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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84화 (385/1,419)

〈 384화 〉 385. 여심을 배우다.

"전 그정도면 충분해요. 혹여 앞으로도 다른 여인들을 늘릴 일이 있다면 제대로 알려주시기만 하면 돼요. 정실은 저라는 사실을 말이죠. 그리고 균등한 사랑을 주셔야해요. 새 부인이 좋다고 너무 달라붙어있으면 질투를 할 거랍니다."

옥령은 눈을 반짝이며 선우에게 말하였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저도 구태여 선우를 옭아매진 않을게요. 마음같아선 저만 바라보게 만들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선우는 제 장난감이 아니니까요."

"...고마워."

선우는 그녀를 바라보며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였다.

선우는 알고 있었다.

그녀가 자신을 배려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녀는 선우에게 제대로 된 서열 정립과 균등한 사랑만을 강조할 뿐

구태여 옭아매려고 하지 않았다.

그 마음이 너무 예뻐 선우는 감동을 하였다.

어찌 이런 넓디 넓은 이해심을 갖췄다는 말인가

"가려, 너는 어떻게 생각해?"

옥령은 당대부인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저도 상공이 다른 여자를 늘리는 것은 너무 가슴 아프지만 막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요. 우월한 수컷이 수많은 암컷들에게 씨앗을 뿌리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본능이니까요. 그렇다고 상공의 본능을 억지로 옭아매고 싶진 않아요. 그건 그의 자유를 빼앗는 일이니까요. 그러니까 저도 서열 정리와 균등한 사랑만 충족된다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당대부인은 눈물을 슥 슥 닦으며 말을 이었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자신의 욕심 때문에 선우를 옭아매서는 안된다고 말이다.

선우처럼 우월한 수컷이 씨앗을 뿌리는 것은 본능에 가까운 것이 아니던가

그런데 어찌 그런 본능을 강제로 억누를 수 있다는 말인가

만약 그런 선우의 본능을 강제로 억누르게 된다면 그는 엇나갈 것이 자명하였다.

누를수록 반발하는 것이 바로 남자의 본능이 아니던가

그렇기에 당대부인은 생각하였다.

여자를 늘리는 것을 막을 수 없다면 최소한의 서열과 규칙을 갖자고 말이다.

"늘리는 것은 괜찮아요. 하지만 제대로 된 서열은 정립해주셨으면 해요. 누가 위고 누가 아래인지 말이에요. 평등한 관계는 싫어요. 위계가 없으면 무너질 거에요."

"..고마워..가려."

선우는 감동받은 표정을 지은 채 당대부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사실 갖은 욕을 들어먹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녀들의 믿음을 일방적으로 배신하였으니까 말이다.

그것도 정욕에 휩싸여서 말이다.

그런데 옥령과 운가려는 오히려 자신을 용서하였다.

뿐만 아니라 서열만 정립해준다면 여인을 더 늘리는 것 또한 상관없다며 공인하기까지 하였다.

어찌 감동받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선우는 눈시울을 붉혔다.

두 마망들의 합동 보듬어주기가 심장을 미친듯이 울렸기 때문이었다.

'난 행복한 사람이구나.'

선우는 생각하였다.

자신은 행복한 사람임이 틀림없다고 말이다.

밑바닥이나 다름없는 인성을 자랑하는 자신을 이렇게까지 이해해주는 여인들과 함께할 수 있으니 말이다.

선우는 눈시울을 붉힌 채 천천히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시선을 돌린 곳에는 딱딱한 표정을 고수하고 있는 당서윤의 모습이 보였다.

이제 당서윤에게만 용서받으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윤아."

"꺼져."

"............"

그녀의 단호한 답을 들은 선우는 뻘쭘함을 느꼈다.

설마하니 이런 감동적인 분위기가 연출된 상황에서 저렇게 날선 반응을 보일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어떻게 하면 용서해줄래?"

"용서가 안돼. 쥐어패고 싶어."

"........."

"그때 독에 절여졌을 때 그냥 죽였어야했는데........."

당서윤은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섬뜩함을 느꼈다.

저승 문턱까지 갔다왔던 과거의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미안해."

선우는 당서윤에게 사과를 하였다.

웬만한 일은 호방하게 넘어가는 그녀였다.

그런 그녀를 화나게하니 죄책감이 들었다.

"너는 항상 이런식이더라. 사고치고 사과하고 사고치고 사과하고 말이야."

당서윤은 골머리가 아픈듯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사과할 짓을 저지르지 말라는 말이야!"

"............"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생각해보면 항상 사고를 치고 당서윤에게 조언을 구했던 기억이 났다.

세 살정도 위이긴 했지만 나름 동년배기에 가까웠기에 언제나 그녀에게 조언을 구했던 선우였다.

사고를 쳤던 것도 있었고 남녀 애정사에 관계된 것도 있었다.

조언을 구할 때면 당서윤은 항상 인상을 찌푸리며 싫은 티를 냈지만 결국에는 최고의 조언을 해주었다.

그렇기에 언제나 믿고 의지할 수있는 그런 친구였다.

그런 친구가 화를 내니 미안함이 덜컥 몰려들었다.

"이미 정혼자라고 다 소문을 냈는데! 이제와서 파혼을 하면 나는 뭐가 돼!"

당서윤은 얼굴을 잔뜩 붉히며 입을 열었다.

"한 번뿐인 혼인이라고! 내 인생에 다시 없을 혼인이라고! 네가 전부 망쳤어! 이제 당가도 나도 모든 사람들에게 우습게 보일거야!"

"..........미안해."

"말뿐인 사과는 필요없어! 어차피 너는 저 경화군주를 고를 거잖아? 마음대로 해! 당가따윈 버리고 저 멀리 가버리라고!"

당서윤은 잔뜩 화가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그녀는 지금 선우에게 극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는 항상 선우가 언젠가는 떠나버릴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지금은 잠시 섭정을 하고 있지만 결국은 피가 이어져있지않은 외인에 불과하니 말이다.

그리고 선우가 당가를 떠나는 순간 당가의 성세는 쇠락할 것이 분명하다 여기고 있었다.

그만큼 선우가 가진 영향력은 어마어마하였으니 말이다.

그렇기에 당서윤은 항상 생각하였다.

선우를 당가에 붙잡아 둘 방법이 없을까하고 말이다.

그리고 생각해낸 것이 당가의 여인과 정혼을 맺는 것이었다.

피가 이어져있지는 않지만 그를 당가에 묶어두기에는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고 여겼으니 말이다.

그런 생각을 떠올린 뒤 당서윤은 당가의 여인들을 살펴보았다.

그와 어울릴만한 여인이 있을까하고 말이다.

그러던 어느날 선우가 자신을 정혼자라며 허풍을 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아마 대외적인 신분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한 방편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소식을 들은 당서윤은 처음에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어디 시집도 안간 여인의 앞길을 그렇게 가로막는다는 말인가

남자라면 손도 안 잡아본 처녀에게 말이다.

하지만 이내 그녀는 그런 선우의 거짓말이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를 당가에 묶어둘 수 있는 기회말이다.

구태여 다른 당가의 여인을 찾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신이 직접 혼인하면 될터이니 말이다.

물론 굳이 이성으로 의식하지 않던 선우였기에 살짝 어색함이 들긴 하였지만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는 객관적으로 봐도 상당히 훌륭한 남편감이었으니까 말이다.

나쁘지 않은 외모, 탄탄한 몸매 , 출중한 무공 실력까지

데릴 사위를 원하는 당가라면 탐을 낼 수밖에 없는 인재인 것이다.

씨앗조차 좋은 인물이 외관 또한 나쁘지 않으니까 말이다.

그렇기에 그녀는 결심하였다.

선우와 진실로 혼인을 성사시키자고 말이다.

어차피 그가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였기에 이미 다른 남자에게 시집가는 선택지 따위는 저 멀리 사라졌으니 말이다.

그리고 지내다보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선우는 충분히 재밌고 능력있는 남자였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별안간 파혼을 요구하였다.

자신보다 더욱더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는 경화군주와 혼인하기 위해서 말이다.

배신감이 들었다.

그와 동시에 버림받았다는 비참함이 들었다.

어찌 일을 그렇게 벌여놓고 자신을 헌신짝처럼 내버릴 수 있다는 말인가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울화가 치밀어올랐다.

이런 감정은 평생토록 느껴본 적이 없는 감정이었다.

"꺼져! 꺼지라고!"

당서윤은 선우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

어째서 필요이상으로 감정이 과열되었는지 말이다.

원래 성격대로라면 적당한 타협을 봤을 것이다.

파혼을 당한 것이고 파혼에 대한 책임으로 경화군주에게 돈을 요구하고 당가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갔을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금은 감정에 휘둘리고 있었다.

"너는 정말 쓰레기야! 언제나 니 멋대로 하지! 됐어! 나도 됐다고! 당가는 혼자 클거야! 네 여인들을 데리고 떠나버려!"

감정에 휘둘려 선우에게 폭언을 내뱉었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이건 평소의 자신이 절대 아니라고 말이다.

"개새끼! 인간 말종새끼!"

하지만 제어가 되지 않았다.

자꾸만 자꾸만 모난 말이 튀어나왔다.

선우가 상처가 되는 말이 말이다.

주르르륵

그때 당서윤은 무언가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이물감이 느껴졌다.

"뭐야, 이거!"

당황한 그녀는 재빨리 손을 들어올려 눈가를 만졌다.

그리고 이내 그 이물감의 정체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볼을 타고 흘러내린 것은 촉촉한 물이었다.

슬픔에 젖었을 때 나오는 눈물말이다.

"이거 왜 이래."

당서윤은 눈가를 거칠게 비비며 눈물을 닦아내었다.

선우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눈물샘이 고장난 것처럼 자꾸만 눈물이 흘러나왔다.

멈추지 않는 것이다.

질끈

당서윤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리고 어떻게든 눈물을 참기 위해 노력하였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한 번 터진 눈물은 멈출 줄 모르고 끊임없이 흘렀기 때문이었다.

"보..보지마!"

그녀는 자신의 바라보고 있을 선우를 생각하며 큰 소리로 외쳤다.

이런 약한 모습, 들키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제발...멈춰..제발..'

당서윤은 빌고 또 빌었다.

눈치없이 터져버린 눈물이 제발 멈추길 말이다.

하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눈물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당서윤은 생각하였다.

이대로는 안되겠다고 말이다.

"나는 할말 다했어! 떠나고 싶으면 마음대로 해!"

말을 마친 당서윤은 눈을 비비며 그대로 내빈실 밖으로 나가버렸다.

꼴사나운 꼴을 보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내 내빈실 문이 거칠게 닫혀버렸다.

선우는 그 모습을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만 보았다.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당서윤이 입이 거친 것은 알고 있었다.

아름다운 외관과 달리 실상은 거침없는 욕쟁이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눈물은 너무나 의외였다.

처음이었다.

이런 일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은 말이다.

언제나 무심함을 유지하던 그녀였다.

고지식하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그녀였다.

그런 그녀가 눈물을 보였다.

그것도 자신 때문에 말이다.

어찌 이런 일에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때 누군가 선우의 어깨를 슬쩍 건들였다.

"선우"

뒤를 돌아보니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옥령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를 따라가보세요."

".......지금?"

"그녀 또한 엄연히 선우의 여자가 아닌가요?"

"하지만...그녀는........"

옥령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당혹스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당서윤이 대외적으로 자신의 여자이긴 했지만 실상은 살짝 달랐다.

자신이 그녀에게 호감을 품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어디까지나 호감까지였다.

애정이라고 칭하기엔 애매한 감정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당서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당서윤을 자신의 여자라고 칭하니 당혹스러운 감정이 들었다.

"선우는 난봉꾼처럼 행동하면서 정작 여심에 대해선 제대로 알지 못하네요 "

옥령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여심?"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선우, 당 소저가 어째서 선우가 정혼자 행세를 할수 있도록 냅두는지 아세요?"

".....그 편이...합리적이니까..."

선우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선우, 세상에 어디에도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와 엮이고 싶어하는 여자는 없어요."

"............"

"생각해보면 선우는 그녀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한 것일지도 몰라요."

옥령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혼란에 빠졌다.

설마하니 친구로만 여겼던 당서윤이 자신에게 연정을 품었을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어서 따라가세요. 이러다 놓치겠어요."

옥령은 황망한 표정을 짓고 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알...알았어!"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재빨리 고개를 주억거렸다.

사태파악이 제대로 되진 않았지만 당서윤을 놓쳐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곧바로 걸음을 옮겨 내빈실 바깥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하였다.

옥령은 그런 선우의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난봉꾼이면서 어찌 저리 둔감할까하고 말이다.

생각을 마친 옥령은 천천히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그녀의 시야에 꿔다놓은 보릿자루 신세가 된 능소화의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갑작스럽게 일어난 상황에 적응이 되지 않은듯 멍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옥령은 살며시 미소를 지었다.

"통성명부터 다시할까요? 저는 옥령이라고 해요. 선우의 본부인이지요."

옥령은 화사하게 웃으며 능소화에게 말을 건넸다.

"반...반갑도다. 본녀는 능소화라고 한다."

그녀의 인사를 받은 능소화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받았다.

"그게 아니죠. 언니라고 불러야죠."

옥령은 능소화의 말을 고쳐주며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들은 능소화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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