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7화 〉 458. 사로잡은 살혼殺魂을 보여주다.
주물럭 주물럭
선우는 강하윤의 가슴을 주물럭거리기 시작하였다.
"아잉.....그만 만져요."
강하윤은 부끄러운듯 비음섞인 신음을 내뱉었다.
하루종일 그렇게 만졌으면서 다시금 주물럭거리니 민망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윤은 가슴 만져지는게 싫어?"
".....싫은 건..아니지만...부끄러워서.."
"이건 내 잘못이 아니야. 전부 하윤 잘못이라구....이렇게 커다랗고 부드러운데...어떻게 안만지고 배길 수가 있겠어?"
주물럭 주물럭 주물럭
"....짓궂어요.."
강하윤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그의 노골적인 주무름에 부끄러움이 올라온듯 싶었다.
"그런데...선우님...벌써 사흘이나 지났는데....돌아가야하지 않을까요?"
주물 주물
"....흐음...가기 싫은데."
선우는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하지만 계속 이렇게 있을 수는 없잖아요....오래 자리를 비운다면 제가 도주했다고 생각할지도 몰라요..."
".....그렇긴 하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확실히 상당히 시간이 지체된 상태였다.
처음에는 내상만 치료하고 곧바로 출발할 생각이었건만 의도치 않게 신혼 여행같은 일상을 보낸 탓이었다.
만약 여기서 더욱더 시간이 지체된다면 무슨 사단이 날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게다가... 당가로 가서 여러모로 정리해야할 것도 있잖아요."
"............."
선우는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하였다.
애써 기억 저편으로 보내버렸던 사실들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개가 되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아'
선우는 속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뒷수습할 생각에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이제 슬슬 이동하기로 해요......내상도 거의 완치되었으니까요."
"......그래, 그렇게 하도록 하자."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아무래도 행복한 신혼 생활은 끝난듯 싶었다.
"그럼 가기 전에 한 번 더 할까?"
선우는 아쉬운듯 그녀에게 물었다.
"....그렇게 많이 하고요? 질리지도 않으시나요?"
강하윤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하윤의 몸이 질릴리가 없잖아. 더 먹고 싶어....마구마구...먹고 싶어."
선우는 음탕한 눈빛으로 강하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야해요...선우님.."
"더 야하게 해줄게..."
선우는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녀와 다시 한 번 거사를 치를 심산이었다.
"근데...선우님.."
"왜에?"
선우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저 궁금한게 있는데요.."
"뭔데?"
"살혼 있잖아요."
"응."
"이대로 냅뒀다간 죽지 않을까요?"
"...........아"
번뜩
순간 몽롱했던 선우의 눈이 번뜩 뜨였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살혼의 존재를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러게?"
이내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반문하였다.
아무래도 한 번 더하는건 다음으로 미뤄야할듯 싶었다.
***********
'이제 죽을 수 있어.'
살혼은 생각하였다.
자신의 수명이 다되어가고 있음을 말이다.
몸속에 있던 작열독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원래라면 해약과 용독을 반복했을 선우가 이틀동안이나 자신을 방치한 탓이었다.
게다가 나무에 거꾸로 매달린 탓에 피가 온통 머리에 쏠려 혈압마저 극한으로 치달았다.
목숨이 위험할 정도로 말이다.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이다.
살혼은 행복감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미친듯한 공포에 사로잡혔을 것이다.
살면서 보고 듣고 느끼고 행했던 모든 것들을 다시는 반복치 못하게 되어버린다는 사실에 초월적인 공포를 느끼고 두려워할테니 말이다.
죽음은 모든 것을 종결내버리는 삶의 끝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살혼은 평범함과는 상당히 동떨어져있는 이였다.
그에게 죽음은 끝이 아닌 시작이었으니 말이다.
이혼대법移魂大法
과거 배화교에서 유래된 혼을 옮기는 금지된 비전.
그 비전을 익히고 있던 살혼에게 죽음이란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몸을 버리고 새로운 몸으로 갈아탈 수 있는 시작이 되는 것이다.
장선우에게 제압당해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채 수많은 시간동안 가장 고통스럽다는 작열통만 느끼던 그였다.
그런데 그에게 죽을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장선우! 강하윤! 내 모든 것을 동원해서라도 네년놈들을 전부 죽여주마!'
살혼은 생각하였다.
만약 죽음을 맞이할 수만 있다면 자신을 이꼴로 만든 년놈들에게 피에 사무친 복수를 할 것이라고 말이다.
'일단 주변에 있는 지인부터 죽여주마...그리고..연인...그리고..가문! 모든 것을 죽여주마!'
살혼은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이미 퍼질대로 퍼진 작열독으로 인해 어마어마한 고통을 느끼고 있었지만 웃을 수 있었다.
복수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미칠듯한 행복감이 치솟아올랐기 때문이었다.
살혼은 머릿속으로 완벽한 복수를 위한 구상을 하며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생명의 혼이 불태워지길 기다리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살혼은 생명의 끈이 서서히 끊어지고 있음을 절로 느끼기 시작하였다.
이제 죽는 것이다.
'아...아..아..'
그의 머릿속에 어마어마한 쾌락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치욕스럽고 저항할 수 없는 고통으로부터 해방된다는 생각에 흥분을 한 것이다.
'간다...'
그렇게 생명의 끈을 완전히 놓으려고 한 순간이었다.
터업
우우우우우웅
갑자기 몸속에 청명하고 순수한 기운들이 순식간에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의 몸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순환시키더니 이내 단전에 있는 내력을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뭐야!?....왜 이래!'
그러자 끊어지기 직전까지 갔던 생명의 끈이 서서히 두터워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완전히 봉합이 되어버렸다.
생명력이 차오른 것이다.
'안돼!!!!!!'
살혼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바라마지 않던 죽음이 그대로 취소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더불어 생명력이 차오르자 희미하게 느껴졌던 작열통이 극심하게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통각이 다시금 돌아온 것이다.
"휴우, 조금만 더 늦었어도 죽을 뻔 했네."
그때 귓가에 무척이나 익숙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살혼은 그 목소리의 주인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장선우!!!!!!!!!!'
장선우였다.
자신을 이런 비참한 꼴로 만들어버린 장본인인 장선우 말이다.
'육시랄 새끼야!'
살혼은 원망을 하였다.
죽음조차 허락치 않는 그의 잔인한 심성에 말이다.
'아아아아아아아악!'
하지만 이내 그를 원망하던 마음이 쏙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고통이 찾아온 까닭이었다.
'시이이이바아아알!'
결국 죽음을 회피하게 된 살혼은 다시금 고통받는 신세로 변하고 말았다.
*************
객잔
"대체 왜 수색을 하지 않는 것인가!"
백호당주 갈지천은 언성을 높인 채 고함을 내질렀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난 까닭이었다.
"아직 상부에서 이렇다할 명이 떨어지지 않았습니다."
당진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해도 자네들끼리 독단적으로 움직이며 수색을 할 수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찌 이렇게 손발을 놓고 가만히 있다는 말인가!"
"명이 떨어지지 않았으니까요. 저희는 호위병력입니다. 수색대가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멋대로 수색을 진행한다는 것은 직무에 벗어난 일이지요."
당진은 곤란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지금 봉황당주가 없지 않은가!""
"장 소협도 같이 사라졌는데 별일이라도 있겠습니까?"
"사람 일은 모르는 것이지 않는가? 만약 습격이라도 받은 것이라면 이건 사안이 심각해지네!"
"설마 그럴 일이 있겠습니까? 장소협은 무림의 신성이자 후기지수들 중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초고수입니다. 그런 이를 누가 감히 습격한다는 말입니까?"
"살수들이 어찌 무력을 보고 겁내는 이들인가! 목숨을 걸고 도박을 하는 이들이지! 목숨조차 도외시 하는 숙련된 살수와 맞딱뜨린다면 아무리 장소협이라하더라도 위험할 수 있다는 말일세!"
"일단 기다리시지요. 상부에 서신을 올려두긴 했습니다. 답이 올 때까지 기다릴 생각입니다."
"에잉! 융통성이 없어도 이리도 없다는 말인가!"
"원리 원칙대로 하면 적어도 손해는 없으니까요."
"지금 그들이 위험하지 않은가!"
"아무리 그래도 안됩니다."
당진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썩을 놈.'
그리고 그 모습을 바라본 백호당주 갈지천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고지식해도 너무 고지식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은 융통성있게 그냥 물에 술탄 듯 부드럽게 넘기면 되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어찌 저리도 고지식하게 군다는 말인가
그것도 백호당주인 자신이 간곡히 부탁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하아...몸이 병신이 되니 저런 놈도 나를 무시하는구나.'
갈지천은 한탄하였다.
이제는 일개 호위마저 자신의 말을 무시한다고 생각하니 한탄이 절로 나온 까닭이었다.
"불편하신건 압니다. 불안하신 것도 충분히 이해하고요. 하지만 멋대로 움직일 수는 없습니다. 맹의 명을 받고 움직이는 이상 저희의 뜻은 변함없습니다. 부디 이해해주시길."
당진은 고개를 푹 숙였다.
"젠장할!"
그 태도를 본 갈지천은 인상을 짠뜩 찌푸린 채 짜증이 섞인 말을 내뱉었다.
뜻대로 안되는 것을 보니 짜증이 치밀어오른듯 하였다.
하지만 당진은 그러거나 말거나 여전히 안색하나 변하지 않은 채 태도를 굽히지 않았다.
그의 의견따위는 전혀 상관없다는듯이 말이다.
그렇게 두사람 사이에는 무거운 침묵이 흐르기 시작하였다.
쾅 쾅 쾅
그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거칠게 두드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십니까?"
당진은 문을 바라보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대주! 저 마방입니다!"
"무슨 일입니까?"
당진은 의문이 담긴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신룡과 봉황대주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뭐라고요!?"
당진은 놀란듯 눈을 휘둥그래 뜬채 되물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사실이 들려왔기 떄문이었다.
장선우와 강하윤이 같이 돌아오다니?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라는 말인가?
당진의 눈에 의문이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
"죄송합니다."
"죄송해요."
선우와 강하윤은 백호당주와 당진에게 제일 먼저 사과를 하였다.
사흘이라는 시간동안 자리를 비운 것에 대한 사과였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입니까?"
누워있던 백호당주는 의문에 찬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바람을 쐬러 밖을 나갔다가 습격이 있었습니다."
그의 물음에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습격 말입니까?"
"네, 다수의 살수들이 일제히 저를 습격하더군요."
"어디 다치신데는 없으십니까?"
백호당주는 놀란듯한 표정으로 강하윤을 바라보며 물었다.
"다행히 장 소협께서 제 때 와주신 덕분에 큰 상처없이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장소협이 말입니까?"
"네 , 만약 장소협이 없었다면 저는 이 자리에 있지 못하였을 겁니다."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허어...그래서 두 사람이....."
백호당주는 납득한다는듯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장 소협은 어찌 봉황당주께서 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입니까?"
"우연이었습니다. 달이 워낙 아름다운 탓에 흥취에 취해 걷다가 봉황당주께서 습격을 받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재빨리 달려가 그녀를 구하였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천운이었군."
갈지천은 감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런데 어찌 사흘 동안이나 자리를 비운 것입니까?"
그때 당진이 말을 끼어들며 그에게 물었다.
"살수들을 피하면서 상대하다보니 어느새 이름 모를 야산까지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 살수들과 혈전을 벌인뒤 다친 몸을 정양하였습니다. 객잔과는 거리가 상당했던터라. 되돌아오기 힘들었거든요."
선우는 강하윤과 합의된 내용을 대충 지껄이며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구멍많은 설정이었지만 그는 개의치 않았다.
당사자가 그렇다는데 제놈들이 어쩌겠는가
".......그렇군요."
"그런데 그 어깨에 매고 있는 포대자루는 무엇입니까?"
당진은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들어올 때부터 쭉 매고 있던 포대자루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포대자루는 검붉은 자국이 얼룩 덜룩하게 묻어져있는 상태였다.
대체 무엇이 들어있는 궁금증이 일었다.
"아, 이걸 안보여드렸군요."
선우는 씨익 웃음을 지었다.
쿵
그리고 어깨에 매고 있던 포대자루를 그대로 바닥에 던져버렸다.
"열어보지시요."
그는 당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그 말을 들은 당진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천천히 자루로 다가가더니 주둥아리쪽에 노끈을 서서히 풀기 시작하였다.
스으으윽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포대자루 입구가 완전히 열리게 되었다.
그리고 당진은 경악하게 되었다.
포대자루 안에 전혀 예상치 못한 것이 들어있던 까닭이었다.
포대자루 안에 있던 것은 남자였다.
눈물과 콧물 그리고 침을 줄줄 흘리며 멍청한 표정을 짓고 있는 흉측한 남자 말이다.
"...소협..대체...이게.."
당진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살수들의 우두머리입니다."
선우는 깜짝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당진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재밌다는듯이 말이다.
"살혼殺魂이라고 하더군요."
이내 당진의 표정이 새파래지더니 창백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