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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460화 (461/1,419)

〈 460화 〉 461. 올 것이 오다.

끼이이익

벌컥

이내 내빈실 문이 열리더니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있는 두 명의 절세미녀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바로 당서윤과 요랑이었다.

"선우야!"

요랑은 환하게 웃으며 선우에게 곧장 달려가려고 하였다.

터업

하지만 당서윤은 그런 요랑을 애써 제지하였다.

현재 그녀의 신분은 육부인.

당진철의 부인 신분인 것이다.

선우에게 안기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는 것이다.

"안돼요."

요랑을 살며시 붙잡은 당서윤은 단호하게 말하였다.

"...응."

그러자 이내 요랑은 수긍한듯 고개를 푹 숙였다.

내빈실에 선우외 다른 이가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반갑습니다. 봉황당주. 저는 가주 대리로 있는 당서윤이라고 합니다."

이내 당서윤은 강하윤이 있는 쪽으로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목례를 살짝하며 그녀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반가워요. 가주 대리, 강하윤이라고 합니다."

그녀가 인사를 건네오자 강하윤 또한 정중히 인사를 건네었다.

무척이나 정중한 태도로 말이다.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니에요. 배려해주신 덕분에 편하게 올 수 있었어요."

강하윤은 선우쪽으로 살짝 눈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별말씀을요. 당연한 일을 한 것 뿐입니다. 괘념치 말아주세요."

두 여인은 화기애애하게 대화를 이어갔다.

정중하면서도 주제에 벗어나지 않게 말이다.

"그럼 가주께 기별을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녁쯤이면 만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봉황당주가 직접 세가를 방문한 이상

가주와 대면이 필수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아...저...그.."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당혹스러운듯 말을 더듬었다.

선우로부터 모든 전말을 알고 있는 그녀였다.

독왕 당진철이 죽었다는 사실도

그리고 선우가 변모하여 당진철을 연기하고 있다는 사실도 말이다.

그런데 별안간 가주를 만나게 해주겠다니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왜 그러시죠?"

그녀가 우물쭈물하며 말을 더듬자 당서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강하윤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받은 강하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옆에 있는 선우에게 슬며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당서윤의 시선 또한 자연히 선우에게 향하게 되었다.

대체 무슨 일이냐는 듯이 말이다.

".......저."

두 여인의 시선을 받은 선우는 천천히 운을 떼었다.

물론 마음같아선 영원히 입을 봉하고 싶었지만 여기서 이야기를 잘 풀어내지 않는다면 사단이 일어나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할 말이 있어."

선우는 무척이나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당서윤을 바라보았다.

그의 눈빛에는 결연의 의지가 가득 차 있었다.

".............뭔데?"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당서윤은 순간 불안감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최악의 가정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설마...아니겠지...설마.'

하지만 그녀는 애써 불안한 속내를 달래기 시작하였다.

아닐거라고

그럴 리가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면서 말이다.

"나......약속을 지키지 못했어."

선우는 미안함이 잔뜩 묻어나와있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약속이라 하면...?"

당서윤은 불안한 눈동자로 선우를 응시하며 입을 열었다.

"난......개가 되야해."

선우는 무척이나 간단 명료하게 답을 하였다.

"..............."

그리고 선우의 간단 명료한 말을 들은 당서윤은 깨달을 수 있었다.

아무래도 자신이 가정한 최악의 상황이 들어맞았다는 것을 말이다.

이 남자 강하윤을 자신의 여인으로 삼은 것이다.

고작 일주일 정도 밖에 되지 않는 기간동안 말이다.

'이런...미친..'

당서윤은 속으로 욕지거리가 절로 나왔다.

설마하니 이렇게 스스로 불구덩이에 끼어들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미 주소양과 이예설이라는 폭약을 덩어리째 안고 있는 선우였다.

그런데 이 상황에서 강하윤마저 손에 거머쥐다니?

대체 무슨 생각이라는 말인가?

이재원의 모든 부인들을 전부 꼬실 심산이란 말인가?

그렇게 조심하라고 일렀거늘

어찌 약속이라는 것을 이리도 쉽사리 저버린다는 말인가

화가났다.

너무 화가나서 당장에라도 저 거짓만 일삼는 주둥아리를 후려치고 싶다는 욕망이 치밀어올랐다.

부들 부들

하지만 당서윤은 간신히 그런 욕망을 참아내었다.

지금 이곳에는 그들만 있는 것이 아니다.

봉황당주인 강하윤이 있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찌 그런 막돼먹은 짓거리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후우우'

감정을 억누르고 억누른 당서윤은 속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선우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떼었다.

"야 이 미친놈아!"

그녀의 입에서 성난 고성이 터져나왔다.

역시 이런 상황에서 감정을 억누르는 것은 무리였다.

"..........여기서 짖을까?"

그녀의 분노에 찬 고함을 들은 선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뭐라 반박할 만한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제정신이야!"

"..왈...왈...왈.."

"무슨 말을 해봐!"

"으르르렁...으르렁."

선우는 그저 개처럼 애처롭게 짖었다.

이렇게 하면 용서해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이 정신 나간 녀석이!"

꼬집

하지만 아무래도 개흉내는 악수인듯 하였다.

자신을 놀리고 있다고 여긴 당서윤이 그대로 선우의 양볼을 잡아당겼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아아!"

볼을 잡아당겨진 선우는 비명성을 내질렀다.

감정섞인 그녀의 꼬집힘은 상상이상으로 아팠기 때문이었다.

"왜 항상 그렇게 생각없이 구는데!"

"아야야야야!....잠깐! 말로..말로!"

선우는 볼을 잡아당기고 있는 당서윤의 양손을 살며시 잡으며 아픈듯 비명을 질렀다.

"너는 멋대로 싸질러 놓고 왜 나한테는 말로 하라는거야!"

하지만 그런 선우의 비명에도 당서윤은 아랑곳하지 않고 볼을 잡아당겼다.

무척이나 강하게 말이다.

"아야야야야야야!"

선우의 고통에 찬 비명성이 더욱더 커져만 갔다.

이내 내빈실에는 선우의 비명 소리가 가득 차기 시작하였다.

**********

"우으으으.."

선우는 사정없이 늘어나버린 볼을 만지작거리며 작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예상보다 고통이 오래 지속된 탓이었다.

"너는 쓰레기야."

그때 귓가에 당서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슬쩍 시선을 올리니 당서윤이 도끼눈을 뜬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선우는 곧바로 눈을 내리깔았다.

마주칠 용기도 없을 뿐더러 할 말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여인을 늘리지 않겠다는 다짐을 어긴 것은 자신이었다.

이 상황에서 대체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여인이 여덟이나 있으면서 왜 만족을 못하는건데!"

당서윤은 답답하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이미 선우에게는 수많은 여인들이 있었다.

자신을 비롯하여 옥령, 운가려, 요랑, 능소화, 북궁연에 주소양과 이예설 등 무려 여덟이나 되는 숫자였다.

그런데 어찌 그런 수많은 여인들을 제 품에 안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발정난 개처럼 마구잡이로 씨를 뿌리고 다닌다는 말인가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

선우는 더욱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미 넘치도록 많은 여인들과 관계를 맺고 있는 그였다.

그것도 하나같이 평생 만나보기 힘들정도로 아름다운 여인들과 말이다.

그런 여인들로 부족해 여인을 또다시 늘리니 그녀가 이해할 리 만무하였다.

"게다가 봉황당주는 이재원의 이부인이라고! 주소양만으로 부족한거야? 아니면 남의 마누라 건드는 취향이라도 있는거야?"

"....그....그런건 아니지만..."

"아니 너는 그런 취향이 있는게 분명해. 따지고 보면 당대부인도 주소양도 봉황당주도 전부 남의 마누라였잖아!"

"........."

선우는 그녀의 날카롭기 그지없는 말에 식은땀을 흘리며 입을 닫았다.

그녀의 비수처럼 날카로운 말이 폐부 깊숙한 곳까지 박혀든 탓이었다.

생각해보면 참으로 쓰레기같이 행동하긴 하였다.

남편이 멀쩡히 살아있는데 남의 부인을 이리도 건들었으니까 말이다.

만약 죽게된다면 분명 지옥에 가게 되리라

"선우님은 죄가 없습니다."

그때 잠자코 사태를 관망하고 있던 강하윤이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뭐라고요?"

"전부....제 잘못이에요."

그녀는 죄책감이 가득 어려있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제가...그를...사랑해버렸어요....남편이 있는 유부녀의 신분에도 불구하고 말이에요."

그녀의 눈가에는 죄책감의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있었다.

"..........."

그리고 그런 그녀를 마주한 당서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눈물에 경악한 까닭이었다.

강하윤이 누구란 말인가

현 봉황당주이자 여중제이인자라고 불리우던 여걸 중에 여걸이 아니던가

뿐만 아니라 협을 숭상하며 수많은 협행을 일구어낸 협객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어찌 그런 그녀가 연약한 아녀자처럼 눈물을 보일 수 있다는 말인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선우님을......그이를...탓하지 말아주세요...그에게 빠져....유혹을 한 것은...저이니...부디...욕을 하실거면...제게...해주세요."

강하윤은 맺혀있던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애원하듯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마주한 당서윤은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대선배인 강하윤이 눈물을 내보이며 애원을 하니 뭐라 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선배님....진정하세요.."

이내 당서윤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강하윤을 달래기 시작하였다.

"흐극...흑...흑..흑..."

하지만 여걸의 눈물은 좀처럼 멈출줄 몰랐다.

자신 때문에 선우가 비난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슬픔 감정이 차오르는 까닭이었다.

당서윤은 난감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달래기 시작하였다.

토닥 토닥

이내 당서윤은 슬프게 울고 있는 강하윤을 끌어안고 그녀의 등을 토탁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도끼눈을 뜬 채 옆에 있던 선우를 노려보았다.

그녀의 눈빛에는 두고보자는 무언의 압박이 담겨있었다.

선우는 맹렬하게 고개를 끄덕이기 시작하였다.

지금 그냥 넘어가줄 심산인듯 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이내 강하윤은 진정한듯 눈물을 감추었다.

그리고 쑥스러운지 재빨리 당서윤의 품에서 빠져나왔다.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아이의 품에서 울었다는 사실에 민망함이 차오른 까닭이었다.

"죄송해요.."

강하윤은 민망함에 얼굴을 붉힌 채 사과를 하였다.

"아니에요....충분히 감정이 북받쳐오를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서윤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그녀의 심정도 십분이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지금 상당한 불안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이미 수많은 여인들을 거느리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금 새로 들어온 입장일테니 말이다.

이방인 같고 외로움마저 드는 상황에서 그의 여인 중 하나인 자신이 반발까지 하니 심리적인 불안감에 빠져들었을 것이다.

'배려가 부족했어.'

당서윤은 생각하였다.

자신이 배려가 부족하였다고 말이다.

적어도 강하윤이 없는 곳에서 그를 비난해야 했던 것이다.

'이 멍청이.'

그녀는 스스로 자책하였다.

요랑에게 그렇게 주의를 줘놓고 자신이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오히려 제가 더 죄송해요. 충분히 불편한 상황이실텐데 마치 대역죄를 지은 죄인 취급을 받게 해드려서요. 제가 배려가 부족했어요."

"아니에요....저는 충분히 화를 내실만한 상황이라고 생각해요.....사랑하는 사람이...다른 여자를 데리고 온거잖아요..어찌 화가 나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그녀가 사과를 하자 강하윤은 대번 놀라며 손사래쳤다.

사과를 할 사람은 오히려 자신이것만 어찌 그녀가 사과를 한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정말로 선우를 사랑하고 있구나..'

그녀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생각하였다.

정말 선우를 소중히 여기고 있다고 말이다.

자신과 비교하면 무림인으로 지위도 배분도 무공도 위인 그녀였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무인으로서 자존심따위는 저 멀리 던져버린 채 자신에게 저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이는 자존심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무인에게는 불가능에 가까운 행동이었다.

자존심때문에 한 문파를 멸문시키기도 생사투를 나누기도 하는 것이 무인이었으니 말이다.

분명 무인으로서의 자존심보다 선우의 대한 애정이 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리라

'하아'

그녀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런 강하윤을 앞에 두고 선우를 타박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선우를 타박한다면 그녀가 죄책감에 시달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운이 좋네. 장선우,'

그녀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았다.

움찔

그러자 선우는 몸을 움찔하고 떨기 시작하였다.

당서윤에게 어마어마한 살기가 피어오른 까닭이었다.

이내 선우는 그녀의 살기 어린 시선을 애써 무시한 채 고개를 살짝 옆으로 돌렸다.

이럴 땐 마주보는 것보단 피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썩을 놈.'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나몰라라하는 태도에 화가난 까닭이었다.

"강 선배."

그리고 이내 당서윤은 신색을 회복한 채 입을 열었다.

"네에, 말씀하세요."

"일단 부인들을 모두 모아야 할 것 같아요."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전부요?"

"네, 이 상황에 대해 알아둘 필요가 있을테니까요."

당서윤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반짝이는 눈빛은 선우를 향해있었다.

그리고 그 반짝이는 눈빛을 마주한 선우의 안색은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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