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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438화 (439/1,419)

〈 438화 〉 439, 혈해血解의 습격

"수고했다. 강하윤."

멀지 않은 곳에서 칼칼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타타탁

타타탁

그리고 이내 꼭대기 쪽에 복면을 쓴 이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어랍쇼, 이건 또 뭐야?"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산행 도중 묘한 위화감을 느끼긴 하였지만 산짐승이겠거니 하고 그냥 넘겼던 그였다.

그런데 아무래도 위화감의 정체는 산짐승이 아닌듯 하였다.

산짐승이 단체복을 입고 있지는 않지 않겠는가

"장 소협을 죽이기 위한 암살단체예요."

"당신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까지 부른겁니까?"

"일처리는 확실해야한다고 하더군요."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허어"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자신을 잡겠다고 화경 상경의 경지에 올라와있는 강하윤과 암살 단체까지 불러왔다니

당진설의 용의주도함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용의주도하군요."

"그런 여자니까요."

강하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고 하던데

당진설이 한을 품으니 목숨이 절로 위험하였다.

선우는 슬며시 꼭대기에 모여드는 복면인들을 바라보았다.

'뭐 이리 많대?'

그들을 본 선우는 살짝 놀랐다.

모여드는 인원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이렇게 많은 인원이 은신하고 있는데도 알아채지 못하였다는 사실이 말이다.

"끌끌끌끌...네놈이 신룡이구나."

그때 모여드는 복면인들 사이에서 한 추레한 늙은이가 걸어나오기 시작하였다.

한눈에 봐도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노인네였다.

"당신이 대가리야?"

"끌끌끌끌...그렇다고 할 수 있지."

"노인네가 죽을 날만 기다릴 것이지. 뭣하러 이런 곳까지 왔대?"

"끌끌끌....돈을 받았으면 일해야하지 않겠느냐?"

노인은 선우의 거친 말을 반박하며 말을 이었다.

"얼마나 돈을 받았기에 다 늙어빠진 몸뚱이를 움직였소?"

"백만냥이더구나..끌끌끌"

"허어...백만냥?"

그의 말을 들은 선우는 놀란듯 반문하였다.

"끌끌끌끌...그리도 놀랍더냐?"

노인은 선우의 반응이 재밌었는지 기분 나쁜 웃음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놀랍지, 내 목이 고작 그것밖에 안된다고 하니 말이야."

"뭐라?"

"천만냥은 줘야하지 않겠어?"

선우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양손을 펼치며 입을 열었다.

"끌끌끌 재밌는 놈이구나."

"내가 좀 재밌긴 하지."

"하지만 본좌가 보기엔 백만냥이면 충분해 보이는구나."

"눈이 삐었나보네. 새로 태어나는게 어때?"

"끌끌...끌 버릇 없는 놈."

노인은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한 마디를 지지 않는 그의 모습을 보니 웃음이 절로 새어나왔기 때문이었다.

"본좌가 누구인지 알고 그런 말을 지껄이는 것이냐?"

"당신이 누군데?"

"본좌는 혈해血解의 해주이다."

선우의 물음에 노인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무림에서는 살혼殺魂이라고 부르지."

노인은 입가에 만연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척이나 자부심이 드러나는 모습이었다.

"호오, 꽤나 이름 있는 살귀가 나타났네."

그의 별호를 들은 선우는 눈을 반짝이며 반문하였다.

살혼에 대한 악명은 장삼의 기억에도 선명히 각인되어 있었다.

한 때 정파의 공포로 군림하였던 사내였기 때문이었다.

"노부가 거짓을 말한다고 생각하느냐?"

"아니? 믿어."

"그런데 태도를 보니 영 믿는 것 같지는 않구나."

살혼은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말하였다.

보통 자신의 정체를 밝힐 경우

반응은 두가지였다.

믿을 수 없다는 태도를 취하며 그를 무시하거나 경악성을 내뱉은 뒤 공포에 젖어 온몸을 벌벌 떨거나 말이다.

전자의 경우 무시한 댓가로 죽음을 선사해주었고 후자의 경우 공포에 벌벌 떠는 모습을 즐기며 천천히 목숨을 앗아가버렸다.

그런데 눈앞에 있는 녀석의 반응은 전혀 예상 밖이었다.

살혼이라는 별호를 듣고도 전혀 놀라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몸을 벌벌 떨지도 않았고 믿을 수 없다며 무시하지도 않았다.

"그럼 내가 아이고 무서워...살려주세요 하면서 빌기라도 해야해?"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세계관 최강자인 이재원 앞에서도 쌍욕을 박았던 그였다.

그런데 별 같잖은 놈한테 뭣하러 덜덜 떤다는 말인가

"끌끌, 이거 참 나도 늙었구만. 새파랗게 어린 놈에게 이렇게 무시를 당할 줄이야."

선우의 말을 들은 살혼은 슬며시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어디 실력이나 보자꾸나. 나불 댈 실력이 있는지 말이다."

살혼은 살기 어린 눈빛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우드득 우드득

"충분할거야."

선우는 몸을 살짝 풀며 입을 열었다.

"덮쳐라!"

살혼은 살수들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살수들이 일제히 그에게 달려들기 시작하였다.

월광이 서려 있는 수많은 칼들이 달빛 아래 빛나기 시작하였다.

'건곤대나이로 날려버려야지.'

선우는 생각하였다.

건곤대나이로 일제히 절벽 아래로 떨궈버리겠다고 말이다.

방향을 전환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콰쾅

하지만 안타깝게도 선우의 계획은 생각처럼 이루어지지 않았다.

건곤대나이를 쓰기도 전에 먼저 나선 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아악!"

"크으윽!"

"카아악!"

선우에게 달려들었던 수십 명의 살수들이 일제히 땅에 처박혀버렸다.

그것도 상당한 비명성을 내지르면서 말이다.

"....크아아악!!! 강하윤!"

팔이 날아간 채 땅을 구르고 있던 살수가 원독에 찬 목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억울함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어딜 손대?"

강하윤은 주먹을 정면으로 뻗은 상태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주먹에는 살수들의 핏물이 가득 묻어있었다.

"허어."

그 모습을 본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그녀의 영문 모를 행동에 당황한 까닭이었다.

그녀는 분명 협과 의리 중 의리를 택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어찌 자신을 보호한다는 말인가

"당주.....이게..대체...무슨.."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죄송해요. 장소협, 말하지 않은게 몇 가지 있어요."

"말하지 않은거요?"

"네에, 장소협을 살해하려고 부르긴 했지만 죽일 생각은 없었어요."

"........네?"

선우는 이해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반문하였다.

살해하려고 불렀지만 죽일 생각이 없었다니

이게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저들을 끌어낼 심산이었거든요."

강하윤은 눈짓으로 살수들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유인책이었다는건가요?"

"네에....아무래도 저 혼자 온다면 저들이 모습을 드러낼 것 같지 않아서요..."

강하윤은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어째서죠?"

"네?"

"어째서....저를...죽일 생각을 거두어 들인거죠?"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알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어째서 그녀가 자신을 살리는 방향을 선택한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것도 목숨 빚을 갚는다는 의리를 저버리면서까지 말이다.

"후훗. 이게 가장 저 다운거니까요."

선우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작은 웃음을 터트리며 말을 이었다.

"의리를 지키기 위해 부정을 저지를 수는 없어요. 이게 제가 내린 결론이랍니다."

강하윤은 호방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귀뜸이라도 해주시지.."

"어쩔 수 없었어요. 혈해의 살수들이 어디에 숨어있을지 알 수 없었으니까요."

그녀는 미안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저는....그것도...모르고...실망했네..어쨌네...말을.."

선우는 머쓱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의도도 모른 체 마음대로 지껄였던 것이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었다.

"아니요."

선우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입을 열었다.

"오히려 좋았어요. 그런 말을 들어서요."

"그런..말이요?"

"신념을 관철하는게 틀리지 않다는 말 말이에요."

강하윤은 상큼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누구도 제게 그런 말을 해준 적은 없었어요. 다들 딱딱하다. 고지식하다. 사회 생활할 줄 모른다. 멍청하다. 어리석다며 조롱할 뿐이었죠."

그녀는 별빛처럼 반짝이는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장소협이 제가 신념을 관철하는게 틀리지 않다고 해주셨어요. 그게 가장 저다운 모습이라면서 말이죠."

강하윤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커다란 가슴에 손을 올렸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이곳이 미칠듯이 벅차오르는 감정을 느꼈답니다? 고마워요..정말 고마워요."

그녀는 감동 어린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뻘쭘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꾹 다물었다.

딱히 그녀에게 감사 인사를 들으려고 했던 말이 아니었다.

느낀 그대로 말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아는 강하윤이라는 여자는 그런 여자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그런 말에 이렇게 격하게 감동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괜스레 부끄러운 마음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강하윤은 그런 선우의 모습을 귀엽다는듯이 바라보더니 이내 표정을 굳히고 천천히 몸을 돌렸다.

"그러니까 자책하지 마세요. 장소협의 말 하나하나가 제게는 전부 금과옥조와 같은 말이랍니다."

"..........."

강하윤의 극찬을 들은 선우는 머리를 긁적였다.

최근 이렇게까지 칭찬 받은 적이 있나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콰콰쾅

그때 갑자기 땅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깜짝 놀란 선우는 옆을 바라보았다.

옆을 보니 땅을 짓밟아 깊게 패이게 만든 강하윤의 모습이 보였다.

"어머, 죄송해요. 놀라셨죠?"

강하윤은 미안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깜짝 놀라긴 했습니다."

"날벌레들이 많아서요."

그녀는 깊게 패어져있는 땅을 눈짓하며 말을 이었다.

그 안을 자세히 살펴보니 머리통이 박살나있는 살수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에게 짓밟혀 생을 마감한듯하였다.

".......살수?"

"네에...토둔술을 익힌 것인지 땅바닥에 숨어있더라구요."

"그걸 어떻게 알아챘습니까?"

선우는 놀란듯 그녀에게 반문하였다.

"처음엔 저도 두더지나 짐승인줄 알았는데....발을 살짝 굴러도 꼼짝도 안하더군요."

그녀는 별거 아니라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래서 살수인걸 직감했답니다."

"그렇군요....이거 부끄럽네요. 살수를 알아보지도 못하고."

"어머, 부끄러워하시지 않아도 된답니다. 애초에 귀식대법을 써서 시체나 다름없는 상태로 대기하고 있던 이들이라....기감만으로 감지해내는 건 어려웠을거예요."

"아...그렇군요."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납득했다는 듯 말을 이었다.

사실 선우는 살짝 의기소침해하고 있었다.

수많은 살수들이 대기하고 있었음에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귀식대법으로 여기저기에 대기하고 있었던듯 싶었다.

시체와 다름없는 상태로 대기하고 있다면 알아차리지 못할만도 하였다.

생명의 기운이 미약하기 짝이 없을테니까 말이다.

"그럼 이제 슬슬 정리해볼까요?"

선우가 납득한 모습을 본 강하윤은 슬며시 미소를 짓더니 그대로 몸을 돌렸다.

슬금 슬금

그리고 몸을 돌리자 슬금슬금 접근하고 있는 살수들의 모습이 그녀의 시야에 들어왔다.

선우와 잠깐 대화를 나누는 동안 덮칠 틈을 노리고 있었던 듯하였다.

그들의 모습을 본 강하윤은 악동같은 미소를 지었다.

주제도 모르고 기어오르는 개미떼를 보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주제를 알게하고 싶었다.

어느 위치에 존재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말이다.

우우우우웅

그녀는 서서히 투기를 끌어올리기 시작하였다.

"누구부터 올래?"

그녀는 투기 어린 눈빛으로 살수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움찔

그리고 그녀의 투기 어린 눈빛을 마주한 살수들은 일제히 몸을 떨었다.

그녀의 기운에 압도된 까닭이었다.

"강하윤."

그때 살수들 뒤편에서 살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배신을 한 것이냐?"

살혼은 북풍한설마냥 차갑기 그지 없는 눈빛으로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애초에 같은 편이었던 적이 없는데?"

그녀는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끌끌끌....내 분명 말했을텐데? 걸리적 거린다면 죽여버리겠다고 말이야."

살혼은 살기를 있는대로 끌어올리며 그녀에게 말하였다.

배신을 당했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솟은듯 하였다.

"그럴 능력은 있고?"

강하윤은 도발하듯이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네년한테 수준 차이라는 것을 보여줘야할 듯 싶구나."

촤르르르르

말을 마친 살혼은 재빨리 손을 뻗었다.

그러자 그의 양소매에서 무척이나 길죽하면서 얇디 얇은 세검이 튀어나왔다.

꽈악

세검을 꺼낸 살혼은 그대로 세검을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들어올린 뒤 강하윤에게 겨누었다.

"네년부터 죽여주지. 장선우는 그 다음이다."

살혼은 살기를 잔뜩 끌어올린 뒤 강하윤을 위협하였다.

"그다음은 없을거야. 네 머리통은 터져버릴테니까."

강하윤은 투기를 있는대로 끌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파직 파지직 파지지직

얼마 지나지 않아 살혼의 살기와 강하윤의 투기가 부딪히더니 전기가 튀는 소리를 내기 시작하였다.

이내 두 사람의 눈동자에는 서로를 죽이겠다는 일념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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