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8화 〉 429.남편 있는 여자를 어떻게 건들여!
타박 타박
선우는 설렁 설렁 걸어가기 시작하였다.
"아....귀찮아.."
자다 깬 상태여서 그런지는 몰라도 걸음 하나하나에 귀찮음이 잔뜩 묻어나왔다.
"귀찮으면 침상으로 가서 더 자자!"
그때 옆에서 요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돼."
그녀의 제안을 단호히 거절하였다.
무척이나 매력적이고 땡기는 제안이긴 하였지만 당서윤의 호출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왜에에에!"
"서윤이가 불렀단 말이야."
"네가 언제부터 그렇게 말을 잘들었다고?"
"뭐래, 항상 잘들었거든?"
"거짓말! 계집도 안늘린다면서 늘리고! 일찍 온다면서 뺑이치고 왔잖아!"
"뺑이는 또 어디서 배웠어!"
요랑의 말을 들은 선우는 기겁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다양한 어휘력에 놀라움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너한테 배웠어!"
"그거 나쁜 말이야, 쓰지마."
"너는 왜 쓰는데?"
요랑은 모르겠다는듯이 그에게 물었다.
"나는 나쁜 놈이니까."
"그럼 나도 나쁜년 할래!"
요랑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안돼."
선우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왜 안돼?"
"안된다면 안되는 줄 알아. 왜 이렇게 토를 달아?"
"왜 안되는데? 왜 안되는데?"
쾅
"꽤액!"
이내 선우는 요랑의 머리통을 다시금 쥐어박았다.
도저히 말로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안 그래도 개김성이 다분했던 그녀였다.
그런데 말빨까지 늘어버리니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아으으윽! 왜 때려!"
"네가 자꾸 말을 안듣자나!"
"너도 안듣자나!"
"나는 안들어도 돼!"
"그게 무슨 개소리야!"
"꼬우면 나보다 쎄던가!"
"나쁜 새끼!"
선우의 뻔뻔스러운 대응에 요랑은 토라진듯 고개를 홱 하고 돌렸다.
지는 되고 왜 자신은 안된다는 말인가
어쩜 저렇게 이기적이라는 말인가
"너랑 말 안해!"
"나도 안해 임마!"
선우와 요랑은 한 바탕 소리를 내지른 후 입을 꾹 다물었다.
더이상 말을 섞기 싫다는 의지를 발한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긴 침묵이 흘렀을까
이내 선우와 요랑은 집무실로 도착하게 되었다.
끼이익
선우는 손을 내밀어 집무실 문을 그대로 열었다.
그러자 집무실 내부의 전경이 시야에 가득 들어와 있었다.
집무실에는 당서윤과 금적화 그리고 당대부인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가려야아아아!"
그때 옆에 있던 요랑이 당대부인이 있는 곳으로 그대로 날아들었다.
포옥
비비적 비비적
이내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포옥 안긴 요랑은 머리를 비비적거리기 시작하였다.
"어머, 잘오셨어요. 요랑님."
당대부인은 품에 안긴 요랑을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당서윤이나 금적화가 아닌 자신에게 먼저 안기는 모습에 뿌듯함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들어봐아아..선우가 또 머리통을 후드려팼어."
"어멋, 괜찮으세요?"
"아니, 머리에 커다란 혹이 난 것 같아....만져봐봐."
요랑은 손가락으로 정수리를 가리키며 당대부인에게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어디 볼까요?"
쓰담 쓰담
당대부인은 요랑의 부드러운 머릿결을 몇 번이고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딱히 혹같은 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어때? 완전 크지? 진짜 진짜 크지?"
요랑은 재촉하듯 말을 이었다.
"정말, 혹이 크게 났네요."
그녀는 짐짓 놀란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럴 줄 알았어! 선우 이 나쁜새끼!"
요랑은 선우를 노려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에구, 많이 아팠죠?"
당대부인은 요랑에게 걱정된다는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웅웅....나 호오..해줘."
요랑은 그런 당대부인의 걱정이 마음에 드는지
품안에 더욱더 파고들며 어리광을 부리기 시작하였다.
"호오....안아프다...호오....이제..괜찮다...호오.."
요랑의 어리광에 당대부인은 말끔한 미소를 지으며 바람을 불어주기 시작하였다.
그녀를 위로하면서 말이다.
선우는 그 모습을 어이없다는듯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혹은 커녕 뾰루지 하나 안난 놈이 무슨 엄살이라는 말인가
"가려야, 저런 거 받아주지마. 버릇 나빠져."
선우는 당대부인을 바라보며 슬며시 말을 이었다.
"선우는 신경쓰지마!"
그때 요랑이 빼액거리며 고함을 내질렀다.
괜스레 딴지를 거는 선우가 얄밉게 느껴진듯 하였다.
"신경 쓸 생각없거든?"
그녀의 반발에 선우는 콧방귀를 뀌며 말을 이었다.
"이제 올 사람은 전부 온 것 같습니다."
그때 당서윤이 딱딱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제 장난은 그만하고 회의에 들어가자는 신호이리라
"그럼 회의를 시작하지요."
당서윤은 모두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선우는 고개를 슬며시 주억거렸다.
요랑을 놀려먹고 노는 것은 즐거웠지만 지금은 회의가 먼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여러분들은 소집한 것은 다름아닌 한 장의 서신 때문이었습니다."
"서신?"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예, 천무맹에서 서신 한장이 날아들어왔습니다."
당서윤은 곱게 접혀져있는 서신 한장을 들어올리며 말을 이었다.
"당진설이 돈 내놓으라고 보낸 독촉 서신 아니야?"
선우는 나름 추측한 내용을 내뱉었다.
지금 이 시기에 천무맹에서 올만한 서신은 당진설의 독촉장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독촉장이었다면 오히려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아쉽게도 그런 종류의 서신은 아니었습니다. "
당서윤은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무슨 서신인데?"
선우 또한 덩달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언제나 무표정하고 무미건조한 표정을 고수하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심각한 표정을 짓는다는 것은 분명 무언가 큰일이 났다는 증거일 것이다.
"서신은 천무맹주께서 직접 보내신 서신이었습니다."
"천무맹주가!?"
선우는 놀란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 찌질이새끼가 무슨 일로 당가에 서신을 보냈다는 말인가
"서신의 내용은 간단했습니다. 백호당주 갈지천의 치유를 부탁하더군요."
"백호당주?"
"네, 불미스러운 일로 백호당주가 어마어마한 중상을 입었다고 하더군요. 도저히 천무맹에서는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에 이르러 당가로 보낸다고 하더군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대체 얼마나 상태가 심각하길래!?"
선우는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받았다.
천무맹은 무인 뿐 아니라 수많은 직군의 종사하는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이었다.
다른 곳보다 월봉도 쎄고 대우도 좋았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정파를 대표하는 단체에서 일한다는 명예가 생기니 어찌 모여들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이는 의원도 마찬가지였다.
천하제일의문이라고 불리우는 당가정도는 아니겠지만 천무맹에서도 상당히 뛰어난 의원들이 기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의원들조차 손을 쓰지 못할 정도라면 대체 어떤 상태라는 말인가
도저히 상상이 가지 않았다.
"몸에 존재하는 뼈라는 뼈는 모두 작살이 났다는군요. 뿐만 아니라 내장파열도 심해서 이곳저곳이 넝마가 되었다고 합니다."
"허어."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헛웃음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무력단체 중 하나인 백호당의 당주가 그렇게 처참한 꼴이 날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대체 불미스러운 일이 뭐길래 그런 중상을 입은거지? 마교라도 쳐들어왔대?"
선우는 모르겠다는 듯이 그녀에게 물었다.
백호당주에게 일어났던 일에 대한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봉황당주와 생사결을 나눴다고 합니다."
"봉황당주?! 강하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놀란듯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인물이 튀어나왔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그 여자가 왜 튀어나온다는 말인가
"네, 봉황당주 강하윤 여협이 맞습니다."
"강하윤의 상태는 어떴대? 괜찮대? 멀쩡하대?"
선우는 걱정이 가득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다행히 아무런 상처가 없으셨다고 합니다."
그의 말투에 위화감을 느낀 당서윤은 떨떠름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후우....다행이다."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
"........그녀와 친분이 있나봐?"
당서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선우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친분? 아니 그런거 없는데?"
"그런데 묘하게 걱정을 하시네요."
"...........하하..그러게...그냥...궁금해서."
"그냥 궁금한게 아니던데?"
"..........."
그녀의 의심스럽다는듯한 물음에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의심이 합당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강하윤은 선우가 가장 큰 애착을 가지고 있던 캐릭터였기 때문이었다.
봉황당주 강하윤
천검후 주소양의 뒤를 잇는 여중제이인이라고 불리우며 정의에 살고 정의에 죽는 그야말로 협객의 표본과도 같은 여자였다.
'고3, 무림에 가다'는 기본적으로 떡협지였다.
그렇기에 여자는 수동적으로 나올 수 밖에 없었고 아무리 앙칼진 여자도 자박꼼을 하는 순간 이재원에게 간이라도 내어줄 것처럼 행동하기 일쑤였다.
그런 소설에서 강하윤은 한 줄기의 빛과 같은 여인이었다.
그는 수동적이기 보단 능동적으로 행동하였으며 붙잡힌 히로인보다는 또 다른 주인공처럼 활약한 여인이었다.
떡협지 특유의 자박꼼 전개도 없었으며 후반부까지 수많은 활약을 하며 가슴을 울렁이게 만들었다.
예상컨대 동료 포지션으로 남자를 넣기 싫었던 작가가 어거지로 여자로 만든듯한 믿음직한 조력자의 느낌이 강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협객이었다.
휘어질바엔 부러지는 것을 택할 정도로 올곧은 여인이었다.
선우는 그런 강하윤이 좋았다.
주인공보다 더욱더 주인공 같은 그런 강하윤이 말이다.
그런 강하윤이 백호당주와 대판 싸웠다는 생각을 하니 걱정이 앞섰다.
애착을 가진 캐릭터가 다쳤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런 걱정이 너무 티가난듯 하였다.
당서윤이 도끼눈을 뜬 채 자신을 노려보고 있으니 말이다.
"선우."
당서윤이 의심스러운 표정으로 그를 불렀다.
"으..응?"
"설마 봉황당주를 노리는 건 아니겠지?"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선우는 당황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여자를 더욱더 늘린다니?
"눈빛이 수상해서 말이야."
"절대 그럴 리 없어."
선우는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도통 믿을 수가 있어야지."
"진짜라니까? 애초에 남편 있는 여자를 어떻게 건들여!"
선우는 억울하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당대부인은?"
".........."
"주소양은?"
".........."
그녀의 반박에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뭐라 할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반박을 한다면 반박할 수도 있었다.
당대부인의 경우 피치 못할 사정이 있기도 하였고 이미 남편이 죽지 않았던가?
그리고 주소양의 경우 그녀의 입을 막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 아니었던가?
반박을 하고 싶었다.
자신이 일부러 남편있는 여자를 건드린게 아니라고 말이다.
하지만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뭔가 반박해봤자 추한 변명처럼 여겨질 것만 같았다.
"선우, 여자를 더 늘리는 건 상관안해."
당서윤은 그런 선우를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신 감당할 수 있는 여자만 늘려. 내가 볼 땐 너한테 봉황당주는 무리야."
그녀는 차가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아니, 그럴 생각이 없다니까? 왜 이렇게 안믿는거야?"
선우는 억울하다는듯 말을 이었다.
"애초에 그녀는 제남에 있잖아? 나랑 마주칠 일이 있겠어?"
선우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럴 생각은 전혀없지만 설령 꼬시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해도 그녀와 자신과의 거리는 어마어마하였다.
만나고 싶어도 만나기 힘든 거리인 것이다.
"있어."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응?"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멍청한 표정을 지으며 반문하였다.
"마주칠 일이 있다고."
"어째서!?"
"그녀가 당가로 올거니까."
"..........."
순간 선우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가 온다고?
봉황대주 강하윤이?
고3 무림에 가다에서 가장 좋아했던 최애가?
씰룩 씰룩
선우는 저도 모르게 입가를 씰룩거리기 시작하였다.
그녀를 다시 마주칠 수 있다고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입가가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그만 웃어."
그때 귓가에 당서윤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파고들었다.
뚝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순간 정색을 하며 표정을 굳혔다.
"안웃었어."
그리고는 오리발을 내밀었다.
"다봤거든?"
선우의 오리발에 당서윤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잘못 봤겠지."
"아니, 제대로 봤어."
당서윤은 확신에 찬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정확히 다섯번 씰룩이더라. 입꼬리를."
".........."
그녀의 정확한 지적에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 나는 분명히 말했어. 여인을 늘리는 것은 상관안해."
당서윤은 딱딱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감당할 수 있는 여인만 책임져."
"........알았어."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깨갱거리며 말을 받았다.
딱히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안그래도 주소양이라는 핵폭탄을 안고 있는 그였다.
만약 주소양과 불륜사실이 밝혀지면 그대로 핵폭탄이 터지게 될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이재원의 마누라를 또 빼앗는다?
자살 행위나 다름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