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96화 〉 397. 흉계에 말려들다.
"하아"
강하윤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며칠전 청수검협이 무참히 살해되는 살인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정확히 사흘 뒤 사건은 종결 났고 용의자가 밝혀지게 되었다.
용의자로 지목 된 이는 며칠 전 실종되었던 봉황당원 자소령이었다.
처음 용의자가 밝혀졌을 때 그녀는 믿지 않았다.
자소령의 성품을 익히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작은 중소 무가에서 태어난 자소령은 어마어마한 노력가였다.
부족한 무공과 부족한 재능 그리고 연약한 골격까지
모든 것이 부족한 그녀였지만 봉황당의 입당을 위해 여인의 몸으로 한계를 뚫어낼 만큼의 노력을 가한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백호당의 부당주인 청수검협을 유혹한 뒤 그를 살해했다니 지나가던 개가 웃을 일이었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고는 하지만 그녀가 범인일리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초적인 화장법조차 몰라 깨끗한 맨 얼굴로 다니는 그녀가 아니던가
남자라고는 아버지 손밖에 잡아본 적이 없는 그녀가 아니던가
어찌 그런 그녀가 청수검협을 유혹한 뒤 살해를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차라리 무공으로 정정당당히 덤벼들어 살해했다면 모를까 말이다.
이번 사건은 이상한 것이 너무 많았다.
남편이자 맹주인 이재원의 번복되는 진술과 집법당의 주먹구구식의 수사까지 말이다.
마치 무언가 덮으려는 기색이 역력한 것이다.
모든 것이 의심스러웠다.
아내로서 이래서는 안된다는 것은 알지만 이재원이 의심스러웠고 이재원의 증언만 믿고 일사천리로 일을 처리한 집법당 또한 의심스러웠다.
'대체 어떻게 된걸까?'
그녀는 고심은 시간이 지날수록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건을 종결시킨 집법당은 갈무량의 시체를 그대로 태워버렸다.
마기를 정화한다는 이유여서였다.
때문에 검시나 사인 같은 것은 집법당에서 화장 전 기록한 내용을 참고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집법당에 대한 불신이 가득한 상태에서 그들이 기록한 내용에 믿음이 갈리 만무하였다.
그들의 기록을 바탕으로 수사를 진행한다면 결국 범인은 자소령으로 굳혀질 수 밖에 없으리라
'젠장'
강하윤은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도저히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하윤은 가슴이 턱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소중한 부하의 억울한 누명을 풀어줄 방도가 없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답답하였기 때문이었다.
쿵 쿵 쿵
그때 그녀의 귓가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리기 시작하였다.
"누구신가요."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팽가련입니다."
이내 문밖에서 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와락
그 목소리를 들은 강하윤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듣기 싫은 목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들어오시지요."
드르륵
허락이 떨어지기 무섭게 문이 곧바로 열리면서 팽가련의 모습이 보였다.
뿐만 아니었다.
그녀의 옆에 백호당주이자 검왕이라고 불리우는 남자, 갈지천이 함께하고 있었다.
"아니 어찌 백호당주께서 집법당주와 함께하고 있는 것입나까?"
강하윤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들에게 물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 함께하고 있으니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제가 봉황당주의 처소에 함께 가달라고 부탁을 하였습니다."
"어째서 입니까?"
"무력적인 충돌을 대비해서 말이죠."
팽가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싸늘
순간 방안의 공기가 급격히 싸늘해지기 시작하였다.
도저히 웃어넘길 수 없는 말이 내뱉어졌기 때문이었다.
"무력적인 충돌이라면....대체 어떤 것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강하윤은 싸늘한 눈빛으로 팽가련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봉황당주가 날뛸 경우를 말하는 겁니다."
"그렇다면 제가 날뛸만한 소식을 가져왔다고 판단해도 되겠는지요?"
강하윤은 기운을 흩뿌리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고 할 수있지요."
팽가련은 그녀의 기운을 애써 받아넘기며 입을 열었다.
"어디 지껄여보시지요. 내용 여하에 따라서는 정말로 날뛸지도 모르겠습니다."
"얼마든지."
팽가련은 지지않겠다는듯 그녀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죄인 강하윤은 들어라! 그대는 봉황당주라는 지고한 지위를 이용하여 직무에 관하여 청탁을 받고 뇌물을 수수 또는 요구하는 것은 물론 사사로운 욕심으로 공무를 부정하게 집행하여 천무맹의 명예를 바닥까지 실추시켰다! 이에 본 집법당주 팽가련은 죄인 강하윤에게 집법당에 출두하여 재판을 받을 것을 명하는 바이다!"
팽가련은 단호한 음성으로 강하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녀의 말에는 강한 힘이 담겨있었다.
".............."
그리고 그 말을 들은 강하윤은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하였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을 머릿속에서 정리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강하윤의 입을 천천히 떼어졌다.
"미치겠군."
사태를 파악한 강하윤은 인상을 찌푸리며 입을 열았다.
자신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다는 것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설마하니 이런식으로 엿먹일 줄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봐, 팽가련, 꼭 이렇게까지 해야겠어?"
강하윤은 존대따윈 집어치우고 팽가련을 바라보며 거칠게 말을 토해내었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팽가련은 모르겠다는듯 그녀에게 물었다.
"이렇게까지 끝장을 봐야겠냐는 말이다."
강하윤은 무미건조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질 않는군요. 선택이나 하시는 게 어떤가요? 조용히 포승줄에 감기시겠나요? 아니면 저항하다 추하게 제압당하실 건가요."
팽가련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자신의 옆에는 검왕 갈지천이 있었다.
그리고 배후에는 이재원이 버텨주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강하윤 따위를 두려워할 리 만무하였다.
".............."
강하윤은 생각에 잠긴듯 잠시 침묵을 하였다.
그리고 이내 결정을 한듯 천천히 입을 떼었다.
"따라가겠다."
그녀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잘생각했어요."
팽가련은 그녀의 결정이 마음에 든듯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포승줄을 쥔 채로 그녀에게 다가갔다.
꼴사납게 묶어버릴 심산이었다.
그렇게 그녀의 코앞까지 도착하게 되었을 때
그녀는 왠지 모를 위화감을 느끼게 되었다.
"네년의 죽통을 후려갈긴 후에!"
강하윤은 고함을 내지르더니 이내 팽가련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퍽
부웅
이내 그녀의 주먹은 팽가련의 얼굴에 박히게 되었고 팽가련은 그대로 뒤편으로 날아가게 되었다.
콰콰쾅
뒤편으로 날아간 팽가련은 그대로 벽에 처박히게 되었다.
"흥"
그 모습을 본 강하윤은 콧방귀를 뀌었다.
별 것도 아닌게 입만 놀리니 짜증이 치밀었기 때문이었다.
우르르르
"이 개같은 년이!"
얼마 지나지 않아 팽가련이 벽에서 몸을 떼어내며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그녀의 생각지도 못한 공격에 화가 치밀었기 때문이었다.
"네 년이 정녕 죽고 싶은게로구나! 네년이 지금 무슨 짓을 했는지 아느냐!?"
"모르겠는데?"
강하윤은 뻔뻔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네년은 지금 집법당주를 폭행한 것이다! 천무맹의 법과 정의를 수호하는 조직의 수장을 폭행했다는 말이다!"
"가중처벌하던가."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뭐라고!?"
"어차피 증거나 증인 같은 걸 전부 확보해놓은 거 아니야?"
강하윤은 팽가련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 것도 없이 내게 이빨을 들이밀지는 않았을 것이고 억울함을 토로해봤자 들어주지 않을 것은 뻔할테고 직위해제나 좌천은 확정이 난 상황이겠지."
강하윤은 담담한 표정으로 스스로 처한 상황에 대한 추론을 이어갔다.
"..........."
그녀의 말을 들은 팽가련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의 말이 틀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억울하다며 맹주께 하소연이라도 할까? 아니면 사람을 모아 반발이라도 할까? 아니면 모두 때려눕히고 도망이라도 갈까?"
"..........."
"아무것도 할 수없어. 너한테 분풀이하는 것 외엔 말이야."
강하윤은 눈을 번뜩이며 말을 이었다.
"그러니까 곱게 맞아. 아까는 첫 방이라 살살 때린거야."
그녀는 흉신악살같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벅 저벅
그리고 팽가련을 향해 걸어오기 시작하였다.
오싹
그 미소를 본 팽가련은 등골이 오싹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강하윤의 말이 진심임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백호당주! 저를 도와주세요!"
타탁
이내 갈지천이 재빨리 강하윤의 앞을 막아섰다.
"비켜요. 당신한텐 원한이 없어요."
강하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갈지천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거절하오. 어찌 집법당주를 해하는 것을 바라만 본다는 말이오."
갈지천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더욱이 나 또한 봉황당주에 대한 인식이 그리 좋지 않구려."
우우우우우웅
갈지천은 내력을 흩뿌리며 입을 열었다.
"동생을 죽인 게 확실한 요녀를 계속해서 싸고도니 말이오!"
갈지천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살기가 발산되더니 이내 방 안을 가득채우기 시작하였다.
그는 강하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범인이 확정이 났것만 어찌 범인이 아니라며 고집을 피운다는 말인가
그가 보기엔 강하윤의 행보는 제 식구를 감싸고 도는 것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어찌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들 수 있다는 말인가
어찌 동료를 죽인 여자를 싸고돌 수 있다는 말인가
갈지천은 분노하고 또 분노하였다.
그와 함께 맹렬한 살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멋대로 하세요. 저는 저년만 팰테니까."
그의 기세를 본 강하윤은 팽가련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나를 뚫고 갈 수 있다고 생각하오!"
"한 번 보시지요!"
강하윤의 몸에서 어마어마한 내력을 피어오르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몸이 빛살처럼 사라지더니 팽가련을 향해 쏘아지기 시작하였다.
갈지천은 그런 강하윤을 따라 재빨리 몸을 움직였다.
콰콰쾅
이내 강하윤의 주먹과 갈지천의 검이 부딪히더니 굉음이 터져나왔다.
"방해하지마요!"
강하윤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나부터 뚫어야할 것이오!"
갈지천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콰콰쾅
콰콰쾅
이내 두 절대고수들 간의 싸움이 더욱더 격해지면서 굉음이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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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권남용죄, 뇌물수수 및 횡령죄, 천무맹의 고유자산인 비연각, 유성각 붕괴로 인한 재물손괴죄 집법당주와 백호당주에게 중상을 입힌 폭행 및 상해죄"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뿐만 아니라 봉황당주로서 천무맹의 명예를 땅에 떨어지게 만든 명예 훼손죄까지 그대는 셀수도 없는 많은 죄를 지었소. 봉황당주."
이재원은 포승줄에 묶여 있는 강하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뇌물수수나 직권남용은 그렇다쳐도 백호당주를 아예 작살을 내놨더군."
이재원은 혀를 끌끌 차며 입을 열었다.
"두개골 골절에 비골 골절, 치아 결손에 경추 염좌, 좌측 쇄골 골절 우측 팔 골절, 좌축 팔 골절, 좌축 손가락 및 팔꿈치 골절, 손목 완전 골절,우측 늑골 복합 골절, 좌측 늑골 골절 등등 사람을 완전 병신으로 만들어버렸구려."
이재원은 골치 아프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저 청수검협의 사건이 종결될 때까지만 그녀를 멀리 떠나보낼 생각이었다.
사사건건 대립하는 그녀가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녀에게 뇌물수수나 횡령같이 가벼운 죄를 뒤집어씌웠다.
충분한 시간이 지나면 언제든 복권시킬 수 있도록 말이다.
하지만 이정도 죄목이라면 얘기가 달라진다.
백호당의 수장을 그것도 검왕이라고 불리우는 갈지천을 작살을 내놨다.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정도로 말이다.
다행히 제때 발견하여 목숨을 건질 수 는 있었지만 아마 무인으로서의 생명은 영원히 끝났을 것이다.
이재원은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꼈다.
'시발년이 왜 이렇게 쎄?'
설마하니 강하윤이 이렇게 강할 줄은 전혀 예상치 못하였다.
갈지천은 화경 상경에 다다른 초고수였다.
천무맹 내부에서도 적수를 참기 힘들정도의 초고수말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일방적인 폭행을 당하였다.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강하윤이 일반적인 화경 상경과는 궤를 달리하는 경지에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설마 현경?'
이재원은 침중한 눈빛으로 강하윤을 꿰뚫어보았다.
설마하니 현경에 다다른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도리질쳤다.
꿰뚫어본 결과 현경에 다다르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아마 화경과 현경 사이 경계선에 위치하고 있는듯하였다.
'이러면 곤란한데...'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무척이나 곤란하다고 말이다.
가볍게 끝날 일이 너무나 커져버렸다.
잠시 좌천 수준이 아니라 당장 감옥에 보낼만큼 말이다.
그렇기에 고민에 빠졌다.
아무리 그래도 마누라이자 현경 직전에 다다른 고수를 감옥에 보낼 수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쩐다 어쩐다 어쩐다 어쩐다 어쩐다.'
그의 머릿속이 맹렬하게 회전하기 시작하였다.
최고의 엔딩을 보기위해서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재원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천천히 입을 떼었다.
"죄인 강하윤은 들어라!"
무시무시한 눈빛으로 강하윤을 노려보면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