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81화 〉 482.상을 줘야겠구나....
"무슨 짓이냐고 물었습니다!"
팽가련은 인상을 와락 찌푸린 채 고함을 내질렀다.
누가봐도 화가 머리 끝까지 나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광경이었다.
"흥, 악독한 살귀에게 처벌을 내리는 것 뿐입니다."
그녀의 물음에 주소양은 대수롭지 않은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까! 살귀라뇨!"
그녀는 황당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살귀라니?
대체 누가 살귀라는 말인가
"신성한 천무맹에서 살초를 펼치는데 어찌 살귀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비무가 격해지다보면 저도 모르게 살초가 나갈수도 있지 않습니까? 설아가 방비도 못할 만큼 약한 아이도 아닐진대 어찌 이렇게 까마득한 후배에게 직접 손을 쓴다는 말입니까! 과보호입니다!"
팽가련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화가 좀처럼 주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명과 이예설
두사람 모두 천무맹을 대표하는 최고의 후기지수들이다.
누가 더 나을 것없다는 의견이 중론인 동급의 강자인 것이다.
그런데 어찌 살초를 펼쳤다하여 아득히 높은 경지에 다다른 주소양이 직접 손을 쓴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분명 꼬투리를 잡아 강명을 망칠 속셈이 분명하였다.
"이자는 강기공으로 살검을 펼쳤습니다. 만약 제가 나서지 않았다면 분명 설아는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말입니다!"
그녀의 반발에 주소양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강기공이라고요!?"
그 말을 들은 팽가련은 놀란듯 되물었다.
"그래요! 강기공! 이래도 제가 과보호라고 할 셈인가요!?"
주소양은 인상을 와락 찌푸린 채 고함을 내질렀다.
".............."
그녀의 말을 들은 팽가련을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하였다.
강명이 벽을 깼을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강기라니.......벽을 깼구나 강명.'
그저 주소양에게 핍박받고 있는 줄 알았건만 아무래도 그게 아니였는듯 싶었다.
확실히 그녀 말대로 강기공을 사용하여 이예설에게 살검을 휘두른 것이라면 주소양이 직접 나선것도 이해가 되었다.
아직 절정에 불과한 이예설에게 강기는 무척이나 위험하였을테니 말이다.
'아쉽구나.....주소양이 조금 늦게 왔어도...'
그녀는 속으로 아쉬움을 토로하였다.
손도 안쓰고 코를 풀 기회가 날아가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설아가 목숨이 위험할 뻔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에요! 저는 이자를 용서할수 없습니다! 사부인!"
이내 주소양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소리를 질렀다.
마치 타협의 여지따위는 전혀 없다는 듯이 말이다.
"본의아니게 일어난 사고일 뿐입니다!"
팽가련은 즉각적으로 반발을 하였다.
"사고라뇨? 그는 확고하게 살심을 품었습니다!"
"살심이 아니라 투쟁심이겠지요. 무릇 젊은이들은 이기고 싶은 마음에 과도한 투쟁심을 분출하기 마련이지요. 대부인의 눈에는 그게 살심으로 보였던 것입니다."
"내가 투쟁심과 살심도 구분 못하는 머저리로 보이나요?"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대부인. 과거와 현재의 기준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렇다면 강기공을 사용하여 설아를 죽이려고 한건 어떻게 설명하실건가요?"
"이또한 본의아니게 일어난 사고에 불과합니다. 과도한 투쟁심과 뜻하지 않은 깨달음이 맞물려 발생된 사고말입니다."
팽가련은 올곧은 눈빛으로 주소양을 마주보며 입을 열었다.
"그는 본래 절정 상경의 경지에 위치한 자입니다. 그런 그가 어찌 강기공을 발휘할 수 있었겠습니까? 분명 설아와의 비무를 통해 깨달음을 얻은 것이지요. 막 깨달음을 얻은 불안정한 상태에서 비무를 이어가다보니 사고가 일어난 것입니다. 고의가 결코 아니라는 말입니다!"
팽가련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주소양을 노려보며 열변을 토해내었다.
"궤변입니다! 어찌 그런 말도 안되는 소리로 강명을 옹호한다는 말입니까? 그는 명백하게 살의을 품고 준비하고 있던 것입니다! 설아를 죽일 시기를요! 그리고 오늘 비무를 빙자하고 설아를 죽이려고 한 것이지요! 사고따위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주소양은 지지않겠다는듯이 반박을 하였다.
마치 성난 황소마냥 열을 잔뜩내며 말이다.
"대부인이야 말로 궤변을 펼치시고 있군요! 아니 들어볼 가치도 없는 음모론입니다! 어찌 그리 세상을 힘들게 사십니까? 일상생활은 가능하신지 궁금하군요?"
팽가련은 비웃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주소양을 신랄하게 비판하였다.
"그대야 말로 법을 수호하고 집행하는 집법당의 수장답지 않게 머릿속이 온통 꽃밭이군요. 어찌 그리도 아름답게 세상을 살아간다는 말인가 현실이 이리도 잔혹한데 말입니다."
주소양은 차가운 눈빛으로 팽가련을 노려보며 비난을 하였다.
휘이이이이이잉
두 여인 사이에는 싸늘하기 그지없는 한기가 흐르기 시작하였다.
"어쨌든 난 저자를 손봐야겠습니다."
"천무맹은 독자적인 처벌이 금지되어있습니다. 집법당에서 알아서 하지요."
"흥, 제 새끼 감싸주려는 것을 내 모를 줄 알더냐?"
"어찌 법을 집행하는 수호기관을 그리도 불신한다는 말입니까!?"
"그 수장이 못미더우니 자연히 집법당도 못 미더운 것입니다!"
"말 다하셨습니까?"
"다 못했다면?"
주소양은 차가운 눈동자로 팽가련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팽가련도 지지않겠다는듯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파지지직
이내 두 여인사이에는 불꽃이 튀는듯한 신경전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강명을 폐인으로 만드려고하는 주소양과 어떻게든 강명을 보호하려는 팽가련 사이의 신경전이었다.
"그리 두려우십니까?"
이내 팽가련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뭐가 말입니까?"
"강명이 그리 두렵냐는 말입니다."
"내가 어찌 저런 핏덩이 같은 자를 두려워하는겠는가? 초절정이라고 하든 이제 막 걸음마를 뗀 경지에 불과할진대?"
주소양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후계 경쟁."
팽가련은 담담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곳에서 활약할 강명이 두려워 이런 짓을 벌이는 것이 아니냐는 말입니다.""
"뭐라?! 지금 내가 후계 경쟁때문에 강명을 핍박한다는 말입니까?"
"전 그렇게 보입니다. 뭐 이해는 합니다. 설아조차 오르지 못한 초절정에 닿게된 이 유망한 후기지수가 걸림돌처럼 느껴졌겠지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이렇게 노골적으로 그를 핍박하다니요? 어찌 천무맹의 안주인이라는 분이 그런 무도한 짓을 벌인다는 말입니까!"
"후계 경쟁과는 무관한 일입니다! 논지를 흐리지 마십시오!"
"아니요! 전혀 무관한 일이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 후계 경쟁을 의식하고 강명을 밟아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후계 경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정말 좋을대로 생각하시는군요!"
"그게 아니라면 고작 이런 일로 강명을 죽이려고 했겠습니까?"
"누가 되었든 전 똑같이 했을 겁니다!"
"그건 모를 일이지요! 대부인 말을 어찌 믿습니까?"
"뭐라고요!?"
"본디 사람 마음이라는 것 간사하기 그지없는 것이지요. 그런데 어찌 완벽하게 사심을 배제했다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그는 내 딸을 죽이려고 했다고요!"
"그래서 여기 죽은 사람이 있습니까? 제 눈에는 하늘같은 선배에게 일장을 받아 상처입은 아이밖에 보이지 않습니다만?"
"살인 미수라는 말도 모르나요?"
"살인 미수인지 아닌지도 모를 일 아닙니까? 강기공을 운용했다한들 설아의 목 앞에서 멈춰줬을지 누가압니까?"
팽가련은 주소양을 노려보며 강명을 옹호하기 시작하였다.,
"그건 모르는 일....."
"그렇죠! 모르는 일이죠! 하지만 이는 당신 또한 마찬가지 아닌가요? 살인미수일지 아닐지도 모르는 일에 지레짐작하여 강명을 죽이려고 했으니까요!"
"궤변입니다! 누가 봐도 죽일만한 상황이었다는 말입니다!"
"그걸 대부인 말고 누가 증명해주지요?"
팽가련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거기 너희들!"
그녀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한쪽 구석에서 그녀들의 싸움을 관전하고 있던 집법당의 무사들을 불렀다.
""부..부르셨습니까!""
그녀의 부름에 무사들은 일제히 답을 하였다.
"너희들이 말해보거라. 두눈으로 본 그대로 말이다!"
".......그...저.."
그녀의 성난 기세에 집법당의 무사들은 말을 더듬거리며 고민하기 시작하였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 난감하였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들이 보기에도 강명의 살심은 도가 지나쳤다.
이예설을 죽이겠다는 마음으로 똘똘 뭉쳐져있던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그 사실을 쉽사리 내뱉을 수 없었다.
이곳에는 자신들의 직속상관이자 호랑이보다 무서운 팽가련이 자리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요, 그대들이 말해보세요. 있는 사실 그대로 말이에요."
이내 팽가련 또한 딱딱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을 재촉하였다.
무척이나 차가운 눈빛으로 그들을 쏘아보며 말이다.
움찔
그러자 이내 집법당의 무사들은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그녀의 서릿발같은 눈빛에 두려움이 몰려온 까닭이었다.
'어떡하지?'
'어떡한다?'
그들은 고민에 빠졌다.
이대로 사실대로 고했다간 팽가련이 자신들을 가만히 둘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거짓을 고한다면 주소양의 분노를 감당해야할 판이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상황인 것이다.
고민이 되지 않을 리 없었다.
"눈치보지 말고 사실대로 말해보세요!"
"있는 그대로 말해보거라!"
팽가련과 주소양이 다시금 그들을 재촉하기 시작하였다.
눈치보며 우물쭈물거리는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은듯하였다.
'에라 모르겠다!'
그녀들의 재촉에 무사 하나가 결심을 굳혔다.
"제가 보기엔 죽이려는 의도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투쟁심이 과하긴 했으나 도저히 살심처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이내 다른 무사도 따라서 결심을 굳혔다.
"아니 그게 무슨!"
그들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그들의 거짓말에 화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는데요. 대부인?"
이내 팽가련은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사들의 대답이 무척이나 만족스러운듯보였다.
"거짓말 하지말거라 너희들도 보지 않았더냐! 살심을 품고 덤벼드는 저자의 모습을!"
주소양은 인정할 수없다는듯이 강명에게 삿대질하며 고함을 내질렀다.
빤한 거짓말을 하는 두 무사에 대한 분노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추합니다. 대부인. 어찌 그리 인정이라는 것을 모른다는 말입니까?"
팽가련은 한껏 비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뭐라고요!?
그 말을 들은 주소양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이며 화가 치밀어오른듯하였다.
"어머니....그만하세요."
그때 뒤편에 있던 이예설이 힘없이 말을 이었다.
"설아 하지만!"
주소양이 이예설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만해주세요...제발."
그녀는 얼굴을 잔뜩 붉힌 채 애원하듯 말을 이었다.
모두가 보는 공개적인 자리에서 치욕스러운 패배는 물론 어미의 치마폭 뒤에 숨어있다는 생각에 수치심과 치욕감이 올라온듯 싶었다.
".........설아."
주소양은 그런 딸을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딸의 상태가 심상치 않은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내 지금은 그냥 물러나지만 이 일은 꼭 공론화를 하겠습니다."
이내 주소양은 팽가련을 노려보며 차가운 어조로 경고하듯 말을 이었다.
"얼마든지요."
팽가련은 그런 주소양의 말에 무척이나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며 답을 하였다.
기싸움에서 자신이 이겼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가자꾸나."
주소양은 등을 돌리더니 그대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이예설은 그런 주소양의 등을 보며 따라걸어가기 시작하였다.
팽가련은 두 모녀의 처량한 뒷모습을 무척이나 만족스러운듯 바라보았다.
저 도도한 년들에게 한방 먹였다는 생각을 하니 통쾌함이 몰려온 까닭이었다.
'멍청한 년들'
그녀의 입가에는 승자의 미소가 어려있었다.
"대주님!"
"대주님!"
그때 귓가에 집법당 무사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그러자 팽가련은 깨달은듯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무사들의 부축을 받고 있는 강명의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어서 의각으로 옮기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녀의 명령에 무사들은 일제히 답을 하였다.
그리고 빠르게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팽가련은 사라지는 강명의 뒷모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설마.....초절정에 올랐을 줄이야.'
그녀의 눈빛에는 경탄이 담겨있었다.
스물 다섯이라는 어린 나이로 초절정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오른 강명에 대한 경탄이 말이다.
나이를 지긋하게 먹어도 재능이 없다면 도달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초절정의 경지였다.
그런데 그런 지고한 경지를 고작 스물 다섯이라는 어린 나이에 도달한 것이다.
어찌 경탄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게다가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자신의 파벌에 선을 대려는 자가 늘어나게 될 것이다.
초절정 고수라는 유망주를 쥐고 있으니 말이다.
'상을 줘야겠구나......강명.'
이내 팽가련의 눈빛에는 뜨거운 열기가 담기기 시작하였다.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은 뜨거운 열기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