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95화 (396/1,419)

〈 395화 〉 396. 흉계를 꾸미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악!"

이재원은 괴성을 내질렀다.

"시발년이! 좆같은 년이! 좆집같은년이!"

욕을 하고 또 욕을 하며 괴성을 내리질렀다.

회의에서 강하윤에게 치욕을 당한 것이 열이 뻗쳤기 때문이었다.

"시발 개 시발 주제넘는 년이 진짜! 나를 거역해!? 시발 보지에 자지만 박으면 꼼짝도 못하는 년이! 시바아아아알!"

쾅 쨍그랑 쾅 쾅

이재원은 방안에 있는 모든 집기들을 다 때려부수며 열불을 토해내었다.

그는 지금 무척이나 화가 난 상태였다.

오전에 회의실에 있었던 강하윤의 모욕적인 발언때문이었다.

분명 모두가 자신의 열변에 감동을 받아 자신에 대한 칭송과 분노를 토해내야할 타이밍이었다.

그런데 그 순간에 그딴 개 같은 발언하여 자신을 모욕하였다

어찌 화가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화가났다.

화가 나도 너무나서 기절할 것만 같았다.

"으아아아아아악! "

와장창

우지끈

쾅 쾅 쾅

더욱더 분노한 이재원은 팔을 더욱더 빠르게 휘저어 방안에 있는 온갖 집기들을 순식간에 반파시켜버렸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하아...하아..하아..하아.."

이재원은 거친숨을 몰아쉬었다.

숨쉴 틈도 없이 분노를 토해내느라 호흡이 모자란듯 싶었다.

털썩

이내 흥분을 가라앉힌 이재원은 곧바로 자리에 앉아버렸다.

"그 시발년을 어떻게 처리하지?"

그리고 생각하였다.

강하윤을 어떻게 처리할지 말이다.

청수검협 살인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요청한 그녀였다.

수사에 맹주의 사견이 듬뿍 첨가되어 공정치 못하다는 것을 이유로 말이다.

'시발'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고지식한 것은 알았지만 제 남편한테까지 이빨을 들이밀줄은 상상도 못하였다.

'그간 안박아줘서 반항하는 건가?'

이재원은 생각하였다.

강하윤이 그간 독수공방을 시켜 반항하는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한 번 박아줘?'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끔찍할 정도로 커다란 가슴을 가지고 있는 그녀에게 박고 싶은 기분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젖통이 사람 머리보다 크다는 말인가

그런 괴물은 이쪽에서 사양이었다.

'어떻게한다.'

이재원은 고민에 빠졌다.

이미 재수사 요청을 수락한 그였다.

그리고 전권을 그녀에게 일임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그녀를 가만히 냅뒀다간 자신의 입맛대로 사건을 조작하는 것이 힘들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다가 들키는 거 아니야?'

심할 경우 청수검협을 죽인 범인이 자신이라는 사실이 그대로 들통날 수도 있었다.

때문에 고민에 빠졌다.

어떻게 하면 그녀를 사건에서 완전히 배제시킬 수있을까하면서 말이다.

'걍 죽일까?'

절레 절레

이내 이재원은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아무리 눈에 거슬리긴 하지만 엄연히 사랑했던 마누라였다.

어찌 그런 마누라를 제 손으로 죽인다는 말인가

'그렇다면 좌천이 제일 좋은 방법이긴 한데.'

그렇다면 남은 방법 좌천밖에 없었다.

타지로 좌천을 보내게 된다면 그녀를 완전히 배제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무슨 핑계로?'

하지만 좌천을 보낼만한 건수가 없었다.

검소하고 절제하는 삶을 사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뇌물을 받을 리도 만무하였고 권력욕에 미쳐 누군가를 모함하고 부정을 저지를리 만무하였다.

'시발 딱딱한 년 진짜.'

이재원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안그래도 짜증나는 강하윤이었다.

그런데 좌천조차 마음대로 보낼 수 없으니 짜증이 더욱더 치밀어올랐다.

그렇게 깊은 고심에 빠져있는 그때였다.

똑 똑

귓가에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울려퍼졌다.

"누구냐."

이재원은 퉁명스럽게 입을 열었다.

"집법당주 팽가련입니다."

문에서는 익숙한 목소리가 들어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이재원은 방안을 둘러보았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온갖 집기들은 부숴져있었고 벽이나 천장조차 멀쩡한 구석이 없었다.

도저히 사람을 들일 만한 모습이 아닌 것이다.

"내 지금은 바쁘니 나중에 오도록 하시오."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봉황당주에 관한 일로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흐음?"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고심에 찬 표정을 지었다.

회의실에서 강하윤과 대립각을 세웠던 팽가련이 그녀에 대해 할 말이 있다는 말을 들으니 흥미가 돋아났기 때문이었다.

"맹주전에 있는 집무실에서 대기하시오. 내 금방 가겠소."

"알겠습니다. 맹주."

저벅 저벅

말을 마친 팽가련이 걸음을 옮기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무실로 향한듯 하였다.

그녀를 집무실로 보낸 이재원은 정확히 일각 후 집무실로 이동을 하였다.

처소를 말끔히 치워놓으라는 명을 내린 후 말이다.

***********

끼이익

이재원은 집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탁자에 앉아 있는 팽가련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아닙니다. 오히려 소첩이 죄송하지요. 바쁘실텐데 이렇게 불러냈으니 말입니다."

"괜찮소. 어찌 사랑하는 부인이 남편을 보는데 죄송해한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팽가련에게 겸양이 듬뿍 담긴 답을 하였다.

팽가련은 그런 이재원의 대답이 마음에 든 것인지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털썩

이재원은 그런 팽가련을 슬쩍 바라보더니 이내 탁자에 앉아버렸다.

"그래서 봉황당주에 대해 할 말이 무엇이오?"

탁자에 앉은 이재원은 그녀에게 곧바로 본론을 물었다.

이리저리 돌려말하면서 시간을 끄는 것은 취향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맹주님."

팽가련은 진지한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말하시오."

"봉황당주가 거슬리지 않습니까?"

팽가련은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재원은 짐짓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사사건건 걸고 넘어지는 봉황당주가 거슬리지 않냐는 말입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침묵을 하였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기서 사실대로 말할 경우

그간 쌓아왔던 공명정대하며 아내를 사랑하는 이미지가 완전히 깨질 수 있었다.

그렇다고 거짓을 말할 경우

팽가련의 뒷말이 나오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사실대로 말씀하셔도 됩니다. 맹주. 저희들 밖에 없지 않습니까?"

팽가련은 그런 이재원을 바라보며 은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녀가 미우시지요? 사사건건 맹주의 권위에 도전하면서 맹주님의 명예를 실추시키니까요."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그리 좋은 모습은 아니라고 생각하오. 아무리 그래도 본인은 맹주인데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런식으로 대꾸하니 말이오."

이재원은 소심하게 불만을 피력하였다.

속으로는 강하윤에 대한 온갖 욕이란 욕은 전부 박아버리고 싶었지만 체면치레라는 것을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본 맹주도 사람이다보니 실수라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오. 하지만 그 실수를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런식으로 들춰내는 것은 아무리 본 맹주가 너그럽다고는 하나 받아들이기 힘들더이."

이재원은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저런, 맹주께서는 서운함을 느끼고 있으셨군요."

팽가련은 안타까운 시선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맞소, 본 맹주는 무척이나 서운하오. 어찌 아내가 된 여인이 남편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말이오. 만약 반대의 상황이었다면 본 맹주는 봉황당주가 어떤 궤변을 늘어놓아도 그녀의 편에 섰을 것이오."

"서운할만하다고 생각해요. 저 또한 봉황당주의 태도가 무척이나 무례하다고 생각했거든요."

팽가련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이재원의 말에 맞장구를 쳤다.

"그게 어디 지아비를 대하는 태도던가요? 마치 원수를 대하듯 맹주님께 달려들더군요."

"내 말이 그말이오! 정말 한탄을 금치 못하였소! 어찌 지아비를 섬기는 입장에서 그런 무례한 태도를 취한다는 말이오!"

팽가련이 맞장구를 쳐주자 이재원은 슬그머니 감춰두었던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정말 무례한 여자예요. 그쵸?"

팽가련은 만족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녀는 지금 무척이나 만족스러웠다.

원하던 이재원의 반응을 끌어냈기 때문이었다.

"맹주님, 제가 볼땐 그동안 맹주님께서 봉황당주를 너무 어여삐 여겨준 것 같아요."

팽가련은 뱀같은 혀를 놀리며 입을 열었다.

"봉황당주를 말이오?"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동안 괄시하면 괄시를 하였지 딱히 어여삐 여겨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네, 그간 봉황당주의 무례한 언행이나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그냥 넘기시지 않으셨나요? 저는 맹주께서 그녀를 충분히 어여삐 여겨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팽가련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는 그녀가 항상 맹주의 권위에 도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품고 있었습니다. 언제나 맹주님의 말에 반박을 하지 않았나요? 그것도 무척이나 공격적으로 말이에요."

물론 실상은 달랐다.

이재원은 어여삐 여긴 적이 없었다.

강하윤은 언제나 적법한 이야기만을 꺼내었고 맹주의 권위에 도전한다기보단 잘못을 바로잡는데 애를 썼다.

딱히 반박하고 혼낼만한 꼬투리가 없던 것이다.

"그랬던가?"

"네에, 저 뿐만 아니라 다른 당주들도 모두 공감하고 있을 거에요. 그녀가 유난히 맹주님께 반발하고 있다는 것을 말이에요."

이재원의 물음에 팽가련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맞아 그랬던 것도 같아!'

팽가련의 말을 듣던 이재원은 이내 그녀의 말에 설득이 되더니 이내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강하윤이 자신에게 일부러 반발하고 있다고 말이다.

"제 생각에는 그런 그녀의 행태는 맹주님의 자비로움때문에 일어나게 된 것 같아요. 본인의 주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지요. 당주라고 한들 결국 맹주님의 수족에 불과할터인데 어찌 그렇게 성난 들고양이처럼 달려든단 말인가요?"

"그렇군."

이재원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강하윤, 이 건방진 년이...주인을 물어?'

그리고 속으로 강하윤에 대한 분노를 터트리고 있었다.

팽가련의 말대로 당주라고 한들 그들은 자신의 일처리를 수월하게 하기위해 임명된 수족에 불과하였다.

그런데 어찌 수족에 불과한 이가 주인을 공격한다는 말인가

그녀에 대한 반발심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저는 그녀에게는 주제를 파악할 계기를 줘야한다고 생각해요."

"계기?"

이재원은 의문이 담긴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되물었다.

"네에, 자신이 어떤 위치에 있고 누구의 수족인지 파악할 수 있는 기회말이에요."

팽가련은 진한 미소를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어떻게하면 그녀에게 그런 기회를 줄 수 있을 것 같소?"

"본디 사람은 모든 것을 잃었을 때 비로소 가진 것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기 마련입니다. 그녀의 모든 직위를 박탈하는 게 어떠신가요?"

"그것은 무리오. 봉황당주를 끌어내릴만한 명분이 없소.

"명분이야 만들면 되는 것이 아닌가요? 원래 귀에 걸면 귀걸이가 되고 코에 걸면 코걸이가 되는 것이 세상 일 아니겠습니까?"

그녀는 은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고민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다물었다.

무척이나 땡기는 말이긴 하지만 상당히 무리가 따르는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팽가련과 작당하고 강하윤을 끌어내리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인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명분은 걱정마세요. 증인을 세우고 증거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랍니다."

이재원이 말이 없자 팽가련은 은근한 목소리로 설득하기 시작하였다.

"......하지만 거슬린다하여 조작된 증거로 그녀를 몰락시키는 것은 동의할 수 없소. 어찌 누구보다 공정해야할 천무맹에서 그런 무도한 일을 벌인단 말이오!"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거부의 의사를 밝혔다.

무척이나 혹할 제안이긴 하였지만 괜스레 긁어부스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

만약 실상이 들통이라도 난다면 자신의 명예가 나락까지 떨어질 수 있는 것이다.

"몰락이라뇨? 그저 잠깐 머리를 식힐 기회를 주는 것 뿐이랍니다. 한 반년정도 뒤에 오해였다고 하고 복직시켜주면 될 겁니다. 물론 어느정도 정신적인 피해 보상금을 지불하고 말입니다."

팽가련은 아무 걱정하지 말라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맹주, 어떤 조직이든 위계가 흔들린다면 그 조직의 미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무도한 일이라고 생각치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이는 천무맹이라는 거대한 조직의 썩은 부분을 도려내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팽가련은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맹주님의 결단이 필요할 때입니다. 만약 여기서 봉황당주의 행보를 그대로 냅두게 된다면 맹주의 권위를 의심하는 이들이 속속히 나올지도 모릅니다. 부디 올바른 결정을 내려주시길 바랍니다."

팽가련은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짐짓 고민하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이재원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렸다.

무척이나 극단적인 선택이긴 하였지만 일단은 강하윤을 눈앞에 치우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옳으신 선택을 하신겁니다."

그 모습을 팽가련은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지었다.

모든게 계획대로 되고있다는 생각에 만족감이 차올랐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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