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1화 〉 432.강하윤과 만나다.
`운명이 나를 미녀가 있는 곳으로 이끈다고?`
옥령의 말을 들은 선우는 멍한 표정을 지은 채 깊은 고심에 빠져들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생각해본적 없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확실히 그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어디를 갈때마다 절세미녀와 엮였으니까 말이다.
처음 이재원의 추격으로부터 몸을 피하기 위해 찾아간 곳에는 큰 상처를 입고 은거를 택한 옥령이있었다.
처음에는 그녀를 이용할 생각으로 잠입했었지만 이내 아낌없이 모든 것을 내어주는 그녀의 모습에 사랑을 느끼고 연인이 되었다.
그리고 연인인 옥령을 구하기 위해 잠입한 당가에는 과거 사천제일미라고 불리웠던 당대부인, 현 사천제일미이자 독서시라고 불리우는 당서윤 그리고 천하제일미에 가까울 정도로 아름다운 요랑을 만나게 되었다.
그리고 훗날에는 세 여인 모두와 정을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그 다음 당서윤을 구하기 위해 쳐들어간 천월궁에서는 여중제일인이자 가장 고귀한 여인이라고 불리우는 주소양과 천봉이라 불리우며 무공은 물론 외모마저 어미를 쏙 빼닮았다고 칭해지는 이예설과 엮이게 되었는데 훗날 두 여인과 정을 통하게 되었다.
그리고 실종되었던 연맹원들을 찾기 위해 떠난 북해행에서는 아미파 장문인의 제자이자 산뜻한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설향을 만나게 되었고 각각 다른 아름다움을 품고 있는 절색의 미녀인 능소화와 북궁연을 만나게 되었다.
설향의 경우 일방적인 호의를 받았으며 능소화와 북궁연과는 연인사이로 발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봉황대주인 강하윤을 호위하러 가게 되었다.
그것도 단독으로 말이다.
"허어"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다시금 기억을 떠올려보니 어딜 가든 여인들이 없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라 대부분 여인들의 호의를 얻어 정까지 통하는 사이가 되었다.
이내 선우는 옥령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이정도면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만도 하였기 때문이었다.
`.......주인공 보정.`
선우는 생각하였다.
자신의 운명을 마음대로 비틀고 있는 힘의 정체는 주인공 보정이 확실하다고 말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찌 평생 한 번도 보기 힘들다는 절색의 미녀들을 일년동안 수차례나 만날 수 있다는 말인가?
`스승님이...옳았구나.`
이내 선우는 스승님을 떠올리며 감탄을 하였다.
스승인 음양마의 가설이 맞았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음양마의 가설을 반신반의했던 그였다.
소설속 주인공도 아닌 자신에게 이렇게 시련이 생길 리 없다면서 말이다.
하지만 이렇게 결과를 놓고 보니 확고한 믿음이 생겼다.
자신에게 주인공 보정이 생긴 것이다.
원작의 주인공인 이재원과 마찬가지로 말이다.
`미친, 진짜 조심해야겠는데.`
이내 선우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만약 주인공 보정이 확실하다면 강하윤이 자신에게 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말이다.
선우는 말없이 짐을 뒤적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옷가지들과 향낭을 그대로 빼버렸다.
"선우, 뭐하는 건가요?"
그러자 옥령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내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한 것 같아서."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 말대로 내 운명이 조정되고 있다면 강하윤과 엮일 수도 있잖아. 미연에 방지해야지."
선우는 굳은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흐음....그런다고 바뀔까요."
옥령은 의심스럽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최대한 조심하면 될거야. 게다가 죄를 짓고 쫓겨나는 판국에 헛된 생각을 하겠어?"
"전쟁통에도 애는 태어난다는 말이 있잖아요."
".........."
"사람이 마음만 먹으면 안될 일이 없답니다. 게다가 지금 강하윤은 상심이 큰 상황이잖아요."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를 의지하기 마련이랍니다."
"그렇게 연약한 여자는 아니야."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가 아는 강하윤은 튼튼한 여자였다.
신체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말이다.
그런 여자가 여느 여자처럼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아픔을 토로할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선우는 여심을 모르는 것 같아요."
"응?"
"의문이랍니다. 이런 바보에게 왜 이렇게 여자가 많이 꼬이는지 말이죠."
옥령은 슬며시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너도 나한테 꼬였잖아요."
"귀엽잖아요."
옥령은 배시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다른 여자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흐음....그럴까요? 다음에 다 같이 모여서 토론을 해봐야 할 것 같아요."
옥령은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나중에 결과만 알려줘."
"에이, 선우도 참관해야죠."
"안돼, 부끄러워 죽을거야."
선우는 재빨리 손사래치며 거절을 표하였다.
그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부끄러워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본 옥령은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가 당황스러워하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와락
옥령은 손을 벌리더니 이내 선우를 와락 껴안았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말이다.
"응?"
갑자기 그녀가 안겨오자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싫은 것은 아니었지만 말이다.
"하아...어떡하죠...선우."
옥령은 선우의 귓가에 대고 살며시 속삭였다.
"이대로 보내기 싫은데?"
그녀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매혹적이고 농염하였다.
간담이 절로 떨릴 정도로 말이다.
"그....지금...출발해야하는데..."
"선우라면 하루면 갈 수 있지 않나요?"
".........그렇긴 하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애초에 이곳저곳 둘러볼 요량으로 사흘이라는 여유를 가진 것이니 말이다.
"그리고 딱히 같이 갈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그치."
"그럼 약간의 늑장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연인을 위한 늑장 말이에요. 하아."
옥령은 선우의 귓가에 뜨거운 숨결을 불어넣으며 말을 이었다.
부르르르
그리고 그녀가 숨결을 불어넣자 선우는 온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하였다.
뭔가 야릇한 느낌이 전신으로 퍼져나갔기 때문이었다.
".....나쁘지 않은 것 같아....연인을 위한 늑장 말이야."
선우는 홀린듯 멍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아아...기뻐요. 선우."
옥령은 들뜬 목소리로 선우의 귓가를 자극하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선우는 그녀의 자극적인 목소리에 심장이 벌렁거리는 것을 느꼈다.
쭈으읍 쭈으읍 추릅 추릅
그때 갑자기 옥령이 귀를 빨기 시작하였다.
무척이나 정성스럽게 말이다.
"하아...하읏"
그녀의 갑작스러운 애무에 놀란 선우는 미약한 신음을 내뱉었다.
가장 민감한 부위를 그녀가 건들였기 때문이었다.
쓱 쓱
그리고 이내 옥령은 손을 아래로 내려 선우의 자지 부근을 만지작거렸다.
불끈
이내 자지에는 힘이 들어갔고 한눈에 보일 정도로 튀어나오기 시작하였다.
"어멋, 그새 커져버렸네요."
어느새 귀에서 입을 뗀 옥령이 짓궂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너 때문이야. 옥령."
선우는 탓하듯이 그녀에게 말하였다.
"그럼 어쩔 수 없네요. 제가 책임지는 수밖에."
선우의 말을 들은 옥령은 익살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하루종일 져야 할 거야."
말을 마친 선우는 그대로 옥령을 들어 올렸다.
"봐주지 않을거니까."
그리고 뜨거운 눈빛으로 옥령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기대할게요."
선우의 뜨거운 눈빛에 옥령은 화사한 웃음으로 답을 하였다.
웃고 있는 그녀의 눈에는 선우 못지 않은 뜨거움이 서려 있었다.
***************
천무맹 호북지부 정문앞
세 대의 마차가 일제히 세워져 있었다.
그리고 그 마차 앞에는 절색의 여인이 심기 불편한 표정을 지은 채 고고하게 서 있었다.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말이다.
"당주님, 햇빛이 뜨겁습니다. 이만 마차 안으로 들어가시지요. 아무래도 장 소협은 살짝 늦을듯 싶습니다."
그때 옆에 서 있던 당진이 그녀에게 말을 걸었다.
"먼저 들어가세요. 어찌 죄인된 입장으로서 마차에 들어갈 수 있나요?"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러다간 몸이 상하십니다."
"저는 봉황당주입니다. 이 정도 햇빛으로 몸이 상하진 않습니다."
"지금은 금제 되어있는 상태가 아니십니까?"
"내공 같은 게 없어도 충분히 버틸 수 있습니다."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후우"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은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쇠고집 때문이었다.
현재 백호당주를 비롯한 호위 인력들은 대기하고 있는 상태였다.
당가까지 안내를 맡을 신룡이 올 때까지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신룡의 모습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정오쯤에 도착한다는 서신을 받았건만 정오가 한참 넘어도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이미 정오부터 대기를 하고 있던 호위 인력들은 죽을 맛일 수밖에 없었다.
이제 막 여름이 시작되는 계절이라 햇빛의 세기가 어마어마하였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는 봉황당주 강하윤도 마찬가지였다.
뇌물수수 및 횡령 그리고 백호당주에게 중상을 입힌 죄로 죄인이 된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마차는 허용되지 않았고 호위무사들과 같이 땡볕 아래서 대기를 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그녀의 상황은 최악이나 마찬가지였다.
내력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열을 발산하는 호위무사들과 달리 그녀는 내력이 금제된 상태였기에 햇빛의 영향을 더욱더 극심하게 받게 되는 것이다.
그녀의 얼굴은 붉게 상기 되었고 땀이 미친 듯이 흐르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더위를 타고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만큼 말이다.
그런데도 고집을 부리고 있었다.
마차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말이다.
한숨이 나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고지식한건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정도 일줄이야.`
당진은 그녀를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가 한심하다고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자고로 계집이라면 좀더 연약한 척을 해도 모르고 넘어가는 것이 세상사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알아주지도 않는 고집을 저리도 부린다는 말인가
전혀 효율적인 삶이 아니었다.
`빨리 와라, 장선우.`
그는 속으로 빌었다.
장선우가 빨리 도착하기를 말이다.
만약 더이상 지체되었다간 강하윤이 쓰러지고 말리라
.
.
.
.
.
"하아...하아..하아.."
땡볕에 대기하고 있던 강하윤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뜨겁기 그지없는 햇빛에 숨쉬는 것조차 힘들어졌기 때문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입술은 바짝바짝 말라갔고 얼굴이 붉게 상기되었다.
힘들었다.
그냥 힘든게 아니고 어마어마하게 힘들었다.
`한서불침에 다다랐더라면.......`
그녀는 속으로 아쉬워하였다.
만약 당가로 좌천되기 전에 한서불침에 다다랐더라면 이와같은 곤경에 처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아...하아...하아.."
숨이 더욱더 거칠어졌다.
한 자리에서 햇빛을 너무 오래 쬔 영향인듯 싶었다.
`그냥 마차 안으로 들어갈까?`
그녀는 마음 속에서 조그마한 유혹이 고개를 내미는 것을 느꼈다.
지금 이대로 마차 안에 들어가 햇빛을 피한다고해도 그녀를 욕할 이들은 없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지금까지 버틴 것이 대단하다며 그녀를 치켜세워줄지도 몰랐다.
내공도 없이 두시진이라는 시간을 땡볕속에 그대로 방치되었으니 말이다.
절레절레
하지만 이내 그녀는 고개를 좌우로 저였다.
자기합리화를 하며 타협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자신의 신분은 죄인이었다.
그리고 죄인의 신분으로는 마차에 오르는 것은 금지였다.
그런데 어찌 덥다고 하여 지엄한 맹주의 명을 어긴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누군가 이런 자신을 본다면 멍청하다며 비웃을지도 모른다.
그 정도 융통성도 없이 어떻게 삶을 살아가느냐고
고지식하기 그지없다고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하였다.
나 하나쯤은 어때라는 생각만큼 위험한 생각이 없다고 말이다.
법이라는 것은 지켜야만 비로소 의미가 있는 것이다.
편의에 따라 바뀐다면 그건 이미 법으로서 효력을 상실한 것이리라
그녀는 기다렸다.
장선우가 오기만을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그녀는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시야까지 뿌옇게 흐려지기 시작하였다.
그녀는 느꼈다.
이미 한계에 도달하였다고 말이다.
덜 덜 떨리는 손으로 천천히 물주머니를 쥐었다.
그리고 천천히 들어올려 입으로 가져다 댔다.
톡 톡
하지만 물주머니에서 나온 것은 뜨거운 물방울 몇 개가 전부였다.
이미 전부 마셔버린것이다.
`....한계야.`
이내 그녀는 눈을 감고 천천히 앞으로 쓰러지기 시작하였다.
물이 없다는 사실에 힘이 그대로 빠져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머지 않아 딱딱하기 그지없는 땅바닥에 처박혀버릴 것이라고 말이다.
포옥
하지만 그녀의 예상과는 달리 땅바닥은 생각보다 딱딱하지 않았다.
단단한 느낌이 있긴 하였지만 동시에 부드러운 느낌이 드는 것이다.
`뭐지?`
순간 그녀는 의아함이 들었다.
모래바닥도 아니건만 어찌 이리도 부드러운 느낌이 난다는 말인가
그녀는 감았던 눈을 천천히 떴다.
그리고 자신이 얼굴을 문대고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눈앞에 들어온 것은 녹빛의 무복이었다.
`녹의?`
의아함이 든 그녀는 없는 힘을 쥐어짜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 이내 그녀는 보게 되었다.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는 젊은 남자의 모습을 말이다.
"괜찮으십니까?"
남자는 걱정 어린 어조로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