의 안주인으로서 일개 후기지수에 불과한 그에게 고개를 숙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지금은 그저 자신의 텅빈 마음을 웃음으로 채워준 남자에 대한 예의를 차릴 뿐이었다.

"...........위안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더니 이내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까지 감사 인사를 받을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럴려고 그런게 아닌데....'

선우는 당혹스러움을 느끼고 있었다.

사실 선우는 그녀가 어째서 울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다.

기감을 증폭시켜 이재원에게 한소리를 듣는 것을 전부 엿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우는 이유를 굳이 묻지 않았다.

알고 있는 것을 뭣하러 묻는다는 말인가

그런데 그런 행동이 그녀에게는 배려로 다가온듯 싶었다.

이렇게 고개를 친히 숙일 정도로 말이다.

당황하지 않을수가 없었다.

"그건 그렇고 부인, 한 가지 궁금한게 있습니다."

이내 선우는 민망함을 견디지 못하고 입을 놀렸다.

화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

"제가 답할 수 있는 내용이라면 무엇이든 답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녀는 정중하기 그지없는 태도로 말을 이었다.

"방이 어째서 이리도 황량한 것입니까?"

선우는 황량하기 짝이없는 방안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처음부터 곤란한 질문을 물으시는군요."

그리고 선우의 직설적인 질문을 들은 황보유연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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