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56화 〉 457.그럼 이제 저는 당신의 여자인가요?
"불...러주지 않았잖아요.."
강하윤은 모기가 기어가는듯한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뭐라고요?"
선우는 안들린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하윤이라고....불러주지...않았잖아요.."
강하윤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말을 이었다.
".......겨우 그것 때문이에요?"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호칭을 바꾼게 그렇게 서럽게 울 일이란 말인가
"그리고...차갑게...바라봤잖아요...저를....다시는...안볼 것..처럼 말이에요.."
선우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다시금 슬픈 표정을 지은 채 덧붙이듯 말을 이었다.
좀전에 있던 설움이 다시금 치솟은듯 하였다.
"저한테는...너무..견디기...힘들었어요...당신이....제게....차갑게..대하는 모든 것들이..말이에요...마치....세상에..혼자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너무...슬퍼서.."
강하윤은 눈가를 적시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미안해요.. 하윤."
선우는 그런 그녀를 다시금 천천히 안아주었다.
배려가 부족했다는 생각이 든 탓이었다.
이미 그녀는 남편인 이재원에게 버려진 기억이 있었다.
그것도 무려 십오년이라는 세월동안 말이다.
그리고 그 기억은 그녀에게 어마어마한 트라우마가 되었을 것이다.
자신은 그런 그녀의 트라우마를 자극한 것이다.
"아니에요....제가...더....미안해요..."
강하윤은 우물쭈물한 태도로 천천히 입을 열었다.
"선우의 말을 제대로 들어줘야했는데.....선우를 좀더 믿어줬어야했는데......멋대로..판단하고 멋대로 실망하고...선우에게 상처를 줬어요.."
그녀는 흑요석처럼 반짝이는 눈동자를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너무 죄송해요....선우님.....너무 너무......죄송해요."
"아니에요...장삼으로 모습을 바꾸기 전에...미리 설명했어야했는데...제 잘못이에요."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선우님.."
강하윤은 그런 선우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말해주세요.....대체...어떤 일이 있었는지 말이에요."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떼기 시작하였다.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일들을 말이다.
처음 팽지윤을 간살한 죄로 집법당에 끌려갔던 일.
집법당에서 허위 진술을 강요받았던 일.
봉황당 내부에 있는 기관을 통해 비고에 들어갔던 일
그곳에서 무공을 익혔던 일
탈출하여 사랑하는 옥령을 만났던 일
백화봉으로 쫓아온 이재원에게 죽을 뻔했던 일
스승인 음양마를 만나 목숨을 구제받은 일
옥령을 구하기 위해 당가에 잠입했던 일
당대부인과 당서윤, 요랑을 만났던 일
독마를 죽이고 당가를 위기에서 구했던 일
요랑과 이예설이 시비가 붙었던 일
황보세가를 봉문 시켰던 일
당서윤을 납치한 주소양을 패버리고 이예설을 인질로 납치했던 일
북해에서 능소화와 북궁연을 만났던 일
돌아오고 입막음을 위해 주소양과 이예설을 동시에 범한 일 등
지금까지 겪었던 고난과 모험을 차례차례 들려주었다.
빠진 것 없이 전부 말이다.
".........이렇게 된거야."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끝마쳤다.
이야기를 하면서 상당히 복합적인 감정이 치솟긴 하였지만 애써 감정을 억눌렀다.
그녀에게 사실적이고 객관적으로 전해주기 위해서 말이다.
선우는 궁금하였다.
과연 자신의 이야기를 들은 강하윤이 어떤 반응을 보일까하고 말이다.
"흐극...흑..흑..흑...흑"
그때 갑자기 강하윤이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애처롭게 말이다.
"아...하윤?"
"흐아아아아앙"
이내 울음이 터진 그녀는 큰소리로 울부짖기 시작하였다.
"하윤...진정해요.."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슬픈 이야기가 딱히 있던 것은 아니건만 어찌 이렇게 울음을 터트린다는 말인가
"흐흑..제가..어떻게...진정할 수 있어요!"
강하윤은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내질렀다.
"누명 때문에 고생이라는 고생은 전부 했는데!"
"아니...고생이라고 해도..금방...좋아지지 않았습니까? 고작 절정에 불과했던 제가 현경이라는 지고한 경지에 오르기도 하였고 이렇게 아름다운 하윤과 만날 수도 있지 않았습니까?"
선우는 결과론적으로 말하였다.
고난이 있긴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모든 일이 잘해결되었다.
절정에 불과했던 경지는 현경이라고 불리우는 반선의 경지에 오르게 되었고 평생 한 번 볼까말까할 정도로 아름다운 아홉 명의 여인들과 연을 맺을 수 있었다.
결과만 따지고 보자면 무척이나 잘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좋지 않아요......좋지 않다고요.....몇 번이나 죽을 뻔했는지 아시는 건가요? 선우는 말도 안되는 누명때문에 모두에게 미움을 받고 죽을 위기를 셀수 없이 넘기게 된 거잖아요! 어떻게...그런걸..좋다고 할수 있겠어요.....너무..불쌍하잖아요...잘못한게 하나도 없는데........누구에게도 피해를 준적이 없는데...어째서...선우만...선우만..그렇게 불행해야하죠? 이해할 수가 없어요...이해할 수 없다고요.흐윽...흑...흑"
강하윤은 선우가 겪었던 고난과 고통에 공감을 하며 울음을 터트렸다.
누명으로 인해 완전히 꼬여버린 그의 인생에 대한 연민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불쌍하였다.
너무나 불쌍하였다.
만약 천운이 없었다면 목숨이 몇 개라도 부족할 정도의 고난을 겪은 그가 너무나 불쌍하였다.
그리고 미안하였다.
이런 슬픔과 아픔을 가지고 있는 그를 다짜고짜 범죄자 취급하며 경멸하였던 스스로에게 말이다.
"후아아아아앙.......미안해요...난...그런 줄도 모르고!!"
이내 강하윤은 다시금 울음을 터트렸다.
격해진 감정을 주체할 수 없던 탓이었다.
'나..원.'
그런 그녀를 보며 선우는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설정상 눈물 따위는 사치라고 여기던 히로인이 바로 강하윤이었다.
눈물을 내보이기 보단 무릎을 꿇고 반성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말을 내뱉고 다니는 이가 바로 강하윤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자신이 그런 강하윤의 설정을 완전히 붕괴시킨듯 하였다.
오늘 하루만 셀수도조차 없을 정도로 많이 울렸으니 말이다.
선우는 난감함을 느끼며 그녀를 천천히 안았다.
그리고 부드럽게 등을 쓰다듬으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진정할 수 있도록 말이다.
"에구.....하윤은...울보네요."
선우는 울고있는 하윤의 등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이렇게 눈물이 많은지는 상상도 못했어요."
선우는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흐극...흐윽...제가...원래..이렇게..눈물이 많은 사람이 아닌데....오늘따라..이렇게 눈물이 많이나네요..죄송해요..죄송해요.."
"괜찮아요....오히려 기쁜걸요? 눈물이 없는 하윤이 절 위해 이렇게 눈물을 흘려주고 있으니까요."
쓰담 쓰담
선우는 사랑스럽다는듯한 시선으로 강하윤을 내려다보며 천천히 말을 이었다.
"고마워요....절 위해...울어줘서요."
"선우님.."
강하윤은 흑요석처럼 반짝이는 눈빛을 천천히 위로 올렸다.
그러자 시야에 너무나 사랑스러운 남자의 모습이 들어왔다.
바로 선우였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남자말이다.
터업
강하윤은 선우의 뒷목을 잡았다.
그리고 고운 입술을 살짝 내민채 천천히 자신쪽으로 그를 이끌기 시작하였다.
츄우우웁
이내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그녀의 입술에 닿기 시작하였다.
좋았다.
좋아도 너무 좋았다.
그와 연결되었다는 이 순간의 모든 것들이 말이다.
그녀는 격렬하게 그리고 분위기 있고 따뜻하게 입맞춤을 이어갔다.
츄아아아
그렇게 얼마나 흘렀을까
이내 강하윤은 천천히 입술을 떼어내었다.
"선우님.....사랑해요."
그리고는 선우를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마찬가지에요..사랑합니다..하윤."
선우 또한 강하윤을 뜨거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기뻐요."
강하윤은 벅찬 표정을 지은 채 그를 바라보았다.
사랑한다는 말이 너무나 감미롭게 들려와
벅찬 감정이 치솟은 탓이었다.
"그런데 선우님...궁금한게 있어요."
그때 문득 강하윤이 궁금하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뭔데요?"
"그렇다면 당신을 어떻게 불러야하나요? 장삼? 아니면 선우?"
".....선우라고 그렇게 불러놓고."
선우는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이런건..본인..의사가 제일 중요하니까요."
"선우라고 불러주세요..그 편이 더 좋을 것 같아요."
"네에...선우님."
강하윤은 얼굴을 붉히며 답을 하였다.
"그런데 선우님."
"네에, 하윤"
"한 번만 더 보여주시면 안돼요?"
"뭘 말입니까?"
"욕탕에서 여자 흉내낸 소리 말이에요."
"............."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창피함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말 나온김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네 말씀하세요."
강하윤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때 정말 속으신 겁니까?"
선우는 궁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위급하여 여자 흉내를 내긴 했지만 다시 생각해도 어이없는 작태였다.
"네에...정말 속았답니다."
강하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봉황당은 금남구역이잖아요. 의심스럽긴 했지만 남자일 것이라곤 전혀 생각지 못했어요."
"체격이 그렇게 다른데?"
"좀 많이 먹겠구나하고 넘겼답니다."
"이거 감사해야겠군요."
선우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뭐가 말인가요?"
"그렇게 대충 넘긴 과거의 하윤에게 말이에요. 만약 하윤이 그때 절 의심했었더라면 전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겁니다."
선우는 진심이 담긴 목소리로 고마움을 표하였다.
과거에 자신을 의심치 않고 넘겼던 강하윤에 대해서 말이다.
"그러게요. 저도 감사해야겠어요. 그때 대충 넘긴 과거의 제 자신에게 말이에요."
쓰담 쓰담
강하윤은 스스로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피식
선우는 그 모습이 퍽 귀여워 피식 웃음을 흘렸다.
"자아, 이제 선우님 차례에요."
그리고 이내 강하윤은 쓰다듬던 손을 내밀더니 선우에게 머리를 들이밀었다.
"뭐가 말인가요?"
"칭찬할 기회를 드릴게요. 어서 쓰다듬어주세요."
그녀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쓰담 쓰담 쓰담
선우는 마주 웃으며 천천히 손을 올려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그러자 강하윤은 이내 기분 좋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선우의 쓰다듬에 만족감이 치솟은듯하였다.
"하윤."
선우는 그런 그녀를 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네....말씀해주세요..선우님.."
"당신이 제 여인이 된다면 남편인 이재원과 적대를 하게 될 것이고 주소양과 이예설 모녀를 범한 패륜아이자 음양마라고 불리우는 천하제일마의 제자를 지아비로 모신다는 것을 의미하게 됩니다."
선우는 사뭇 진지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미 여섯명의 부인과 정을 통한 여인을 두명이나 데리고 있는 난봉꾼을 섬기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하고요."
선우는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저는 당신에게 다시금 묻고 싶습니다."
선우는 뜨거운 눈길로 강하윤의 흑요석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 여자가 되겠습니까?"
선우는 그녀에게 물었다.
뜨거운 눈동자로 그녀를 응시하면서 말이다.
"좋아요."
그리고 강하윤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너무나 빠르게 답하여 깜짝놀랄 정도로 말이다.
"하윤."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런 하윤을 불렀다.
"조금더 고민을 해보는게 어떠십니까? 너무...즉답이지 않습니까?"
선우는 살짝 당황하였다.
조금이라도 고민을 할줄 알았건만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즉답을 하였기 때문이었다.
"고민하는 시간조차 아까운 질문이에요."
강하윤은 흑요석같은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당연한 것을 어찌 고민을 할 수있나요?"
"저를 따르면 위험할수도 있어요."
"괜찮아요. 그래도 같이 죽어줄거죠? 아니다. 복수만 해줘도 충분해요."
강하윤은 문제없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당신의 전 남편인 이재원과 적이 된다는 말입니다."
선우는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상관없어요. 이미 남보다 못한 사이기도 하고 그런 쓰레기같은 새끼를 옹호하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강하윤은 살기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이재원의 행적을 듣고 그의 대한 적대감이 커진듯하였다.
"이미 여인들이 여러명있습니다."
"혹시 소외되는 여인들이 있나요?"
"소외라뇨?"
"잠자리를 갖지 않는다던가......더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던가...뭐...그런거요."
"아니요. 전부 사랑하고 전부 순서를 정해서 관계를 갖고 있습니다."
"그럼 상관없어요. 그저 잊지만 않아주면 충분하답니다."
강하윤은 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주소양과 이예설과의 관계는 괜찮습니까?"
"아, 이건 묻고 싶었어요.. 주소양과 이예설을 부인으로 받아들인 건가요?"
"흐음....이게 애매합니다...확고하게 사랑해서 관계를 맺은 여인들이 아니니까요."
"그럼 저는요?"
"명실상부 부인이지요."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즉답을 하였다.
사랑하고 사랑하는 그녀였다.
어찌 부인으로 맞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럼 상관없어요. 이번 기회에 주소양과 서열도 뒤바뀌는 것도 좋을 것 같네요. 그 콧대 높은 여자에게 형님소리도 들을 수 있고 말이에요."
강하윤은 호방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얼굴에는 만족스러움이 가득 차 있었다.
"............"
선우는 아무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모든 것을 이해해주는 그녀의 태도에 감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더 없나요?"
"네?"
"더 없냐구요. 제가 선우님의 여자가 되지 못할 이유요."
"아무래도 없는 것 같습니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럼 이제 저는 당신의 여자인가요?"
강하윤은 똘망똘망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물음을 건네었다.
"물론입니다. 하윤."
선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물음에 화답을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