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8화 〉 419. 암살을 모의하다-2
"저는 장선우를 죽일 생각입니다."
당진설은 표독스러운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모두의 협력을 바랍니다."
그녀의 눈빛에는 어마어마한 살기가 담겨있었다.
".............."
"............."
"............."
그녀의 말이 끝나고 회의장 안은 싸늘한 침묵이 감돌았다.
그녀의 갑작스러운 말이 너무나 당혹스러웠기 때문이었다.
"..........당부인."
그때 얌전히 앉아있던 제갈주경이 천천히 입을 떼었다.
"말씀하세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이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지금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건가요?"
그녀는 믿기지 않는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부인들께 협력을 요청한겁니다. 장선우를 죽일 수 있도록 말입니다."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당부인!"
그때 옆에서 잠자코 듣고있던 언소소가 끼어들며 언성을 높였다.
"본인의 신분을 망각하신건가요? 당부인은 천무맹의 안주인입니다. 어찌 살인 모의를 제안한다는 말입니까!"
그녀는 화가난듯 얼굴을 잔뜩 붉히며 고함을 내질렀다.
"안될 이유라도 있습니까?
"당연히 안되지요! 이곳은 천무맹입니다! 협을 숭상하는 정의로운 단체란 말입니다! 그런 곳에서 어찌 협객의 살인 모의를 제안한다는 말입니까! 어불성설입니다!"
그녀는 버럭 고함을 내지르며 열변을 토해내었다.
도저히 당진설의 발언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들이 누구란 말인가
무림의 안녕과 정의를 지키기 위해 발 벗고 나서는 정의 구현 기구인 천무맹
그곳의 수장인 천무맹주 이재원의 아내가 아니던가
어찌 그런 신분으로 무고한 이를 죽인다는 말을 저리 쉽게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다른 후보자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일인것이다.
"안될 이유가 없다고 보는데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라고요!?`
"이미 부인들께서는 정의와는 전혀 다른 행보를 벌이시고 계시잖아요? 뇌물수수는 물론이고 인사청탁 그리고 횡령까지 이렇게 수많은 비리를 당당히 저지르는 주제에 무슨 정의를 찾는단 말입니까?"
당진설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아무리 그래도 살인이라뇨! 다른 후보를 지지한다는 이유로 마두나 범죄자가 아닌 정파의 무인을 암살하다뇨!
"후우...언부인...일단 제 말부터 들어보시죠. 그럼 언부인께서도 납득하실겁니다."
"아니! 이해할 수 없어요! 저는 지금껏 하늘 한점 부끄럼 없이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사람입니다. 비록 학식이 짧아 이런저런 꾀를 내거나 머리를 쓰는 일에는 능하지는 못하였지만 적어도 자식 보기 부끄러운 삶은 살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언소소는 뜨거운 눈빛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제겐 권력을 위해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것은 무척이나 부끄러운 일입니다. 자식은 물론이고 남편, 가문까지 욕보이는 짓이란 말입니다!"
언소소는 열변을 토해내었다.
"언부인께서는 자식이 후계 위를 받는 것을 원치 않으신가 봅니다?"
"그럴 리가요! 자식이 잘되는 걸 바라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 후계 위라는 자리를 무고한 이의 핏물로 채워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언소소는 결연한 의지가 담긴 눈빛으로 당진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물러요."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라고요!?`
"당신 생각이 무르다고요!"
당진설은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후계 자리를 피를 안보고 차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셨습니까? 그런 망상 가득한 생각이 정녕 자식에게 보탬이 된다고 생각합니까? 정신차리세요. 언부인. 지금 후계 경쟁이 일어나는 곳은 천무맹입니다! 단일 무력 최강의 단체인 천무맹이라는 말입니다! "
당진설은 표독한 눈빛으로 언소소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후계위에 오르는 것만으로 무한한 영광을 얻게 되는 자리를 피 한 방울 안묻히고 차지하겠다고요? 머릿속이 꽃밭으로 되어있는건가요? 아니면 이상만 추구하는 몽상가인 건가요? 그게 가능할 리가 없잖아요?"
당진설은 손가락으로 머리를 톡톡 건드리며 비난을 하였다.
"현실을 보세요! 당신 같은 생각이면 자식한테 그 어떤 보탬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제일 먼저 후계 경쟁에서 떨어지는 패배자로 만들 뿐이죠."
"..........."
"고상하신 언 부인께서는 모르겠지만 여기있는 여자들 중에 피 한방울 묻히지 않은 분은 없을 걸요? 후계 경쟁을 발표한 지 벌써 반년이예요. 그동안 이 천무맹의 안주인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죽였을 것 같나요?"
당진설은 회의장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인재를 회유하기 위해 무슨 수를 썼을 것 같나요?"
그녀는 팽가련을 흘깃 거리고는 말을 이었다.
"무엇을 생각하든 상상이상일 것 입니다! 고상하신 언부인께서 생각하시기에는 말이에요."
당진설은 언소소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언소소는 입을 꾹 다물었다.
몰아부치듯 말을 이어가는 당진설의 언변에 기가 죽은 탓이었다.
"그러니 안될 이유가 없다고 한 거예요. 제가 오늘 내뱉은 발언은 여기 계신 모든 부인들에게 일상이나 다름없는 말이니까요. 아..물론 언부인은 제외하고 말이죠."
당진설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다들 제 말에 동의하시죠?"
그녀는 좌중에 있는 여인들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
"............."
그러자 한차례 무거운 침묵이 방안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암묵적인 동의를 한 것이다.
후계 쟁탈을 위해 살인까지 불사했다는 암묵적인 동의 말이다.
"쿡쿡, 보세요? 제 말이 맞죠?"
그녀들의 침묵을 동의로 받아들인 당진설은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언소소를 바라보았다.
"..........."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언소소는 입을 꾹 다물었다.
당진설의 말에 모두가 침묵을 택했다는 사실이 충격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진설의 발언은 고함을 내지르고 언성을 높이며 발끈한다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무례한 발언이었다.
하지만 여기 있던 어떤 누구도 당진설의 말에 반박하지 않았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각자 찔리는 것이 하나쯤 있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충격적인 사실을 접한 언소소는 창백하게 안색을 굳혔다.
어느새 권력의 개가 되어버린 친구들에 대한 충격과 실망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제 아시겠나요? 여기선 언 부인께서 소수랍니다? 그러니 불편하시다면 그대로 나가시던가 아니면 얌전히 제 말이 끝날 때까지 듣도록하세요."
당진설은 산뜻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벌떡
"가겠어요!"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언소소는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그대로 회의장밖으로 이탈을 하였다.
쾅
언소소가 나가고 이내 회의장 문이 거칠게 닫혀졌다.
"또 나가실 분 있으신가요?"
당진설은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
하지만 그 누구도 답하는 이가 없었다.
"좋네요."
그 모습을 본 당진설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어설픈 풋내기는 사라지고 진짜들만이 남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거듭 말하지만 장선우를 죽일 생각입니다. 그것도 최대한 빨리 말이죠."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그러니 협력을 해주세요. 그나마 형평성 있는 경쟁을 위해서 말이죠."
"글쎄요."
그때 잠자코 듣고 있던 황보유연이 입을 열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드네요."
"뭐라고요?"
"그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고작 후기지수가 아닌가요? 위험을 감수하고 기를 쓰고 죽일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요?"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고작 후기지수 한 명에게 열을 올리는 당진설의 행보가 말이다.
그가 강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이미 후기지수 수준을 넘어선 강자란 사실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 후기지수 경쟁은 단순히 후기지수 한명이 잘났다고 이기는 경쟁이 아니었다.
여러명의 후기지수들이 각자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고 평가받는 장인 것이다.
그런데 뭣하러 그에게 열을 올린다는 말인가
그것도 천무맹의 안주인이라는 신분으로 살인 모의라는 위험부담까지 감수하면서 말이다.
"황보부인께서도 방금 나가신 언부인과 수준이 다르지 않는 것 같네요."
"뭐라구요!?"
그녀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모욕적인 발언을 들으니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안일하게 생각하는 면이 비슷하지 않나요?"
"제가 뭐가 안일하다는 건가요!"
"그런 사람이 장선우에 대한 경계심이 그리도 없다는 말인가요!"
당진설은 날카로운 목소리로 찌르듯이 말을 내뱉었다.
"후기지수라는 한정된 조건 속이라면 장선우는 최강입니다. 그 누구도 그를 이길수 없다는 말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어떤 인재를 확보하였든 무조건적으로 1패를 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도 그걸 내버려둔다고요?"
".............."
"이걸 안일하다고 하지 않는다면 뭐라고 설명할 수 있죠?"
"............."
"황보부인 좀 더 트인 생각을 하세요. 머릿속이 꽃밭인거 티내지 마시구요. "
당진설은 비웃듯이 황보유연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입을 꾹 다물었다.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장선우를 제외하면 각 부인들이 확보한 인재들은 고만고만한 수준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장선우라는 필승의 패의 존재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 점을 간과하고 있던 것이다.
어찌 안일하지 않다고 칭할 수 있겠는가?
"뭐, 틀린 말은 아니죠."
그때 팽가련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장선우라는 존재 자체가 거슬리는 것은 여지없는 사실이니까요."
그녀는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생기네요. 당부인."
"말씀하시죠."
"지지자 암살이라면 다른 이들을 암살해도 되지 않나요? 왜 하필 장선우죠?"
"그는 대체자가 없으니까요."
그녀의 물음에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세상에 기재는 많습니다. 다른 후보들을 죽인다해도 대체할만한 인력들은 충분하지요. 하지만 장선우는 다릅니다. 그를 대체할 수 있는 패는 무림 그 어느곳에도 없어요."
당진설은 눈을 반짝였다.
"다르게 말하면 장선우만 죽일 수 있다면 형평성있는 경쟁을 펼칠 수 있다는 말이되는거죠."
"흐음 틀린 말은 아니네요."
그녀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하였다.
애초에 필승의 패라는 것자체가 사기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어찌 그런 패를 들고 하는 경쟁이 공정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쿡 쿡 쿡"
그때 잠자코 있던 제갈주경이 웃음을 터트렸다.
"왜 웃으시는거죠?"
그녀의 웃음소리를 당진설은 불쾌한 듯 그녀에게 물었다.
"상황이 너무 웃겨서 말이에요."
그녀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가 웃기다는거죠?"
"장선우라는 필승 패를 들고 계셨을 때는 아무 말씀도 없다가 장선우라는 패가 손에서 떠나가니 형평성 운운하며 장선우를 죽이려고 하시잖아요? 어찌 웃기지 않을 수가 있겠어요?"
제갈주경은 말끔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입을 꾹 다물었다.
설마하니 저렇게 노골적으로 치고 들어올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개 같은 년.`
당진설은 속으로 제갈주경을 쉴새없이 곱씹었다.
행동거지 하나 하나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 그래도 당 부인의 못되먹은 마음에 공감 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라도 장선우라는 필승의 패가 들어왔다면 그렇게 행동할테니까요."
제갈주경은 미소를 흘리며 입을 열었다.
"감사하네요. 공감해주셔서."
"뭘요."
당진설의 뼈가 잔뜩 튀어나온 감사 인사에 제갈주경은 환한 미소로 화답하였다.
"어쨌든 저도 장선우를 죽이는 데는 찬성이랍니다. 그 인간만큼 규격외라는 말이 어울리는 인간도 없을테니까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그를 이대로 냅둔다면 이예설에게 너무 유리한 싸움이 되어버려요. 최악의 경우에는 경쟁자체가 무의미할 수 있습니다. 배제해야 해요."
뒤이어 모용란 또한 제갈주경의 말에 동조하기 시작하였다.
장선우의 불합리함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모두 협력해주신다니 정말 기쁘군요."
그녀들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을 하였다.
"협력하겠다는 말은 안했는데요?"
제갈 주경이 그녀의 말에 딴지를 걸었다.
"방금 동의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모르겠다는듯이 그녀에게 반문하였다.
"협력은 당부인의 계획을 듣고 결정할겁니다."
제갈 주경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장선우는 초절정에 이르렀다고 알려져있는 명문대파의 주 전력급의 인재입니다. 그런 그를 어떻게 죽일 심산이죠?"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당 부인이라면 아무런 계획도 없이 함부로 암살이라는 단어를 입에 담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말해주세요. 당신의 계획을 말입니다."
제갈주경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협력 의사는 그 다음에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찬가지입니다. 계획도 없이 암살이라니 어불성설이죠."
그녀의 말에 모용란이 동조하였다.
그리고 팽가련과 황보유연 또한 말없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