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5화 〉 486.덕분에 욕정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어..어째서?'
팽가련의 얼굴에는 의문이 떠올랐다.
어째서 강명이 자신의 자궁에 정액을 토해내주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질내사정은 그가 염원하고 염원하던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기회를 이렇게 허망하게 날려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털썩
그때 강명이 들고 있던 팽가련을 그대로 바닥에 내려놓았다.
"수고하셨습니다. 당주."
이내 강명은 정중한 태도로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훌륭하게 책임져주셨군요."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더니 이내 이마를 닦던 헝겊을 주워들었다.
"덕분에 욕정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쓱 쓱 쓱
그다음 주워들은 헝겊으로 애액과 정액이 잔뜩 묻어있는 자지를 닦아내기 시작하였다.
"이제 가보셔도 됩니다."
강명은 미련없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
그의 태도에 팽가련은 할 말을 잃었다.
무례?
무시?
무도?
온갖 부정적인 것들이 혼합되어 느껴지는 그의 태도에 불쾌감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지금 뭐하는 짓이죠?"
"뭐가 말입니까?"
"대체 이 무슨 무례한 태도란 말입니까?"
"어떤 부분이 무례하였죠?"
강명은 모르겠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정욕을 해소하니 가보라니요! 어찌 저를 길거리 창녀대하듯 그렇게 가볍게 대할 수 있다는 말입니까!"
"저희가 연인 사이는 아니지 않습니까?"
"뭐라고요!?"
팽가련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하나 묻지요. 당주께서는 저를 사랑하십니까?"
강명은 올곧은 눈빛으로 팽가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그의 물음에 팽가련은 입을 닫았다.
사랑이라니
그런 감정같은 건 아주 오래전에 가슴 깊은 곳에 묻어버린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사랑따위를 할리 없지 않겠는가
"사랑하지 않는데 어찌 연인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그녀가 대답이 없자 강명은 재밌다는듯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녀가 곤란해하는 상황이 썩 즐거운듯 보였다.
"당신......변했군요."
팽가련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강명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에게 어마어마한 괴리감이 느껴진 까닭이었다.
평소 자신에 대한 정욕과 사랑을 불태우던 그였다.
자신만을 바라보고 자신만을 사랑하여 오로지 사랑만을 갈구하던 그였다.
그런데 그런 그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모해버린 것이다.
어찌 괴리감을 느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사람이 어찌 한결 같겠습니까? 저는 이제 전과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습니다. 당주. 이전의 강명으로 보시면 곤란합니다."
강명은 딱딱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사무적인 태도로 말이다.
"벽을 넘어섰다고 이렇게 태도가 바뀌나요? 초절정이라는 경지가 대단하긴 하지만 제 앞에서 그렇게 뻗댈 정도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데요?"
팽가련은 차가운 눈빛으로 강명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당주의 말이 틀리진 않습니다. 초절정이 지고하다긴 하나 무림 전체로 보면 그리 희소하다고 할수는 없지요."
강명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후계 경쟁에 참가하는 후기지수 사이에선 충분히 희소하지 않겠습니까?"
".........."
그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입을 다문 채 침묵을 하였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초절정은 지고한 경지지만 그렇다고 희소하다고 볼수는 없었다.
드넓은 무림에는 수 많은 초절정의 고수들이 존재하고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범위를 후기지수로 한정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현재 초절정에 도달했다고 알려진 후기지수는 장선우와 강명 뿐이었다.
하늘의 별처럼 많은 후기지수 중 단 두명만이 그 지고한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희소성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특히 후계경쟁이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지금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지금 강명은 그 사실을 꼬집어 지적하고 있는 거이다.
자신이 얼마나 높은 위치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말이 없으시군요."
팽가련이 말이없자 강명은 짓궂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 사람을 잘못봤군요. 소처럼 우직하고 성실한 성품을 가진 줄 알았건만 이렇게 여우같은 면모가 있을 줄이야."
팽가련은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강명이 이렇게 비열한 면모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한 탓이었다.
"소처럼 살다간 이용만 당하다 잡아먹히기 마련이지요."
".........."
그 말을 들은 팽가련은 말없이 강명을 바라보았다.
"왜 그렇게 보십니까?"
"당신은 정말 강명인가요?"
"아닌 것 같습니까?"
"강명이라고 하기엔 너무 다른 사람 같군요. 말하는 것도 그렇고 눈빛도 그렇고 말이에요."
팽가련은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강명의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의심스러우시면 한번 잡아당겨보시겠습니까?"
쭈욱
강명은 볼을 쭈욱 잡아당기며 그녀에게 물었다.
"됐습니다. 아무리 변모를 해도 몸의 흉터나 골격까지 따라할 수는 없겠죠."
그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의심스럽기는 하나 믿을 수밖에 없었다.
얼굴뿐만 아니라 모든 것이 강명 그자체였으니 말이다.
근육의 크기
골격의 크기
자지의 크기까지 전부 말이다.
'너무 어려운 남자가 되어버렸다.'
팽가련은 생각하였다.
강명이 너무나 어려운 남자가 되어버렸다고 말이다.
지금 모습을 보면 아무래도 그를 치마폭에 감싸고 휘두르는 것은 무리인듯 싶었다.
자신의 가치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강명, 원하는게 뭡니까."
팽가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슨 말씀인지 모르겠군요."
"원하는 게 있으니 능구렁이처럼 꽁꽁 숨겨놨던 속내를 내보인 것이 아닙니까? 말하시지요. 무엇이 되었든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녀는 치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굴욕적이긴 하지만 그녀에게 강명의 존재는 무척이나 절실하였다.
후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중요한 패가 될 것이 분명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무슨 수를 써서든 붙잡아야했다.
저 남자가 다른 마음을 먹기 전에 말이다.
"글쎄요.. 제가 원체 욕심이 없는 성격이라서 말이죠."
그녀의 말에 강명은 고민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잘 생각해보세요. 무엇이 되었든 전부 이루어주겠습니다. "
"무엇이든 말입니까?"
"네에, 무엇이든요."
팽가련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일단 나가주시겠습니까?"
강명은 손가락으로 문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뭐...뭐라구요!?"
그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발 싸고 났더니 졸리군요.....원하는건 차차 생각해볼터이니 이만 나가주셨으면 합니다."
강명은 졸립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 자가!!!'
그리고 그런 그의 태도는 팽가련을 머리끝까지 화나게 만들었다.
이제 막 초절정에 오른 주제에 어찌 저리도 오만하게 군다는 말인가
당장에라도 출수하여 목을 따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이내 팽가련은 속을 가라앉혔다.
지금 자신에게는 이자가 필요하였다.
그 누구보다 말이다.
최고의 후기지수 장선우에게 대항할 수 있는 유일한 대항마는 이자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알겠습니다."
팽가련은 자존심을 굽히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강명을 더 마주하고 있다보면 짜증이 치솟아 주체할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툭
그때 갑자기 강명이 팽가련에게 자지를 닦았던 헝겊을 던졌다.
"그 꼴로 가시게요? 보지라도 닦고 가는 것이 어떻습니까?"
강명은 질질 흐르고 있는 그녀의 보지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알아서 하겠습니다."
이내 그녀는 대충 대답한 뒤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본 강명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꽤나 통쾌한 감정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
"으아아아아!"
와장창
우르르
집무실로 돌아온 팽가련은 온갖 집기구들을 집어던지고 부수기 시작하였다.
건방져진 강명의 태도에 참을 수없는 분노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강명! 강명 ! 강명!"
그녀에게 강명은 좌지우지 할수 있는 개새끼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개새끼가 덩치좀 불어났다고 주인을 몰라보고 기어오르고 있는 것이다.
어찌 분노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가아아아앙며어어어엉!"
우지끈
콰드드득
그리고 그녀가 무엇보다 참을 수 없었던 건 그런 강명에게 한순간이나마 지배받기 원했던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에게 자지를 쉴새없이 박혔을 때 그녀는 생각하였다.
저 우월한 수컷에게 지배받고 싶다고
저 우월한 수컷의 씨앗을 받아 잉태하여 자손을 번식시키고 싶다고 말이다.
그런 생각을 한 자신에 대한 혐오감이 치솟았다.
당장에라도 팽가의 절기인 오호단문도법으로 저 건방지고 오만무도한 강명의 머리를 베어버리고 싶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할 수 없었다.
죽일 수 없는 것이다.
저자는
강명은
이번 후계 경쟁에서 딸인 이기연이 승리할 수 있도록 도와줄 중요한 패였으니 말이다.
까드드득
팽가련은 이를 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후계 경쟁만 끝나면 저 건방진 낯짝을 뜯어버리겠다고 말이다.
'그전까지는....네놈의 뜻대로 해주마.'
팽가련의 눈에 살기가 번뜩거리기 시작하였다.
***********
똑 똑 똑
누군가 집무실 문을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냐."
팽가련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어머니, 저 기연이에요."
밖에서 낭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네가 왔구나. 들어오거라."
그 낭랑한 목소리를 들은 팽가련은 언제 그랬냐는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도도하고 잔혹한 그녀였지만 딸에게만큼은 무척이나 자애로운 어미였다.
끼이익
팽가련의 허락이 떨어지자 이내 집무실 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와 동시에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평균보다 살짝 작은 키
양갈래로 묶은 머리
별빛처럼 커다란 눈망울 인상적인 깜찍한 외모
작은 키에 비해 상당하게 부풀어오른 가슴
팽가련의 딸인 이기연이었다.
"어머니 그간 별래무양하셨는지요."
그녀는 팽가련에게 꾸벅 인사를 하며 말을 이었다.
"이 어미는 별탈없단다. 너야말로 폐관수련은 어떠하였느냐? 성취를 얻었더냐?"
"헤헤헤헤..."
그녀의 물음에 이기연은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멋쩍은 웃음을 흘렸다.
아무래도 큰 성취는 얻지 못한듯하였다.
"너무 조급해하지말거라. 어디 깨달음이라는 것이 쉽사리 다가오겠느냐? 마음을 다잡고 정진하다보면 언젠가는 닿게 될 것이다."
팽가련은 그런 딸을 바라보며 위로를 하였다.
"어머님의 말씀, 마음속 깊이 새겨두도록 하겠습니다."
이기연은 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 그래, 기특하구나."
쓰담 쓰담
팽가련은 사랑스러운 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헤헤헤헤"
이기연은 그런 어미의 손길이 싫지 않은지 맑은 웃음을 흘렸다.
"그나저나 어머니 여쭤볼게 있어요."
"말해보거라."
"강 오라버니가 초절정에 올랐다는게 사실인가요?"
그녀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와락
그말을 들은 팽가련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건방진 강명의 이야기가 나오니 절로 짜증이 치민 까닭이었다.
"......그렇단다."
팽가련은 마지못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와아...대단헤요...고작 스물 다섯의 나이로 초절정이라니."
그녀의 말을 들은 이기연은 몽롱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강명에 대한 동경심이 무럭무럭 솟아났기 때문이었다.
초절정이란 경지는 완숙의 단계였다.
상당한 세월이 흐르지 않으면 닿기 힘든다는 말과 일맥상통한 것이다.
그런데 강명이라는 젊은 고수는 그 세월의 흐름을 무시한 채 초절정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올랐다.
어찌 동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강명의 엄청난 재능은 이제 막 스무살이 된 이기연의 방심을 쉴새 없이 뒤흔들기에 충분한 위력을 가지고 있었다.
두근 두근 두근
'아이참'
이내 기분 좋은 두근거림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연아."
그때 팽가련이 날카로운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네, 어머니."
"혹여 그에게 헛된 마음을 품지 말도록 하거라."
"헛된 마음이라뇨. 그런 마음 품은 적 없어요."
이기연은 고개를 좌우로 도리질치며 부정을 하였다.
"그래, 그 마음 앞으로도 쭉 유지하도록 하거라. 너와 어울리는 남자가 아니다."
팽가련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단정짓듯 말하였다.
"흐음....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괜스레 반발심이 드네요."
이기연은 장난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는 최고의 사윗감이 아닌가요? 재능도 있고 무공도 높고 게다가 천애고아라 시집살이할 걱정도 없고 말이에요."
"아니, 최악의 사윗감이다."
그녀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부정을 하였다.
"어째서요?"
"연아 사람에게는 격이라는 것이 있단다. 이 격이라는 것은 날때부터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바뀔수가 없는 것이지. 그는 격이 떨어진다. 어찌 천무맹의 맹주가 될 너와 천애고아에 사문도 별볼일 없는 그가 어울린다는 말이더냐."
팽가련은 이기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눈에는 단호함이 서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