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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400화 (401/1,419)

〈 400화 〉 401.제가..뭐든...뭐든...할게요..

우우우우우우웅

파지직 파지직

두 여인은 성난 눈빛으로 서로를 노려보며 기운을 흩뿌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불구대천의 원수를 마주한 것처럼 말이다.

이내 두 여인들은 옆구리에 매어져있던 검대에 손을 올렸다.

조금이라도 틈을 보이는 순간 베어버리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강해.'

검대에 손을 올린 옥령을 본 주소양은 긴장감이 드는 것을 느꼈다.

그저 무례하기만 한줄 알았던 여자는 상상이상으로 강한 전력을 가지고 있었다.

여중제일인이라고 불리우는 자신조차 긴장을 할만큼 말이다.

긴장이 되지 않을 리 만무하였다.

주소양의 눈빛이 한층 더 진해지기 시작하였다.

'과연 여중제일인이군.'

주소양의 막대한 기운을 느낀 옥령은 살짝 감탄을 하였다.

기운을 개방한 주소양의 기세가 만만치 않음을 느낀 탓이었다.

본래 무명이라는 것은 칠할이 과장되기 마련이었다.

이는 주소양 또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실제로 마주 본 주소양은 과장따위는 일절없는 기운을 품고있었다.

여중제일인이라는 말이 절로 어울릴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질 것 같지는 않아.'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옥령의 주위에 흩뿌려지던 기운들이 더욱더 막대해지기 시작하였다.

꽈악

이내 두 여인이 동시에 검을 쥐었다.

그대로 검을 휘두를 심산이었다.

"그만."

갑자기 흐름을 깨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파아앗

그와동시에 방 안을 가득 채우고 있던 기운들이 순식간에 해소가 되었다.

두 여인이 동시에 기운을 걷은 것이다.

"선우!"

옥령은 반가운듯 선우의 이름을 불렀다.

"옥령, 접대를 하랬지. 누가 싸움박질 하래?"

선우는 탓하듯이 입을 열었다.

"........."

옥령은 입을 꾹 다물었다.

필요이상으로 주소양을 적대한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나중에 보자."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의 말을 들은 옥령은 고개를 푹 숙였다.

아무래도 후에 한 소리 들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한 편 주소양은 선우의 갑작스러운 등장에 당황스러움을 느꼈다.

'도대체 어떻게?'

그가 다가오는 동안 어떠한 기척같은 것을 전혀 느끼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언제나 기감을 예리하게 펼쳐두는 그녀였다.

어떠한 돌발적인 상황에서도 대비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런데 기감조차 그를 잡아내지 못하였다.

이는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생명을 가진 생명체라면 소량이나마 자연기를 품고 있기 마련이었다.

지고한 경지에 이른 선우라면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런데 그런 선우를 전혀 감지해내지 못하였다.

오싹

순간 주소양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자신을 쥐도새도 모르게 죽일 수 있을 정도로 위대한 경지에 들어섰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야"

그때 그녀의 귓가에 퉁명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에."

주소양은 무척이나 다소곳하게 말을 받았다.

"뒤질래? 누가 남의 집에서 기운 흩뿌리래?"

".....죄송해요."

주소양은 쭈글거리며 선우에게 사과를 하였다.

그의 목소리를 들으니 과거 작열독에 당했던 기억이 절로 떠올랐다.

그 공포감에 다시금 압도당한 주소양은 무척이나 고분고분해졌다.

"됐어, 일단 앉아."

"....네에."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곧바로 자리에 앉았다.

'허어'

그 모습을 본 옥령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방금까지만해도 거대한 기운을 흩뿌리며 살기를 내뿜던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저리 고분고분해지니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뿐만 아니였다.

자세히 보면 조금씩 온몸을 떨고 있었다.

마치 겁에 질린 것처럼 말이다.

옥령은 의문이 들었다.

대체 무슨 짓을 했길래 저 오만한 여자가 저리도 바들바들 떤다는 말인가

마치 고양이 앞에 서있는 쥐처럼 말이다.

옥령은 시선을 돌려 선우를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짓을 한거예요?'

그녀의 눈빛에는 의혹이 가득 차 있었다.

**********

옥령을 내보낸 선우는 차가운 눈빛으로 주소양을 쏘아보았다.

오지말라는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은 주소양에게 화가났기 때문이었다

"왜 왔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내가 분명 명분이 없으면 오지 말라고 했을텐데?"

".......그...게."

주소양은 우물거리며 입을 열었다.

"명..분이..있어서.."

"뭔데 그게?"

"이번에....후계 경쟁이 열리는데요....그때...설아를..데려가려고해요."

주소양은 우물거리면서 입을 열었다.

"안돼."

"네!?"

"내가 뭘 믿고 너희를 보내줘? "

"...하지만...그...설아가 가지 않으면 많은 의심을 사게 될거예요."

주소양은 애처로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더구나 저와 설아가 꿈에 바라 마지 않던 기회예요...부디....배려를 해주세요.."

주소양은 슬픈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애원하기 시작하였다.

"내가 왜 그래야 되지?"

"제발...제가..뭐든...뭐든...할게요.."

주소양은 뜨거운 눈빛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뭐든?"

"......네.."

"천월궁에서 내가 요구했던 걸 다시 하라고 해도?"

선우는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얼굴을 잔뜩 붉혔다.

그때 일어났던 일들이 머릿속에 고스란히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기절한 딸 옆에서 범해졌던 기억

태어나 처음으로 기승위라는 것을 해본 기억

자궁에 그의 정액을 가득 채웠던 기억 등

수많은 야한 기억들이 머릿속을 온통 채웠다.

부끄러웠다.

하지만 싫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다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네에."

주소양은 부끄러운듯 잔뜩 상기된 얼굴로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그녀의 눈빛에는 일말의 기대감이 서리기 시작하였다.

"장난이야."

그때 선우의 입에서 장난기 어린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네!?"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반문하였다.

이건 또 무슨 소리란 말인가

"후계 경쟁에 관한 내용은 이미 네 딸과 이야기가 됐어."

선우는 빙글거리는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흥미로운 제안도 들었고 말이야."

"흥미로운 제안이요?"

주소양은 모르겠다는듯이 선우에게 되물었다.

"그녀가 제안을 하더군. 이번 후계 경쟁때 자신의 뒤편에 서준다면 모든 은원을 잊어주겠다고 말이야."

"............."

"나쁘지 않은 제안이라는 생각이 들더군. 상당히 어긋나있는 관계긴 하지만 그정도 대가라면 다시 원래대로 되돌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선우는 새하얀 이빨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너는 어떻게 생각해?"

".......하지만."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주소양이 이내 입을 열었다.

"선우님은 당가의 대표가 아니던가요? 그런 분이 어떻게 설아 뒤에 설 수 있죠?"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장선우는 대외적으로 독왕의 제자이자 독서시의 정혼자였다.

당가를 대표하는 무인인 것이다.

그런 자가 어찌 당진설의 자식인 이현경 대신 이예설을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이현경을 지원하는 것보단 이예설을 지원하는 편이 더 이득이 되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예설은 은원청산과 더불어 당가에 대한 지원까지 약속했어. 당진설 못지 않은 지원을 말이야. 여기서 어느쪽이 더 이득이 되는지는 안봐도 알 수 있는거 아니야?"

"그...그렇다면 당가는 당진설을 포기하고 설아를 지지하겠다는 건가요?"

"아니, 이예설을 지지하는 건 나 하나야. 당가는 원래대로 당진설을 지지한다."

"네!?"

주소양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되물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가를 대표하는 무인이 이예설을 선택하였는데 어찌 당가는 당진설을 지지할 수있다는 말인가

".....양다리를 걸칠 생각인가요?"

"세상 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선우는 입매를 빙글거리며 말을 이었다.

"당진설이 그걸 용납할 것 같나요? 그녀는 독사같은 여자예요. 만약 그런 짓을 벌였다간 가만히 있지 않을거예요."

주소양은 진지하기 그지없는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당진설의 표독스러운 성격상 양다리를 걸치는 것을 용납할리 없을 것이라고 말이다.

"괜찮아,그녀를 납득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으니까."

선우는 자신있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게 뭐죠?"

주소양은 의문에 찬 시선으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서윤과 파혼을 하고 당가에서 퇴출되면 돼. "

"네?!"

주소양은 경악어린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파혼이라니?!

퇴출이라니!?'

어찌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는 말인가

"그렇게되면 당진설도 납득을 할거야. 물론 나에 대한 원한이 어마어마하게 쌓이겠지만 말이야."

선우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대체....어째서...그런."

경악한 주소양은 더듬거리며 간신히 말을 내뱉었다.

어째서 저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하는게 당가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니까."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천월궁과 은원 관계를 정리하는 것은 물론 당진설 몰래 양다리까지 걸칠 수 있잖아?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아니야?"

선우는 씨익 웃으며 입을 열었다.

"..........."

그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입을 꾹 다물고 침묵하였다.

확실히 그가 말한대로 무척이나 좋은 방법이었다.

양다리를 걸쳤음에도 당가는 혈족을 배반했다는 불명예를 짊어질 필요도 없었고 당가를 멸문시킬지도 모를 정도로 지독한 은원까지 한 번에 정리할 수 있을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여기선 한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선우님의 명예는요?"

바로 스승과 정혼자를 배신해버린 선우의 명예였다.

선우는 현재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유명인이었다.

용봉마저 단숨히 제압해버린 신성으로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그는 현재 차기 천하제일인으로 지목될 만큼 많은 이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상태였다.

그런 그가 스승인 독왕을 배신하고 정혼자 당서윤과 파혼까지 하게 된다면 어마어마한 불명예에 휘말리고 말 것이다.

중원의 수많은 무림인들이 그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비난을 할 것이다.

폐륜적인 자식이라면서 말이다.

사람들은 원래 영웅의 탄생보단 영웅의 몰락에 더욱더 큰 관심을 가지는 법이었다.

그는 몰락하게 될 것이다.

뛰어난 무공에 가려진 추악한 내면을 갖춘 인간으로 말이다.

"명예가 밥먹여주냐."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새삼 중원의 인간들이 명예를 얼마나 중요시 여기는지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이러한 결정을 말했을 때 다른 이들은 하나같이 같은 질문을 하였다.

자신의 명예는 어떻게 할 것이냐고 말이다.

선우는 그때마다 한결같이 같은 대답을 하였다.

명예따위가 밥먹여주냐고 말이다.

하루하루 피말리는 삶을 사는 사람한테 명예따위가 뭐가 중요하다는 말인가

얼마든지 내어줄 수 있었다.

손톱만큼의 이득을 내어줄 수 있다면 말이다.

선우의 말을 들은 주소양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를 바라보았다.

그의 발언에 신선한 충격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그는 실리를 위해 명예따위는 똥통에 처박혀도 신경쓰지 않는 남자였다.

명예를 위해 실리를 포기하는 남편, 이재원과는 전혀 다른 남자인 것이다.

두근

갑자기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였다.

'왜...왜 이래!?'

두근 두근 두근

갑작스러운 두근거림에 주소양은 당혹스러움을 느끼며 진정시키려고 애를 썼다.

두근 두근 두근

하지만 이놈의 심장은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속도를 더욱더 높이기 시작한 것이다.

'주책이야 정말!'

그녀는 생각하였다.

주책도 이런 주책이 없다고 말이다.

장선우가 누구란 말인가

딸을 납치하고 입막음을 빌미로 자신을 강간한 흉악범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남자에게 두근거리기 시작한다는 말인가

마치 사춘기 소녀처럼 말이다.

말도 안되는 일이었고 어불성설한 일이었다.

그녀는 왼쪽 가슴을 부여잡았다.

제발 진정하라고 애원을 하면서 말이다.

"괜찮아?"

그때 선우의 걱정 어린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그녀의 신색이 심상치 않아 안부를 물은듯 싶었다.

'친절도 하셔라.'

그 목소리를 들은 주소양은 몽롱한 표정을 지은 채 생각하였다.

무척이나 친절하다고 말이다.

부웅 부웅

이내 주소양은 고개를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기 시작하였다.

'정신차려! 주소양!'

순간적으로 그에게 홀렸다는 것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괘...괜찮아요."

이내 주소양은 더듬거리며 입을 열었다.

"어쨌든 나는 이예설의 제안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중이야. 너는 어떻게 생각해?"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그녀에게 되물었다.

"저...저는.."

선우의 물음에 주소양은 말을 더듬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무리라고 생각해요."

"어째서?"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었다.

꽤나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예설을 후계위에 올리는 것은 그녀의 평생 소원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수 있다는 말인가

'원한의 크기가 너무 컸나?'

순간 선우는 아차 싶었다.

그녀가 가진 원한을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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