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5화 〉 506.딸에게 경멸을 받다.
털썩
팽가련은 그대로 무릎을 꿇고 말았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이내 실성한듯 비명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결코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절대 일어나서는 안될 일이 일어나버렸다.
딸이 모든 것을 봐버린 것이다.
천륜마저 거스르는 배덕적인 현장 모두를 말이다.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대체 이런 상황에서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변명?
상황설명?
사과?
모두 필요없었다.
어떤 말을 하든 소중한 딸이 입은 마음의 상처는 회복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팽가련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후회와 회한이 담겨있는 서글픈 비명소리를 말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아!!!"
두껍고 굵은 진주알같은 눈물이 또르르 흐르기 시작하였다.
서글픔이 극대화되면서 눈물 샘이 미친듯이 자극되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완숙한 몸매로 그를 유혹하여 파벌에 끌어들인것?
그와 연아의 혼인을 약조한 것?
시도때도 없이 그의 자지를 받아들인 것?
밀실에서 천박한 말을 내뱉으며 정사를 나눈 것?
알수 없었다.
잘못 된 것이 너무나도 많아 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
팽가련은 괴성을 지르며 울고 또 울었다.
마치 실성한 사람처럼 말이다.
그렇게 그녀의 눈에서 눈물조차 말라 피눈물이 흘러나올 때쯤이었다.
저벅 저벅
강명이 낡은 옷장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여유롭게 말이다.
그리고 이내 그녀가 주저앉아있는 곳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야, 사람이 너무 울면 피눈물도 나오는군요."
강명은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팽가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무척이나 재밌다는듯이 말이다.
"강...명...네가...어찌....감히.."
그녀는 원망 어린 표정으로 강명을 노려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에 대한 배신감이 미친듯이 치솟아올랐기 때문이었다.
분명 비밀로 해준다고 약조를 하였다.
분명 딸에게는 어떠한 것도 알리지 않겠다고 약조를 하였다.
그런데 대체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밀실에 딸을 숨겨놓고 정사를 나누는 것을 관전하게 하다니 말이다.
배신감이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원망이 들지 않을 리가 없었다.
화가 나지 않을 리가 없었다.
"무슨 문제라도 있으십니까?"
강명은 원망 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팽가련을 바라보며 물었다.
"대체...어째서...내게..왜..이러는겁니까?"
그녀는 피 눈물을 뚝뚝 흘리며 강명에게 물었다.
"뭐가 말입니까?"
강명은 모르겠다는듯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대체 내게 무슨 억하심정이 있어서 이러는 것입니까!"
"이런......제 딴에는 장모님을 배려한 것인데...아무래도 너무 과한 배려였나보군요."
강명은 안타까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대체 어디가! 배려라는 것인가요! 대체 무엇이!"
"즐기시지 않으셨습니까? 딸과 정을 통한 남자에게 박히고 있는 기분을 말입니다."
"아..아니야!"
"아니긴요. 아까 분명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딸이 방해가 된다고요. 제게 박히고 싶은데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딸이 너무나 방해가 된다고요."
"그...건...흥분해서 멋대로!"
"아니죠. 본심이 나온 것입니다. 속내에 감추고 있던 본심이 말입니다. 장모님은 저를 독차지하고 싶었던 겁니다. 딸로부터 완전히 빼앗고 싶었던 겁니다."
"아니야! 아니야!"
팽가련은 격렬하게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부정하였다.
"그럼 그 밑에 흐르고 있는 것은 뭔가요?"
강명은 바닥에 적시고 있는 애액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딸에게 모든 걸 들켰음에도 아직도 보짓물을 질질 흘리고 있지 않습니까?"
"뭐...뭐라고!?"
그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다급히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보지에서 애액이 쉴새없이 흘러나오며 바닥을 적시고 있는 모습을 말이다.
그녀의 표정에는 당혹스러움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장모님은 윗입에 비해 아랫입이 더욱더 정직하신 분인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본 강명은 비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당혹스러운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아...아니야아아아아!"
그녀는 격렬하게 부정하였다.
"귀청 떨어지겠습니다. 장모님."
강명은 귀를 막는 시늉을 하며 말을 이었다.
"뭐, 저는 믿어드릴 수 있습니다. 저희가 한두번 밤을 지샌 사이도 아니니까요. 하지만 연매가 믿어줄지는 의문이군요."
강명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묶여있는 이기연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벌떡
그러자 팽가련이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났다.
휘리리릭
그리고 묶여있는 이기연의 몸을 풀어주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이기연은 순식간에 자유의 몸이 될 수 있었다.
짝
그리고 몸이 자유로워진 이기연은 그대로 손을 들어올려 팽가련의 뺨을 후려갈겼다.
밀실이 울릴 정도로 무척이나 강하게 말이다.
"...연...연아야."
사랑하고 소중한 딸에게 뺨을 후려맞은 팽가련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착하고 순하디 순한 이기연이었다.
항상 존경어린 시선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어미의 말이라면 껌뻑 죽는 시늉까지 할 정도로 순종적인 아이였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그렇게 착한 아이가
자신의 뺨을 후려쳐버린 것이다.
어찌 예상할 수 있었겠는가
"내 이름을 부르지말아요!"
이내 이기연은 비명지르듯 언성을 높였다.
그리고 경멸에 찬 눈빛으로 이기연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경멸과 더불어 혐오 그리고 배신감이 가득 차 있었다.
"연..연아...이건...다...이유가..."
팽가련은 떨리는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딸에게 사건의 진상을 밝혀야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듣기 싫어요!"
하지만 이기연은 그런 팽가련의 말을 단호하게 끊어버렸다.
들을 가치조차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상황에서 대체 무슨 변명을 한다는 말인가
유부녀인 그녀가 멀쩡히 살아있는 지아비를 냅두고 바람이 났다.
그것도 자신의 정혼자이자 사위인 강명과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대체 무슨 이유를 댈 수 있다는 말인가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연...아!"
"역겨우니까 제 이름 부르지말아요!"
이기연은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이제 그녀의 눈앞에 있는 여자는 존경하고 동경하며 사랑하던 어머니가 아니었다.
그저 천박하고 음탕하며 외설적인 싸구려 창녀같은 여자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전부 전부 다들었어요! 당신이 강명과 바람이 났다는 것 전부 말이에요! 아버지의 좆보다 강명의 좆이 더 좋다고 했던 말도! 제게서 강명을 빼앗고 싶다는 말도! 모두 말이에요!"
이기연은 눈물을 줄줄 흘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오..해란다...전부...오해란다...어미가..설명을 해줄터이니...부디...들어주려무나.."
팽가련은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듣기 싫어요! 어미라는 말도 쓰지 마세요! 당신은 이제 제 어머니가 아니에요! 어떻게...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냐구요!"
이기연은 팽가련의 말을 단번에 끊어버린 후 고함을 내질렀다.
분노에 찬 시선으로 팽가련을 노려보면서 말이다.
"미안하다....미안해...정말...미안하구나.."
팽가련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이고 사과를 하였다.
마치 대역죄인이 된 것처럼 말이다.
"필요없어요! 그런 사과는 필요없다구요!"
"..연아.."
"부르지마세요! 그 역겨운 입으로 제 이름을 부르지 말라고요!"
"............."
그녀의 말을 들은 팽가련의 눈물이 더욱더 짙어지기 시작하였다.
마치 더러운 것을 보았다는듯한 딸의 눈빛을 마주한 순간
세상을 다 잃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아....내가...무슨 짓을...'
이내 그녀는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절망하였다.
가장 소중한 이에게 존재조차 부정당했다는 사실에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다.
"전부 말할거에요! 전부 모두에게 말할 거라구요! 흐아아아아아앙!.....어머니와 강명의 불륜도! 밀실에서 했던 말들도 모두 세상에 알릴거라고요!!!!!"
그녀는 쉴새없이 눈물을 터트리며 소리를 내질렀다.
이기연은 지금 말로 표현조차 못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세상에서 가장 존경하고 동경하던 어미와 처음으로 연정이라는 것을 품게 만들어준 강명이 끔찍하기 그지없는 일을 저질렀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이 등에 비수를 꽂아버린 것이다.
어찌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어찌 슬픔을 느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녀는 핏발이 선 두눈빛으로 추악한 두 연놈들을 바라보았다.
"복수할거야......복수할거야......복수할거라고!"
그들을 바라본 이기연의 눈빛에는 어마어마한 살기가 서려있었다.
언제나 순수하고 해맑던 그녀라고는 상상도 못할 모습이었다.
".............."
그 모습에 압도된 팽가련은 넋을 놓고 말았다.
딸이 처음으로 보내는 살의殺意에 정신을 놓아버린 것이다.
저벅 저벅
이내 이기연은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한시라도 빨리 이 사실을 아비인 이재원에게 고할 생각이었다.
덥석
하지만 그런 그녀의 생각은 아쉽게도 이루어질 수 없게 되었다.
어깨가 그대로 붙잡혀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뒤로 돌렸다.
"어디 가려고?"
그러자 어깨를 부여잡은 채 환하게 웃고있는 강명의 모습이 보였다.
"이거 놔요!"
그 모습을 본 이기연은 몸을 거칠게 움직여 그의 손을 떼어내려고 하였다.
평소라면 그의 부드러운 손길에 얼굴을 붉힐 그녀였지만 오늘은 달랐다.
소름끼치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재빨리 그의 손에서 벗어나려고한 것이다.
강명은 재밌다는듯 미소를 지었다.
꽈아악
그리고 그녀의 어깨를 더욱더 강하게 붙잡아버렸다.
"하으윽!"
그러자 그녀의 입에서 신음성이 흘러나왔다.
어깨를 자극하는 상당한 압력에 신음이 절로 나온 것이다.
"연매, 물었잖아. 어디가냐고."
강명은 담담한 어조로 그녀에게 물었다.
"당신이 상관할바가 아니잖아요! 그리고 연매라고 부르지 말아요! 끔찍하니까!"
이기연은 언성을 높이며 반발하였다.
강명에게 연매라고 불리우는 것자체가 소름끼치고 끔찍한 그녀였다.
자연히 반발을 할수 밖에 없었다.
"그럼 다시 물을게.. 이기연....어디 가는거지?"
강명은 무척이나 진지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아버지한테...갈거에요."
그 진지한 눈빛을 마주한 이기연은 천천히 입을 떼었다.
"가서 뭘하려고?"
"전부....전부 말할거에요....밀실에서 들었던 모든 것들을요!"
그녀는 올곧은 눈빛으로 강명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결연의 의지가 담겨있었다.
"흐음....그럼 곤란한데."
그녀의 말을 들은 강명은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난 죽기 싫거든."
강명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아야죠!"
이기연은 앙칼진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무척이나 무자비한 모습이었다.
'햄스터가 살쾡이로 변했군.'
그 모습을 본 강명은 쓴웃음을 지었다.
햄스터처럼 똘망하고 귀여운 모습만 보여주었던 그녀가 한순간에 살쾡이처럼 무자비하고 날카로운 모습으로 바뀌어버렸다.
자신이 그렇게 만든 것 같아 쓴웃음이 절로 나왔다.
"이기연, 생각을 해봐. 만약 이 사실을 알리게 된다면 나는 물론이고 네 어미인 팽가련까지 죽게될거야. 그리고 나와 네 어미가 없으면 넌 후계 경쟁에서 승리할 수 없어."
"제가 알아서 할 일이에요! 당신들은 그저 죗값을 치루면 되는거에요!"
이기연은 살기어린 눈빛으로 강명을 노려보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어깨를 잡고 있는 강명의 손을 그대로 쳐내었다.
그녀는 어미인 팽가련 뿐만 아니라 강명에게도 악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모든 것을 알면서 자신과 어미를 농락한 악의 축이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더럽고 추잡하게 일그러진 당신들의 조력 따윈 필요없습니다! 당신들의 조력을 받느니 후계위에서 사퇴를 하겠어요!"
이기연은 선언하듯 말을 내뱉었다.
더럽고 추악한 그들의 도움따윈 필요없었다.
그들의 도움으로 맹주가 될바엔 사퇴를 하는 것이 더욱더 나은 선택이리라
"안돼!"
그 말을 들은 팽가련이 발끈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사퇴라니! 그게 무슨 말이더냐! 안될 말이다 안될 말이다!"
팽가련은 다급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후계위를 사퇴한다니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이 날을 위해 이기연을 처음 밴 순간부터 지금까지 이십여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려온 그녀였다.
그런데 어찌 그 기다림을 한순간에 물거품으로 만든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어불성설한 일이었다.
"되고 말고는 제가 정해요!"
이기연은 반발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내가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려왔는지 아느냐? 내가 너를 맹주위에 앉히기 위해 얼마나 노력해왔는지 아냐는 말이다! 많은 것을 포기하였고 많은 것들을 희생하였다! 오직 너를 위해서! 그런데 어찌 이런 사소한 일로 그 이십여년의 노력을 허사로 만든다는 말이더냐!"
팽가련은 울분에 찬듯한 표정으로 이기연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평생 경멸해도 좋다. 평생 혐오해도 좋다. 평생토록 어미가 아닌 길거리 창녀처럼 여겨도 좋다! 그러니 제발 후계위를 사퇴한다는 말은 넣어두도록 하거라! "
그녀는 이기연을 바라보며 애원을 하였다.
부디 제발 말을 거둬달라는 듯이 말이다.
"싫어요!"
하지만 이기연은 그녀의 애원을 단번에 거절하였다.
무척이나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