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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94화 (395/1,419)

〈 394화 〉 395.증인은 증언만으로 충분합니다

"정확히 어떤 광경을 목격하셨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강하윤은 올곧은 눈빛으로 이재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이년봐라.'

그녀의 올곧은 눈빛을 마주한 이재원은 짜증이 치솟는 것을 느꼈다.

설마하니 이렇게 강하윤이 이렇게 득달같이 달려들줄은 예상치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서운하군. 봉황당주. 날 의심하는거야?"

이재원은 실망했다는듯한 얼굴로 강하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악의는 없습니다. 그저 정확한 경위를 조사하고 싶은 것 뿐입니다."

강하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이재원은 사적으로는 사랑하는 남편이었고 공적으로는 천무맹의 맹주였다.

그런 그가 거짓말을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정확한 경위 조사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되었든 규범 바깥에 존재는 용납할 수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이래서 이년이 마음에 안들어.'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였지만 속으로는 온갖 욕을 하며 짜증을 부렸다.

자신에게 반발하는 그녀의 행태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강하윤은 항상 이런 식이었다.

평소에는 호방하고 잔정이 많은 성격이었지만 공적인 일을 하게되면 사람이 백팔십도 바꿔어버리는 것이다.

딱딱하다 못해 고지식하게 바뀌었고 일처리 하나 하나에 딴지를 걸었다.

이재원은 그런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봐주는 것도 있고 정도 나누는 것이 사람 간의 도리가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저렇게 공사구분을 철저히 한다는 말인가

정없게 말이다.

도리를 무척이나 중시하는 이재원입장에서는 공과사를 철저히 구분하는 강하윤의 행태가 마음에 들리 없었다.

'그러니까 내가 널 안 따먹는거야.'

이재원은 그녀와 혼인한 후 처음 삼년을 제외하곤 그녀와 잠자리를 가져본 적이 없었다.

같이 일하면서 오만정이 다떨어졌기 때문이었다.

물론 성장판이 닫히지 않았는지 갈수록 커져가는 그녀의 가슴도 한몫하기도 하였고 말이다.

"그래, 사건 경위는 정확히 조사해야지."

이재원은 부글거리는 속내를 간신히 가라앉히고 웃는 낯으로 말을 이었다.

정론에 반박해봤자 이상한 사람이 되기 일쑤였다.

이런 상황에서는 호방한 얼굴로 수긍하며 여유로운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였다.

그렇게 한다면

"봉황당주! 지금 이게 무슨 무례입니까!"

이렇게 자신을 옹호해주는 이가 나서게 될 것이다.

"이미 맹주님은 집법당에 증언을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 같은 증언을 반복케 하는 것입니까!?"

팽가련은 잔뜩 성이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기회라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강하윤과 맹주가 대립각을 세울 기회 말이다.

사사건건 눈엣가시처럼 딴지를 거는 강하윤이었다.

이번 기회에 맹주의 눈밖에 나게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사랑하는 남편의 총애도 받으면서 말이다.

"저는 그 증언을 제 귀로 듣고 싶은 것 뿐입니다. 말하는데 돈이 드는 것도 아니고 힘이 드는 것도 아닐진대 어찌 무례라고 여기는 것입니까!"

강하윤은 지지않겠다는듯이 언성을 높이며 반박을 하였다.

"맹주님의 증언을 바탕으로 사건을 종결시킨 집법당의 결정을 신뢰하지 못한다는 것 자체가 무례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듣고자 하는 것이 아닙니까! 얼마나 자세한 증언이길래 사건이 종결까지 되었는지 말입니다!"

팽가련과 강하윤은 서로를 노려보며 언성을 높이며 말싸움을 하였다.

누구하나 양보할 기색은 전혀 없어보였다.

"그만"

그때 잠자코 듣고있던 이재원이 입을 열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러자 이내 무형의 기운이 순식간에 퍼지더니 회의실을 전체를 뒤엎기 시작하였다.

한창 싸움을 이어가던 두 여인은 갑자기 덮쳐든 기세에 짓눌려 입을 다물수 밖에 없었다.

"지금 뭐하는 짓입니까? 이 자리는 당주간의 사적인 감정 싸움을 하라고 만든 자리가 아닙니다. 공적인 일을 논의하는 자리란 말입니다. 그런데 어찌 두 사람의 감정 싸움으로 분위기를 망친다는 말입니까!"

이재원은 짐짓 화난듯한 시선으로 그녀들을 쏘아보냈다.

"............"

"..........."

이재원의 말을 들은 두 여인은 입을 꾹 다물고 침묵을 하였다.

그의 말이 틀리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증언을 들려드리겠소."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들었다.

"봉황당주께서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 친히 들려들어야지요. 이미 집법당에서 결정을 내린 내용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이재원은 봉황당주 강하윤을 바라보며 뼈있는 말을 내뱉었다.

애초에 맹에서 일어난 범죄에 대한 수사 및 처벌에 대한 권한은 온전히 집법당에게 일임되어있었다.

그런 집법당의 결정에 불복한다는 것은 집법당에게 수사 및 처벌에 대한 권한을 준 맹주에게 불복한다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재원은 그 점을 꼬집어 그녀를 돌려서 비판하였다.

건방지다면서 말이다.

"............."

이재원의 말을 들은 강하윤은 고개를 푹 숙였다.

이재원이 돌려말한 의미를 눈치 챈 까닭이었다.

"사흘 전이었소, 그때 난 평소처럼 밤샘업무를 마치고 처소로 돌아가던 중이었지. 그러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그날 따라 달이 무척 밝아보이더군. 달을 보니 흥이 달아올라 조금더 걷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이재원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이곳 저곳을 돌아다녔소. 청룡당부터 시작하여 집법당 봉황당, 현무당, 백호당까지 전부 말이오. 돌아다니면서 반성도 많이하였지. 그간 업무에 쌓여 천무맹 내부를 제대로 돌아보지도 않는 스스로를 말이오. 그렇게 많은 생각을 하며 걷고 걷다가 낯부끄러운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소"

"낯부끄러운 광경말씀입니까?"

강하윤은 의문에 찬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물었소.

"그렇소. 한 여인과 백호당의 부당주인 갈무량이 애틋한 표정을 지은 채 껴안은 채 애정행각을 나누고 있더군. 무척이나 낯부끄럽게도 말이오."

이재원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 광경을 본 맹주는 무척이나 당황하였소. 평소 청수검협 갈무량이 어떤 성품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는 입장으로서 한적하기는 하나 훤히 들여다보이는 곳에서 애정행각을 나눈다는 것은 이해할 수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었소. "

이재원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본 맹주는 고민에 빠졌소. 본래라면 풍기문란죄로 경을 쳐도 모자랄 일이겠지만 불처럼 타오르는 그들의 정열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아니었기 때문이었소. 어찌 청춘남녀가 열렬한 정을 나누는 것을 엄벌할 수 있겠소? 나도 그런 때가 있기도 하였고 말이오."

이재원은 진지한 눈빛을 한 채 입을 열었다.

"그저 주의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할 심산이었소. 다른 이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도록 말이오. 곧이어 본맹주는 청수검협에게 전음을 보냈소. 애정 행각을 나누는 것은 좋으나 장소를 가려야할 것 같다고 말이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배려였지."

이재원은 회상하듯 말을 이었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했소. 전음을 날렸음에도 청수검협에게 답이 오지 않는 것이오. 분명 제대로 들렸을진대 말이오. 의아함을 느낀 본 맹주는 청수검협의 눈을 바라보았소. 그의 눈이 풀릴대로 풀려있었소. 마치 약에 취한 것처럼 말이오. 그 광경을 보니 전음이 부질 없다는 것을 깨달았소. 이미 정욕에 취했다는 판단이 들었기 때문이었소. 결국 어쩔 수 없이 모른 체하며 재빨리 자리를 뜨게 되었소. 애정행각을 들킬 경우 청수검협이 수치스러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소."

이재원은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리고 다음날 청수검협이 끔찍한 모습으로 살해당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소. 팔다리가 잘리고 고환이 뭉개진 채 말이오, 그 소식을 접한 본 맹주는 이해할 수가 없었소. 전날 밤만 하더라도 행복에 젖어있는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었소. 결국 의문이 든 본 맹주는 곧바로 집법당에 찾아갔고 봤던 사실을 그대로 고하였소. 그리고 이내 검시관으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듣게되었소."

이재원은 무척이나 심각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

"청수검협의 사망시각이 본 맹주가 전음을 보냈던 그 시각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이오. 사인은 미약 중독으로 인한 심장마비이고 말이오. 그 말을 들은 본 맹주는 깨달을 수 있었소. 청수검협이 전음에 대답을 하지 못한 이유를 말이오. 애정행각을 나누고 있던 그때 청수검협은 이미 사망했던 것이오!"

이재원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 사실을 인지한 본맹주는 크게 한탄하였소. 소중한 부하의 시체가 그 요녀의 의해 능욕을 당하였는데 그걸 눈치채지 못한 것이오. 어찌 한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오."

이재원은 눈시울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본 맹주는 집법당주에게 간곡히 청하였소. 지원을 아끼지 않을테니 어떻게든 범인을 잡아달라고 말이오. 소중한 부하를 처참하게 만든 그 요녀를 반드시 잡아달라고 말이오! 그리고 며칠 지나지 않아 집법당주께서 초상을 하나를 들고 본 맹주에게 다가왔소. 이 초상속에 있는 여인이 범인이 맞냐면서 말이오."

이재원은 강하윤을 슬며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초상에는 청수검협을 능욕했던 요녀의 얼굴이 정확히 기재되어 있었소. 본 맹주는 초상의 여인이 맞다고 답을 하였지. 그리고 이내 초상속에 있는 여인의 정체를 알게 되었소."

이재원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하윤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초상 속 여인의 이름은 자소령! 며칠 전 종적을 감췄던 봉황당의 당원이었소!"

이재원은 꾸짖듯이 말을 이었다.

"본 맹주는 경악을 금치 못하였소! 어찌 같은 맹원 간에 살인 사건이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이오! 서로 돕고 도와 무림의 정의를 실현해도 모자랄 판국에 말이오! 본 맹주는 이해가 되지 않았소!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그녀가 청수검협과 같은 의인을 살해했는지 말이오! 그런데 그 의문을 집법당에서 풀어주더군!"

이재원은 팽가련을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청수검협의 시체에서 어마어마한 마기가 발산되었다는 말을 들었소! 그 말을 들은 본 맹주는 시체를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해주었고 이내 그의 몸에 잠식되어있는 마기를 확인할 수 있었소! 그리고 확신할 수 있었소! 청수검협을 살해한 자소령 뒤에 마교가 있다는 것을 말이오!"

이재원은 분노에 찬듯한 표정을 지은 채 열변을 토해내었다.

"인의를 몸으로 실현하던 청수검협은 끔찍한 마교의 암수에 의해 목숨을 잃게 된 것이오! 최고의 협객을 끔찍한 방법으로 살해하여 정파의 기세를 꺾을 심산으로 말이오!"

이재원은 화가난듯 얼굴을 잔뜩 상기시킨 채 입을 열었다.

'완벽한데?'

그리고 속으로는 스스로의 연기력에 감탄을 하였다.

이정도면 완벽하기 그지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낄낄 과연 이십년 연기내공이 어디가지 않는구나.'

그는 속으로 낄낄거리며 좌중의 반응을 즐겼다.

그는 무척이나 만족스러운 상태였다.

이정도면 부하의 죽음에 분노하는 정의로운 천무맹주의 모습을 잘보여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이정도 열변이라면 고지식하기 그지없는 강하윤도 충분히 납득을 할것이라고 말이다.

"맹주님."

그때 귓가에 강하윤의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그러시오."

이재원은 흥분이 가시지 않는 얼굴로 강하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는 목격하신 사건의 정황만 물어본 것이지. 맹주님의 개인적인 생각을 묻지 않았습니다. 억측은 자제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는 딱딱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그게 무슨.."

그녀의 말을 들은 이재원은 태연한 척 말을 이었다.

"그리고 사망시각이라는 것은 정확하게 알아낼 방법은 없습니다. 몇시부터 몇시 사이 사망했다고 짐작할 뿐이지요."

강하윤은 눈을 날카롭게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또한 마기가 발견되었다고 하셨는데 마기만으로 마교가 벌인 짓이라고 단정짓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판단됩니다. 마공이라는 것은 사파의 무리들도 곧 잘쓰는 무공이니까요."

강하윤은 의문점을 하나하나 짚으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맹주님,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습니다."

강하윤은 이재원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말씀하시오."

"저는 맹주님께서 이미 사망한 청수검협을 목격했다는 사실에 의문이 듭니다."

".......뭐가 말이오?"

"맹주님께서는 반선이라고 불리우시는 지고한 경지에 오르신 분입니다. 그런 분이 사람이 죽었는지 살았는지조차 구분 못했다고 하니 의문이 듭니다."

"........현경에 올랐다고 모든 것을 아는 것은 아니오."

"이상하군요. 화경에 불과하지만 저는 기감만 퍼트려도 숨이 붙어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파악할 수 있는데 말이죠."

강하윤은 모르겠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이재원에게 되물었다.

"..........아무래도 내가 잘못 생각한 것 같소."

"어떤 말씀 말입니까?"

"아무래도 전음을 보낸 그 시각에 청수검협은 살아있던듯 하오. 약에 취해 제대로 된 대답을 하지 못한 것이지."

"그렇다면 억측임을 인정하는 것인가요?"

".........그렇소."

이재원은 살짝 눈썹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잘됐군요. 그럼 재수사를 요청합니다."

".......어째서 일이 그렇게 된다는 말이오."

"이번 수사에서는 맹주님의 입김이 유난히 많이 들어갔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강하윤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증인은 증언만으로 충분합니다. 수사가 아니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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