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9화 〉 490. 이기연을 제게 주십시오
"강명, 설...설마 네놈이 나를!?"
팽가련은 충격을 받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강명을 노려보았다.
그가 자신을 배신하고 주소양에게 붙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생각한 바는 아닐 것입니다. 당주."
그녀의 말을 들은 강명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팽가련은 의심의 눈빛을 지우지 못하였다.
주소양과 친근하게 구는 것이 의심스러웠기 때문이었다.
"후후훗, 강명. 아무래도 그대의 상사는 그대를 신뢰하지 못하는 듯하군요."
그 모습을 본 주소양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것 같군요. 아쉽게도 말입니다."
"이참에 이쪽으로 갈아타는게 어떠신가요? 저라면 그대에게 무한한 신뢰를 줄 수있답니다."
주소양은 살며시 한쪽 눈을 깜빡이며 말을 이었다.
그 모습이 무척이나 깜찍하면서도 매혹적으로 느껴졌다.
"말씀은 고맙습니다만 아직은 그럴 생각이 없어서 말입니다."
그녀의 말에 강명은 고개를 좌우로 천천히 저으며 거절의 의사를 표하였다.
"아직이란 말은 언제든 생각이 바뀔수도 있다는거겠죠?"
"뭐 그렇다고 할 수도 있을 것 같군요."
그녀의 물음에 강명은 고개를 살며시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후훗, 그럼 언제든 마음바뀌면 제게 말씀해주세요. 최고의 조건으로무조건적인 신뢰로 환대하겠습니다."
"좋은 기회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강명은 고개를 살며시 숙이며 고마움을 표하였다.
"아니에요. 저야말로 긍정적인 검토 감사드립니다."
주소양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답을 하였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부인께서 할 말이 많으신듯 하니 말이죠."
자리에서 일어난 주소양은 팽가련을 흘깃 쳐다보더니 이내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살펴가시길 바랍니다."
강명은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에게 정중하게 인사하였다.
"고마워요. 강대주."
주소양은 사람좋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하였다.
끼이이이익
쿵
그리고는 이내 접객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강명."
그녀가 나가자 팽가련은 서릿발이 흘러나오는 목소리로 강명을 불렀다.
"부르셨습니까. 당주."
"설명이 좀 필요할 것 같습니다."
그녀는 화가난듯 강명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어떤 설명 말씀이십니까?"
강명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능청떨지말아요! 전부 알고 있잖아요!"
"정말 궁금해서 그러는 겁니다. 어떤 걸 설명해주시길 원하는 겁니까?"
"전부요!"
팽가련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명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전부요?"
"네, 주소양이 언제 접객실에 왔는지, 무슨 말을 꺼냈는지 어떤 행동을 하였는지 무슨 제안을 하였는지! 수락을 했는지 안했는지 전부 말입니다!"
그녀는 살쾡이같은 눈빛으로 강명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슬쩍 봐도 분노가 치밀어올라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화가난 모습이었다.
"흐음.....제가 말해야됩니까?"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당연하지요!"
"왜요?"
"뭐..뭐라고요!?"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는 제 개인적인 사생활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그런걸 일일이 당주님께 보고를 해야한다는 말씀입니까?"
강명은 모르겠다는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강명!"
그 말을 들은 팽가련은 잔뜩 화가난 얼굴로 언성을 높였다.
강명의 시건방진 말에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대는 내 부하에요. 내 밑에 있는 사람이랍니다! 어찌 내 명에 불복한다는 말입니까!"
"이건 공적인 일이 아닌 사적인 일이 아닙니까? 그런데 어찌 그런 것까지 일일이 보고 한다는 말입니까?"
"당신은!"
팽가련은 손가락으로 강명에게 삿대질을 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연아를 지지하기로한 후기지수입니다! 한 배를 탄 몸이란 말입니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비협조적으로 나온단 말입니까! 이미 주소양쪽으로 갈아탈 생각을 한겁니까?"
"지지한다는게 그렇게 강제력이 있다는 건 몰랐군요. 제 개인적인 사생활까지 공유해야한다니 말입니다. 그리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대부인의 제안을 거절하였다고요."
강명은 차분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쪽에 줄을 댄 이상 그대 또한 최대한 협조적으로 나와야하는 것이 아닙니까! 우리가 승리해야 그대 또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어찌 이렇게 억지를 부린다는 말씀입니까!"
팽가련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물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파벌을 이룬 목적은 승리를 쟁취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어찌 저리도 비협조적으로 나온다는 말인가
"제가 원하는게 뭐지요?"
"그대가 원하는건..........원하는건...."
그의 물음에 팽가련은 할 말을 잃었다.
강명은 명예욕과 권력욕 따위는 전혀없는 인간이었다.
오직 무공을 통한 성취욕만이 가득한 사람인 것이다.
자신은 그런 그를 육덕지고 매혹적인 몸뚱이로 유혹하였다.
무공에만 빠져있던 강명으로 치마폭으로 두르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성공적이었고 강명은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다.
자신을 사랑했던 그가 원했던 것은 단 하나였다.
바로 자신과 혼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의 사랑이 식어버리고 말았다.
초절정의 경지에 오르고 정신적인 성장을 이룩하면서 육욕에 휩싸이지 않게 된 것이다.
그는 자신을 마치 성욕을 처리하는 도구로 취급하며 수치를 주었다.
싸고나면 볼일 없는 싸구려 창녀처럼 말이다.
그때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더이상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고민에 빠졌다.
그를 잡아둘 패가 없어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원체 명예와 권력, 재력에 초탈한 그였다.
그런 그에게 원하는 것 따위가 있을 리 없었다.
질끈
팽가련은 입술을 질끈 씹었다.
도저히 대답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대체 어떻게하면 그를 붙잡을 수 있는 것인지 말이다.
"대답이 없군요."
그녀가 대답이 없자 강명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모르시나봅니다. 제가 원하는게 뭔지 말입니다."
"..........."
몰랐다.
알리가 없었다.
그가 원하는 것 따위를 말이다.
"그런 주제에 제게 뭘 줄수 있다는 겁니까?"
강명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가 어찌 적극적으로 협조할 수 있겠습니까? 당주."
".............."
"의욕이 나지 않습니다."
덜 덜 덜
그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입술을 파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그를 붙잡을 고삐를 잃어버린 이상
언제고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떠나가는 것이다.
장선우와 쌍벽을 이루는 천재가 말이다.
그가 떠난다면 딸인 이기연이 후계 경쟁에서 승리할 확률은 급격히 떨어지고 말 것이다.
그리고 만약 떠난 그가 이예설 측에 붙게된다면........
순간 팽가련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기 시작하였다.
순간적으로 불안감과 절망감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안돼! 어떻게든 그를 붙잡아야해!'
막아야했다.
어떻게든 그가 떠나가는 것을 막아야했다.
수십년 동안 갈망해왔던 후계자의 자리였다.
그 후계 위가 눈앞에 도달했는데 이제와서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쓸데없는 기싸움으로 낭비할 시간따위는 없었다.
어떻게든 그를 붙잡아야했다.
무엇을 약속하든 말이다.
.
"그럼 말해주세요."
이내 팽가련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입을 열었다.
"원하는게 뭔지 말이에요."
"말하면 줄 수 있습니까?"
강명은 재밌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줄 수 있어요. 무엇이 되었든 말이에요."
"당주의 몸이라면 어떻습니까?"
"얼마든지 내어주겠어요."
팽가련은 결연에 찬 눈빛으로 강명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당장 여기서 벗으라면 벗겠습니까?"
강명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벗겠어요."
"자지를 빨라고하면요?"
"빨겠어요."
팽가련은 진지하기 짝이 없는 눈빛으로 강명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하하하하하하 이거 재밌군요."
그 말을 들은 강명은 웃음을 터트렸다.
"밀실 외에는 그 어떤 관계도 거부했던 당신이 이렇게 태세 전환을 하니 말입니다."
강명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신은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팽가련은 무척이나 정중하게 말을 내뱉었다.
"대부인 때문에 위기감이 든게 아니고요?"
강명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부정은 하지 않겠어요. 그녀 때문에 더욱 불안해진 것은 사실이니까요."
팽가련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받았다.
"제게 당신을 붙잡을 수단은 이제 없습니다.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아야할 판이지요. 당신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선 말이죠."
"당주께서 제 가치를 그리 알아주시니 몸둘바를 모르겠군요."
그녀의 말을 들은 강명은 살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대답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운듯 보였다.
"그러니 말해주세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어떤 것이든 무엇이든 전부 드리겠습니다. 제 쓸모없는 몸뚱이라도 말이에요."
주물럭
팽가련은 스스로의 커다란 젖통을 살며시 움켜쥐며 유혹하듯 말하였다.
동시에 무척이나 농염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정..말...뭐든..주시는 겁니까?"
그 모습을 보던 강명은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하아...당연하지요. 뭐든 가능하답니다."
주물럭 주물럭
강명의 물음에 팽가련은 가슴을 더욱더 격하게 주무르며 유혹하듯 말을 이었다.
"어떤 것이든 말입니까?"
"물론이지요....어떤 것이든...강명..그대가 원한다면 일말의 고민도 없이 내어주겠습니다."
그녀는 뜨거운 눈빛으로 강명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좋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강명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럼 이기연을 제게 주십시오."
"뭐라고요?!!?"
강명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당혹스러운듯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이기연과 혼인하고 싶습니다. 그녀를 제 배필로 주십시오."
강명은 팽가련이 제대로 들을 수 있도록 또박또박 한자한자 힘을 주며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팽가련을 할 말을 잃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말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딸을 달라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어찌 그런 말을 저 입으로 내뱉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녀는 생각하였다.
농담일 것이라고
농담이 분명할 것이라고 말이다.
"......농이 지나칩니다."
그녀는 자신없는 목소리로 강명에게 물었다.
"농을 건넨 것처럼 보이십니까?"
강명은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말도 안돼요!""
그 말을 들은 팽가련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말이 왜 안된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대는 나와 정을 통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어찌 그대를 딸의 배필로 삼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패륜입니다!"
"패륜이라뇨! 제가 당주와 혼인을 한 사이도 아니지 않습니까? 저희 둘만 입을 다물면 아무도 모를 일입니다."
"그걸 말이라고 하십니까!? 하늘이 두렵지도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벌은 나중에 지옥에 가서 받으면 되니까요."
강명은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허락할 수 없습니다!"
"뭐든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준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강명은 당황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딸은 예외 입니다. 다른 걸 말하세요."
팽가련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기연이 아닌 다른 것은 필요없습니다. 만약 들어주시지 않는다면 이예설쪽에 붙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강명은 기분 나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뭐라고요!?"
"대부인께서는 영입조건으로 이예설과의 혼인을 약속하셨습니다. 만약 당주께서 거부하신다면 저는 고민없이 그쪽을 택하겠습니다. 천무맹주의 남편이 될 수 있을테니까요."
"................."
그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입을 꾹 다물었다.
설마하니 주소양이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쩌지...어쩌지...대체..난..어떻게..'
팽가련은 고민에 빠져들었다.
어찌 해야할지 감이 도저히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심적으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만약 여기서 거절한다면 그는 떠나가버린다.
주소양에게로 말이다.
그렇다면 딸인 이기연이 후계 위를 차지할 확률은 완전히 사라지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의 제안을 수락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는 자신과 정을 통한 몸이었다.
어찌 그런 자에게 사랑하는 딸을 넘겨준다는 말인가
그럴경우 강명은 어미와 딸을 동시에 범하게 되지 않겠는가
머리속에서 수많은 생각들이 상충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도출하기 시작하였다.
가장 최선의 선택지를 말이다.
".......좋아요."
그리고 이내 팽가련이 입을 열었다.
"당신을.....연아의 배필로 삼겠어요."
수많은 상충끝에 도출해낸 최선의 선택지를 내뱉은 것이다.
"정말입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강명은 활짝 웃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정말입니다."
그녀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작게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나중에 무르기 없습니다."
"당연하지요."
물론 거짓말이었다.
후계 경쟁만 끝나면 그녀는 강명을 죽일 심산이었다.
그럼 배필을 삼겠다는 약속은 자동으로 취소가 되는 것이다.
'네놈같은 망나니에게 딸을 넘겨줄 성 싶더냐!'
그녀의 눈이 요사스럽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그럼 지금 기연 소저를 부르도록 하지요."
그때 강명이 기쁜듯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하였다.
"뭐라고요!?"
그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당혹스러운듯 그에게 물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당사자 앞에서 확인받아야하지 않겠습니까?"
강명은 씨익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의 웃음에는 즐거움이 가득 묻어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