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9화 〉 420. 암살을 모의하다-3
"말씀해주세요. 대체 어떤 방법으로 차기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장선우를 암살할 것인지 말이에요."
제갈주경은 재촉하듯 말을 이었다.
저 당가의 독사가 무슨 계책을 꾸몄는지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었다.
장선우는 차기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울 정도로 강한 인재이다.
정확한 무위가 알려진 것은 없지만 추측컨대 최소 초절정이상의 경지를 이룩한 고수인 것이다.
그렇기에 궁금하였다.
대체 무슨 방법으로 그런 장선우를 죽여버린다는 말인가?
"간단합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간단하다?"
그녀의 말을 들은 제갈주경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찌 장선우를 죽이는 것이 그리도 간단하다는 말인가?
"그보다 강한 고수를 보내면 됩니다."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와락
그녀의 말을 들은 제갈 주경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너무나 단순하고 멍청한 대답에 실망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암살 대상보다 강한 고수를 보낸다.
이걸 모르는 사람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은밀성과 확실성이었다.
그가 죽어도 흔적이 남아서는 안 되었다.
누가 사주하여 그를 죽였는지에 대한 흔적을 말이다.
그리고 확실성이 필요하였다.
한 번의 실행으로 그를 죽일 수 있는 확실성이 말이다.
그런데 어찌 저렇게 멍청한 대답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게 정말 계획의 전부라면 실망할 것 같습니다. 당부인."
제갈 주경은 인상을 와락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설마요. 그저 제갈 부인의 수준에 맞춰 간단히 설명해드린 거랍니다."
당진설은 차가운 미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좋은 배려에 감사하지만 좀더 구체적으로 풀어주셨으면 합니다. 이대로 회의장을 나가버리기 전에 말이죠."
제갈 주경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러지요."
그녀의 눈빛을 받은 당진설은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판을 짤 생각입니다. 장선우가 죽을 수밖에 없는 판을 말이죠."
당진설은 진지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 판의 주역들은 장선우보다 강한 고수들이 될 것입니다."
"그 고수들이 누군가요?"
그때 팽가련이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현재 장선우의 무력은 정확하게 밝혀진 바가 없었다.
어떤 이는 초절정에 막 진입하였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하였고 또 어떤 이는 이미 화경에 도달하였다고 예측하기도 하였다.
용봉들을 제압한 것 외에 이렇다 할 행적이 없었기에 예측이 여기저기서 다르게 나오는 것이다.
그런 장선우보다 강한 고수를 어디서 찾는단 말인가?
"봉황대주 강하윤."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쿠웅
순간 회의장 안을 무거운 침묵이 감돌기 시작하였다.
당진설의 충격적 발언에 다들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하윤이라니?
그녀의 이름이 별안간 왜 나온다는 말인가?
그녀는 이재원의 두번 째 부인이자 봉황대주로 이름을 날리던 여협이었다.
그런 여협이 어찌 암살에 동조하고 나선다는 말인가?
"........진심인가요?"
제갈주경이 떨리는 음색으로 말을 이었다.
설마하니 그녀의 이름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하였기 때문이었다.
"물론이죠."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굳은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말도 안 돼요! 그녀가 어떻게 암살에 가담한다는 말입니까! 그 돌덩이처럼 딱딱한 계집이 말이에요!"
그때 팽가련이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이번 체포 사태로 강하윤에게 호되게 당한 기억이 있는 팽가련이었다.
그런 그녀였기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부러질지언정 굽히지 않는 그녀가 어찌 장선우의 암살에 가담한다는 말인가
"저도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 봉황대주 강하윤이 암살이라니.....가능할 리 없잖아요?"
모용란이 침중한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그녀는 당진설의 말을 믿을 수가 없었다.
강하윤이 얼마나 대쪽같은 성격인지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가능해요."
당진설은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어찌 가능하다는 거죠! 그녀는 돈이나 권력, 명예 따위는 무관하다는 말입니다! 어떻게 그런 그녀에게 암살이라는 떳떳지 못한 부탁을 할 수 있죠?"
팽가련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그동안 강하윤을 파벌로 끌어들이고자 갖은 노력을 했던 그녀였다.
하지만 무공과 직무에만 미쳐있는 강하윤을 끌어들이는 것은 요원한 일이었다.
그녀가 돈이나 권력 명예 따위는 등한시하는 진정한 무인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그녀를 암살에 끌어들일 수 있다는 말인가?
"원래라면 불가능했겠죠. 그 대쪽같은 성격에 회유가 될 리 만무할테니까요."
당진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하지만 근래 어떤 고마우신 분 덕분에 기회가 생겼답니다."
당진설은 팽가련에게 눈웃음을 치며 말을 이었다.
"그녀에게 목숨 빚을 지게 만들었거든요."
"............."
그녀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가 말한 목숨 빛이 무엇인지 어림짐작하였기 때문이었다.
"빚을 지는 것을 죽는 것보다 싫어하는 그녀라면 분명 수락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그녀는 그런 여자니까요."
당진설은 확신에 찬듯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
"..............."
회의장 내부에 다시금 침묵이 감돌았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목숨 빚이라면 강하윤을 움직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강하윤 뿐만 아닙니다. 아직 주역은 더 있어요."
"그녀 말고 또 다른 고수를 보내겠다구요!?"
그녀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당황한듯 되물었다.
이미 강하윤만으로도 차고 넘치는 전력이었다.
그런데 어찌 강하윤을 제외한 다른 고수를 지원한다는 말인가
"일은 확실하게 끝내야 하니까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혈해血海에 의뢰를 넣을 생각입니다."
"혈...해?"
"맙소사 혹시 제가 아는 그 혈해을 말하시는 겁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여인들은 격한 반응을 내보이기 시작하였다.
설마하니 그녀의 입에서 혈해라는 말이 나올 줄은 상상도 못 하였기 때문이었다.
무림에는 세 개의 유명한 살문들이 존재하고 있었다.
암살 대상을 악랄하게 죽이기로 유명한 극야極夜
문파 단위로 암살하는 대량학살 전문 살문인 암혼暗魂
그리고 어떠한 대상이든 돈만 가져다준다면 암살해준다는 혈해血海
이중 혈해는 다른 살문의 뿌리라고 할 정도로 유구한 역사를 가지고 있는 최고의 암살 집단이었다.
그들은 돈만 맞으면 그 어떤 대상이든 가리지 않고 목을 가져다주었는데 일각에서는 돈만 맞는다면 황제의 목조차 서슴지 않고 가져올 것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완벽한 암살 기예를 자랑하였다.
그런 명성을 가진 혈해에 암살의뢰를 넣는다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제정신인가요?"
제갈주경은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혈해의 의뢰비는 상상을 초월하였다.
확실한 만큼 어마어마한 금액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차기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장선우의 암살을 의뢰하겠다니?
상상이상의 금액이 들 것이 뻔하였다.
"전 진심입니다."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어설픈 각오로 상대할 만한 이는 아니니까요."
"하지만....금액이..만만치 않을텐데요."
황보유연이 우물쭈물하게 입을 열었다.
당가가 부자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그런 당가가 암살 비용으로 그처럼 막대한 거금을 선뜻 내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그래서 부인들께 협조를 요청한 것입니다."
당진설은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당가에서 지원받은 금액으로는 의뢰비를 전부 충당할 수는 없었습니다. 아무리 저라도 백만냥이라는 거금을 당가에 청구하는 것은 무리가 있더군요."
"백....백만냥!?"
"의뢰 비용이 백만냥이라는 말씀입니까!?"
의뢰액수를 들은 부인들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막대한 금액이 무척이나 경악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네, 장선우를 화경의 고수로 상정하고 내린 금액입니다. 어찌 보면 그리 비싸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지요. 무려 화경의 고수를 죽이는 일이니까요."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는 진실로 싸다고 생각하였다.
재능이 없는 자는 천만금을 들여도 문턱조차 밟지 못하는 영역이 바로 화경이었다.
구대문파 장문인들조차 도달하지 못한 이가 수두룩한 경지가 바로 화경이었다.
그런 화경의 고수를 죽이는 비용이 백만냥이라니
싸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
"..........."
하지만 그런 그녀의 설득에도 불구하고 말을 내뱉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백만냥이라는 막대한 액수를 들으니 선뜻 나서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희가 얼마씩 내면 되죠?"
그때 제갈주경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상당히 부담가는 금액이긴 하였지만 다섯명에서 나눠서 낸다는 가정이 붙는다면 그리 불가능한 가격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안을 한건 저니까 제가 사십만냥을 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남은 금액은 육십만냥이 되니, 두당 십오만 냥 정도면 충분합니다."
"흐음....나쁘지 않은 것 같군요."
그녀의 말을 들은 제갈주경은 납득했다는듯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십오만냥으로 이예설이 가진 필승의 패를 제거할 수 있다면 그리 나쁘지 않은 거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도 그 정도 액수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모용란 또한 그녀의 말에 동조를 하였다.
십오만냥이면 상당한 금액이긴 하지만 못 낼 비용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요, 십오만냥에 장선우를 제거할 수 있다면 오히려 싸다고 할 수 있죠."
잠자코 있던 팽가련마저 동의를 하였다.
"당부인."
그때 황보유연이 힘없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저는 무리예요. 황보세가에는 그런 돈을 낼 여력이 없어요."
그녀는 씁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무리였다.
백만냥이라는 거금을 모으는데 돈을 보태는 것은 말이다.
안그래도 재정난으로 심각한 적자를 보고 있는 황보세가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돈을 보탤 수 있다는 말인가?
"걱정마세요. 황보부인께서는 돈 말고 다른 걸 지원해주시면 되니까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다른 것이라뇨?"
그녀의 말에 황보유연은 모르겠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벽력탄 남은 게 있잖아요."
"네에!?"
그녀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놀란듯 그녀에게 되물었다.
설마하니 가문 깊숙한 곳에 구비해두고 있는 벽력탄의 존재를 알고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하였기 때문이었다.
"혈해血海측에서 직접적으로 요청을 하더군요. 황보세가의 벽력탄이 있다면 좀더 수월하게 암살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요. 만약 벽력탄을 넘겨주신다면 십오만냥정도는 충분히 감면시켜줄 거예요."
"..........."
그녀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고민에 빠진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좋아요."
이내 고민을 하던 황보유연이 결론을 내었다.
현재 가진 가치는 상당하긴 하였지만 장선우를 죽일 수만 있다면 오히려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필승의 패라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귀찮은 존재였으니 말이다.
"어려운 선택에 감사를 드려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화답을 하였다.
"그쪽 좋으라고 이런 선택을 한게 아니에요."
그녀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퉁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반박을 하였다.
이 모든 것은 딸을 위해서였다.
후계위를 이어받아야할 딸을 위해서 말이다.
저 독사같은 여자에게 감사인사를 들을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녀의 말에 당진설은 미소로 화답하였다.
퉁명스럽던 말던 만족스러운 대답이 나왔다는 것이 기뻤기 때문이었다.
`후우, 어찌어찌 처리했군.`
당진설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막상 제안하긴 했지만 도박하는 심정으로 말을 내뱉은 그녀였다.
만약 여기있는 부인들 중 한 명이라도 동의를 하지 않았다면 계획 자체를 전면적으로 수정해야 했을 것이다.
백만냥이라는 의뢰비는 그만큼 부담이 컸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다행히 그녀들은 끝까지 남았고 협조를 약조해주었다.
일이 완벽히 풀려버린 것이다.
`.......장선우.`
당진설은 장선우를 생각하며 눈을 반짝였다.
아무리 차후 천하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최고의 후기지수라고 하더라도 이렇게 까지 완벽한 계획을 세웠다면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화경 상경을 넘어 현경을 바라보는 강하윤과 최고의 암살집단이라고 불리우는 혈해血海의 암살자가 보내질테니 말이다.
씨익
당진설의 입가에 진한 미소가 지어지기 시작하였다.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갈 걸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나왔기 때문이었다.
`잘 가거라. 장선우.`
당진설은 속으로 장선우에게 작별을 고하였다.
한때 총애하였던 인재에 대한 예의로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