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17화 〉 418.암살을 모의하다-1
똑 똑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누구더냐."
당진설은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부인, 저 당연입니다."
"들어오너라!"
끼이이익
당진설의 허락이 떨어지자 이내 유약한 인상의 여인이 방안으로 들어왔다.
"무슨 일이더냐?"
당진설은 날카로운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당가에서 서신이 날아왔습니다."
당연은 곱게 접어져 있는 서신 한 장을 들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뭐라?!"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반색을 하였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서신이 도착했기 때문이었다.
"당장 내놓거라!"
덥석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재빨리 서신을 뺏어 들었다.
촤르륵
그리고 곧바로 서신을 펼치더니 빠르게 읽어가기 시작하였다.
데굴 데굴
당진설은 눈알을 쉴새없이 움직였다.
한 글자라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부릅뜨면서 말이다.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쫘아아악
서신을 읽던 당진설은 돌발행동을 하였다.
읽고있던 서신을 그대로 찢어버린 것이다.
그 모습을 본 당연은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턱하니 벌렸다.
고상한 그녀의 돌발행동에 놀란듯 싶었다.
"이이이이익!"
당진설은 잔뜩 화가 난 듯 인상을 있는 대로 찌푸린 채 서신을 찢고 또 찢었다.
서신 속에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개같은 소리가 적혀있었기 때문이었다.
"장선우를 퇴출시킨다니! 누구 마음대로!"
울화가 차오른 당진설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움찔
그리고 그 고함을 들은 당연은 몸을 움찔하고 떨었다.
당진설의 몸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들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남자가 사회생활을 하다보며 실수도 할 수 있는거지! 어찌 그런 것을 꼬투리 잡아 쫓아낸다는 말인가! 안그런가? 당연!"
당진설은 날카로운 시선으로 당연을 노려보며 물음을 던졌다.
"그....그렇습니다."
그녀의 물음에 당연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동의를 하였다.
물론 여자로선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발언이었지만 여기서 동조를 해주지 않는다면 삶이 고달파질 것이 뻔하였기에 그녀는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은 것이다.
"젠장 젠장 젠장 젠장!"
당진설은 몇번이고 욕설을 내뱉고 또 내뱉고 또 내뱉었다.
상황이 그냥 나빠진 게 아니라 최악으로 치달았기 때문이었다.
최고의 조력자라고 여기며 믿고 있었던 장선우가 당가에서 퇴출 당하고 이예설 쪽에 붙어버렸다.
안 그래도 적자라면서 장로들과 원로들의 예쁨을 독차지하고 있는 이예설에게 말이다.
이건 문제였다.
어마어마한 문제 말이다.
힘의 균형이 완전히 깨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천무맹의 안주인인 주소양은 장로들과 원로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는 몸이었다.
전대 무림맹주의 딸이라는 명성이 장로들과 원로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그녀는 공식적으로 일부인의 자리에 위치한 여인이었기에 명분을 따지는 원로들에게 인기가 좋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장선우라는 천하제일의 인재마저 저쪽으로 넘어가 버렸다.
대체 이 상황을 어찌 해결한다는 말인가?
"망할"
당진설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무너져버린 힘의 균형을 생각하니 어마어마한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짜증을 부렸을까
이내 당진설을 굳은 표정을 지었다.
생각을 마쳤기 때문이었다.
"당연."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당연을 불렀다.
"네,네에!"
그녀의 물음에 당연은 화들짝 놀라며 재빨리 답을 하였다.
"비연각에 가서 제 3 회의실의 이용을 신청하거라."
"제..3 회의실이요?"
"그래, 급히 논의할 것이 생겼다. 그러니 되도록 빨리 하도록 하거라."
"알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당연은 재빨리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다음 곧바로 뒤를 돌아 이동을 하였다.
쾅
그녀가 나가자 당진설을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가만히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제 3 회의실
저마다 다른 매력을 품고 있는 아름다운 귀부인들이 새침한 표정을 지은 채 앉아있었다.
"어머, 황보 부인께서는 이런 곳에 웬일이지요?"
제갈주경이 의외라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제가 못 올 곳이라도 왔나요?"
"머리 쓰는 거 싫어하시잖아요. 그런 분이 회의장이라니...웃음밖에 나오지 않네요."
제갈주경은 비웃음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얄밉게 입을 열었다.
"뭐라고요!"
"아니면 길을 잘못 든 걸까요? 식당은 나가서 오른쪽이랍니다."
"이이이이익!"
제갈주경의 말을 들은 황보유연은 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노려보았다.
안그래도 마음에 안드는 년이 희롱까지한다는 사실에 화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어머, 언부인께서는 못 보던 목걸이를 하고 오셨네요."
모용란이 언소소의 목에 걸려있는 진주 목걸이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에 아버지께서 선물로 주셨습니다."
언소소는 자랑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상등의 진주로 만들어진 목걸이였다.
괜스레 자랑하고 싶은 마음이 무럭 무럭 솟아나기 시작하였다.
"어머 아름답네요. 언부인께 어울리지 않을 만큼 말이에요."
모용란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라고요!"
그녀의 말을 들은 언소소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돼지 목의 진주 같아요. 언부인의 두꺼운 목과는 어울리지 않아요. 오히려 저처럼 가녀린 목을 가지고 있다면 모를까."
모용란은 눈웃음을 치며 언소소에게 모욕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았다.
"목 좀 가늘다고 유세 떠는 건가요?"
그녀의 말을 들은 언소소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유세가 아니라 사실이랍니다."
"그럼 그 가녀린 목이 얼마나 단단한지 확인해볼까요?"
언소소는 살기 어린 눈빛으로 모용란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모욕적인 말을 듣고 도저히 넘어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들 유치하군요."
그때 회의장에 구석에 얌전히 있던 팽가련이 무척이나 차가운 음성을 내뱉었다.
"나이를 거꾸로 먹으신 건가요? 어찌 천무맹주의 부인이라는 여자들이 이리도 품위가 없다는 말입니까?"
그녀는 짐짓 꾸짖듯이 말을 이었다.
"유치하게 도발을 하는 사람이나 그 유치한 도발에 넘어가는 사람이나 똑같이 수준이 낮아 보이는군요."
그녀는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뭐라구요!"
그러자 한창 싸움을 이어가던 여인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녀에게 반발하였다.
고상한 척하며 자신들을 깎아내리는 그녀의 발언에 화가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풋...푸하하하하하"
그때 갑자기 제갈주경이 웃음을 터트렸다.
"뭐가 그렇게 웃긴 거죠?"
그녀의 노골적인 웃음소리에 팽가련이 불쾌한 듯 되물었다.
자신을 비웃는다는 느낌이 쌔 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웃길 수밖에요. 지금 그 몰골로 무슨 말을 하는건가요?"
제갈주경은 팽가련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지금 팽가련의 얼굴은 빈말로도 좋다고 할 수 없는 얼굴이었다.
강하윤을 체포하러 간 그날
팽가련은 강하윤에게 비오는 날 먼지가 날 정도로 늘씬 두드려 맞았다.
온몸 구석구석 빠지는 곳 하나 없이 전부 말이다.
일반적으로 무림에서는 여인의 얼굴을 건들지 않는 것이 기본적인 원칙이었다.
여인의 얼굴에 흉터라는 존재는 여자로서의 삶을 앗아갈 정도로 심각한 상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꼭지가 돌아버린 강하윤에게 그런 무림의 원칙 따위는 알바가 아니였고 팽가련은 몸은 물론 얼굴까지 쥐어터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의 얼굴이었다.
이리저리 피멍이 들었으며 말하는 만두를 앉혀놓은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얼굴이 빵빵하게 부어오른 상태였다.
"쿡쿡 쿡 우리 똑똑한 팽 부인께서는 얼굴이 그렇게 괴랄하게 바뀔 줄 알고 강하윤을 체포하러 가셨나 봐요?"
제갈주경은 그런 팽가련의 우스운 꼴을 지적하며 조롱을 하였다.
"............집행 기관의 직무를 다한 것 뿐입니다."
그녀의 조롱을 들은 팽가련은 얼굴을 잔뜩 붉히며 입을 열었다.
"우리 팽 부인께서 그렇게 일을 열심히 하시는 분인 줄은 몰랐네요. 인사청탁이나 받아주는 인간인 줄 알았는데."
"뭐라고요!"
"맞잖아요? 저번에 금계상단 차남인가 뭔가를 돈을 받고 집법당에 넣어주셨잖아요?"
"어디서 그런 막말을! 그는 적법한 절차를 밟고 집법당에 입당시킨겁니다! 오해를 부를 소리를 자제하시지요! 품위가 떨어집니다!"
"쿡 쿡 쿡 우리 똑똑한 팽 부인께서는 어쩜 그렇게 발뺌도 똑똑하게 하는지 모르겠네요."
그녀의 말을 들은 제갈주경은 조롱기 어린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뭐라고요!"
"무공 한 자락도 안 익힌 놈을 집법당에 앉혀 놓고 적법한 절차로 뽑았다고요?"
"그는 사무직으로 뽑은 겁니다!"
"사서삼경도 겨우 뗀 둔재를요?"
"........집법당은 그의 인성과 장래성에 집중하였습니다."
"당장 일 잘 할 놈을 뽑아야 할 판국에 장래성은 무슨 장래성입니까!"
그녀의 말을 들은 제갈주경은 말도 안 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은 채 언성을 높였다.
"............."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여기서 말을 더 늘어놓아 봤자 추한 변명밖에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다른 사람 품위를 논하기 전에 본인 품위부터 챙기세요. 추한 얼굴만큼이나 낮은 품위를 갖춘 팽 부인."
우우우우우웅
이내 팽가련의 몸에서 살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하였다.
제갈주경의 수위 없는 도발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기 때문이었다.
"제갈주경! 네가 정녕 죽고 싶구나!"
"어멋, 말이 안 되니까 주먹부터 나가는 건가요? 이래서 무식한 여자는 안된다니까."
팽가련이 살기를 있는 대로 끌어올렸음에도 제갈주경은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이으며 조롱을 이어갔다.
어차피 동급의 상대였기 때문에 딱히 위기 의식을 느끼지 못한 탓이었다.
"그 주둥아리에 칼이 박히고도 그런 말이 나올 수 있을까 보겠다!"
그녀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재빨리 반박한 뒤 그대로 옆구리에 매여있는 도를 붙잡았다.
한바탕 하지 않고서는 도저히 울화가 가라앉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좋아요!"
그 말을 들은 제갈주경은 품 안에서 섭선 한 자루를 꺼내 들었다.
곱게 당해줄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내 회의실 내부에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지기 시작하였다.
"다들 힘이 넘치는군요."
끼이이이익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더니 날카로운 음성이 회의장 내부에 파고들기 시작하였다.
순간 내력을 있는 대로 끌어모으던 두 여인이 기운을 가라앉혔다.
회의실로 그녀들을 초대했던 주최자가 모습을 드러내었기 때문이었다.
"왜 멈추셨나요? 더 싸우지 그래요?"
당진설은 팽가련과 제갈주경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부인들 간의 싸움을 환영한답니다. 경쟁자가 한 명 줄 테니까요."
당진설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흥!"
"흥!"
그녀의 말을 들은 두 여인은 콧방귀를 뀌더니 이내 손을 거둬들였다.
남좋은 일하기 싫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 몇 시인가요? 주최자가 이렇게 늦어도 되는 건가요?"
모용란은 당진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초대한 당사자가 늦으니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죄송해요. 서두른다고 서두르긴 했는데 이렇게 늦게 도착했네요."
그녀의 말을 들은 당진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어째서 저희들을 한꺼번에 부른거죠? 저희가 얼굴을 마주보며 담소를 나눌 사이는 아닐텐데 말이에요."
황보유연이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당진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급히 의논 드릴 말씀이 있어서요."
당진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게 뭔가요? 저는 뜸 들이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언소소는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이번 후계에 관련된 사안입니다."
당진설은 올곧은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후계?"
"후계자?"
그녀의 말을 들은 여인들은 저마다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그녀가 무슨 말을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후계자 선출문제로 서로 경쟁하는 그녀들이었다.
그런데 별안간 후계 관련된 어떤 말을 한다는 말인가?
"다들 잘아실거예요, 이번에 이예설이 지지자 명단을 제출했다는 사실을 말이에요."
그녀의 말을 들은 여인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아직 경쟁까지 두어달 남은 시점이었다.
그런 시점에서 가장 먼저 지지자 명단을 제출한 이예설이었기 모를 수가 없었다.
"그리고 명단에 적힌 이름 중 누가 요주 인물인지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짜증이 섞인 얼굴로 말을 이었다.
생각만해도 어마어마한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저는 그 요주 인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혹시 장선우를 말하는 건가요?"
그녀의 말을 들은 팽가련이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네, 맞아요. 장선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당진설을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빙빙 돌려 말하는 것을 싫어하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습니다. 저는 장선우를 죽일 생각입니다."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모두의 협력을 바랍니다."
그녀의 눈빛에는 어마어마한 살기가 담겨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