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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97화 (398/1,419)

〈 397화 〉 398. 좌천이 되다.

"죄인 강하윤은 들으라."

이재원은 눈을 부릅뜨며 고함을 내질렀다.

"그대는 천무맹의 봉황당주라는 지고한 신분에도 불구하고 옳지 못한 행실로 천무맹의 명예를 바닥으로 실추시켰다. 뿐만 아니라 천무맹의 법을 수호하고 집행하는 집법당주에게 상해를 입혔고 그간 천무맹의 무력부대로서 많은 직무를 수행해주었던 백호당의 당주인 갈지천에게 영구적인 손상까지 입혔다. 이는 천무맹의 지엄한 맹법을 명백히 무시하는 처사로 이는 중형으로 다스림이 마땅하다고 판단된다."

이재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하윤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원래라면 살인미수와 폭행, 상해, 재물손괴,명예훼손과 더불어 뇌물수수죄로 옥에 가두는 것이 마땅하지만 현재 맹에는 고수 한 명이 아쉬운 판국이다. 검황 양태산은 살해를 당했고 검왕 갈지천은 반병신이 되었다. 이런 판국에 봉황당주와 같은 전력을 함부로 놔두는 것 또한 시국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이 들어 옥에 가두어 전력을 낭비시키기보단 조금 더 맹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형벌을 바꾸는게 마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대는 앞으로 이십여년 동안 맹을 위해 무급으로 일할 것이다. 그리고 마교와 전쟁이 난다면 최전선에서 선봉장을 설 것이고 팔다리가 날아갈 정도의 중상이 아닌 이상 결코 후퇴를 허락치 않을 것이다! 이의가 있는가?"

"........살려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히 여깁니다."

이재원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는 이재원이 관대한 처분을 내렸다고 생각하였다.

뇌물 수수나 직권남용은 모함일지 몰라도 다른 모든 죄목들은 자신이 저지른 것이 확실했기 때문이었다.

맹의 주요 무력부대인 백호당의 당주 갈지천을 반병신으로 만들어 무인으로서의 생을 마감시켰을 뿐만 아니라 맹의 재산이라고 할 수 있는 전각을 두 채나 무너뜨렸다.

전각이야 피해 보상금을 내면 어찌 어찌 넘어갈 수 있을지 모르지만 갈지천을 반병신으로 만든 것은 너무나 크나큰 죄였다.

무인은 목숨보다 무공을 더욱더 소중히 여긴다고 하지 않던가

그런 무공을 다신 쓸수 없을 정도로 쓸모없게 만들어버렸는데 어찌 죄가 작다고 할 수 있겠는가

그것도 화경 상경에 이를정도로 지고한 무공을 말이다.

무기징역에 처해도 할 말이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죄를 무급노동형으로 바꿔주니 오히려 관대한 처분에 감사함을 느꼈다.

무심하긴 했어도 나름 마누라라고 챙겨주려는듯 싶었다.

'아니면 진짜 무력이 아쉽거나.'

강하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처벌을 받아들였다.

"좋다! 이제부터 너는 봉황당주 강하윤이 아니다! 죄인 강하윤으로서 맹을 위해 봉사하도록 하라!"

이재원은 당당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겸허히 따르겠습니다."

강하윤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을 열었다.

"그럼 죄인 강하윤은 들어라! 천무맹주로서 첫번 째 명을 내리겠다!"

이재원은 위엄 어린 표정으로 강하윤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내일 당장 중상을 입은 백호당주 갈지천을 데리고 당가로 떠나도록 하라! 천하제일의문이라고 불리우는 당문이라면 갈지천을 치료할 방도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대는 갈지천이 치료될 때까지 그를 호위하며 스스로의 잘못을 되돌아보도록 하라!"

"명을 받듭니다."

이재원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고개를 깊이 숙이며 답하였다.

'한치의 고민도 없는 태도였다.

이재원은 그런 강하윤의 태도를 만족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다.

저 뻣뻣하기 그지없는 여자가 고개 숙여 수긍하는 모습을 보니 왠지 모를 쾌락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아....이런게 바로 카타르시스라는 건가?'

언제나 고개 뻣뻣히 치켜들고 바락바락 대들던 여자였다.

그런 여자가 고분고분해지니 세상 편안함이 들었다.

'하긴 지도 백호당주가 반병신이 될줄은 몰랐겠지.'

이재원은 속으로 고소를 머금었다.

단순히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뿐이었다면 이렇게 고분고분하지 않았을 것이다.

억울하다며 소리치고 발악하고 시정을 요구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체포과정에서 일어난 불미스러운 일들로 인해 그녀는 입을 뗄 수 없는 처지가 되었다.

명백한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이었다.

'클클, 제 무덤을 팠구만 멍청한 년.'

이재원은 속으로 쉴새없이 낄낄 댔다.

통쾌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녀로 인해 반병신이 되어버린 갈지천이 불쌍하긴 하지만 상관없었다.

그의 희생으로 인해 강하윤의 기를 죽였기 때문이었다.

"그럼 재판은 이것으로 마치도록 하겠다."

이재원은 엄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잠시만요!"

그때 재판을 잠자코 지켜보던 팽가련이 다급히 앞으로 나와 끼어들었다.

"무슨 일인가?"

이재원은 퉁퉁 부어버린 얼굴을 하고 있는 팽가련을 보며 의아한듯 물었다.

"수긍할 수 없습니다!"

그녀는 화가난듯 언성을 높이며 의견을 피력하였다.

"대체 무엇을 수긍할 수 없다는 거지!?"

"그녀의 형벌이 너무나도 약소합니다!"

"약소하다?"

"그렇습니다!"

팽가련은 분노에 찬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는 천무맹의 법을 수호하고 집행하는 집법당의 수장인 저에게 무자비한 폭행을 가하였고 백호당의 당주에게 영구적인 손상을 입혔습니다. 어찌 이 꼴을 보고 그리도 쉽사리 넘어갈 수 있다는 말입니까! 어불성설한 일입니다!"

"내 분명 말했을텐데!? 시국이 시국인 만큼 징벌을 무급노동형으로 바꾸겠다고 말이오."

"아무리 그래도 납득할 수 없습니다!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한 중죄인을 어찌 저리 자유롭게 풀어둔다는 말입니까!"

"무엇을 원하시오?"

"그녀에게 금제를 가하는 것을 요청하는 바입니다."

"금제?"

"그녀가 무자비한 폭력을 마구잡이를 행한 이유는 약자에 대한 배려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녀에게 금제를 가하여 스스로 약자의 심정이 어떤 것인지 느낄 수 있도록 배려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팽가련은 당당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하지만 내공이 금제가 된다면 여러모로 상당한 고역을 치르게 될 것이오."

"그게 바로 금제를 가해야할 이유입니다. 고역을 통해 스스로 돌아볼 기회를 갖는 것이지요. 만약 죄인 강하윤을 자유롭게 방치한다면 또다시 폭력사태가 일어날지도 모릅니다. 반성을 하지 않을테니까요 .그러니 적어도 당가에 머무는 동안만이라도 그녀의 내공을 금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흐음"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짐짓 고민인듯한 표정을 지었다.

나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강하윤의 버릇을 고치고자 벌인 일이었다.

지금이야 지은 죄가 있어 잠시 기를 죽이고 있지만 언제고 다시 달려들지 모를 일인것이다.

어느정도 고난을 겪게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타당하다. 확실히 집법당주의 말대로 살인미수죄를 저지른 그녀를 자유롭게 풀어두는 것은 부적합하다."

이재원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죄인 강하윤은 들어라. 그대의 내공은 금제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대는 내공이 없는 맨몸으로 갈지천을 수행해야할 것이다! 이의가 있는가?"

".......없습니다."

강하윤은 살며시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좋다!"

부웅

탁 탁 탁

말을 마친 이재원의 손가락에서 지풍이 날아갔다.

"흐윽!"

지풍은 이내 강하윤의 혈도에 닿게 되었고 그녀에게 상당한 충격을 주게되었다.

"허억"

그리고 이내 강하윤이 헛기침을 토해내었다.

몸에서 갑자기 힘이 쭉 빠진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제부터 그대는 무공을 익히지 않은 평범한 여인과 다를바가 없는 몸이 되어버렸다. 약자로서의 삶을 통해 스스로의 잘못을 깨닫기를 빌겠다."

"............"

이재원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입을 꾹 다물었다.

탕 탕 탕

"이것으로 본 재판은 마치도록 하겠다. 집법당의 무인들은 강하윤에게 감겨져있는 포승줄을 풀도록 하라! 그리고 죄인 강하윤은 조속히 떠날 채비를 하도록 하라!"

이재원은 재판용 망치를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이재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장내에 있던 이들이 일제히 답하였다.

이재원은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웃음을 지었다.

'존나 카리스마 있네.'

스스로 생각해도 카리스마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스르르륵

포승줄에 묶였던 강하윤의 몸이 자유를 얻게 되었다.

어느새 다가온 집법당의 무인들이 포승줄을 풀어버렸기 때문이었다.

벌떡

포승줄이 풀리자 강하윤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버렸다.

역겨운 집법당에 오래있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운이 좋군."

그때 귓가에 듣기 역겨운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강하윤은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시선을 슬쩍 돌렸다.

그곳에는 살기를 풀풀 흘리고 있는 팽가련의 모습이 보였다.

"운이 좋은 건 너겠지."

강하윤은 차가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받았다.

"백호당주가 아니였으면 네년이 그 꼴이 났을테니까 말이야."

강하윤은 살기 어린 눈빛으로 팽가련을 쏘아보며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은 사실이었다.

싸움이 격해졌던 그날

강하윤은 오로지 팽가련만을 집요하게 노렸다.

그녀에게 분풀이하기위해서 말이다.

갈지천은 그런 팽가련을 지키면서 싸웠고 결국 크나큰 중상을 입게 되었다.

만약 갈지천이 없었다면 반병신이 되는건 팽가련이었을 것이다.

그때 어느새 다가온 팽가련이 강하윤의 뺨을 갈겼다.

강하윤의 고개가 옆으로 홱 돌아가버렸다.

"아"

강하윤은 무덤덤한 어조로 아픔을 토해내었다.

그때 반대쪽 뺨이 옆으로 홱 돌아가버렸다.

팽가련이 다시금을 뺨을 날렸기 때문이었다.

"건방져. 내력도 금제된 주제에 무슨 배짱이야?"

팽가련은 비열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때 강하윤은 핏물이 섞인 침을 팽가련의 얼굴에 뱉어버렸다.

"꺼져."

그리고는 흉악한 눈빛으로 팽가련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네가 정녕 죽고싶나보구나."

팽가련은 내력을 끌어모으더니 이내 살기를 흩뿌리며 말을 이었다.

"할수 있으면 해보던가, 그런 능력이 될지는 모르겠네."

"강하윤, 너는 지금 금제 된 상태라고, 아직도 네가 절대고수인 것 같아?"

팽가련은 그녀의 처지를 상황을 상기시켜주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녀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듯 싶었기 때문이었다.

"내공이 금제되도 네년 따위는 두렵지 않은데? 어차피 넌 날 못죽이잖아?"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글쎄? 그건 모르는 거 아닐까? 수틀려서 죽일 수도 있잖아?"

팽가련은 살기를 풍기며 입을 열었다.

"그럴리가, 난 맹주의 명을 받은 몸이야. 당가까지 백호당주인 갈지천을 수행하라는 명을 말이야. 그런데 네가 여기서 나를 죽이거나 반병신으로 만든다면 명을 수행할 수 없겠지? 그럼 맹주가 가만히 있을까?"

".............."

"너도 맹주를 이십여 년동안 보좌했으니 알 것 아니야. 맹주가 가장 싫어하는게 뭔지 말이야. 맹주는 네년이 자신을 무시했다고 생각하고 너를 징벌할거야. 아주 철저하게 말이야. 그걸 원해?"

"..........."

강하윤은 천천히 손을 들어올렸다.

쓰담 쓰담

그리고 팽가련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물지 못할거면 짖지도 마. 약해 빠진게 티나버리잖아."

강하윤은 차가운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팽가련은 그런 강하윤의 손을 거칠게 치워버렸다.

"네..가! 감..감히!"

그녀는 분노로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입을 열었다.

강하윤의 도발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기 때문이었다.

"내가 널 가만히 놔둘 것 같아!?"

"어디 해봐. 한 대라도 치는 순간 그대로 드러누울테니까 말이야."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나는 귀부인처럼 행동하면서 가식이나 떠는 네년들이랑 달라. 얼마든지 드러누울수도 있고 엄살을 피울 수 있고 비열하게 굴 수 있어. 그러니까 확실히 죽일게 아니면 덤벼들지마. 되려 물린다. 너."

강하윤은 팽가련을 바라보며 경고하듯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대로 몸을 돌려버렸다.

"난 경고했다. 분명."

그다음 집법당 바깥을 향해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으득

팽가련은 그런 강하윤의 뒷모습을 증오에 찬 시선으로 바라보며 이를 갈았다.

'강하윤! 강하윤! 강하윤!!!!'

팽가련의 눈에는 어마어마한 살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

"썩을 년."

집법당 바깥으로 나온 강하윤은 얻어맞은 뺨을 어루만졌다.

팽가련 앞에서는 아무렇지 않은 척 하긴 하였지만 실상은 상당한 고통을 느끼고 있는 그녀였다.

내공이 금제된 상태에서 초절정에 이른 팽가련이 작정하고 때렸는데 아프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이대로는 죽겠는데?'

팽가련의 반응을 떠올린 강하윤은 생각하였다.

이대로는 죽을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팽가련에게 있는대로 도발을 감행한 그녀였다.

죽통을 후려쳐 얼굴을 엉망진창으로 만든 것은 물론 많은 이들 앞에서 극심한 수치를 겪게 만들었다.

아마 자신에 대한 원한이 어마어마하게 중첩되었을 것이다.

'어쩐다.'

강하윤은 고민에 잠겼다.

이대로 가다간 천무맹을 벗어나자마자 살해를 당할지도 몰랐다.

아니 분명 살수를 보내 죽이려 들것이다.

악독한 팽가련이라면 말이다.

방법이 필요했다.

안전하게 당가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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