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77화 〉 478. 천룡검天龍劍 강명으로 변모하다-1
"뭐...뭐라!?"
복면인의 말을 들은 강명은 당혹스러운듯한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집법당주이자 사랑하는 연인인 팽가련을 암살하라니?
대체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란 말인가?
"귓구멍 막혔어? 팽가련을 암살하라니까?"
"그런 것이 가능할 리 없지 않느냐! 어찌 그녀를 죽인다는 말이냐!"
"그럼 네가 죽을래?"
"뭐라?"
"너희 두 년놈들이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면 분명 둘다 죽음을 면치 못할거야. 이재원은 독점욕이 강한 인간이니까 말이야. 그걸 원하는거야?"
"........그건...아니지만.."
"잘생각해봐. 살사람은 살아야하지 않겠어? 네가 팽가련을 죽여준다면 나도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살아갈게. 그럼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잖아? 안그래?"
"...........웃기지마라! 내가 어찌! 어찌 그녀를 죽인다는 말이더냐! 차라리 같이 죽고 말겠다!"
강명은 고함을 내지르며 격하게 거절을 하였다.
도저히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팽가련은 검만 알던 자신에게 사랑을 알려준 연인이었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처음을 가져간 첫 여인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찌 혼자 살겠다고 그런 팽가련을 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어떻게 죽이긴 같이 떡칠 때 보지에 검을 쑤컹 넣어버리면 죽잖아?"
"이런 무도한 놈!!!!! 그 딴 천박한 말을 지껄이다니!"
"불륜남이 그딴 말하니까 웃기네."
복면인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가만 두지 않겠다!"
부웅
이내 강명은 등에 매고 있던 대검을 꺼내들었다.
저 무도한 인간을 죽여 목격자를 없애버릴 심산이었다.
"치졸하네, 이젠 살인멸구까지 하려고? 천무맹의 협객은 모두 얼어뒤졌나보네."
복면인은 여전히 그를 조롱하며 입을 열었다.
"노오오오옴!"
부웅
이내 강명의 대검이 복면인의 목을 향해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검에는 어마어마한 거력이 담겨져있었다.
"비틀어져라."
우두두두둑
하지만 아쉽게도 강명은 목적을 이룰 수가 없었다.
대검을 휘두르던 팔이 그대로 반대방향으로 꺾여버렸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악!"
이내 관제묘에는 강명의 비명성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멀쩡하던 팔이 뒤틀리는 고통은 아무리 천무맹 최고의 후기지수로 꼽히는 천룡검 강명이라 하더라도 버틸 수 없었기 떄문이었다.
저벅 저벅 저벅
복면인은 천천히 강명에게 다가갔다.
"제기랄!"
그러자 강명은 재빨리 반대손으로 떨어진 대검을 주워들어 그에게 겨누었다.
"오, 회복이 빠르네."
복면인은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놈 정체가 뭐냐!"
"나 몰라?"
"복면으로 꽁꽁 감싼 네놈의 정체를 내가 알리 없지 않느냐!"
"이거 실망인데.....그래도 예전에 몇 번 대작도 하고 그랬는데 말이야."
"뭐라!?"
그의 말을 들은 강명은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같이 대작을 했다니?
그럼 어느정도 친분 관계가 있는 사이란 소리가 아닌가
그런데 어찌 그런 자가 이렇게 무도한 짓을 저지른다는 말인가
쭈욱
이내 복면인은 얼굴을 감싸고있던 복면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강명을 바라보며 맑은 미소를 지었다.
"친구 얼굴도 까먹은거야? 강명."
"네...네놈은!"
복면인의 맨얼굴을 확인한 강명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혀 상상도 못할 정체가 드러났기 때문이었다.
"장삼!!!"
그렇다.
복면을 벗어던진 남자의 정체는 장삼이었다.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던 스승과 달리 둔한 재능으로 불명예스러운 제자라는 칭호를 갖고 있던 남자.
과거 수많은 여협들을 겁간 후 살해한 혐의로 무림공적으로 선포된 남자
패륜아 장삼
그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어찌 네놈이 여기에!"
장삼의 모습을 확인한 강명은 발작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미칠듯한 분노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어째서긴 복수를 위해서지."
장삼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복수라니! 네놈은 수많은 여인들을 겁간 후 살해하지 않았더냐!"
"증거는?"
"뭐라!?"
"내가 연쇄 간살범이라는 증거가 있냐는 말이다!"
"네놈은 현행범이 아니더냐!"
강명은 고함을 내지르며 입을 열었다.
"같은 침대에서 죽어나간 팽지윤은 그렇다쳐도 다른 범죄에 대한 증거는 없을텐데?"
"유사하다고 판단했을 뿐이다!"
"지랄하고 있네. 그딴 심증으로 사람을 연쇄 살인범으로 몰아?"
"그렇게 억울했다면 집법당을 탈출하지 않았어야지!"
"이미 집법당에선 나를 범인으로 확정짓고 있던데 무슨 수로?"
"집법당은 법을 수호하는 정의로운 집단이다! 무고한 이에게 심판을 내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그래서 정의롭게 남의 마누라랑 떡이나 쳤냐?"
장삼은 한껏 비웃으며 말을 이었다.
".........."
그 말을 들은 강명은 입을 다물고 침묵을 하였다.
딱히 반박할만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가장 청렴해야할 집단의 책임자와 바람이 났다.
어찌 변명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떻게 할 셈이지?"
"글쎄.....바람난 사실을 온동네 퍼트릴까?"
"소용없을 것이다. 네놈은 이미 무림공적으로 선포된 몸. 아무도 네놈의 말을 들어주지 않을 것이다!"
강명은 확신에 찬듯한 눈빛으로 장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는 확신할 수 있었다.
장삼이 아무리 불륜 사실을 떠들고 다닌다해도 아무도 믿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그는 수많은 여협들을 간살하여 무림공적으로 선포된 몸이다.
만약 그가 불륜을 밝히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다면 분노한 군중들에게 돌에 맞아 죽고 말 것이다.
무척이나 처참하게 말이다.
"네 말이 맞아. 장삼으로는 무리지."
그의 말을 들은 장삼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의 말대로 장삼의 모습으로는 설득력이 너무나 떨어졌다.
인식이라는 것은 무척이나 무서운 것이었다.
한 번 박히고 나면 쉽사리 바꾸기가 힘들기 때문이었다.
이미 군중들에게 최악의 색마로 낙인이 찍혀버린 장삼이었다.
그런 그가 무슨 말을 떠들든 사람들은 그의 말에 집중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그의 행적에 주목하고 그를 욕을 할 것이 뻔하였다.
"하지만 강명이라면 어떨까?"
장삼은 입가에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라!?"
그 말을 들은 강명은 발끈하며 언성을 내질렀다.
"지금 내게 협조를 바라는 것이냐! 내가 협조할 것 같더냐! 이 악귀같은 녀석! 천무맹의 협의지사는 결코 네놈과 같은 악도에게 타협하지 않는다!"
강명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열변을 토해내었다.
그가 무슨 말을 하든 그의 뜻대로 따라줄 생각이 전혀 없는 그였다.
어찌 그런 자신에게 협조를 구한다는 말인가
"괜찮아, 협조따윈 안해도 돼."
장삼은 강명의 거친 거절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리고 내력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우득 우득 우득 우득
그러자 뼈가 하나 둘씩 뒤틀리기 시작하였다.
처음에는 어깨였다.
사람 머리통 세개는 들어갈 것 같이 넓었던 어깨가 머리통 네 개는 들어갈 정도로 커지기 시작하였다.
우드드득
그다음은 가슴이었다.
적당히 부풀어 탄력감을 자랑하던 가슴이 거대하게 부풀어오르더니 우람하게 변해버렸다.
찌지지직
자연히 입고 있던 옷은 그대로 찢어져버렸다.
그 다음은 허벅지였다.
여자 허리 두께만큼 두꺼웠던 허벅지는 마치 통나무를 연상하듯 더욱더 커지더니 이내 돌덩이같은 허벅지를 만들어내었다.
마치 쇠줄을 꼬아만든듯 촘촘하기 그지없던 팔근육은 지방과 근육이 더욱더 붙어 마치 곰을 연상시킬 정도로 거대해졌다.
그리거 마지막은 얼굴이었다.
곱상했던 장삼의 얼굴이 이리저리 비틀리기 시작하더니 전혀 다른 사람처럼 형태가 바뀌기 시작하였다.
눈은 작아졌고 코는 시원스럽게 커졌으며 광대가 부풀어올랐고 턱선이 굵어졌다.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모해버린 것이다.
"아...아...아니.."
그 모습을 본 강명은 말을 더듬기 시작하였다.
장삼이 변모한 이는 그가 너무나 잘알고 있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어때? 좀 비슷해?"
장삼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어..찌...네가...내 모습으로..."
강명은 자신과 완전히 똑같게 변모한 장삼을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너무나 기이하기 그지없는 일이 일어나버린 탓이었다.
"이리저리 쫓기다보니 재밌는 재주가 생겼거든."
장삼은 유쾌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때? 이 정도면 팽가련도 껌뻑 속겠지?"
"이런 악적이! 감히 당주님을!"
이내 강명은 왼손으로 쥐고 있던 대검을 그대로 휘둘렀다.
주제도 모르고 팽가련을 언급하는 그에게 분노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비틀어져라."
우두두두두두둑
하지만 이번에도 그는 목적을 이룰 수가 없었다.
왼손이 그대로 뒤틀려버렸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학습능력이 부족하네. 천무맹 제일 후기지수라는 녀석이 이렇게 모자라야 쓰겠어?"
"이....이....이....악마같은 놈! 무슨 마공을 익힌 것이냐!"
"꼭 꼰대같은 새끼들이 지보다 강하면 마공이라고 하더라."
장삼은 피식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마공이 아니고서야! 네놈의 그 말도 안되는 무력은 설명이 되지 않는다!"
강명은 피눈물을 흘리면서 말을 이었다.
"마공이라면 마공이라고 할 수 있지. 천하제일마의 무공이니까 말이야."
장삼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뭐라!?"
그의 말을 들은 강명은 놀란듯 그에게 되물었다.
천하제일마라는 울림이 귓가에 파고들었기 때문이었다.
"서...설마....천마天魔!?"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장삼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천하제일마는 음양마잖아?"
장삼은 뿌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너, 말 조심해라. 혹여 스승님 앞에서 그런 말 했다간 목숨이 수십개라도 부족할테니 말이야."
"........음양마!? 그자는 수십년 전 활동하던 마귀가 아니던가!?"
장삼의 말을 들은 강명은 경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음양마라면 수십 년전 선옹이 퇴치한 악마같은 작자가 아니던가
어찌 그런 자의 이름이 장삼의 입에서 거론된다는 말인가
"연이 닿았거든."
"..........그럴수가."
장삼의 말을 들은 강명은 절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무림의 암운이 가득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떄문이었다.
안그래도 마교의 준동으로 어수선한 무림의 분위기였다.
그런데 이런 때 음양마와 그의 제자가 된 장삼까지 등장하게 되다니
이 사실이 알려진다면 분명 무림은 대혼란에 빠지고 마리라
"어찌 하늘은...이리도...무림에..암운을..."
그는 절망적인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 무림에 암운을 걱정할 때가 아니야. 네놈의 암운을 걱정할 때지."
장삼은 그런 강명을 바라보며 코웃음치며 말을 이었다.
제 코가 석자건만 대체 무슨 오지랖이란 말인가
"뭐..뭐라!?"
탁 탁 탁 탁
이내 장삼은 그의 몸을 빠르게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뚝
그러자 그의 온몸이 전부 멈춰버렸다.
점혈을 당한 것이다.
'어...어찌!?'
그는 당혹스러운 눈빛으로 장삼을 바라보았다.
"아, 네놈 모습은 흉내낼 수 있어도 기억이나 습관 같은 건 전혀 모르거든."
강명으로 변모한 장삼을 머리를 긁적이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너한테 물어보려고."
부릅
그 말을 들은 강명은 눈을 부릅뜨며 장삼을 노려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결코 협조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가 서려있었다.
"물론 네가 쉽사리 협조를 안해줄 거라는 건 알아. 협조할 바엔 죽음을 택할 정도로 심지가 굳은 것도 알고 말이야."
그 모습을 본 장삼은 가벼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일단 협조할만한 상태로 만들고 물어보려고."
그의 말을 들은 강명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노려보았다.
협조할만한 상태라니?
대체 그것이 무엇이라는 말인가?
우우우우우우우웅
그렇게 강명이 의문에 찬 시선을 보내고 있을 때
갑자기 장삼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기운들이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그러더니 일순간 그의 몸에 빠르게 스며들었다.
그리고 빠르게 스며든 기운들은 그대로 그의 오른 손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이내 모여든 기운들은 서서히 붉은 색을 띄기 시작하였다.
마치 새빨간 불꽃이 모여든 것처럼 말이다.
"강명."
이내 손바닥이 완전히 붉게 달아오른 장삼이 강명을 불렀다.
무척이나 해맑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너 작열독灼熱毒이라고 알아?"
그의 목소리에는 악의가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그 악의를 온전히 느낀 강명은 확신할 수 있었다.
저 붉디 붉은 손바닥이 무척이나 위험하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게 되게 효과가 좋은거거든? 이거 맞고 버틴 사람을 본적이 없어. 화경의 고수도 오줌을 지리고 정신이 반쯤 나갔다니까?"
장삼은 강명의 눈앞에 붉은 손을 이리저리 흔들며 말을 이었다.
"과연 너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궁금하지 않아? 천무맹 최고의 후기지수라는 네가 말이야."
장삼은 살의가 담긴 눈동자로 강명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죽지는 않을 거야."
쓰담
그 말을 끝으로 장삼의 붉디 붉은 독장이 부드럽게 강명의 가슴팍을 쓰다듬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아악!'
그와동시에 강명은 속으로 괴성을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온몸이 불타는듯한 어마어마한 고통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