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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444화 (445/1,419)

〈 444화 〉 445. 은혜를 베풀다.

강하윤은 꿈을 꾸고 있었다.

무척이나 불길하면서도 무서운 꿈이었다.

꿈속에서 자신의 몸은 불길하고 불결한 기운으로 가득 차버렸고 그 기운을 제어할 수 없었던 자신은 그대로 기운에 먹히고 말았다.

어마어마한 고통이 엄습하였고 이내 자신의 온몸은 검게 물들여지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절망하였다.

도저히 기운을 몰아낼 힘도 의지도 생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포기하였다.

이대로 모든 것을 놔버리고 겸허히 죽음을 맞이하자고 말이다.

고통받는 삶보단 편안한 죽음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변이 일어났다.

자신의 몸을 물들고 있던 사악한 기운들이 전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내장을 파고들었던 기운들이

심장을 파고들었던 기운들이

단전을 파고들었던 기운들이

골수까지 파고들었던 기운들이 모두 말이다.

처음에는 미약한 이동에 불과하였다.

정말 모기 눈물보다 작은 정도의 미약한 양이었다.

그런데 그 모기 눈물에 불과했던 기운의 이동이 점점 커지기 시작하더니 이내 온몸에 파고들고 있었던 기운들이 전부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전혀 다른 곳으로 말이다.

그녀는 궁금하였다.

이 악귀와도 같은 기운들이 대체 어디로 이동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녀는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서 눈을 힘겹게 떴고 이내 볼 수있었다.

자신의 맥문을 짚고 있는 장선우의 모습을 말이다.

그 모습을 본 순간 강하윤은 왠지 모를 안도감과 행복감에 차오르기 시작하였다.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고통이 사라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장 소협 고마워요."

이내 그녀는 선우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살려줘서 고맙다고 덕분에 살 수 있었다고 말이다.

"별일 아닙니다. 그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제게 강소저는 무척이나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그러자 선우는 답하였다.

그 말을 들은 강하윤은 얼굴을 붉혔다.

안그래도 호감이 가득했던 상대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부끄러움이 잔뜩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무..무언가..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혹여..원하시는 것이라도 있으신가요?"

그녀는 물었다.

"괜찮습니다. 무언가 보답받고자 한 행동이 아닙니다."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거절을 하였다.

"그..그래도 제 마음이 편치 않아요!"

선우의 거절의사를 확인한 강하윤은 다급히 대답을 하였다.

이대로 그에게 보답할 기회를 날려버릴 수는 없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아니요. 제가 괜찮지 않아요. 어찌 생명의 은인에게 은혜를 갚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어불성설이에요. 그 어떤 것이든 들어주겠어요. 부디 원하는시는게 있다면 가감없이 말해주세요."

강하윤은 진지하기 그지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선우를 바라보았다.

".........어떤 것이든요?"

선우는 확인하듯 물었다.

"네, 그 어떤 것이든요!"

그녀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렇다면...한 가지...강소저께 받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러자 쑥스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선우에게 답을 하였다.

"무엇인가요? 뭐든 말씀해주세요. 봉황당주 아니 무인 강하윤의 이름을 걸고 그 어떤 소원도 들어드리겠어요."

강하윤은 호엄장담을 하였다.

그 어떤 것도 들어줄 수 있다고 말이다.

".........제가 원하는 것은 강 소저와의 입맞춤입니다."

선우는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히며 입을 열었다.

"네에!?"

선우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목숨을 구해주고 원하는 것이 고작 입맞춤이라니?

그것도 자신처럼 나이가 먹을대로 먹은 아줌마와 입맞춤이라니?

".....무리인가요?"

"이해가 가지 않아요...어째서 그런 소원을.."

"그건 강소저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저...저를요?!"

"어릴 적부터 강 소저를 동경하였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마주보고 사랑을 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남편이 있는 유부녀라는 사실을 잊을 만큼 말입니다."

"그...그런.."

강하윤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남편이 있기에 저는 당신에 대한 사랑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장 정의롭고 아름다운 여인에게 부정을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선우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만약 당신이 제게 소원을 하나 들어주신다면 저는 당신과의 입맞춤을 빌도록 하겠습니다. 잠시나마 당신이 부정을 저지를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은혜갚기라는 명분하에 말입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멋지고 젊은 청년의 사랑 고백에 넋이 나간 까닭이었다.

"물론...부담이 되신다면 못 들은 걸로 하셔도 상관 없습니다..제 욕심일 뿐...당신에게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선우는 비에 젖은 강아지 같은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강하윤의 가슴을 더욱더 떨리게 만들었다.

화경 상경의 고수마저 손짓만으로 죽여버리는 절대고수가 자신의 앞에서 비에 잔뜩 젖은 강아지마냥 떨고 있었다.

어찌 이런 상황에서 가슴이 떨리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하겠어요."

"네?"

"입맞춤 하겠어요."

강하윤은 뜨거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대신 입맞춤만이에요.."

강하윤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강소저...감사합니다."

그녀의 허락을 들은 선우는 연신 감사를 표하였다.

동경하고 사랑하는 그녀의 입맞춤을 받을 생각을 하니 행복이 올라온듯 싶었다.

이내 선우는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강하윤은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내밀었다.

츄압

그리고 이내 강하윤의 입술에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그 감촉을 느낀 강하윤은 확신할 수 있었다.

선우의 입술이 닿은 감촉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츄압 츄압

강하윤은 입술을 격렬하게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조금이라도 더욱더 자세히 음미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아...행복해.'

그녀는 생각하였다.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라고 말이다.

무려 십오년만에 닿는 타인의 입술이었다.

그럼에도 생소함보다는 그리움이 들었다.

언제나 그리워하던 타인의 접촉에 대한 그리움이 말이다.

그녀는 빌고 또 빌었다.

부디 이 시간이 영원히 지속되기를 말이다.

츄릅 츄릅

그때 갑자기 입술에서 촉촉하고 물렁한 감촉이 느껴졌다.

'아'

그녀는 이내 눈치를 챌 수 있었다.

선우가 혀를 집어넣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아이가..'

그녀는 당황하였다.

입맞춤을 허락하긴 했지만 혀까지 허락한 기억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혀를 받아들였다.

생명의 은인에게 야박하게 굴 생각은 없었을 뿐더러 혀가 들어오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촤압 촤압 촤압

그녀는 마주 혀를 내밀어 그의 혀를 핥아주었다.

그리고 이내 두사람의 혀가 뱀이 교미하듯 서로 얽혀들기 시작하였다.

터업

그때 갑자기 허벅지에서 억센 손의 감촉이 느껴졌다.

선우가 허벅지를 붙잡은 것이다.

'아...아...안돼.'

그녀는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이건 안되었다.

입맞춤을 허락하긴 했지만 여기까지 허락한 기억은 없는 것이다.

그녀는 다급히 선우를 밀어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미 입안을 잔뜩 점령한 선우의 혀가 그녀의 저항의지를 꺾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아...아...안되는데..'

이내 허벅지를 만지작거리던 손은 천천히 치마 안쪽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였고 그녀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찔걱

'아아아아아아아앙!'

이내 선우의 손가락이 그녀의 속옷에 닿게 되었고 그녀는 속으로 격렬한 신음성을 내뱉었다.

십오년 만의 닿는 남자의 손길에 어마어마한 자극을 느낀 것이리라

그렇게 그녀는 곤란하면서 행복한 꿈을 이어갔다.

************

솔 솔

무척이나 고소한 냄새가 코끝을 자극하기 시작하였다.

보글 보글

뿐만 아니라 무언가 끓는 소리가 귓가를 즐겁게 해주었다.

국일 것이다.

그것도 무척이나 고소한 국 말이다.

꼬르륵

이내 배에서 어마어마한 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이는 분명 저 고소한 국을 먹고 싶다는 몸의 신호이리라

강하윤은 천천히 눈을 떴다.

그리고 냄새를 따라 본능적으로 고개를 살짝 돌렸다.

그러자 이내 시야에 국을 휘젓고 있는 사람의 인영이 흐릿하게 보이기 시작하였다.

'응?'

그녀는 안력을 집중하여 흐릿했던 시야를 더욱더 선명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이내 경악을 하였다.

장선우가 국을 휘젓고 있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장소협?!"

그녀는 깜짝 놀란 얼굴을 한 채 큰소리로 외쳤다.

"오, 이제 깨셨군요."

선우는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대체...무슨...짓을....아니..그보다..대체..여기는...어디.."

"사냥꾼이 쓰던 오두막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오두막이요?"

"네, 다행히 멀지 않은 곳에 있더군요."

"아...그..런가요.."

"뭐, 버려진 것 같긴 하지만 말이죠."

"어떻게...된건가요?"

강하윤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다.

그녀는 분명 골수까지 침식한 흑사기에 잠식되어 의식을 잃었다.

죽기직전의 상황까지 몰리고 만 것이다.

그런데 어찌 이렇게 멀쩡히 살아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뭐가 말입니까?"

"저는 어제...분명...흑사기에...침식되어..의식을..잃었는데..."

그녀는 끝말을 흐리며 우물쭈물하게 말을 이었다.

"운좋게 내력으로 몰아낼 수 있었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소협..께서요?"

"네."

선우는 슬며시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강하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꿈이 아니었구나.'

자신의 몸을 잠식한 흑사기를 몰아냈던 모습이 꿈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설마 입맞춤도!?'

이내 그녀는 경악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입맞춤도 실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부웅 부웅

하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빠르게 저었다.

그대로 기절해버린 자신이 그런 격한 행동을 할 수 있을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후우"

이내 한숨을 내쉰 강하윤은 신색을 회복하였다.

그리고 올곧은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았다.

"장 소협."

그 다음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말씀하시지요."

"....제 목숨을 구해주셨군요.."

강하윤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가장 절망하고 두려워하던 순간

자신을 구원해준 이가 장선우라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눈시울이 절로 붉혀졌다.

그리고 벅참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당연한 일을 했을 뿐입니다."

그녀의 말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의 입장에서 그녀를 구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다.

누가 뭐래도 그녀는

지루하고 재미없고 언제 끝나나 페이지만 세보던 무협지를 완독할 수 있게 도와준 일등공신이었으니 말이다.

애정도가 남달랐다.

"아니요....당연한게 아닙니다."

선우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결코 당연한게 아니에요. 비록 의식이 끊어진 상태였지만 느낄 수있었어요. 제 몸을 둘러싸고 있던 수많은 악의와 악기들을 장 소협이 전부 가져갔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그녀는 감동에 찬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을 어찌 다른 누가 함부로 할 수 있다는 말인가요? 자칫 잘못하면 목숨이 위험할 수 있는 그런 일을 말이에요."

그녀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선우를 향해 곧바로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한 발자국 한 발자국씩 말이다.

"오직 그대이기에 저를 구한 것이에요."

덥석

이내 강하윤은 양손으로 선우의 손을 붙잡고 말을 이었다.

"장 소협....보..답을 하고 싶어요."

강하윤은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보답받고자 한 행동이 아닙니다."

선우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대로 사기를 몸에 담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었다.

자칫 잘못하다간 기존에 있는 기운과 반발하여 그대로 혈도와 단전이 터져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선우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공령지체를 완성한 그가 아니던가

단전에 담겨 있는 것 자체가 없는데 반발하고 말고 할 것이 어디있다는 말인가

떨떠름하였다.

그리 힘들지 않았기에 이렇게까지 감사를 받을 일일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요...그렇다해도 보답을 받아야해요...그렇지 않으면 제 마음이 편치 않을거랍니다."

강하윤은 한손을 커다랗기 짝이 없는 가슴 위에 올린 뒤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슬며시 얼굴을 붉혔다.

괜스레 부끄러운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괜찮습니다. 저희는 동료가 아닌가요. 그저 옳은 일을 행한 것 뿐입니다."

선우는 재차 거절하였다.

딱히 보상을 받고자 한 행동도 아닐 뿐더러 굳이 그녀에게 빚을 지워두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요...그래선...안돼요...장 소협은....제게 원하는 것을 빌어야해요...무조건...말이에요.."

그녀는 발끈하듯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어떻게든 원하는 답을 듣겠다는듯이 말이다.

"네?"

이쯤되니 선우는 상당히 당황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은혜 입힌 쪽에서 이렇게 완강히 거부하는데 뭐 이리 끈덕지게 달라붙는다는 말인가

"어찌 생명의 은인에게 은혜를 갚지 않는다는 말인가요. 어불성설이에요. 그 어떤 것이든 들어주겠어요. 부디 원하는시는게 있다면 가감없이 말해주세요! 그 어떤 것이든 어떤 요구든....무인 강하윤의 이름을 걸고 들어주도록 하겠어요..........그 어떤 것이든요."

강하윤은 얼굴을 잔뜩 붉힌 채 그 어떤 것이든이라는 말을 유독 강조하면서 선우를 재차 설득하였다.

어떻게든 은혜를 갚겠다는 의지를 내보이면서 말이다.

그리고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녀의 완강한 태도에 당혹스러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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