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41화 〉 442. ...위대한 경지에 다다른 것인가요?
".....아."
강하윤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내지른 주먹을 바라보았다.
내지른 주먹에는 핏물과 뇌수가 덕지덕지 묻어있었다.
살혼의 머리통이 터지면서 눌러붙은 것이다.
그녀는 의아함이 들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분명 이번 한 수는 그녀에게 불리한 한수였다.
분명 주먹보다 세검의 속도가 더욱더 빨랐으며 그녀는 반응조차 하지 못했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머리통이 꿰뚫리게 될 것이 뻔하다고 말이다.
그런데 이변이 일어나고 말았다.
자신의 머리가 아닌 살혼의 머리통이 터져버린 것이다.
자신의 주먹에 의해서 말이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것이란 말인가
강하윤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머리를 잃은 몸통과 세검 한자루가 떨어져있었다.
"어?"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강하윤은 순간 경악을 하였다.
세검이 자루밖에 남지 않았던 까닭이었다.
'대체...이게?'
그녀의 의문이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어찌 멀쩡하던 세검이 자루밖에 남지 않았다는 말인가
분명 자신은 세검을 부수지 않았다.
부수기는 커녕 반응조차 못하였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대체 누가 살혼의 세검을 이리도 깔끔하게 부서버렸다는 말인가
그것도 검신부분만 말이다.
저벅 저벅
그때 어디선가 발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들은 강하윤은 긴장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재빨리 몸을 돌렸다.
살혼 또다시 등장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긴장은 몸을 돌린 순간 그대로 풀어지게 되었다.
발소리의 주인이 익히 알고 있는 이였기 때문이었다.
"장소협!"
발소리의 주인은 차기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며 최고의 후기지수라고 무림에 공인받은 신룡 장선우였다.
저벅 저벅
선우는 천천히 그녀를 향해 걸어들어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앞에 멈춰서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당주, 괜찮으십니까?"
선우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괜찮아요.."
강하윤은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답을 하였다.
선우의 걱정이 가득 담긴 눈빛에 마주하니 심장이 울렁거린 까닭이었다.
"정말인가요?"
선우는 의문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하아...정말이고...말고요."
강하윤은 얼굴에 홍조를 띄운 채 가뿐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괜찮다는데 자꾸만 걱정을 하니 왠지 모르게 부끄러움이 올라온 탓이었다.
"괜찮긴요! 얼굴은 시뻘겋고 호흡이 가쁜데!"
그녀의 대답에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가 보기엔 그녀의 상태는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
얼굴에는 홍조가 가득 올라와있었고 호흡은 무척이나 가쁜 상태였다.
누가봐도 정상적인 상태는 아닌 것이다.
착
선우는 재빨리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뭐...뭐하는 건가요."
선우의 갑작스러운 행동에 놀란 강하윤은 대번 소리를 내질렀다.
"잠시만요...열이 있는지 확인하는 겁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침착한 어조로 답을 하였다.
"다행히 열은 없네요. 평소보다 조금 뜨겁긴 하지만 그렇게 신경쓸 정도는 아닙니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이마에서 손을 떼어낸 선우는 활기찬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제가...말하지 않았나요...괜찮다고.."
그녀는 부끄러운 내심을 감추며 탓하듯이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저는 그저 걱정된 마음에 그런건데...너무 과했나봅니다."
선우는 죄송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사과를 하였다.
그녀를 너무 애처럼 취급한 것은 아닐까라는 뒤늦은 후회가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걱정해주신거니까...용서해드릴게요."
그녀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선우는 고개를 슬며시 숙이며 입을 열었다.
'참으로 예의바른 아이야.'
강하윤은 그 모습을 무척이나 흐뭇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다.
우우웅
그때 어디선가 상당한 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위쪽!'
이내 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다시금 살혼이 왔다는 사실을 말이다.
"장소협 피해야해요!"
그녀는 선우를 바라보며 다급히 외쳤다.
살혼의 살기가 그에게 향하고 있음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쇄애애애액
이내 위쪽에서 검 한자루가 날아들기 시작하였다.
검이 노리는 곳은 정확히 선우의 정수리였다.
오장.....사장.....삼장....이장.......일장
이내 날아드는 검이 그의 지척까지 다가오게 되었다.
'죽어라!'
살혼은 꿰뚫려버릴 그의 정수리를 상상하며 그대로 검을 찔렀다.
그의 검에 어마어마한 살기가 감싸지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액
하지만 아쉽게도 그의 상상은 이루어지지 않게되었다.
선우는 한 걸음을 이동하여 검을 완전히 피해버린 까닭이었다.
'아니!?'
순간 검을 내지른 살혼은 당황하였다.
분명 장선우의 수준으로는 결코 피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낙하 속도에 내력으로 가속도까지 붙인 속도였다.
그런데 어찌 그런 검속을 이리도 쉽게 피할 수 있다는 말인가
'일단 거리를 벌린다.'
살혼은 생각하였다.
일단 착지를 한 후 그대로 거리를 벌리겠다고 말이다.
덥석
하지만 그의 생각은 뜻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장선우의 손에 의해 안면이 그대로 잡혀버렸기 때문이었다.
콰지직
그리고 이내 의식을 잃게 되었다.
머리통이 그대로 박살나버렸기 때문이었다.
핏물과 뇌수가 다시금 터져나왔다.
"네?"
선우는 자신에게 피하라고 경고를 한 강하윤을 바라보며 반문을 하였다.
마치 아무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
그리고 그 모습을 본 강하윤은 입을 턱하니 벌렸다.
너무나 놀라운 광경에 경악을 한 까닭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장...소협...어떻게....한건가요?"
이내 정신을 차린 강하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거요?"
선우는 손에 쥐고 살혼의 시체를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네....어떻게 그렇게 쉽사리 잡아낸 건가요?"
그녀는 의문이 가득 담겨있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살혼의 접근은 화경 상경을 넘어선 자신조차 근접했을 때 겨우 반응할 만큼 은밀하였다.
그런데 어찌 눈앞에 있는 청년이 그런 살혼의 공격을 단박에 알아차리고 피하는 것은 물론 곧바로 반격하여 머리통을 쥐어잡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냥 느껴졌습니다."
선우는 담담하 어조로 솔직한 심정을 말하였다.
"그냥.....느...껴졌다고요?"
"네."
"그럼 살혼이 나무 위에서 대기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챈건가요?"
"아니요."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대체..어떻게.."
"살기를 뿌릴 때 알아차리고 곧바로 반응한 것 뿐입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입을 꾹 다물었다.
너무 경악스러워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살혼이 살기를 내뿜을 때는 검이 반응하기 힘들만큼 지척에 다다랐을 때였다.
그런데 어찌 그렇게 빠르게 반응하고 대응할 수 있다는 말인가
경악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장 소협."
강하윤은 진지하기 그지 없는 목소리로 그를 불렀다.
"네. 말씀하시지요."
".......혹시......위대한 경지에 다다른 것인가요?"
그녀는 떨리는 목소리로 물음을 표하였다.
물론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긴하였다.
위대한 경지가 어떠한 경지라는 말인가
현경이라고 불리우며 인간을 초월했다고 여겨지는 반선의 경지가 아니던가
현경의 경지는 백년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인재가 평생을 수련한다고 해도 닿을까 말까한 위대하기 그지 없는 경지였다.
그런데 지금 자신은 이제 이립도 안된 청년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혹여 위대한 경지에 다다르지 않았냐고 하면서 말이다.
말이 될 리 없었다.
하지만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기 않고서는 자신조차 뛰어넘는 어마어마한 반응 속도가 설명이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자신은 화경을 넘어선 인재였다.
현경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자신조차 반응하지 못했던 검에 반응을 하였다.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자신보다 지고한 경지에 도달했다는 의미가 아니던가
그렇기에 그에게 물을 수 밖에 없었다.
위대한 경지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고 말이다.
"깨달음이 있었을 뿐입니다."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슬며시 미소를 흘리며 답을 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경악을 하였다.
그가 부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아"
이내 강하윤은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리고 눈이 몽롱하게 풀리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너무나도 거룩하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평생을 걸려도 도달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대한 경지를
인간을 초월하여 반선이라고 불리우는 초월의 경지를
천재라고 불리우며 수십년간 무공에 빠져살았던 자신조차 도달하지 못했던 경지를
눈앞의 남자가 도달한 것이다.
어찌 거룩해보이지 않을 수가 있을까?
그는 이제 이립도 안된 젊은 나이였다.
그런 젊은 나이에 반선이 된 것이다.
거룩하고 또 거룩하였으며 어마어마한 존경심이 가슴속 깊은 곳에서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장소협...당신은...대체.."
강하윤은 몽롱한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긁적
'그리 대단한 경지가 아닌데...'
그리고 그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강하윤의 존경 어린 눈빛을 받으니 머쓱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현경에 올랐지만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여기고 있는 선우였다.
비록 현경의 경지가 무림사에 전설처럼 내려지는 경지이긴 하였지만 그가 알고 있는 현경의 고수는 수두룩하였다.
그리고 선우는 그들 중에서 특출나게 강하다고 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약한 편이라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마음의 검조차 세우지 못한 상태이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강하윤이 너무나 존경어린 눈빛을 보내니 머쓱함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머쓱함을 느끼고 있을 때였다.
"웃기지마라!"
갑자기 뒤편에서 살혼이 튀어나오더니 고함을 내질렀다.
"저딴 애송이가 위대한 경지에 다다랐다고!?"
그는 선우에게 삿대질을 하며 언성을 높였다.
도저히 말도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반선은 위대한 경지였다.
인간을 초월하는 경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찌 저렇게 새파랗게 어린 놈이 그런 위대한 경지에 다다랐다는 말인가
이혼대법移魂大法을 통해 수백년간 수 많은 몸으로 갈아타며 생을 연명해온 자신조차 도달하지 못한 위대한 경지를 말이다.
어불성설이었다.
개같은 소리였다.
"넌 뭐냐?"
선우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살혼殺魂이다!"
중년의 남자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살혼殺魂?"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아는 살혼은 늙은 이였다.
저런 중년인이 아닌 것이다.
"살혼이 여러명인가?"
"아니에요. 소협...저자는 죽는 즉시 몸을 갈아타요."
옆에 있던 강하윤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몸을 갈아탄다고요?"
선우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네, 기억을 그대로 공유하여 다른 몸으로 갈아타는 거에요."
그녀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여기 있는 시체들은 모두..."
선우는 이곳저곳에 널부러져있는 시체들을 불러보며 입을 열었다.
"네에. 전부 살혼이었던 자들이에요."
"허어.."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너무나 놀라운 사실에 헛웃음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기억을 그대로 공유하여 몸을 갈아탄다니?
만약 몸만 무한정으로 준비 되어 있다면 마치 불사신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죽을 때마다 몸을 갈아타면 되니 말이다.
'골 때리는 녀석이 나왔네.'
선우는 생각하였다.
생각보다 골때리는 녀석이 나왔다고 말이다.
그리고 이해가 되었다.
강하윤이 왜 고전을 하였는지 말이다.
"주제도 모르고 위대한 경지를 함부로 입에 담다니!"
살혼은 세검을 치켜들고 그대로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그 속도는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무척이나 빠른 속도였다.
쇄애애애애액
이내 그의 신형이 빛살같은 속도로 선우에게 날아들었다.
길다란 세검을 곧게 뻗은 채 말이다.
선우는 그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더니 이내 천천히 손을 뻗었다.
그리고 다섯 손가락을 그대로 구부렸다.
마치 쥐어뜯는듯이 말이다.
부웅
그다음 그대로 휘둘렀다.
허공을 향해 말이다.
콰지지직
콰지지지직
순간 선우에게 달려들던 살혼이 그대로 비틀어지기 시작하였다.
처음에 비틀어진 것은 그의 세검이었다.
마치 양손으로 잡고 그대로 비틀어버린 것처럼 검이 그대로 부러지고 말았다.
그다음 비틀어진 것은 그의 손이었다.
손목은 오른쪽으로 비틀어졌고 전완은 왼쪽으로 비틀어졌다.
그리고 팔뚝은 오른쪽으로 비틀어졌다.
그다음은 몸이었다.
하반신은 왼쪽으로 비틀어졌고 상반신은 오른쪽으로 비틀어졌다.
그다음은 목과 머리였다.
목은 오른쪽으로 비틀어졌고 머리는 왼쪽으로 비틀어져버렸다.
그리고 이내 모든 것들이 비틀어져버린 살혼은 어마어마한 피분수가 내뿜기기 시작하였다.
촤아아아아아아악
온 사방을 잔뜩 적실만큼 말이다.
멍
그리고 강하윤은 피분수가 난무하는 광경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너무나 비현실적인 모습에 넋이 나가버린 탓이었다.
그저 손 짓 하나로 사람을 죽인 것이다.
그것도 화경 상경에 다다른 살혼을 말이다.
어찌 그런 광경을 보고 넋이 나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