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9화 〉 430.만약 내가 또 약속을 어기면 개다. 개.
"진짜지?"
선우의 진심 어린 대답에도 불구하고 당서윤은 여전히 의심에 찬듯한 시선으로 선우를 노려보았다.
그의 말이 영 미덥지 않은듯 했기 때문이었다.
"진심이야, 만약 내가 또 약속을 어기면 개다. 개."
선우는 진심 어린 뜨거운 눈동자로 당서윤을 응시하며 말을 이었다.
당서윤은 그런 선우을 말없이 응시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뇌수대신 정액이 찬 놈이라지만 구태여 위험을 늘리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내 정인이잖아. 그를 믿어주자.'
이내 당서윤은 반성을 하였다.
선우가 그동안 믿음을 주지 못하는 행동을 반복하긴 했지만 자신은 그의 정인이었다.
어찌 정인이 된 입장으로서 그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말인가
이는 어불성설이었다.
"믿을게."
당서윤은 신뢰가 가득한 눈동자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응, 실망시키지 않을게."
선우는 그녀의 신뢰에 화답하듯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건 그렇고 강하윤이 당가에 온다니 그건 무슨 소리야?"
이내 선우는 궁금하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백호당주를 묵사발로 만들어놓은 그녀가 어찌 백호당주와 같이 당가를 방문한다는 말인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처벌이라고 하더군요."
당서윤은 다시금 딱딱한 표정을 지은 채 정중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회의를 마저 진행한다는 뜻인듯 싶었다.
"처벌?"
선우는 모르겠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사실 둘이 싸우게 된 경위 자체가 강하윤이 체포에 불복해서 일어난 일이라고 하더군요."
"체포? 강하윤이?"
"예, 횡령 및 뇌물 수수 그밖에 일탈 혐의로 집법당에서 체포 명령이 내려왔다고 하더군요."
"말도 안돼!"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반발하듯 언성을 높였다.
도저히 말도 안되는 소리였기 때문이었다.
그가 아는 강하윤은 그런 일을 저지를 만한 위인이 아니었다.
협에 살고 협에 죽는 진정한 협객인 것이다.
그런 그녀가 어찌 그런 협에 어긋나는 짓을 저지른다는 말인가
모함일 것이다.
아니 모함이 분명하였다.
"저도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봉황당주의 강직한 성품은 무림에서도 유명하니까요. "
당서윤은 선우의 말에 동의한다는듯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모함이겠지요. 그리고 아마 강하윤도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반발하고 백호당주를 묵사발로 만들어놨겠지요."
".......일이 그렇게 된거군."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이내 이해했다는듯이 입을 열었다.
처음에 봉황당주가 뜨끔없이 백호당주를 반병신으로 만들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만해도 이해가 가지 않았던 선우였다.
봉황당주와 백호당주 모두 천무맹을 대표하는 무력단체였기에 그들이 싸운다는 것이 상상이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모함에 대한 반발이라면 충분히 이해가 갔다.
강직한 그녀의 성격상 그냥 넘어가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그럼 그녀가 당가에 온 것은?"
"네에, 결자해지라고 하죠. 스스로 작살내버린 백호당주를 간병하라는 차원에서 보낸 것 같습니다. 그의 상처가 아물 때까지 말이죠."
"나름 귀양을 보낸 거네."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네에, 사실 죄명만 따지면 평생 옥살이를 해도 시원치 않기는 하지만 그녀는 천무맹주의 부인이니 나름 감형을 해준게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군."
선우는 일리가 있다는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말대로 백호당주를 반병신으로 만든 것치고는 상당히 형벌이 작았다.
아마 그녀가 아닌 다른 이가 이런 짓을 저질렀다면 죽음을 면치 못하였으리라
아니면 평생 감옥에서 참회를 하며 여생을 보내던가 말이다.
"따로 지시를 내린 것은 없었어?"
"봉황당주를 윗사람으로 대하지 말라고하더군요. 그저 수발을 드는 간병인일 뿐이니 손님 대하듯 귀하게 대하지말라고 하셨습니다."
"........확실히 편한 대접을 받는다면 형벌이 아닐테니까."
선우는 수긍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또다른 명이 있었습니다."
"뭔데?"
"강하윤과 백호당주를 직접 마중나가달라고 부탁하더군요. 신룡新龍에게 말이죠."
"신룡이라면?"
"그래, 장선우, 너를 말이야."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거 미친놈 아니야? 당가에 퇴출된 놈한테 무슨 마중을 나가달래?"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직 당가에 머무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것 같아."
"..........망할, 당진철로 모습을 바꾸고 있어야했는데."
선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사실 선우는 공식적으로 퇴출되고 난 후 당진철의 모습으로 당가에서 지낼 생각이었다.
퇴출된 놈이 당가에서 얼쩡대봤자 의심만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근래 여기저기 꽃을 따러다니느라 그런 생각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게 화근이 된듯 하였다.
이렇게 지목까지해서 데리고 오라고 명령을 하다니 말이다.
"그냥 떠났다고 하면 안될까?"
"오늘 네 모습을 본 사람은 많아. 이재원은 거절했다고 여길거야."
"아니, 제놈이 뭔데 나한테 명령한데?"
선우는 짜증섞인 말을 내뱉었다.
"거절해도 상관은 없어. 대신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두겠지."
"그건 그거대로 찝찝한데....."
이재원의 쪼잔함을 잘아는 선우였다.
만약 여기서 그의 제안을 거절하게 된다면 분명 상당한 불이익이 될 것이다.
자신은 물론 당가에게까지 말이다.
"내키지 않으면 안가도 돼."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목했다고 해서 꼭 가야하는 것은 아니니까."
"당가에 불이익이 가지 않겠어?"
"상관없어, 이미 퇴출당한 놈에게 명령을 내릴 수 없다고 핑계를 대면 대놓고 뭐라하진 않을거야."
"흐음"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순간 고민에 빠졌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어마어마한 강제성을 띄는 일은 아니었다.
퇴출당했다는 핑계로 명을 내릴 수 없다고 하면 되니까 말이다.
"갈래."
이내 선우는 결론을 내렸다.
"괜찮겠어?"
당서윤은 걱정된다는듯이 선우에게 물었다.
"괜한 긁어부스럼을 만들기 싫거든. "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재원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 절호의 기회긴 하였지만 괜한 긁어부스럼을 만들기 싫었다.
찌질한 이재원의 성격상 어떻게든 복수하려고 들테니까 말이다.
게다가 그렇게 큰 부담이 되는 일도 아니었기에 거부감이 들기도 하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강하윤을 보고 싶기도 하고.'
하루라도 빨리 강하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선우가 가장 좋아하던 여인이었다.
자지에 미친 이재원의 히로인들 속에서도 오로지 협의만을 부르짖으며 정의구현을 몸소 실천했던 히로인 중에 히로인
그녀를 다시 만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벌렁거렸다.
'저번에는 목소리만 대충 들었지.'
전에도 만난 적이 있긴 하였지만 아쉬움만 남은 만남이었다.
쫓기고 있다는 열악한 상황이었기에 제대로 그녀를 마주하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 뜻밖에 이벤트가 생겨 상당히 즐거운 추억이 되긴 했지만 아쉬운 것은 아쉬운 것이다.
선우는 그 아쉬움을 이번 기회에 풀 생각을 하였다.
실제로 그녀의 얼굴을 마주하고 대화를 나누면서 말이다.
두근 두근 두근
선우는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꼈다.
'최애야! 간다!'
한 편 당서윤은 선우의 결정에 감동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북해에서 돌아온 후부터는 세가 밖을 일절 나가지 않은 그였다.
세가 안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데 뭣하러 밖으로 나가냐는 것이 이유였다.
그런 그가 당가 밖으로 나가겠다고 한 것이다.
가장 싫어하는 이재원의 명령에 따라서 말이다.
어찌 감동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는 분명 당가에 돌아올 불이익을 걱정한 것이 분명하였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 게으름뱅이가 어찌 세가밖을 나가는 것을 택하겠는가
"......고마워."
당서윤은 감동받은 속내를 내심 숨기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뭘, 당연한건데."
그녀의 말에 선우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말을 이었다.
"어디로 마중나가면 돼?"
선우는 궁금하다는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서신에는 호북에 있는 천무맹 지부로 마중나와줬으면 한다고 써있어."
당서윤은 서신을 들어올리더니 이내 써져있는 내용을 읽었다.
"호북성이라....멀지는 않는데...혹시 천무맹 지부가 어디있는지 알 수 있을까?"
"천무맹 호북성 지부는 무한에 있어."
"무한이라고?"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인상을 살짝 찡그렸다.
"왜 그래?"
"그냥, 무한이라고 하니까. 뭔가 기분이 나빠져서."
"무한에 안좋은 추억이라도 있는 거야?"
"나쁘다면 나쁘다고 할 수 있지."
선우는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선우, 거부감이 들면 가지 않아도 돼."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가 싫다는데 굳이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어차피 저쪽 세계 얘기거든."
"저쪽 세계?"
"그런게 있어."
선우는 대충 얼버부리고는 말을 끊었다.
추궁받다보면 저쪽 세계에서 이쪽 세계로 전이한 얘기까지 해야할 것같았기 때문이었다.
"알았어, 더는 묻지 않을게."
선우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이내 수긍한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람은 저마다 말하고 싶지 않은 비밀이 존재하는 법이었다.
그런 비밀을 구태여 캐묻고 싶지는 않았다.
무척이나 실례가 된다고 생각하였기 때문이었다.
"어쨌든.....흐음..당가에서...무한이라.."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짐짓 고민에 잠긴듯한 표정을 지었다.
머릿속으로 당가에서 무한까지의 거리를 대충 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전속력으로 간다면 하루면 도착하긴 하겠는데.......흐음.....오랜만에 바깥으로 나가는데 굳이 그렇게 촉박하게 가야할까?'
사실 현경에 이른 선우에게 당가에서 무한까지의 거리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다.
마음만 먹으면 하루만에 도달할 수 있는 거리인 것이다.
하지만 오랜만에 하는 외출을 그렇게 빠듯하게 가고 싶지는 않았다.
이것저것 돌아다니며 여유롭게 가고 싶었던 것이다.
"사흘 정도 여유롭게 가야겠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루면 갈 수 있지 않아?"
당서윤은 의아한듯 선우에게 물었다.
선우가 반선의 경지에 올랐다는 사실을 전해들은 그녀였다.
그렇기에 선우가 마음만 먹으면 단번에 무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었다.
그런데 선우가 사흘이라는 긴 시간을 여유를 두고 출발하니 의아함이 들 수 밖에 없었다.
"그렇긴 한데. 오랜만에 외출이니까. 좀더 여유롭게 돌아다녀볼려고."
선우는 그녀에게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흐음...굳이 그렇게 가겠다면 말리진 않겠지만...너무 비효율적인데."
그녀는 고민하듯 턱을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 모습이 귀여워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세상을 효율만 따지면서 살면 재미없어서 어떻게 살겠어?"
"그것도 그렇군."
선우의 말에 당서윤은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나름 수긍한듯 싶었다.
"선우! 선우! 선우!"
그때 옆에서 요랑의 들뜬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임마."
선우는 고개를 슬쩍 돌려 요랑을 바라보았다.
"밖에 나가는거지?"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나도 갈래!"
요랑은 활기찬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되겠냐?"
선우는 퉁명스러운 얼굴로 반박을 하였다.
"왜에에에에에!"
요랑은 조르듯이 선우에게 말하였다.
"저번에 너 데려갔다가 무슨 꼴이 난줄 잊었어?"
"결과적으로 당가는 부자가 됐잖아!"
요랑은 반박하듯 언성을 높였다.
결과만 놓고보자면 그녀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황보세가를 박살 낸 덕분에 당가는 옛 명성을 되찾았고 어느 정도 사업을 정리했음에도 상당한 부를 축적할 수 있었으니까 말이다.
"그때 나 죽을 뻔했거든?"
하지만 과정이 고달팠다.
그 결과를 만들어내느라 어마어마한 댓가를 치뤘기 때문이었다.
만약 천운에 천운이 겹치지 않았더라면 자신은 물론이고 당가마저 멸문을 당하였을 것이다.
"어쨌든 살았잖아?"
"그거야 내가 잘나서 산거지."
"그럼 문제 없잖아! 이번에도 잘났으니까 살겠지!"
"아 꺼져."
선우는 거칠게 반박을 하였다.
"갈래!"
"안돼!'
"갈래!"
"안돼!"
선우와 요랑은 격렬하게 의견을 주고 받기 시작하였다.
"아니, 왜 안쓰던 떼를 쓰는 거야!"
"오랜만에 외출하고 싶단 말이야!"
"그럼 나중에 해."
"싫어! 너랑 놀러갈래!"
"놀러가는거 아니라고!"
"그럼 뭔데!"
"이해관계가 합치된 두 집단간의 거래를 하러가는거야!"
"나는 영물이라서 그런거 몰라!"
"뻥치지마! 다 이해하고 있는 거 다 알아!"
선우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미 인간의 사회를 습득할 만큼 습득한 녀석이 무슨 억지란 말인가
"아 몰라 아몰라 아몰라!"
"아몰랑은 어디서 배운거야?"
선우는 요랑의 학습 능력에 기겁하며 인상을 찌푸렸다.
저딴 못된 단어는 어디서 배웠다는 말인가
"데려가! 데려가라고!"
요랑은 선우에게 삿대질을 하며 떼를 썼다.
쾅
그리고 이내 선우의 주먹이 요랑의 머리통을 후려쳐버렸다.
"끄아아아아악!"
이내 요랑은 커다란 비명성을 내뱉었다.
어마어마한 고통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떼 쓰지마!"
"씨이이이!"
선우에게 머리통을 가격당한 요랑은 눈을 부라렸다.
억울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놈하고 함께 있고 싶은 것 뿐인데 어찌 저리도 매정하게 군다는 말인가
"나쁜 새끼!"
콰득
이내 요랑이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선우의 팔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아아아아악! 이거 안놔아아!"
이내 선우는 비명성을 질렀다.
팔에서 어마어마한 고통이 찾아왔기 때문이었다.
이내 두 사람은 티격태격하며 집무실을 난장판으로 만들기 시작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