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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452화 (453/1,419)

〈 452화 〉 453. 제 여자가 되어주시겠습니까?

"우웅"

강하윤은 눈살을 찌푸리며 얕은 신음성을 내뱉었다.

얼굴쪽에 뜨거운 햇살이 닿은 까닭이었다.

강하윤은 의문이 들었다.

어찌 오두막에서 햇빛이 이리도 선명히 비춰질 수 있다는 말인가

'천장에 구멍이라도 뚫렸나?'

강하윤은 속으로 한탄을 하였다.

하필 자도 이렇게 햇빛이 정면으로 비추는 곳에서 잠이 들었으니 말이다.

'위치를 옮기자'

강하윤은 생각하였다.

위치만 옮겨서 조금만 더 잠을 자자고 말이다.

원래라면 깨는 게 맞았지만 오늘은 뭔가 늑장을 부리고 싶다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으읍!'

이내 강하윤은 몸을 옆으로 돌리기 위해 힘을 주었다.

'응?"

그런데 이변이 일어났다.

아무리 용을 써도 몸이 옆으로 돌려지지 않는 것이다.

마치 무언가에 구속당한 것처럼 말이다.

'뭐지?'

순간 의아함이 든 강하윤은 천천히 눈을 떴다.

대체 무엇이 자신을 구속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든 까닭이었다.

"......아..?"

그리고 눈을 뜬 강하윤은 멍청한 감탄사를 내뱉었다.

눈앞에 도저히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벌어졌기 때문이었다.

시야에 들어온 것은 남자였다.

그것도 무척이나 익숙한 인상의 남자말이다.

굵은 검미 오똑한 코 장난기 어린 입매

강하윤은 저 남자를 알고 있었다.

알 수밖에 없었다.

자신의 생명을 구한 은인이자 무림에서 가장 유명한 후기지수였으니 말이다.

'장....소협?!'

이내 강하윤은 속으로 비명성을 내질렀다.

지금의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장선우가 어째서 자신을 껴안은 채 잠을 자고 있다는 말인가

'잠..잠..버릇이겠지?'

그녀는 불안한 눈빛으로 장선우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선우의 잠버릇이 고약한 것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의 상황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떄문이었다.

'그래! 그..그럴거야!...그렇고말고.'

하지만 이내 그녀는 특이점을 발견하게 되었다.

바로 선우의 상반신이 벗겨져 있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우람한 가슴 근육과 떡벌어진 어깨가 눈에 들어온 까닭이었다.

'....설..마.'

강하윤은 울상을 지었다.

그다음 천천히 고개를 아래로 내렸다.

그리고 그녀는 절망을 하였다.

홀딱 벗겨져 있는 자신과 선우의 몸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이내 그녀는 깨달을 수 있었다.

자신이 선우와 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의 눈가에 눈물이 급속도로 고이기 시작하였다.

**********

"흐극...흑...흑...흑...흐극..흐윽..."

강하윤은 서럽게 울기 시작하였다.

"당주....진..정하세요."

그리고 선우는 그런 강하윤을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달래기 시작하였다.

"흐극....어떻게...제가 진정을...할 수 있나요.....제가...죄를 지은...제가.."

"죄라뇨.....물론...죄라면 죄지만...그.....어찌보면 실수가 아닙니까?...세상에 실수 한 번 안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선우는 필사적으로 그녀를 달래기 시작하였다.

"흐극...흑...실수라고...모든 것이 용서되는 것은 아니에요..흑...저는..죽어 마땅한 여자예요....멀쩡한 남편을 두고 이렇게...부정을...저지르다니.."

하지만 선우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강하윤은 도리질치며 자책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아무리 술에 취했다지만 멀쩡한 남편을 두고 부정을 저질렀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은듯 하였다.

"아닙니다....당주......당주는 죄가..없습니다...모두...제 잘못입니다...제가 젊은 혈기를 참지 못하고 일을 저지른 것입니다."

선우는 다급히 스스로에게 죄를 뒤집어 씌웠다.

그녀가 자책하며 괴로워하는 모습을 더이상 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반쯤은 틀린 말이 아니었기에 가감없이 말을 내뱉을 수 있었다.

유혹을 한 것은 술에 취한 강하윤이었지만 그에 따른 것은 자신의 의지였으니 말이다.

"흐극...흑 흑...거짓말."

"네?"

"거짓말 하지 말아요.."

강하윤은 눈시울을 잔뜩 붉히며 말을 이었다.

"제가 어제 일을 기억 못하는 지 아시나요? 어제 선우를 유혹한 건 저였다고요! 은근 슬쩍 야한 농을 건네고! 조금씩 접촉하고! 종국에는 은혜를 갚는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를 대며 선우를 유혹한건 저란말이에요!"

강하윤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녀는 화가났다.

스스로 악인을 자처하는 선우의 행태에 말이다.

처음에는 비몽사몽한 상태라 당황하였지만

시간이 지나고 그녀는 떠올릴 수가 있었다.

자신이 천박하게 선우를 유혹하였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에게 은근한 신호를 보내며 분위기를 이상하게 만들었다.

그와 은근한 접촉을 하며 그를 자극하였다.

은혜를 갚는다는 명목으로 차마 입에 담을 수도 없는 짓을 저질렀다.

마지막으로 천박하게 아랫도리를 벌리며 박아달라고 애원을 하였다.

"흐으윽!"

강하윤은 다시금 울먹이기 시작하였다.

깨달은 탓이었다.

잘못한 것은 자신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흐으윽....흐으으윽...흑...흑'

그녀는 이내 다시금 울음을 터트렸다.

우는 것 말고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되돌리기엔 너무나 심각한 상황이 되어버린 것이다.

소원하다고는 하나 이미 남편이 있는 몸이었다.

그런 자신이 어려도 한참 어린 후배를 유혹하여 간통을 저질렀다.

어찌 심각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만약 이 사실이 알려지게 된다면 자신은 물론이고 자신에게 유혹당한 선우조차 지탄을 피해가지 못하게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화가 미친듯이 난 이재원의 손에 의해 살해당하고 말 것이다.

죄책감과 자책감

그리고 진한 후회의 감정이 물밀듯이 치솟기 시작하였다.

"흐그그극 죄송...죄송해요....으으윽...흐으윽"

강하윤은 눈물을 흘렸다.

그리고 사과하였다.

"정말...죄송해요...장 소협..흐극..흑..흑"

자신의 부정에 말려든 선우에게 말이다.

"........당주."

"정말 죄송해요....장소협..이..죄는..죽음으로...갚을게요."

강하윤은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대로 천령개를 내려치려고 하였다.

덥석

깜짝 놀란 선우는 재빨리 팔을 뻗어 그녀의 손을 붙잡았다

갑자기 이게 뭐하는 짓이란 말인가

"뭐하는 겁니까!"

선우는 화가난듯 인상을 찌푸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제...죄는...이렇게..하지..않는 이상...용서받을 수 없어요..."

"그런 죽음은 회피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치만....그치만...."

강하윤은 슬픈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치만이 아닙니다! 당신이 세상에 없는데 뭘 어떻게 용서받을 수 있다는 말입니까!"

"...하지만..."

"모두가 당신을 욕할 겁니다! 죽음으로 도망친 멍청한 여자라고 말입니다! 그걸 원하시나요?"

"............."

"그리고 부정을 저지른게 어디가 어때서요!"

선우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재원은 당신을 자그마치 십오년 동안 방치하지 않았습니까! 멀쩡한 여자를 무려 십오년동안 방치한겁니다!"

".............."

"그런데 어째서 죄책감을 가지는 것입니까? 만약 이재원이 멀쩡하게 사랑을 나눠주고 아껴주었다면 당신이 저를 유혹하였을까요? 당신이 그런 부정을 저질렀을까요?"

".........."

"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협에 살고 협에 죽는 협의지사인 당신이 그럴리 없잖습니까? 당신은 그저 외로웠던 겁니다. 너무 외로워서....너무 미칠 것 같아서..그런 선택을 한거라고요."

선우는 진지한 어조로 그녀를 바라보며 그녀의 불륜을 합리화하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감정을 자극하면서 말이다.

"그러니 제발...나쁜 선택을...하지말아주세요...제발..말입니다..당신은 죄가 없어요...죄가 있다면 당신처럼 아름답고 현숙한 여자를 수십년 간 방치한 이재원에게 있을 겁니다."

선우는 뜨거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부탁합니다...제발....스스로 자책하지 말아주세요."

선우는 천천히 강하윤의 손을 감싸며 말을 이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고심에 빠진듯 입을 꾹 다물었다.

그리고 이내 두 사람 사이에는 조용한 침묵만이 자리잡게 되었다.

"......어째서...그렇게까지....필사적으로...절 설득하는건가요."

그녀는 모르겠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어째서라뇨...그거야...당연히.."

"장소협 입장에서도 제가 없는 편이 낫지 않은가요? 하룻밤 밤 상대치곤 너무나 위험한 존재이니까요."

그녀는 의문이 가득 담겨있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이재원이 저희가 밤을 지샌 사실을 알게된다면....장소협은 죽고 말거에요...그렇다면 장소협 입장에서는 제가 죽는 편이 낫지 않은가요?....그런데...어째서...어째서 그렇게....절...변호하고......절....설득하는건가요?"

그녀는 모르겠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알 수가 없었다.

어찌 이렇게 필사적으로 자신을 감싸준다는 말인가

자신은 그저 나이든 아줌마에 지나지 않은데 말이다.

"제가 누누히 말하지 않았습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좋아한다고요."

"..........."

"너무 좋아해서.....심장이 벌렁벌렁 뛴다는 말입니다."

선우는 뜨거운 눈빛으로 강하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화악

"..........그게...무슨.."

선우의 직설적인 말을 들은 강하윤은 얼굴을 붉혔다.

"좋아하니까...보고 싶지 않은겁니다....당신이 괴로워하는 것을....그리고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것을 말입니다."

"................"

"좋아합니다...하윤 소저.....그러니 죽지 말아주세요...저를 위해서..."

선우는 진지한 눈빛으로 강하윤을 올곧게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저..전...남편이.."

"상관없습니다...그런 것 따윈."

"......나이도...많고.."

"상관없습니다."

"........배도 살짝 나온 것 같고...주름도...조금..늘어난 것...같고.."

"전부 상관없습니다. 제 눈에는 여전히 아름답고 매력적이고 사랑스러운 여자이니까요."

선우는 뜨겁기 그지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

이내 강하윤은 고개를 푹 숙여버렸다.

선우의 뜨거운 눈길에 열기가 올라온 탓이었다.

"하윤 소저."

그때 선우가 친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 여자가 되어주시겠습니까?"

".........."

"물론 소저께서 남편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다. 그게 천무맹주라는 사실 또한 말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제 감정을 속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누누히 말했었죠? 남편만 없다면 사랑을 고백했다고 말입니다. 사실 그 말은 거짓말입니다. 남편이 있든 없든 사랑을 고백하고 싶었습니다."

"............"

"사랑합니다. 하윤 소저."

".........흐극...흑....흑.."

선우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울음을 터트렸다.

직접적으로 들은 사랑한다는 말에 감정이 벅차오른 까닭이었다.

십오년 동안 단 한번도 들어본 적 없는 말이었다.

그 누구도 해주지 않았던 말이었다.

그런데

그 말을

간절히 바라고 바랬던 그 말을

이 남자가 해준 것이다.

어찌 감정이 벅차오르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흐아아아아아앙"

이내 그녀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마치 세살배기 어린 아이처럼 말이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조용히 안아주었다.

**********

"훌쩍...훌쩍...고마워요..훌쩍...그런..말...너무..오랜만에 들어서..."

선우의 품에 안긴 강하윤은 울음을 진정시키며 간신히 말을 이었다.

하지만 좀처럼 울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천애고아에다 하나뿐인 스승조차 노환으로 잃게된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사랑을 속삭여줄 이가 존재할 리 만무하였다.

그런데 오늘 선우가 사랑을 속삭여주었다.

어찌 진정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괜찮아요...그럴 수 있죠...울고 싶은만큼...마음껏 울어요.."

선우는 그런 그녀를 더욱 격하게 안으며 위로를 하였다.

수십년 간 외롭게 지내온 그녀의 세월이 온몸에 그대로 전해져왔기 때문이었다.

"....훌쩍....훌쩍"

강하윤은 그런 선우의 품에서 온기를 느끼며 감정을 진정시켰다.

무척이나 조금씩 천천히 말이다.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그녀의 울음소리가 그대로 멈춰버렸다.

하지만 그녀는 선우의 품에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의 품안으로 파고들며 빠져나오려고 하지 않았다.

쓰담 쓰담 쓰담

선우는 그런 그녀를 귀엽다는듯이 바라보더니 이내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귀여운 모습에 차마 손을 가만히 냅둘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진정 됐어요?"

선우는 천천히 입을 떼었다.

".....네에."

"나쁜 생각은 안할거죠?"

".....네에."

"그럼 이제 답해줄 수 있어요?"

".......네에."

강하윤은 부끄럽다듯이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부족한..몸이지만...잘부탁...드려요.."

강하윤은 부끄러운듯 선우의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으며 말을 이었다.

선우는 그런 강하윤을 격하게 껴안았다.

"꺄아아!"

그러자 이내 강하윤의 입에서 짧은 비명성이 튀어나왔다.

갑작스러운 선우의 행동에 깜짝 놀란 탓이었다.

"고마워요.. 정말...고마워요.."

선우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에게 말을 이었다.

"...아니에요....오히려...고마운건...저에요...이런 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셨잖아요."

"사실이니까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기뻐요."

강하윤은 얼굴을 붉히며 들뜬 목소리로 답하였다.

이내 두 사람 사이에는 훈훈한 공기가 흐르기 시작하였다.

마치 애정이 넘쳐흘러 공기마저 전염시킨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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