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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437화 (438/1,419)

〈 437화 〉 438. 저는 장소협을 죽일 생각이에요.

선우는 입가에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 것이 원만하게 끝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가장 사랑하는 히로인인 강하윤과 어색함도 풀었고 거짓으로 그녀를 놀린다는 오해도 풀었다.

뿐만 아니라 자기혐오에 빠진 그녀에게 위로까지 해주었다.

원만한 마무리를 한 것이다.

어찌 만족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마워요....소협 덕분에...힘이 났어요."

강하윤은 이내 신색을 회복한 뒤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별말씀을요. 힘이 되었다니 기쁩니다."

선우는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

"................."

이내 둘사이에 다시금 침묵이 자리잡기 시작하였다.

누구하나 입을 여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뭐지? 왜 다시 어색해진거지?'

선우는 당혹스러운 심정이 들었다.

갑자기 찾아온 어색한 침묵에 당황한 탓이었다.

선우는 곰곰이 고심을 하였다.

무슨 말을 해야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저.."

"저.."

선우는 당황하였다.

용기를 내어 간신히 입을 떼어버렸건만 그녀와 말이 겹쳐버린 것이다.

"먼저...말하세요."

"아니요...먼저 말하세요."

"아니요...저는 급한게 아니에요...먼저 말하셔도 되요."

"저도..급한게..아니랍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배려하며 말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사실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까먹었습니다....먼저 말해주세요."

"쿡.쿡..쿡..쿡..뭐예요...그게."

선우의 말이 재밌었는지 강하윤은 살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가끔 그럴 때 있지 않습니까? 무슨 말하려고 했는지 까먹을 때 말입니다. 지금이 딱 그런 때입니다."

선우는 입에 침도 바르지 않은 채 거짓말을 하며 말을 이었다.

"후후후....알았어요.. 그럼 제가 먼저 말할게요."

선우의 농지거리를 들은 강하윤은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저랑...어디 좀 가주실 수 있나요?"

강하윤은 묘옥처럼 아름다운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지금요?"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갑자기 가긴 어딜간다는 말인가

".....네에."

"어디 가실 생각인데요?"

선우는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하였다.

이렇게 늦은 야밤에 그녀가 자신을 어디로 데려갈지 도저히 예상이 안되었기 때문이었다.

".....묻지 말고....와주실수 있나요?"

"둘이서만 가는 건가요?"

"네에."

그녀는 매혹적인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지? 꽃따러가자는 건 아닐테고? 달구경인가? 나랑?'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속으로 여러가지 추론을 하기 시작하였다.

어딜 그렇게 데려가고 싶은 지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이런 야심한 시각에 말해줄 수 없는 장소로 데리고 간다라........그것도 단둘이....'

번뜩

순간 선우의 머릿속에 무언가 빠르게 스치듯 지나갔다.

그리고 이내 얼굴이 시뻘개지기 시작하였다.

머리에 스쳐지나간 생각이 너무나도 망측했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그럴 리 없어! 내 강하윤이 그럴 리 없어!'

선우는 재빨리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그리고 순간적으로 떠오른 생각을 부정하였다.

그럴 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만약...그녀가..그런..마음이면...어떡하지?'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여전히 망측한 생각이 가시지 않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밀회를 즐기자는 걸로 밖에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만약 상황을 대비해서 해결책을 마련해야한다고 말이다.

'거절해야해.'

선우는 생각하였다.

만약 그런 상황이 벌어진다고해도 자신은 거절을 해야한다고 말이다.

이미 출발하기 전 다른 여인들에게 수도없이 약속을 하지 않았던가

강하윤을 절대 넘보지 않겠다고

감당치 못할 폭탄을 또다시 늘리지 않겠다고

만약 그녀까지 자신의 여인으로 만들어버린다면 개가 되겠다고 말이다.

'개가 될 수는 없어!'

남자로 태어난 이상

개가 될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더구나 강하윤은 이재원의 둘째 부인이었다.

만약 그녀마저 자신의 품안으로 들어온다면 그의 부인을 두 명이나 빼앗는 셈이었다.

어마어마한 위험부담을 지고 마는 것이다.

그런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자신은 물론 당가에 있는 모두를 위해서 말이다.

그렇기에 거절을 해야했다.

그녀가 헛된 생각을 하지 않도록 말이다.

'후우'

선우는 속으로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올곧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거절을 할셈이었다.

자신이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이래선 안된다고

남편이 있는 유부녀를 품을 수 없다고

동경하는 그녀에게 그런 부정을 저지르게 할 수는 없다고 말이다.

"안되나요?"

그때 강하윤이 물기 어린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되물었다.

그가 오랫동안 말이 없자 거절을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불안감이 든 탓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물기 어린 눈빛은 선우의 애간장을 쉴새없이 녹이기 시작하였다.

선즙필승이라는 말이 있다.

즙을 짜면 여자는 특유의 애처로움과 여성성이 배가 된다.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들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지켜주고 싶은 마음은 사람의 이성적인 판단을 마비시켜버린다.

모든 것을 감정적으로 바꾸어 버리기 때문이었다.

"안 될리가요!"

바로 지금처럼 말이다.

'..아'

선우는 순간 아차하였다.

저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지껄였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안돼! 거절 해야돼! 개가 될 수는 없어!"

선우는 다급히 말을 번복하려고 하였다.

"기뻐요.. 장소협."

"..........."

하지만 그대로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너무나도 아름답게 웃고 있는 강하윤의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거절로 저 아름다운 미소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거절하면 어떻게 하나...고민했거든요....그런데 이렇게 흔쾌히..수락해주신다니...기뻐요."

그녀는 별빛처럼 아름다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눈빛에 정면으로 마주한 선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름답기 그지 없는 강하윤의 눈빛에 그대로 넋을 잃은 탓이었다.

'개로 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심지어 스스로 타협까지 하기 시작하였다.

이미 발정난 개처럼 행동하고 있는데 정식으로 인가받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하고 말이다.

벌떡

그때 갑자기 강하윤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터업

그 다음 손을 뻗어 선우의 손을 그대로 감싸버렸다.

"그럼 같이 갈까요?"

그리고는 이끌듯 선우의 손을 슬며시 잡아당기며 입을 열었다.

"......그러죠."

선우는 해벌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이끄는대로 몸을 맡겼다.

어디든 따라갈 것처럼 말이다.

강하윤은 그런 선우를 부드럽게 이끌며 밖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아무도 눈치 못 채도록 은밀하게 말이다.

***********

"어디까지 가는겁니까?"

선우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물었다.

그녀가 이끄는대로 몸을 맡긴 지 상당한 시간 흘렀다.

그런데도 그녀는 전혀 멈출 기미가 안보였다.

걷고 걷고 또 걸었다.

한시라도 빨리 가야하는 것처럼 말이다.

선우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은밀한 밀월의 밤을 보낼 심산이었다면 꽤나 나쁘지 않은 장소가 수두룩하였다.

마을 어귀에 위치한 인적 드문 방앗간

넓적하고 평평한 바위가 있던 숲속

뒤처리를 하기 쉬울 것처럼 보인 작은 강가

가파르지만 자세를 잡기는 쉬울 것 같은 산길 등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런 좋은 곳을 냅두고 굳이 걸음을 재촉하였다,

이해가 될 리 만무하였다.

"조금만 더 가면 된답니다."

선우의 물음에 강하윤은 매혹적인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에~"

'뭐 더 좋은데가 있겠지.'

그리고 그 미소를 마주한 선우는 이내 수긍을 하였다.

그녀가 어련히 알아서 할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두 남녀는 이름 모를 야산의 꼭대기에 도착하게 되었다.

"하아....설마 당주께서 꼭대기까지 오실 줄은 상상도 못하였습니다."

선우는 감탄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설마하니 그녀가 밀회의 장소로 산꼭대기를 선택할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흐음...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한데.'

물론 나쁘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야밤에 산꼭대기라면 찾아올 이도 없을 것이고 동시에 달과 가장 가까운 곳이니 밀월에 가장 어울리는 장소이기도 하였다.

물론 끝이 보이지 않는 절벽 또한 무척이나 매력적이기도 하였고 말이다.

"장 소협."

그때 강하윤이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를 불렀다.

"예, 말씀하시지요."

선우는 떨리는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너무나 떨렸기 때문이었다.

"그대에게 할 말이 있어요."

"얼마든지 말씀해주십시오."

선우는 두근대는 심장을 애써 감추며 입을 열었다.

"저는 장소협을 죽일 생각이에요."

그녀는 슬픈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말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죽인다니?

나를?

어째서?

혹여 복상사 시켜주겠다는 말을 돌려말한 것일까?

선우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상념들이 지나가기 시작하였다.

"이곳에 장소협을 데리고 온 것은 살해를 하기 위함이었어요. 미안해요."

".....이유를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무래도 복상사로 죽이겠다는 말은 아닌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밀지가 내려왔어요. 그대를 죽이라고 하더군요."

".........저를요? 누가요?"

선우는 의문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장선우라는 이름은 현재 무림의 신룡으로 알려져 있는 후기지수였다.

그런 후기지수에게 대체 어떤 이가 원한을 품고 제거하라는 명을 내린다는 말인가

용봉들과 상당한 원한 관계를 지긴 했지만 서로 목숨을 노릴 정도는 아니였기에 더욱더 의혹이 가중되었다.

"......그대가 최근 원한을 샀던 이를 생각해보세요."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과연 자신에게 어떤 이가 원한을 샀을지 추론해볼 심산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선우는 이내 자신을 제거하라고 사주한 이의 정체를 유추할 수 있었다.

강하윤이 전향을 권유하며 언급했던 이름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당진설."

"맞아요. 제게 밀지를 보낸 것은 그녀였어요. 장 소협을 제거하라면서 말이죠."

그녀는 슬픈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해가 안됩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이해할 수 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대체 어째서 당진설의 명을 듣는 것이죠? 그것도 천하의 봉황대주가 말입니다."

이해할 수 없었다.

그가 아는 강하윤은 굽힐 바엔 부러지는 것을 택하는 여인이었다.

세태와 타협따윈 전혀 하지 않는 것이다.

정의가 아니라면 그녀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없었다.

그런데 어째서 당진설의 명을 듣는다는 말인가

그것도 협의에 어긋나는 암살 명령을 말이다.

이해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녀에게 목숨 빚을 졌으니까요."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목숨 빚이요?"

"아시다시피 저는 집법당과 척을 진 상태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팽가련과 척을 졌다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상황에서 제 목숨을 보존하기 위해선 그녀에게 목숨을 빚질 수 밖에 없었죠."

그녀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살려고 한 발악이 목줄이 되어 돌아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하지만 이미 깨달았을 땐 목줄이 단단히 매어진 상태였다.

벗어날 수 없는 것이다.

목숨빚이라는 단단한 목줄을 말이다.

".......그렇다면 그 목숨 빚을 갚기위해 저를 암살하실 셈입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지요."

그녀는 슬픈듯 선우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실망입니다."

선우는 눈에 띄게 실망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강하윤에 대한 실망스러움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그녀가 얼마나 협의를 중시하는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분명 그녀는 협과 의리 사이에서 고민을 했을 것이다.

협을 지키고 의리를 버릴 것인지

아니면 의리를 지키고 협을 버릴 것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협과 의리

두 개 모두 그녀에게는 더할나위없이 소중한 신념들이었으니 말이다.

그녀는 선택한 것 뿐이었다.

협을 버리고 의리를 지키는 것을 말이다.

이 또한 그녀의 신념에 알맞는 행동이었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실망감이 들었다.

그녀는 분명 신념에 어긋나지 않는 행동을 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아마 내심 그녀가 협을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실망 때문이리라

".......실망시켜드려...죄송해요."

강하윤은 씁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진한 슬픔이 묻어있었다.

".............."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래도"

그리고 이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 또한 당신의 신념이라면 관철하는 것이 맞겠지요."

선우는 올곧은 눈동자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제가 아는 강하윤이라는 여자는 그런 여자니까요."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리고 그런 선우의 말에 강하윤의 눈동자가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니 최선을 다해 덤비세요. 저 또한 최선을 다해 당신을 상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선우는 올곧은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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