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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491화 (492/1,419)

〈 491화 〉 492. 상처 받은 그녀를 향해 뻗어가는 추악한 계략

"네가 정녕 어미에게 크게 혼이나야 정신차리겠구나!"

팽가련은 반항기에 접어든 이기연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왜 사과해야하죠!? 제가 왜 혼나야하죠!? 잘못한 건 전부 어머니잖아요!"

"뭐라고!?"

"일절 상의도 없이 멋대로 혼약을 진행한 것도 어머니였고 강명에게 반발하는 제 편을 안들어준 것도 어머니잖아요! 그런데 제가 어째서 사과를 해야하나요! 사과는 어머니가 해야죠!"

"이녀석이!"

부웅

이내 팽가련은 분을 참지 못하고 이기연의 뺨을 향해 그대로 손을 휘둘렀다.

찰싹

"아악!"

그러자 이내 찰진 타격음이 울리더니 이기연의 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가버렸다.

상당한 거력이 실린 탓에 그녀의 고개가 버티지 못하고 그대로 돌아가버린 것이다.

퉁 퉁

그리고 이내 이기연의 찰떡처럼 말랑말랑하고 부드럽던 볼이 빨갛게 물들어지더니 퉁퉁 부풀어오르기 시작하였다.

팽가련의 강력한 일격에 뺨이 부풀어오른 것이다.

"우우...우...으그윽...으윽.."

이내 이기연의 커다란 눈망울에 물이 고이기 시작하였다.

단 한번도 손찌검을 한 적 없는 어머니였다.

행여 다칠까 옥이야 금이야 키워주신 어머니였다.

그런 어미가 자신의 뺨을 때렸다.

그것도 고개가 홱 돌아가고 뺨이 퉁퉁 부어오를 정도로 강력하게 말이다.

눈물이 핑 돌기 시작하였다.

"여...연아.."

이기연이 울먹이는 모습을 보이자 팽가련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자신이 그녀를 너무 심하게 대했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미...미안하구나."

이내 그녀는 이기연을 바라보며 사과를 하였다.

"흐그윽...흑...어머니....따윈.."

그때 울먹거리는 이기연의 입에서 말이 내뱉어졌다.

".......어머니 따윈 최악이에요! 정말 싫어!"

그리고 이내 큰 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그 다음 곧바로 뒤로 돌아 접견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눈물을 하염없이 흘리면서 말이다.

"연아!"

팽가련은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불러봤지만 소용없었다.

그녀는 이미 접견실 밖을 빠져나간 뒤였기 때문이었다.

"연...연아...."

팽가련은 열려있는 접견실의 문을 바라보며 허탈한 표정을 지은 채 딸의 이름을 불렀다.

자신이 무슨 짓을 한 것인지 그제서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사랑하는 딸에게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딸에게

손찌검을 하고 만 것이다.

그것도 자신의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말이다.

뿐만 아니라 고함을 내지르고 거친 언행으로 딸에게 상처를 주었다.

'아아아....아..내가...무슨 짓을..'

그녀는 극심한 후회의 감정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언제나 이성적이면서도 사랑이 넘치는 어미였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감정적이고 야만스럽게 변하고 말았다는 말인가

우울해지기 시작하였다.

"울렸네요."

그때 그녀의 귓가에 무척이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재빨리 시선을 앞으로 돌렸다.

그러자 모든 일의 원흉이 얄미운 표정을 지으며 슬며시 웃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게 왜 손찌검을 합니까? 손찌검을."

"전부 당신 때문이잖아요!"

팽가련은 발끈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모두 이 남자 탓이었다.

자신이 고함을 내지른 것도

거칠게 말을 한 것도

손찌검을 한 것도 전부 말이다.

이 남자가 그런 제안을 하지만 않았어도

아니 입만 다물고 있었어도 일이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흘러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팽가련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강명을 노려보기 시작하였다.

그에 대한 반발심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손찌검을 한 건 당주가 아니십니까? 왜 제 탓을 한다는 말씀입니까?"

그녀의 말에 강명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거칠게 고함을 내지른 것도

손찌검을 한 것도 본인이면서 왜 남탓을 한다는 말인가

"당신이 입만 다물었어도!"

"그 대답 그대로 돌려드리지요. 애초에 당주께서 때리지만 않았어도 잘 끝났을 겁니다."

"뭐라고요!?"

"제가 틀린 말했습니까? 혼약 사실을 말할 때만해도 잘 앉아있지 않았습니까? 기연 소저가 나간 건 당주께서 뺨을 차올렸을 때입니다."

콕 콕

강명은 손가락을 들어올린 후 자신의 볼을 콕 콕 찌르며 말을 이었다.

으득

그리고 그 태도를 본 팽가련은 이를 갈기 시작하였다.

마치 약올리는듯한 모습에 부아가 치민 까닭이었다.

"됐습니다! 당신과 더이상 언쟁하지 않겠습니다!"

이내 팽가련은 자리에서 일어난 뒤 고함을 내질렀다.

"어디 가시게요?"

"신경쓰지마세요!"

"기연 소저에게 가는 거죠?"

강명은 슬며시 미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

그의 물음에 팽가련은 입을 꾹 다물었다.

정곡이었기 때문이었다.

"가지마세요."

"어딜가건 그건 제 마음입니다! 당신이 절 제지할 권리 따윈 없습니다!"

"지지 철회하는거 보고 싶으세요?"

"............."

그의 협박에 팽가련은 입을 다시금 다물었다.

그리고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지지철회를 전가의보도여기는 그의 태도에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연아가 지금 심적으로 많이 힘들겁니다......어서 가서 그 아이를 달래주어야한다고 생각해요....부디 절 보내주세요."

이내 팽가련은 구슬픈 표정을 지은 채 강명에게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한참이나 어리고 어린 그에게 애원한다는 것 차체가 무척이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딸이 걱정되었다.

처음으로 손찌검을 해버린 딸의 상태가 너무나 걱정되었다.

딸을 위해서라면 이런 자존심 따위는 얼마든지 버릴 수 있으리라

"뺨을 때려서 울린 당사자가 가봤자. 오히려 역효과가 날겁니다."

강명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이럴 땐 차라리 감정을 정리할 수 있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해주는 게 좋을 겁니다."

".........."

강명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입을 꾹 다물었다.

확실히 그의 말도 틀리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오늘은 따로 따님에게 가지 말고 얌전히 계시도록 하시지요."

".......알았어요."

이내 팽가련은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착하네요."

쓰담 쓰담

그 모습을 본 강명은 귀엽다는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칭찬하였다.

마치 말잘듣는 황구를 쓰다듬듯이 말이다.

그의 손길에 팽가련은 수치심이 들었지만 딱히 내색을 하지 않았다.

그의 심기를 거스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두고보자....강명!'

물론 속으로는 그를 천갈래 만갈래 찢어버리고 있었지만 말이다.

벌떡

이내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던 강명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천천히 접견실 문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어디 가는 겁니까?"

"이제 볼일이 끝나지 않았습니까? 당주도 이제 얼른 돌아가 업무를 보시는게 어떻겠습니까?"

그녀의 물음에 강명은 슬며시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바깥으로 말이다.

"혹여 연아에게 가는 것은 아니겠죠?"

그때 팽가련이 의심이 가득 담겨있는 목소리로 뾰죡한 외침을 토해내었다.

"제가 분명 말하지 않았습니까? 기연 소저는 지금 혼자 있는 편이 좋다고 말입니다. 어찌 그런 말을 한 사람이 기연 소저에게 찾아간다는 말입니까?"

강명은 고개를 슬쩍 돌리더니 이해안된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도 그렇군요."

그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이내 고개를 주억거리며 수긍하였다.

확실히 그런 말을 한 사람이 굳이 딸을 찾아갈 것 같지는 않았다.

"당주야말로 노파심에 찾아가지 마십시오. 괜스레 싸움만 커질 것입니다."

"안간다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전 한 입으로 두말하는 여자가 아닙니다."

팽가련은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다행이고요."

그녀의 대답에 강명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곧바로 접객실 바깥으로 나가버렸다.

아무런 미련도 없이 말이다.

그리고 팽가련은 그런 강명의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말이다.

'건방진 자식!'

그리고 속으로 건방지기 짝이 없는 강명을 욕하기 시작하였다.

그의 건방진 행태에 짜증이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그녀는 다짐하였다.

'내 네놈을 고이 죽이지 않으리!'

후계 경쟁만 끝나면 저 건방진 낯짝을 그대로 벗겨버릴 것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딸인 이기연에게 가볼 심산이었다.

일련의 사태를 전부 알려주기 위해서 말이다.

그녀의 걸음이 바깥을 향하기 시작하였다.

********

타타타탁

이기연은 빠르게 신법을 발휘하여 뛰어가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지금 아무도 보고 싶지 않았다.

누구에게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

만약 이 모습을 보이게 된다면 처량함이 배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타타타탁

그녀는 뛰었다.

뛰고 또 뛰었다.

아무도 모르는 자신만의 비밀 장소에 도착할 때까지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그녀는 수풀들이 어지러이 나있는 커다란 정원에 도착하게 되었다.

과거 자살한 하오문주의 딸을 위해 아버지인 이재원에 의해 만들어진 화원.

하지만 그녀가 죽은 후 그 누구도 관리하지 않았던 그곳

화봉원花鳳院이었다.

그녀는 정원을 가로질러 쭉 지나가기 시작하였다.

어지러이 자라있는 수풀들이 몸에 닿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그녀의 머리속에는 그저 슬픔에 잠긴 자신을 숨겨줄 도피처만이 가득 차 있을 뿐이었다.

스으윽

그렇게 얼마나 풀숲을 헤쳤을까

이내 그녀는 화봉원 한가운데 있는 커다란 정자에 도착하게 되었다.

털썩

정자에 도착한 그녀는 그대로 자리에 털썩 주저 앉아버렸다.

"흐그으윽....흐윽...흑...흑...흑."

그리고 고개를 파묻고 서글프게 울기 시작하였다.

"흐아아아아아아앙!"

무척이나 서럽게 말이다.

그녀는 실망하였다.

자신의 의중 따윈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멋대로 혼약을 진행시켜버린 어머니에게

자신에게 손찌검을 한 어머니에게

자신에게 사과를 강요한 어머니에게 말이다.

'어떻게....어떻게....그럴수가 있지?'

그녀는 북받쳐오는 설움에 눈물을 끊임없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접객실에서의 상황을 곱씹을 수록 자신의 처지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이 차올랐다.

모든 게 다 싫었다.

고함을 내지르며 손찌검을 한 어머니도

상황을 이렇게 만든 강명도 모두 말이다.

"흑...흑..흐극..흐극.."

그녀의 울음소리가 더욱더 격해지더니 이내 화봉원을 가득 채우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내 그녀의 울음소리가 차츰차츰 잦아지기 시작하였다.

원없이 울고나니 어느 정도 진정이 된듯 싶었다.

물론 아직도 서운함이 전부 가신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올렸다.

"다 울었어?"

그러자 귓가에 무척이나 능글맞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악!"

깜짝 놀란 이기연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갑작스러운 음성에 깜짝 놀란 것이다.

그녀는 경계심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재빨리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러자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무척이나 익숙한 남자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강명!"

그녀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모든 일의 원흉이자 자신을 슬프게 만든 주범이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었다.

"엄청 울더라. 당주가 조금 심하긴 했지?"

강명은 부드러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저리 가요!"

그의 말을 들은 이기연은 즉각적으로 반발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야, 누가보면 잡아먹는줄 알겠다."

강명은 그런 그녀의 모습이 귀여운지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안가면 제가 갈거에요!"

이내 이기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버렸다.

그리고 빠르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어떻게든 강명과 거리를 벌리고 말 것이라는 의지가 엿보였다.

덥석

"가지마."

하지만 강명은 그런 그녀의 의지를 단번에 꺾어버렸다.

손목을 붙잡아버린 것이다.

"이거놔요!"

강명이 손목을 붙잡자 이기연은 잔뜩 붉어진 얼굴로 고함을 내질렀다.

그리고 어떻게든 손목을 빼내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부웅

털썩

강명은 그런 그녀를 귀엽게 바라보더니 이내 손목을 그대로 잡아끌어버렸다.

그러자 그녀의 몸이 부웅 떠오르더니 그대로 강명의 품안에 안겨들어왔다.

"이...이거 놔요! 소리 지를거에요!"

이내 그의 품에 안겨진 이기연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두려웠다.

너무 두려워서 당장에라도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손목은 여전히 잡힌 채로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의 손이 꽉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그의 손이 자신의 얼굴쪽으로 향하기 시작하였다.

그 손을 본 이기연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눈을 질끈 감았다.

그에게 강제적으로 입맞춰졌던 때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강간당할거야.'

그녀는 생각하였다.

그가 힘으로 자신을 취하고 말것이라고 말이다.

쓰윽 쓰윽

그때 얼굴에서 생소한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거친 손길이 아닌 부드러운 쓰다듬이 말이다.

'응?'

그녀는 질끈 감았던 눈을 천천히 뜨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순백색의 하얀 천으로 자신의 얼굴을 닦고 있는 강명의 모습을 말이다.

"이런 꼴로 어딜가려고 그럽니까."

이내 귓가에 그의 부드러운 음성이 들려왔다.

그 음성을 들은 이기연의 얼굴에는 당혹스러움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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