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22화 〉 423.사랑에 종족 따위는 상관없어!
"사....랑?"
요랑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옥령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잘못 들은 게 아닌지 확인하듯이 말이다.
"맞아요. 사랑"
그녀의 말을 들은 옥령은 고개를 주억거리고 입을 열었다.
"선우에 대한 생각을 하는 것만으로 기쁘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면서 복합적인 감정이 차올랐잖아요? 이런 감정을 사랑이 아니면 뭐라고 할 수 있겠어요."
옥령은 확신에 눈빛으로 요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고심에 잠겼다.
깊은 생각에 잠긴듯 하였다.
"혹시 무서워서 그런 게 아닐까? 나는 음양마를 생각하는 것만으로 가슴이 막막하고 슬픔이 차오르면서 온몸에 잔뜩 떨리는데."
"그건 음양마님과는 달라요. 선우한테는 맞을까봐 그런 게 아니잖아요?"
"...그럼...나는..선우를 사랑하는거야?"
"네 맞아요. 요랑님은 선우를 사랑하는거예요. 마음 속 깊이 말이에요."
"진짜?"
"진짜요."
"정말?"
"정말이고 말고요."
"난...인간이 아닌데?"
"사랑은 위대한 거랍니다. 나이, 종족은 물론 국적까지도 전부 초월할 수 있지요."
옥령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럼 성별도?"
요랑은 궁금하다는듯 되물었다.
"아니요, 성별은 초월 못 합니다. 동성을 좋아하다니 정신병일 수밖에 없잖아요."
옥령은 순간 정색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어쨌든 요랑이 인간이 아니라는 사실이 사랑을 하지 못할 이유는 되지 않아요."
"우웅...그렇구나...종족같은건,...초월할 수 있구나."
"네에..그러니 안심하셔도 되요."
요랑은 믿기지 않는다는듯이 그녀에게 재차 물었고 옥령은 그녀의 물음에 성실히 답해주었다.
"허어..."
이내 요랑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설마하니 사랑이라는 감정에 빠지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하였기 때문이었다.
"와아....그럼..나...이제 어떻게 해야 해?"
요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옥령을 바라보며 물었다.
"요랑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돼요."
"내가...하고 싶은 것..?"
"지금처럼 쭉 지내도 되고 선우에게 요랑이 간직한 마음을 고백해도 된답니다."
"..............."
"요랑의 감정은 요랑만의 것이니까요. 그저 마음이 시키대는대로 하시면 된답니다."
".........마음이 시키는대로.."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과연 어떻게 해야할까하고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요랑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고마워! 옥령!"
그리고 옥령을 바라보며 고마움을 표하였다.
"생각났어! 내 마음이 지금 뭘 하고 싶은지!"
요랑은 활기찬 얼굴로 말을 이었다.
"잘됐네요."
옥령은 환한 미소로 화답해주었다.
그녀의 마음이 갈피를 잡았다고 생각하니 절로 즐거운 마음이 들었다.
"나 선우한테 가볼게!"
요랑은 당대부인의 푹신한 품속에서 재빨리 몸을 떼어내었다.
그리고 곧바로 몸을 돌려 문밖으로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나중에 올게!"
인사를 마친 요랑은 재빨리 걸음을 옮겼다.
순식간에 그녀의 모습이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이내 방 안에는 당대부인과 옥령만이 남게 되었다.
"저...언니."
그때 당대부인이 옥령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왜 그러니?"
"요랑님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는 건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닐까요?"
"어째서 그리 생각하니?"
옥령은 의문이라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제 눈에는 요랑님이 상공에게 느끼는 감정은 어린 새끼가 부모를 따르는 마음이라고 생각해요. 연모의 감정이 아니고요."
"그렇게 보이니?"
옥령은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네, 요랑님은 그...아직 어리니까....동경과 애정에 혼선이 온거라고...생각해요."
"후후훗."
당대부인의 말을 들은 옥령은 슬며시 웃음을 지었다.
횡설수설하는 당대부인의 태도가 귀여워 보였기 때문이었다.
"가려야. 요랑이는 수백년 묵은 인면지주란다. 어릴리가 없잖니?"
"하지만...인간처럼 변하신 지는 일 년 정도 밖에 안되지 않았잖아요…."
당대부인은 변명하듯 말을 이었다.
쓰담 쓰담
"이런...이런..가려야.."
옥령은 그런 당대부인의 볼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너는 아직도 요랑을 아이처럼 생각하는구나."
그녀의 눈빛에는 안타까움이 묻어나 있었다.
"그...그런!"
"너도 이미 알지 않느냐? 요랑이 얼마나 지적으로 뛰어난 존재인지."
옥령은 당대부인의 눈을 올곧게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요랑은 뛰어난 존재였다.
감히 인간따위하고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말이다.
인간 행태로 변하게 된 것은 고작 일여 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녀는 이미 웬만한 인간따위는 아득히 뛰어넘을 정도의 사고력과 지식을 습득한 상태였다.
옥령은 그런 그녀를 애써 어린 아이 취급하는 당대부인을 보니 안타까움이 들었다.
인지하고 있지만 놔주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요랑은 자신의 감정을 몰라서 우리를 찾아온 게 아니란다."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저 등을 떠밀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 뿐이지."
".....그럴..리가..."
당대부인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에게 요랑은 언제나 맑고 순수한 아이였다.
가끔 어리광을 부리며 떼를 쓰기도 하지만 근본적으로 선하기 짝이 없는 아이 말이다.
"알잖니?"
옥령은 천천히 당대부인을 껴안았다.
꼬옥
"언제까지 네 아이로 남아있을 수는 없다는 걸."
"........."
"그러니 그냥 지켜보자꾸나. 평생토록 품고 사는 것보단 점점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도 부모의 미덕일 테니 말이야."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당대부인은 말없이 그녀의 품 안에 파고들었다.
쓰담 쓰담
옥령은 그런 당대부인의 뒷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어주었다.
이 여린 아이가 마음의 정리를 할 수 있도록 말이다.
**************
타타타탁
마음 내키는 대로 행동하겠다고 다짐한 요랑은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하였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속도로 말이다.
바로 선우를 찾기 위해서였다.
기껏 집무실로 찾아갔건만 선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디있는거야!`
요랑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이 감정을
이 벅찬 감정을
전해야 했다.
근데 막상 이 감정을 받을 전달자가 보이지 않았다.
집무실은 물론이고 전각이란 전각은 샅샅이 뒤진 그녀였다.
하지만 어디에도 선우의 모습은 없었고 요랑은 조바심이 났다.
후각을 더욱더 치켜세웠다.
그리고 시야를 더욱더 넓혔다.
속도를 더욱더 높였다.
오직 선우를 찾겠다는 일념으로 말이다.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요랑의 코에 선우의 냄새가 스며들기 시작하였다.
요랑은 재빨리 방향을 틀어 선우의 냄새가 흘러들어오는 곳으로 이동하기 시작하였다.
쾅
땅을 디딜 때마다 굉음이 울렸다.
빠드득
땅을 디딜때마다 모래가 짓뭉겨졌다.
하지만 개의치 않았다.
그저 선우를 찾으러 갈 뿐이었다.
이내 요랑은 뒤편에 있는 작은 연못에 도달하게 되었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요랑의 시야에 낚시를 하고 있는 선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선우!"
선우를 발견한 요랑은 큰소리로 그를 부른 후 전속력으로 달려나갔다.
"어?"
와락
이내 그의 코앞 달려든 요랑은 그를 그대로 껴안아버렸다.
"으앗!"
그녀의 갑작스러운 포옹에 놀란 것일까
선우는 기겁하듯 고함을 내질렀다.
"어디서 뭘 하고 있던 거야!"
선우의 품에 안긴 요랑은 분한 듯 짜증을 내었다,
"보면 몰라? 낚시하고 있었잖아?"
선우는 낚시대를 들어 올리며 반박을 하였다.
"어디 가면 간다고 말해줘야지!"
"네가 내 마누라야? 그걸 왜 말해?"
"마누라보다 소중한 존재야!"
"뭔 개소리야."
선우는 요랑의 환한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뭘 잘못 먹었는지 헛소리를 하는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마누라보다 소중한 존재라니 그런 게 있을 리 만무하잖아.
부비 부비 부비
"선우 선우 선우 선우 선우!"
요랑은 선우의 가슴에 열렬히 부비적거리며 말을 이었다.
"귀 안먹었어. 한 번만 불러."
"나 깨달았어!"
요랑은 귀여운 얼굴로 선우를 올려다보며 입을 열었다.
"뭐를? 정신 나갔다는 거?"
선우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별안간 깨닫긴 뭘 깨달았다는 말인가?
"그런거 말고! 내가 선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녀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할지 뻔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약속 안지키고 맨날 어디 멀리 나갔다오는 주인이거나 전 남편을 살해한 원수이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니겠는가
뭘 새삼 깨닫는다는 말인가
"나 선우 사랑해!"
"...........응?"
"나 선우 사랑한다고 되게 되게 많이 많이!"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대답이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별안간 사랑이라니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사...랑?....나를.?...요랑이가?`
순간 너무 놀라 뇌 정지가 오기 시작하였다.
"장난치지마 망할 년아!"
선우는 품에 안긴 요랑을 내려다보며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었다.
보나마나 요랑의 장난이 분명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장난 아니야!"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장난이 아니면 뭔데! 너랑 나랑 종족이 다르다니까? 너는 인면지주고 나는 사람이잖아? 그런데 뭔 사랑 타령이야? 게다가 난 네 남편도 죽였다고!"
선우는 화가 난 듯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사랑에 종족 따위는 상관없어!"
요랑은 언성을 높이며 소리를 내질렀다.
"어떤 미친년이 그런 소리를 해!"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짜증이 난듯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옥령이가 그랬어!"
요랑은 당당하게 소리를 질렀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설마하니 옥령이 그런 말을 했을 줄은 상상도 못 하였기 때문이었다.
"잠..잠깐, 그럼 옥령한테 날 사랑한다고 말한 거야?"
"애초에 옥령이가 상담해줬는걸? 참고로 가려도 있었어."
"아니 무슨 말을 한거야! 이 말썽꾸러기야!"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함을 내질렀다.
대체 무슨 말을 하고 다닌 것이란 말인가?
"왜! 나 잘못한 거 없어!"
요랑은 억울하다는 듯 소리쳤다.
"잘못이 왜 없어! 지금 헛소문 퍼트리고 다녔잖아!"
"헛소문이라니! 진심이야!"
"아니 무슨 영물이 사람을 좋아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잖아!"
"영물이 사람으로 탈태한건 말이 된다고 생각해?"
요랑은 어이없다는 듯이 반박을 하였다.
"................"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상당히 일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영물이 인간으로 탈태하는 세계관이었다.
그런 곳이니 영물이 인간을 사랑한다는 게 그리 이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라?`
"진심이라고!"
요랑은 결연의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눈빛을 마주한 선우는 침묵을 하였다.
그녀가 진심이라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뭐냐고 대체.`
선우는 당황스러웠다.
갑자기 전력으로 고백해오는 요랑의 모습에 말이다.
선우는 천천히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러자 경국지색이라고 칭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의 얼굴이 보였다.
뽀얀 피부, 길다란 속눈썹, 살짝 치켜 올라간 귀여운 눈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까지
귀여움과 아름다움을 한 번에 겸비하고 있는 절색의 미녀
요랑이었다.
`얘가 나를 좋아한다고? 진심으로?`
선우는 당혹스러움이 들었다.
"선우는 내가.....싫어?"
선우가 아무런 말이 없자 요랑은 힘없는 목소리로 그에게 되물었다.
"........그.....싫은건...아닌데.."
선우는 말끝을 흐렸다.
싫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객관적으로 요랑은 어마어마한 미모를 갖춘 여인이었다.
그런 여자가 고백하는데 어찌 싫을 수 있겠는가?
문제는 그녀의 종족이었다.
어찌 영물과 사람이 사랑에 빠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럼 뭐가 문젠데?"
요랑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똘망똘망하고 초롱초롱한 눈망울이 이내 선우의 시선과 마주치게 되었다.
두근
순간
두근
선우의 심장이
두근
빠르게 뛰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깊고 깊은 눈망울과 마주하니 심장이 거침없이 뛰었기 때문이었다.
`얘 왜 이래?`
선우는 당황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감정이었기 때문이었다.
요랑이한테 떨리다니?
그동안 애완동물정도로 생각하던 녀석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자신이 두근거릴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단언컨대 요랑에게 삿된 감정이라는 것을 품어본 적이 없는 선우였다.
본능적으로 종족이 다르다는 브레이크가 걸려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무래도 요랑의 고백으로 인해 본능의 브레이크가 그대로 부서져버린 듯 싶었다.
완벽히 말이다
선우는 쉴새없이 쿵쾅 거리는 심장의 움직임을 느끼며 요랑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새삼 요랑이 예뻐보이기 시작하였다.
이런 자신이 싫을 정도로 말이다.
`진정해라 좀!`
선우는 속으로 심장을 탓하기 시작하였다.
제발 좀 진정하라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