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3화 〉 424......네 순서 일주일 뒤야.
"........문제는...없는 것 같아."
이내 선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딱히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의 논리에 오류 따윈 없었다.
사랑이 모든 것을 초월한다고 가정했을 때 종족 간의 격차는 큰 문제가 되지는 않았다.
애초에 인간 형태로 탈피를 끝마친 그녀가 아니던가
그런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고 무슨 문제가 생긴다는 말인가?
"진짜? 진짜?"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신이 난 듯 방방 뛰며 입을 열었다.
선우의 긍정적인 반응이 무척이나 기분이 좋은듯 하였다.
물컹 물컹
그리고 선우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현재 요랑은 선우의 품 안에 그대로 안겨있는 형태였다.
그 상태에서 발을 구르며 방방 뛰어대니 그녀의 가슴 감촉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평소라면 의식하지 않았겠지만 그녀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나니 괜스레 의식되었고 불편하였다.
"진짜니까.....이제 그만 떨어져."
선우는 요랑의 머리를 붙잡고 천천히 밀기 시작하였다.
"싫어! 붙어있을래!"
요랑은 그런 선우의 밀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더 선우에게 들러붙기 시작하였다.
`한대 쥐어박을까?`
선우는 진지하게 고민에 빠졌다.
그녀를 쥐어 박아야하지 않을까라는 내적갈등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헤헤헤헤...헤헤헤..선우좋아...너무..좋아."
그때 귓가에 요랑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며시 내려다보니 품 안에서 얼굴을 비비는 요랑의 모습이 보였다.
`후우`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말아쥐었던 주먹을 풀어버렸다.
좋다고 달려든 요랑을 폭력으로 쫓아내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쓰담 쓰담
그리고는 주먹 대신 손바닥을 펴 그녀의 뒷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지금이 쓰다듬는 것이 옳은 행동이리라
"헤헤헤헤"
요랑은 선우의 쓰다듬이 기분이 좋았는지 웃음을 흘렸다.
씨익
그리고 그녀의 웃음을 본 선우는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주먹질 대신 쓰다듬기를 택한 것은 옳은 선택인듯싶었기 때문이었다.
"선우야....."
그때 요랑이 다시금 선우를 불렀다.
"왜?"
"이제 내가 너 사랑하는 거 알겠어?"
"알겠어."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적어도 그녀의 마음이 진심이라는 것은 마음속 깊은 곳에 전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럼 이제 교미하자!"
"뭐!?"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당황한듯 언성을 높였다.
대체 이 영물은 백주대낮에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란 말인가
"사랑하면 교미를 해야지!"
요랑은 선우의 품에 더욱더 파고 들으며 말을 이었다.
"기다려, 임마. 그런 건 순서가 있는 거야!"
"순서가 어딨어! 선우는 맨날 밤마다 하잖아! 오늘은 나랑해!"
선우의 품에 파고든 요랑은 선우의 앞섶을 풀어헤치며 말을 이었다.
"기다려봐 야! 야! 벗기지마!"
선우는 다급히 요랑을 진정시키기 시작하였다.
좋아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너무 빠르다.
무슨 짐승도 아니고 눈맞으면 박는 수준이 아니던가
`얘는 짐승에 가까우려나?`
"싫어! 할거야! 할거야!"
선우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요랑의 손은 거침이 없었고 자연스레 선우의 상반신을 완전히 벗겨버렸다.
할짝 할짝
그리고 혀를 내밀어 선우의 젖꼭지를 그대로 핥기 시작하였다.
"야아아아아 그만 안해?!"
할짝 할짝
요랑은 그런 선우의 말을 무시하며 더욱더 빠르게 혀를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느낄 수 있도록 말이다.
`뭐야, 왜 이리 능숙해.`
선우는 요랑의 능숙한 혓놀림에 당황하기 시작하였다.
남편이 있었다고는 하나 그건 탈피하기 전 인면지주의 모습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 그녀가 인간의 교접 방식을 알 리 만무하였다.
애무를 하고 달아오르게 만들며 보지에 자지를 삽입하는 방식을 말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그녀는 능숙하였다.
능숙하게 애무를 하였고 능숙하게 혀를 놀렸다.
무척이나 익숙한 듯이 말이다.
`어떻게 된 거지?`
선우는 의아함이 들었다.
인간의 몸으로는 처녀나 다름없는 그녀가 어찌 이리도 대단한 혓놀림을 가지고 있다는 말인가?
의아함이 들 수 밖에 없었다.
"크윽!"
그때 갑자기 온몸에 전율이 찌릿하고 지나가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애무에 몸이 조금 흥분한듯싶었다.
`위험하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그녀의 애무를 계속 이어갔다간 위험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부웅
쾅
이내 선우는 주먹을 들어올려 요랑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아아아악!"
그러자 요랑의 비명성이 한차례 울려 퍼졌다.
"아파아아아!"
이내 요랑이 머리를 부여잡고 눈물을 글썽이기 시작하였다.
선우의 주먹에 상당한 내력이 실린 탓이었다.
"내가 그만하랬지!"
선우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왜 때려! 왜 떄려! 왜 때리냐고!"
요랑은 지지 않겠다는 듯 눈을 부라리며 언성을 높였다.
"네가 말을 안 듣잖아!"
"사랑하는 사람끼리 애정 표현하는 게 어때서!"
"여긴 공공장소야!"
"사랑은 모든 걸 초월하는거야! 나이도 국경도 국적도 장소도!"
"헛소리할래?"
그녀의 반박을 들은 선우는 어이없다는 듯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건 또 무슨 궤변이라는 말인가?
"몰라! 몰라! 난 하던 거 마저 할 거야! 마저 할거라고!"
요랑은 고개를 좌우로 격하게 저은 뒤 선우에게 달려들었다.
다시금 덮칠 심산이었다.
"이게!"
쾅
이내 선우의 주먹이 요랑의 머리통에 다시금 작렬하였다.
그러자 커다란 굉음이 나더니 이내 요랑의 머리에 혹이 부풀어오르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강력한 일격이었는지 상처가 난듯싶었다.
"흐아아아아아앙!!!!!!"
그리고 이내 요랑이 울음을 터트리고 말이다.
선우의 강렬한 일격에 눈물이 찔끔 나오는 것은 물론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선우에 대한 설움이 몰려들었기 때문이었다.
"흐아아아앙!! 왜 때려! 왜 때리냐고! 이 나쁜 새끼야! 흐아아아앙!"
요랑은 서럽게 울며 선우를 탓하기 시작하였다.
원래 같으면 더 맞을까봐 깨갱 하고 울기만 하던 그녀였다.
그런데 반항을 하는 걸을 보니 어지간히 속이 상한듯싶었다.
`하아`
선우는 그런 요랑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울음을 그칠 기미가 전혀 안보였기 때문이었다.
마음 같아선 몇 대 더 쥐어박고 싶었지만 지금 상태라면 반발심만 더욱더 불러일으킬 것 같았다.
선우는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
"흐아아아아아아아앙!!!!!!! 선우는 바보야!!! 바보!"
요랑은 울고 또 울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어마어마한 설움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그저 사랑하는 선우를 기쁘게 하고 싶을 뿐이었다.
밤마다 쉴새없이 교미하는 선우를 위해 그저 암컷으로서 봉사를 해줄 심산이었다.
그런데 그걸 거부당했다.
그것도 무쇠같은 주먹으로 머리통을 후려치면서 말이다.
서러웠다.
서러워도 너무 서러웠다.
이게 대체 무슨 짓이란 말인가
지금껏 선우와 오래 있었지만 그가 정인에게 손대는 것을 본 적 없는 그녀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설움이 더욱더 커지는 것을 느꼈다.
자신도 정인인데
자신도 선우를 사랑하는데
어찌 그런 자신을 거부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먹으로 머리통을 후려쳐 제지할 수 있다는 말인가?
어찌 자신만 이렇게 박하게 취급한다는 말인가?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앙!"
요랑은 더욱더 크게 울음을 터트렸다.
설움을 모두 날려버릴 때까지 말이다.
꼬옥
그때 갑자기 무언가 온몸을 감싸더니 따뜻한 온기가 퍼지기 시작하였다.
갑작스러운 온기에 놀란 요랑은 재빨리 눈을 떴다.
그러자 자신을 품에 안고 있는 선우의 모습이 보였다.
으득
그 모습을 본 요랑은 반발심이 들었다.
주먹으로 머리통을 후려칠 땐 언제고 이제와서 껴안는다는 말인가?
부아가 치밀어올랐다.
"놔아! 놔아! 놓으라고!"
선우의 품에 안긴 요랑은 격렬하게 몸을 흔들며 반항을 하기 시작하였다.
당장 자신을 품에서 놓으라면서 말이다.
때리고 할퀴고 깨물고 갖은 수를 다 썼다.
하지만 그럼에도 선우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왜! 싫다며! 꺼져줄게! 놔아! 놓으라고!"
요랑은 더욱더 거세게 반항하기 시작하였다.
퍽 퍽 퍽 퍽
인간을 초월하는 근력을 가진 요랑이었다.
두들겨지는 선우의 몸에서 선명한 타격음이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꼬오옥
그럼에도 선우는 그녀를 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녀를 더욱더 강하게 끌어안았다.
놓지 않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몸을 뒤틀며 반항하던 요랑의 움직임이 멈췄다.
분이 풀릴 만큼 충분히 풀렸기 때문이었다.
"이제 좀 진정이 되냐?"
그때 선우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됐어! 때릴 가치도 없어서 그냥 멈춘 것뿐이야!"
"그런 것치곤 오질라게 때리던데?"
"멈추기 전까지는 때릴 가치가 있었거든!"
"참나."
그녀의 어이없는 변명을 들은 선우는 헛웃음을 터트렸다.
인간의 언어를 배운지 고작 일년밖에 되지 않은 주제에 어찌 한마디를 안 진다는 말인가
`천재는 천재야.`
"어쨌든 이제 놔!"
요랑은 격한 음성으로 고함을 내질렀다.
"싫어."
"뭐라고!?"
"안 놔줄 거라고."
선우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왜 안놔줘!"
"또 울어 재낄까 봐."
"안울어! 안울어!"
요랑은 격한 반응을 내보이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안고 싶어서."
".........뭐?"
"너를 안고 싶어서."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다.
"............"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순간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하였다.
선우가 무슨 의도로 저리 말하는 지 생각하기 위해서였다.
"농담하지마."
그리고 이내 결론이 나왔다.
농담이라는 결론이 말이다.
"농담 아니야. 진짜 껴안고 싶어..네 살결에서는 복숭아 향이 나서 무척이나 좋거든."
선우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거짓말 하지마....괜히...또..내가 울까봐...달래려고 그러는거..다..알아."
"달래려는 의도가 맞긴 한데...안고 싶다는 것도 사실이야.."
"...........이제와서?"
요랑은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선우를 올려다보며 말을 이었다.
"아까 머리통을 후려치면서 꺼지라고 하더니!"
그녀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울만큼 울었지만 아까 선우에게 거절당한 상처가 그대로 남아있는듯 하였다.
"그거야 네가 갑작스럽게 들이댔잖아...그것도 이런 공공장소에서 말이야."
"그게 무슨 상관이야! 마음에 들면 하는 거지!"
요랑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을 이었다.
"상관있다고 아무리 사랑해도 장소는 가려야지.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을 나누는 광경을 누가 보여주고 싶겠어?"
"..............."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입을 꾹 다물었다.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끌린다고 바로하면 짐승이랑 다를 바가 없잖아? 너는 요선이 된다며? 언제까지 그런 원초적인 본능에 휘둘릴 거야?"
"..............."
"사랑하니까 참을 수 있는 거야. 방금 넌 너무 흥분했고 너무 성급했어."
선우는 차분한 음색으로 그녀의 잘못을 조심히 꼬집어주었다.
그녀가 이해할 수 있도록 말이다.
성교는 연인 간에서 무척 중요한 것이었다.
이 성교의 빈도수 , 만족도 등 수많은 변수에 따라 연인 간의 행복 또한 달라지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연인 간에는 건전한 성관계를 이어갈 의무가 있었다.
서로에게 충만감과 충족감을 주기 위해서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성관계에 집착해서는 안된다.
사람마다 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고 하고 싶은 장소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개개인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욕망에 휘둘려 상대에게 강요를 하게 된다면 건전치 못한 부적절한 성관계로 변질될 우려가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선우는 요랑에게 폭력을 선사하였다.
짐승일적의 성관념을 가진 그녀에게 올바른 성관념을 주입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자신을 사랑하는 여인을 때리는 것은 무척이나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그녀에게 알려주고 싶었다.
인간이란 욕망에 휘둘리는 존재가 아닌 마음을 나누는 존재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치만.."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입술을 삐죽였다.
"선우도 맨날...욕망에 휘둘리잖아.."
"내가 언제?"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선우랑 교미한 여자가 일곱명이나 되잖아."
"........."
"한 여자한테 만족 못 하고 새로 교미할 여자만 찾아다니는 것도 원초적인 본능에 휘둘린 결과 아니야?"
요랑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야, 얘 말 왜 이렇게 잘해?`
그리고 그런 요랑의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그녀의 말이 정곡을 제대로 찔러버렸기 때문이었다.
"자기도 못할거면 왜 나한테만 휘둘리지 말래! 완전 이기적인 거잖아!"
"............."
선우는 고심에 잠겼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 말이다.
".........그래도 나는 장소는 가렸어."
그리고 이내 변명하듯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적어도 아무도 없는 곳에서 해야할 거 아니야."
"여기 아무도 없는데?"
"야외잖아? 남사스럽게 어떻게 야외해서 하냐?"
"그럼 장소 옮겨서 하자고 하면 해줄거야?"
그 말을 들은 요랑은 눈을 반짝이며 선우에게 물었다.
"안돼."
그녀의 말에 선우는 단호히 거절했다.
"이번에는 또 왜 안되는데!"
".......오늘은 가려를 안아주기로 한 날이거든."
"뭐라고!?"
".......네 순서 일주일 뒤야."
선우는 민망한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