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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490화 (491/1,419)

〈 490화 〉 491. 딸의 반항

"확...확인이라뇨!?"

팽가련은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세 사람이 함께 있는 상태에서 공증을 받아둬야 나중에 딴소리하지 않지 않겠습니까?"

강명은 재밌다는듯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입을 열었다.

"지금 절 못믿는다는건가요?"

팽가련은 짐짓 불쾌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그럴 리가요. 제가 어찌 가장 존경하고 사랑하는 상사를 불신하겠습니까? 그저 모두가 있는데서 약속을 받고 싶을 뿐입니다."

강명은 능글맞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빠드득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팽가련은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그에 대한 얄미움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추후에 다시 만나도록 하지요. 당장 그런 말을 하는 건 조금 그렇군요."

팽가련은 최대한 태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속내를 내보여선 안된다.

얕보이는 순간 주도권을 빼앗기게 될 것이 뻔하였기 때문이었다.

"안됩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강명은 단호한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어째서죠!?"

"쇳뿔도 단김에 빼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저는 속전속결로 일을 끝마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너무 이릅니다!"

"그저 구두약속인데 이르고 자시고 할 것이 어디있습니까?"

"연아에게 마음의 준비가.........."

"명가의 자손입니다. 정략에 마음의 준비라뇨? 사치입니다."

으득

팽가련은 다시금 이를 거칠게 갈았다.

강명의 태도에 부아가 치밀어오른 까닭이었다.

"하하하하하 당주님, 그러다가 이빨 다 망가지겠습니다."

그녀가 이를 갈자 강명은 재밌다는듯 웃음을 터트렸다.

명백히 놀려먹는 행위였다.

"그....렇다면 제가 연아를 데리고 오지요."

팽가련은 부글거리는 속을 가라앉히며 타협한다는듯 말을 이었다.

"아니요. 부하에게 시키겠습니다. 어찌 그런 번거로운 일을 당주께 시킨다는 말입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강명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 제가 직접 데리고 오겠어요. 오는 길에 이 일에 대해서 자세한 설명을....."

"안됩니다."

강명은 고개를 다시금 좌우로 저었다.

명백한 거절의 의사였다.

"둘이 말이라도 맞추면 어떻게 합니까? 혼약에 대한 설명은 세명이 한 자리에 있을 때 꺼내기로 하죠."

강명은 진지한 눈빛으로 팽가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강명!'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팽가련은 알 수 있었다.

눈앞의 남자가 자신의 속내를 전부 꿰뚫고 있다고 말이다.

"나를 못 믿는 겁니까!"

팽가련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화난 척을 하여 판을 뒤흔들 심산이었다.

"그런것이 아니라고 말하지 않았습니까? 그저 신중을 기하고 싶을 뿐입니다."

"그게 나를 믿지 못한다는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왜 발끈하십니까? 찔리는 것이라도 있는 것입니까?"

"그런게 아닙니다!"

"그럼 대체 뭐가 문제입니까? 하등 이상할 것없는 제안인데 말이죠."

"그대가 나를 믿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

팽가련은 화가난듯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믿지 못하게 행동하고 있지 않습니까?"

"뭐라고요!"

"평소 당주라면 이런 일로 화를 내지 않을 것입니다. 오히려 언쟁조차 아깝다며 제 의견에 따랐을 것입니다. 틀린 말이 하나 없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되려 역정을 내며 고함을 내지르고 있지 않습니까?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마냥 말입니다. 그런데 제가 당주를 어찌 믿겠습니까?"

강명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그런."

그의 반론을 들은 팽가련은 당혹스러움을 느꼈다.

확실히 평소보다 더욱더 흥분한 언행이 마음에 걸린 탓이었다.

"그리고 당주께서는 제 제안을 거절할 입장이 아니실텐데요? 지금 아쉬운 사람은 당주가 아니십니까?"

"............."

강명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입을 다물었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은 까닭이었다.

사실이었다.

지금 아쉬운 사람은 강명이 아니었다.

이쪽인 것이다.

흥분하여 그런 처지를 단숨에 잊어버린듯하였다

".......알겠습니다."

팽가련은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척이나 힘없이 말이다.

"좋습니다. 그럼 따로 사람을 보내 기연 소저를 불러오도록 하겠습니다."

강명은 대뜸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팽가련은 그런 강명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볼 뿐이었다.

분노가 가득 차 있는 시선으로 말이다.

'강명!'

************

똑 똑

누군가 접객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십니까."

그 소리를 들은 강명이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부르셨다고 들었어요."

그러자 바깥에서 무척이나 청아하고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들어오시지요."

끼이익

그의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평균보다 약간 작은 키.

작은 키에 상반되는 거대한 가슴.

커다란 눈망울이 인상적인 귀여운 외모.

모습을 드러낸 여인의 정체는 이재원과 팽가련의 딸인 이기연이었다.

"어머니!"

이내 안으로 들어온 이기연은 환하게 웃으며 팽가련에게 쪼르르 달려갔다.

"연아. 어서오거라."

팽가련은 그런 이기연을 어색한 표정을 지으며 환대하였다.

해맑은 딸의 얼굴을 보니 착잡한 심정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소저의 눈에는 전 보이지 않나봅니다?"

그때 옆에 있던 강명은 섭섭하다는듯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있었어요? 몰랐네요. 흥"

그의 말을 들은 이기연은 새침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내뱉었다.

아무래도 저번에 강제로 입을 맞춘 화가 풀리지 않은듯 하였다.

"들어오라고 한게 접니다만?"

강명은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흥"

하지만 이기연은 코웃음만 칠 뿐 어떠한 말도 하지 않았다.

'귀엽네.'

그 모습을 본 강명은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반응이 귀엽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머니, 그런데 왜 부르신건가요?"

팽가련에게 고개를 돌린 그녀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자신을 부른 이유를 말이다.

"............."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입을 꾹 다물었다.

좀처럼 입이 떼어지지 않은 탓이었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어떤 말부터 꺼내야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다.

딸의 입장에선 날벼락이나 다름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아...연아...'

팽가련은 가련한 자신의 딸을 너무 슬픈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충격받을 딸에 대한 안타까움이 치솟았기 때문입니다."

"기연 소저를 부른건 약혼 때문입니다."

그때 앞에 있던 강명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약혼이요?"

강명의 말에 기연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네, 저와 기연 소저의 약혼 말입니다."

"네에에에에에?"

이내 이기연의 눈빛이 경악으로 물들기 시작하였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말이 귓가에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약혼이라니?

그것도 강명이랑?

그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기연은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어미인 팽가련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에는 의문이 가득 담겨있었다.

"어머니...저...말이 사실인가요?"

"이기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에게 물었다.

".........사실이란다."

그녀의 물음에 팽가련의 입이 천천히 떼어지기 시작하였다.

"아니.......어머니..어찌...이렇게 갑작스럽게.."

이기연은 충격받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갑작스러운 약혼 사실에 어지간히 충격을 받은듯하였다.

"........미안하구나."

팽가련은 미안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로 딸을 바라보았다.

도저히 뭐라 할 말이 없던 탓이었다.

"너무해요! 제게 일언반구도 없이 이렇게 일을 진행하다니!"

이내 이기연은 화가난듯 언성을 높이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화가났다.

어미인 팽가련이 자신에게 한마디 상의도없이 약혼을 진행했다는 사실에 말이다.

마음의 준비라던가

상대에 대한 연정을 품을 시간이라던가

여러가지를 고려해주어야하는 것이 아니던가

어찌 이리도 갑작스럽게 정혼에 대한 이야기를 내뱉는다는 말인가

"......미안하구나."

팽가련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그저 사과하였다.

지금 그녀의 마음속에는 딸에 대한 미안함만이 가득하였다.

"............"

그녀의 시무룩한 모습을 마주한 이기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기운없는 어미의 태도에 의아함을 느낀 탓이었다.

언제 어디서나 도도하고 당당하던 어미였다.

그런 어미가 힘없이 사과를 하는 모습을 보니 의아함과 안타까움이 들었다.

그리고 의아함이 들었다.

어미가 어째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혼약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녀는 옆쪽으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곳에는 능글맞은 표정을 짓고있는 강명의 모습이 보였다.

'아!'

그 모습을 본 이기연은 깨달을 수 있었다.

이 혼약에는 강명의 입김이 들어가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나를 노리고 있는거야!'

이내 이기연의 머리속이 맹렬히 돌아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나름의 결론을 도출해낼 수 있었다.

강명이 어미를 협박하여 자신과 혼약을 주선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겁쟁이!'

그러자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자신에게 호감이 있다면 정식으로 만남을 신청하고 친분을 쌓아야하는 것이 아니던가

만약 그가 강제로 입을 맞춘 사실에 대해 사과를 하고 다가왔다면 못이긴 척 그를 받아들여주었을 것이다.

그는 현 천무맹 최고의 후기지수였으니까말이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강압적인 수단을 이용한다는 말인가

강명은 겁쟁이였다.

좋아하는 여자한테 이런식으로 밖에 접근할 수 없는 겁쟁이말이다.

'바보! 말미잘! 겁쟁이! 멍청이! 똥개!'

그녀는 속으로 쉴새없이 강명을 욕하기 시작하였다.

"인정할 수 없어요!"

이내 이기연은 화가난듯 언성을 높였다.

"저는 강오라버니와 혼인할 생각이 추호도 없어요! 그런 줄 아세요!"

"그럼 곤란합니다."

"제 알바가 아니에요!"

"만약 그렇게된다면 저는 당신을 지지한다는 발언을 철회하겠습니다."

강명은 그녀를 바라보며 협박성이 짙은 발언을 서슴지 않고 내뱉었다.

"철회하세요! 당신이 없어도 충분해요!"

반발심이 든 이기연은 고함을 내질렀다.

물론 충분하지 않았다.

장선우와 대적할 수 있는 유일한 후기지수로 평가받고 있는 강명이었다.

그가 없는데 어찌 충분할 수 있겠는가

"연아!"

그때 갑자기 팽가련이 언성을 높이더니 고함을 내질렀다.

간신히 강명을 붙잡았는데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어머니는 걱정마세요. 저런 남자따위 없어도 얼마든지........"

"닥치거라!"

팽가련은 화가 잔뜩 난 표정으로 이기연을 노려보며 언성을 높였다.

"......어..머니?"

그녀의 거친 고함 소리에 이기연은 놀란듯한 표정으로 팽가련을 바라보았다.

살면서 단 한번도 자신에게 고함을 내질렀던 적이 없던 어머니였다.

단 한 번도 저렇게 거칠게 말한 적 없던 어머니였다.

그런데 그런 어미가 자신에게 거칠게 고함을 내지르고 있었다.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지금 뭐하는 짓이더냐! 당장 강 대주에게 사과를 하거라!"

팽가련은 고압적이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발산하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분노가 가득 서려있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이기연은 할 말을 잇지 못하였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어미의 변화에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의문들이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어째서 어머니가 고함을 내질렀을까

어째서 어머니가 거칠게 말하였을까

어째서 어머니가 사과를 종용하였을까

어째서 어머니가 짜증을 내셨을까

어째서 어머니가 자신을 타박하였을까

이해할 수가 없었다.

머리속이 온통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하였다.

"어서 사과하거라!"

그때 그녀의 귓가에 다시금 어미의 호통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으득

그리고 그 호통을 들은 이기연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어마어마한 반발심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혼나본적 없는 그녀였다.

꽤나 부모말에 순종하기도 하였고 그녀의 어미 또한 감정적으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어미가 감정적으로 화를 내는 모습을 보니 반발심이 차올랐다.

지금껏 단 한번도 느껴본적 없는 어마어마한 반발심을 말이다.

"사..과...못해요.."

이내 이기연의 입이 천천히 떼어졌다.

"뭐라!?"

팽가련은 당혹스러운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이기연은 지금껏 단 한번도 어미 말에 거역한 적이 없는 착한 딸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그녀가 자신의 말을 거역한다는 말인가

지금까지 단 한번도 없던 일이었다.

그녀의 마음속 깊은 곳이 부글부글 끓기 시작하였다.

안그래도 강명 때문에 머리가 아파죽겠는데 어찌 이기연까지 골머리를 아프게 한다는 말인가

어찌 원하는대로 움직여주지 않는다는 말인가

"다시 한번 말해보거라!"

팽가련은 붉게 상기된 얼굴로 고함을 내질렀다.

한눈에 봐도 화가 잔뜩 난 모습이었다.

"사과 못한다구요!"

그러자 이내 이기연 또한 마주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의 눈에는 결연의 의지가 가득 담겨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팽가련은 부아가 치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갑자기 왠 반항기란 말인가

두 여인의 눈빛이 더할나위없이 뜨겁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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