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2화 〉 433.그녀의 호감을 얻다.
"괜찮으십니까?"
그녀와 눈을 마주친 남자는 걱정스러운 어조로 입을 열었다.
그의 눈빛에는 걱정이 한 가득 담겨있었다.
`나쁘지 않네.`
그의 걱정 어린 물음을 들은 강하윤은 생각하였다.
진심 어린 걱정을 받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이다.
"......누구시죠?"
"장선우라고 합니다. 이번에 길 안내를 맡게 되었습니다."
".....많이 늦으셨네요."
그녀는 힘없는 목소리로 간신히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피치못할 사정이 있어서...."
선우는 미안함이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됐어요.....그래도 넘어지기 전에 잡아주셨으니 용서해드릴게요."
강하윤은 선심 쓰듯 말을 이었다.
"감사합니다."
".....일단 일으켜 세워주실래요?"
강하윤은 부탁하듯이 말을 이었다.
현재 그녀는 선우에게 기대어 버티고 있는 형국이었다.
온몸에 힘이 빠져버린 탓이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선우는 그녀의 양어깨를 움켜잡았다.
그리고 천천히 그녀를 일으키기 시작하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완벽하게 강하윤을 일으킨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와아....일러랑 똑같네..`
그리고 이내 속으로 감탄을 하였다.
일러스트로 봤던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 오히려 일러스트로는 그녀의 매력을 전부 담아내지 못한듯싶었다.
고집 있어보이는 눈매를 가지고 있는 절색의 여인.
그가 생각한 강하윤의 모습 그대로였다.
두근 두근
그녀를 마주하니 괜스레 심장이 벌렁거리기 시작하였다.
"......제 얼굴에 뭐라도 묻었나요?"
선우가 얼굴을 빤히 쳐다보자 강하윤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니요.........너무 아름다우셔서..."
그녀의 갑작스러운 물음에 선우는 속에 품고 있는 말을 그대로 내뱉었다.
`아오 이놈의 입방정!`
그리고 이내 속으로 후회를 하였다.
그녀와 최대한 거리를 두어도 모자를 판국에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하..하하하하하"
그때 갑자기 강하윤이 웃음을 터트렸다.
무척이나 해맑은 표정을 지으면서 말이다.
"하하하하하하"
선우는 영문 모를 표정을 지은 채 그녀의 웃음이 멈출 때까지 얌전히 기다렸다.
"고마워요. 장소협."
이내 웃음을 멈춘 강하윤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농이라도 그런 말을 해주셔서요. 기운이 좀 나는 것 같네요."
"네?...농이 아니라..."
"괜찮아요. 굳이 무리하실 필요 없어요."
그녀는 맑게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손을 내밀었다.
"반가워요. 강하윤이라고 해요. 지금은 죄인의 신분이죠."
"반갑습니다."
선우는 그녀의 내밀어진 손을 그대로 맞잡았다.
그녀의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전해져왔다.
"잘부탁드려요. 장소협."
그녀는 맑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잘부탁드립니다."
선우는 긴장 어린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맑은 미소를 보니 심장이 벌렁거린 탓이었다.
*********
"반갑습니다. 백호당주님. 안내를 맡은 장선우라고 합니다."
마차에 합류한 선우는 제일 먼저 백호당주를 찾아갔다.
형식적으로나마 인사를 해야했기 때문이었다.
"....반갑네. 갈지천이라고 한다네."
"검왕의 위명은 사천에서도 유명하지요.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선우는 정중하게 예를 차려 인사를 하였다.
"허명일세...전부...허명이야..."
그의 말을 들은 갈지천은 회한이 가득 담겨있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럴리가요. 풍산삼괴를 홀로 잡아죽이신 위명은 아직까지도 전설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선우는 당서윤이 주었던 신상 정보록에 쓰여져있던 내용을 그대로 좔좔 읊었다.
"오히려 그놈들이 나보단 나을 걸세.......전부 고통없이 죽지 않았는가?.....나는 고통속에서 살아가는데 말이야."
선우의 말을 들은 갈지천은 한탄하듯 말을 이었다.
`얘기가 안통하는데?`
선우는 생각하였다.
이야기가 전혀 통하지 않는다고 말이다.
대화라는 것은 던지고 받는 과정이 무척이나 중요하였다.
일방적으로 던져서도 안되고 일방적으로 받아서도 안 되었다.
그렇다면 받는 쪽이 나가떨어지고 말테니까 말이다.
그런데 지금 갈지천은 일방적으로 말을 던지고 있었다.
제 할말만 하는 것이다.
매우 부정적으로 말이다.
"..........제가 상태를 봐드려도 되겠습니까?"
그의 신세한탄이 듣기 싫었던 선우는 이내 그의 말을 끊고는 입을 열었다.
".....자네 의술도 할 줄 아는가?"
몸을 봐준다는 말을 등은 갈지천은 흥미가 돋았는지 그에게 되물었다.
"어깨너머로나마 배운 적이 있습니다."
"어깨 너머로 배운 실력으론 봐도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걸세......내 몸 상태는 천무맹을 대표하는 뛰어난 의원들조차 두손 두발 다들었으니 말일세."
이내 갈지천은 실망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일단 봐드리겠습니다."
"마음대로 하게나."
갈지천은 관심없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터업
우우우우웅
이내 갈지천의 손목을 잡은 선우는 천천히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음양조화기가 일렁이더니 그대로 갈지천의 몸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리고 스며든 음양조화기는 갈지천의 몸속을 순환하며 그의 상처들을 어루만져주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터업
선우는 이내 천천히 손을 떼어내었다.
"엉망진창이네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의 몸이 얼마나 심각한지 인지한 까닭이었다.
온 몸에 뼈라는 뼈들은 전부 부러져있었고 인대가 파열된 곳이 수두룩하였다.
마치 덤프트럭에 치인 것처럼 말이다.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작살낼 수 있지?`
선우는 의아함이 들었다.
무협지 안으로 들어오고 선우가 가장 심하게 다쳤을 때는 바로 황보강하고 싸웠을 때였다.
내공도 없는 상태에서 곰도 맨손으로 떄려잡는다는 황보강과 혈투를 벌여 중상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지금 갈지천의 상처를 보니 자신의 상처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티코 정도에 치였다면 갈지천은 덤프트럭에 치였다고 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중상을 입고 있었다.
살아있는게 용할 정도로 말이다.
"내 말하지 않았는가....나는 이제 불구가 되었다네...그 어떤 것도 할 수 없는 불구가 말일세."
선우의 말을 들은 갈지천은 우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후회가 든다네.......내가 뭣하러 집법당의 행사에 따라갔는지.........아니 애초에 천무맹에 들어오지 않고 심산유곡에서 무공을 수련해야했어....그랬다면......내 동생...나도...이렇게 험한 꼴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 말이야."
갈지천은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흐극...크윽......흑..흑"
이내 갈지천은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이미 죽어버린 동생을 생각하니 슬픔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내...동생..의..복수도..못하고...이리...불구가 되었구나....흑...흑..미안하다...미안해.."
"........저기."
선우는 울고있는 갈치천을 바라보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크윽...흑...뭔가?"
"불구는 안되실 겁니다."
"응?"
"시간이 걸리긴 하겠지만 무공도 쓸수 있을거고요."
"그...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선우의 말을 들은 갈지천은 놀란듯 되물었다.
무공을 다시 쓸 수 있다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치료할 수 있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거...거짓말...말게....분명...의원이..다시는 무공을 쓰지 못할 것이라고.."
"그정도는 아닙니다. 분명 온몸의 뼈가 박살났고 대부분의 근육이 파열되긴 했지만 힘줄도 온전하고 척추뼈도 골절 수준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단전까지 멀쩡하니 충분한 재활만 마치신다면 언제고 본래의 경지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선우는 갈지천에게 개인적인 소견을 말하였다.
그의 상태는 엉망진창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처참하였지만 그가 보기에는 충분히 재활이 가능한 상태였다.
힘줄도 멀쩡하였고 척추뼈도 골절 수준이지 완전히 부러진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에게는 멀쩡한 단전이 있었다.
기운을 흘리면서 회복에 전념한다면 빠른 재활을 기대해 볼 수 있는 것이다.
"크윽...그게...정말...인 것인가?"
선우의 말을 들은 갈지천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정말입니다. 당가의 수준이라면 충분히 고쳐낼 수 있습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당가의 의술 수준은 천하제일의문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무척이나 드높았다.
갈지천의 상태가 엉망진창이긴 하였지만 그들의 의술이라면 어렵지 않게 재활을 시킬 수 있으리라
"크흐으으윽.....고맙네....고맙네...고마워.."
갈지천은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선우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또 전하였다.
동생의 원수도 갚지 못한 채 폐인까지 되어버린 그는 절망의 늪에 빠져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를 절망의 늪에서 건져내어 준 것이다.
어찌 고마움이 들지 않을 수 있겠는가?
"고맙긴요."
그가 끊임없이 고마움을 토로하자 선우는 머쓱함이 들었다.
딱히 그에게 좋을 말을 해줄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냥 느낀바 그대로 말했을 뿐인데 뜻하지 않게 그에게 감동을 준듯하였다.
`뭐 좋은게 좋은거겠지.`
이내 마차 안에는 백호당주의 울음소리가 가득 차게 되었다.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린 것이리라
**********
벌컥
이내 선우는 백호당주를 대충 달래주고 그대로 바깥으로 나왔다.
더 붙잡혀있다간 마차가 갈지천의 눈물로 가득 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오래 걸리셨네요?"
한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는 슬며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이내 고집스러운 눈매를 가진 매력적인 여인이 시야에 들어왔다.
천무맹을 대표하는 무력단체 중 하나인 봉황당의 당주.
이재원의 두번째 부인.
가장 애착 가는 히로인.
강하윤이었다.
"기다리셨습니까?"
그녀의 등장에 선우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 할 말도 있고 해서요."
선우의 물음에 강하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실례했군요. 이렇게 기다리고 있는 줄 알았으면 곧바로 나올 걸 그랬습니다."
"어머, 그러면 백호당주가 서운해할 텐데요?"
"까짓거 서운하라고하죠. 어차피 팔다리가 작살난 상태라서 쫓아오진 못할 겁니다."
선우는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쿡쿡, 말을 그렇게해도 되나요? 천하의 백호당주한테 말이에요."
"괜찮습니다. 아마 지금이라면 제가 부모욕을 해도 넘어가 줄지 모르지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금 백호당주는 선우에게 큰 은혜를 느끼고 있었다.
부모 욕을 한다 해도 몇 번은 그냥 넘어가 줄지 몰랐다.
"하하하하하...말을 재밌게 하시네요."
그 말을 들은 강하윤은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선우의 말이 무척이나 유쾌하게 들렸기 때문이었다.
"그건 그렇고 사실인가요?"
이내 웃음을 멈춘 강하윤은 진지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무엇이 말입니까?"
"백호당주를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이요."
"사실입니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정말요?"
"정말이요."
"진짜요?"
"진짜요."
선우는 확고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흐음......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그의 표정을 본 강하윤은 고민하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못 미더우신가 봅니다?"
"사실 제가 봐도 가망이 없어 보이는 상태라..."
강하윤은 뻘쭘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말로는 그에게 힘내라고 재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응원하였던 그녀였지만 속으로는 역시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를 만신창이로 만든 장본인이였기에 그의 상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뭐, 확실히 겉만 보면 누구나 그리 여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처음 봤을 때만 해도 글렀다는 생각을 하였으니까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상태가 예상 이상으로 좋더군요."
".....그런가요?"
"네에, 척추도 골절 수준이었고 힘줄이나 주요 장기들도 크게 상하지 않았습니다. 약물 치료로 충분히 치유할 수 있을 정도로요. 그리고 무엇보다 단전도 말끔하더군요."
선우는 담담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무인으로서 완벽히 재활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걱정마시지요."
선우는 확신에 찬 눈빛으로 강하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후우.`
선우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안 그래도 백호당주에게 크나큰 죄책감을 느끼고 있던 그녀였다.
팽가련과 자신의 권력 다툼에 희생된 희생양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백호당주를 고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안심이 되었다.
물론 자신의 행동을 용서 받을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그에게 무인으로서의 삶을 돌려줄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만난지 얼마 안 되었는데 이렇게 신세만 지게 되네요."
강하윤은 별빛처럼 빛나는 눈빛으로 선우를 응시하더니 이내 고마움을 표하였다.
그의 진단 덕분에 조금이나마 죄책감을 덜었기 때문이었다.
"신세랄게 어디 있겠습니까? 그저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지요."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그리 생각하였다.
"그 당연한 일에 큰 힘을 얻는 사람도 있는 법이랍니다."
선우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기 보세요. 백호당주가 아직도 감동의 눈물을 흘리고 있잖아요?"
강하윤은 울음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는 마차를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게다가 저도 장 소협의 말에 큰 힘을 얻었답니다."
"제 말이요?"
"아름답다고 해주셨잖아요."
강하윤은 활짝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런 말을 면전에서 듣는 것은 이십년만에 처음이었답니다. 그것도 최고의 후기지수에게 말이지요. 물론 농이겠지만 오랜만에 크게 웃을 수 있었어요. 고마워요."
강하윤은 맑은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선우는 그녀의 꾸밈없는 미소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농이 아닙니다."
선우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하하하하하...놀리면 못써요."
강하윤은 천천히 손을 뻗었다.
쓰담 쓰담
"자꾸 그러면 나이 먹은 아줌마라도 착각을 할 수 있답니다?"
그리고 선우의 머릿결을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입가에는 익살스러운 미소가 그려져있었다.
선우는 그런 그녀의 익살스러운 미소를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