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82화 〉 383. 일단락 되다.
"흐아아아앙....선우야!"
요랑은 선우의 가슴팍에 눈물을 잔뜩 묻혔다.
"그래...그래..."
선우는 요랑의 등을 토닥이며 말을 이었다.
"왜 이제 온거야! 반년이면 온다며!"
요랑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미안해."
"바보! 바보! 완전 바보! 인성에 문제있는 새끼!"
요랑은 욕설을 내뱉으며 선우의 가슴팍을 앙증맞은 두 주먹으로 내리치기 시작하였다.
팍 팍 팍
"미안해.."
"미안하다면 다야? 너는 쓰레기야! 선우는 개인주의야!"
퍽 퍽 퍽
"정말 미안해.."
"기다리는 사람은 생각도 안하고 약속 따윈 있으나 마나한 새끼야!"
퍽 퍽 퍽
"미안하다니까?"
"완전 나쁜 새끼! 넌 더 맞아야해!"
퍽 퍽 퍽
"그만 때려!"
선우는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요랑의 주먹질이 갈수록 힘이 더해졌기 때문이었다.
공령지체에 오르고 초월적인 신체를 갖게된 자신조차 각혈을 할 정도로 말이다.
"뭘 잘했다고 언성을 높여!"
선우가 고함을 내지르자 요랑은 화난듯 언성을 높이며 소리질렀다.
"이러다가 죽겠다!"
"죽으라고 때린거야!"
"요 망할 망아지가!"
선우는 요랑과 투닥거리며 말을 이었다.
"한달밖에 안늦었잖아! 한달도 못 기다려?"
"한달이나지! 이나 뜻 몰라? 그리고 약속을 어긴 건 어긴거잖아!"
"내가 떠나기 전에 말했잖아! 날씨나 여러가지 변수에 따라 늦을 수 있다고!"
"그럼 미리 연락을 주던가!"
"전서구도 못다니는데서 연락을 어떻게하는데! "
"전령을 보내면 되지!"
"되겠냐!"
"안될 건 뭔데!"
요랑은 지지않겠다는듯 눈을 부라리며 입을 열었다.
"너도 약속 어겼잖아!"
"내가 무슨 약속을 어겼는데!"
요랑은 억울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너 내가 당가에 박혀있으라고 했어? 안했어?"
".............."
선우의 말을 들은 요랑은 입을 꾹 다물었다.
"여기가 당가야? 여기가 당가냐고?"
"......네가 안와서 그런거잖아! 개새끼야!"
"너 그런 나쁜 말 어디서 배웠어!"
"너한테 배웠다! 이새끼야!"
요랑과 선우의 투닥임은 더욱더 격해지기 시작하였다.
"이게!"
쾅
선우는 주먹을 들어 요랑의 머리통을 후려쳐버렸다.
안본 사이 버릇이 없어진 요랑을 단죄하기 위해서였다.
"왜 때려! 왜 때려!"
요랑은 지지않겠다는듯 아득바득 대들기 시작하였다.
"너 누가 그렇게 나쁜 말쓰래?"
"너는 쓰고 나는 왜 안되는데? "
요랑은 억울하다는듯 언성을 높였다.
"나는 써도 돼!"
"어째서?"
"몰라도 돼!"
"인성에 문제있는 새끼!"
쾅
선우는 다시금 요랑의 머리통을 후려버렸다.
"크윽....흐극....흐아아아아아아앙 선우 나쁜 새끼야!!"
선우에게 다시금 머리를 맞자 요랑을 울음을 터트렸다.
너무나 극심한 고통이 머리를 뒤흔들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의 감동적인 재회는 얼마 지나지 않아 폭력과 욕설 그리고 울음이 난무하는 재회로 바뀌게 되었다.
*************
콰콰쾅
콰콰쾅
옥령은 저 멀리서 들려오는 굉음이 들려올 때마다 불안감에 발을 동동 굴렸다.
혹여 선우가 다칠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었다.
이제 막 북해행을 마치고 일곱 달만에 돌아온 정인이었다.
그런 정인에게 생채기라도 난다면 도저히 참지 못할 것 같았다.
굉음이 울리는 곳을 바라보는 옥령의 눈빛이 한없이 깊어지기 시작하였다.
분명 깊은 수심이 담긴 것이리라
한 편 이예설은 그런 옥령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이 사람 정체가 뭐지?'
그녀에 대한 궁금증이 일어났기 때문이었다.
선우에게 하는 말이나 대하는 태도를 보면 정인이 분명하였다.
그것도 가벼운 사이가 아닌 상당히 깊은 사이의 정인 말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일어났다.
당서윤이라는 정혼자가 있는 선우가 어찌 또 다른 정인을 둘 수 있을까라는 궁금증이 말이다.
분명 당가주 성격상 용납하지 않을텐데 말이다.
'신분이 되게 높은가?'
이예설은 옥령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녀는 절세미인이라는 말이 무척이나 어울리는 아름다운 외관을 가지고 있었다.
맑고 투명한 피부를 바탕으로 오밀조밀하게 박혀 있는 이목구비들은 하나같이 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길다란 속눈썹, 부드러운 눈매, 오똑한 코, 매혹적인 입술까지
저런 여인을 절세라고 칭하지 않는다면 어찌 다른 여인을 절세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
"........저기요."
잠자코 있던 이예설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저히 궁금증을 참지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말하세요."
옥령은 선우가 날아든 곳에 눈을 떼지 않은 채 답을 하였다.
"정체가 무엇인가요?"
"몰라도 돼요."
옥령은 단호하게 말을 끊어버렸다.
굳이 그녀와 친분을 쌓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무엇보다 선우에 대한 걱정되는 마음이 가득한 상황에서 굳이 말을 이어가고 싶지도 않았다.
".........."
그녀의 단호한 말을 들은 이예설은 황당하다는듯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저런 식으로 단호하게 말을 끊을 줄 몰랐기 때문이었다.
"장선우와는 어떤 관계인가요? 정인? 연인? 아니면 이부인?"
이내 이예설은 굴하지 않고 그녀에게 물음을 던졌다.
너무나 단호한 옥령의 태도에 오기가 생겼기 때문이었다.
"소저."
이예설의 말을 들은 옥령은 시선을 돌려 그녀를 쳐다본 후 차분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네, 말씀하세요."
"그 입 다물지 않으면 강제로 다물게 해드릴 수 있어요. 그런 걸 원하시나요?"
"................"
"원하지 않는다면 입을 다무는게 좋을 듯 싶어요. 저도 남의 집 귀한 딸래미한테 폭력을 쓰고 싶지는 않거든요."
옥령은 차분한 태도로 그녀에게 속삭이듯 읊조렸다.
"............"
그리고 그런 옥령의 차분한 말을 들은 이예설은 침묵을 하였다.
그녀의 말이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만약 여기서 입을 함부로 놀렸다간 무사하지 못할 것이리라
"착하네요."
그녀가 입을 다물자 옥령은 만족스러운듯한 미소를 비춰보였다.
그리고 곧바로 시선을 앞으로 돌려 선우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뚜벅 뚜벅 뚜벅
저 멀리서 선우와 요랑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선우! 요랑!"
그 모습을 본 옥령은 재빨리 달려나갔다.
그리고 이내 코앞까지 도달한 그녀는 두 사람을 훑어보기 시작하였다.
어디 다친데는 없는지 확인해보는듯 하였다.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이내 두 사람 모두 멀쩡한 것을 확인한 옥령은 슬며시 눈가를 적시며 말을 이었다.
".......옥령."
요랑은 그런 옥령을 미안한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미안해."
본능만 남아 그녀를 죽일듯이 공격한 것을 기억하고 있던 탓이었다.
"괜찮아요. 무사하잖아요."
옥령은 고개를 도리질치며 입을 열었다.
"흐극....옥령."
옥령의 말을 들은 요랑은 눈물을 글썽이며 감동받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와락
그리고 그대로 옥령에게 와락하고 안겨들었다.
"미안해...흐그극...미안해.."
요랑은 그녀의 풍만한 가슴에 기대어 연신 사과를 하였다.
"괜찮아요.. 정말 괜찮아요."
옥령은 그런 요랑의 뒷머리를 쓰다듬으며 그녀를 달래주었다.
요랑이 악의가 없었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아는 그녀였다.
그렇기에 그녀를 타박하기 보단 달래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선우는 두 여인의 포옹을 바라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서로를 위하는 두 여인을 보니 마음속 깊은 곳에서 훈훈한 마음이 절로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다행이네.'
두 여인들을 보던 선우는 생각하였다.
다친 이 하나 없이 무사히 끝나서 다행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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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명 피해는 전무합니다. 그리고 중턱에 위치한 마을들을 정화작업 및 재건 인력을 보내두었습니다. 그리고 보상금도 넉넉하게 지급하였구요."
당감은 보고하듯 말을 이었다.
"고생했어요."
그 말을 들은 당서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마을이 재건 될때 까지 마을 사람들은 어디서 머무르나요?"
"일단 당가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두었습니다."
"생업에 종사하며 지내다가 난데없이 날벼락을 맞은 이들입니다. 머무는 동안 불편함이 없도록 대해주세요."
"걱정 마십시오. 지극정성으로 대하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했어요. 당감."
"넵"
당감은 허리를 숙인 후 천천히 밖으로 나갔다.
당서윤은 그런 당감의 뒷모습을 지켜보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요랑님."
고개를 돌리니 구석 한 귀퉁이에 손을 들고 서 있는 요랑의 모습이 보였다.
"......응"
"손 내리셔도 돼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선우가 내리면 머리통을 후려버린대."
요랑은 울상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마을에게 배상해줄 보상액을 들은 후 화가 난 선우가 벌을 주었기 때문이었다.
"괜찮아요. 만약 선우가 때리려고 하면 제가 말려드릴게요."
"정말?"
요랑은 반색하며 당서윤에게 물었다.
"정말이고 말고요."
"히히히히히"
당서윤의 확신에 찬 표정을 본 요랑은 곧바로 손을 내렸다.
그녀가 든든하게 막아준다면 선우도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요랑님."
"응, 말해."
"죄송해요."
그녀는 요랑을 바라보며 사죄를 하였다.
".........죄송하다니...오히려..내가.."
그녀의 갑작스러운 사과를 들은 요랑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하였다.
"아니에요. 이건 제가 사죄드려야해요. 요랑님이 그렇게 힘든 것도 모르고 방치했으니까요."
요랑의 말을 들은 당서윤은 고개를 도리질치며 말을 이었다.
"정말 몰랐어요. 그렇게 심적인 부담을 느끼고 있을 줄은요. 너무 죄송해서 사죄를 드리고 싶어요."
".......아니야."
"앞으로는 업무를 요랑님께 강요하는 일은 없을거예요. 뭐든 원하는대로 하시면 돼요."
"............"
"지금껏 너무 요랑님에게만 의지했던 것 같아요. 그게 당연한게 아닌데도 말이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줄 안다고 했던가요? 지금 저희 당가의 수뇌부가 딱 그런 상황인 것 같아요. 요랑님의 호의에 기대어 이익을 꾀하려고 했으니까요."
"............"
"앞으로는 그런 일이 결코 없을 거에요. 그러니 부디 용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무레를 범한 저희들을 말이에요."
".......용서할게."
"고마워요. 요랑님."
당서윤은 입가에 환한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리고 요랑님 하나 약속 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무슨 약속?"
요랑은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앞으로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참지 말고 꼭 말해주기로 말이에요."
당서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아쉽게도 저는 다른 이의 마음을 읽는데는 너무나도 서툴답니다. 말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경우가 수두룩하죠. 그러니까 말해주셨으면 해요. 요랑님이 어떤게 서운하고 어떤게 가슴이 아픈지 상세히 말이에요."
당서윤은 부드러운 눈빛으로 요랑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래 주실 수 있나요?"
"..........으응"
그녀의 말을 들은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약속할게."
그 모습을 본 당서윤은 작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하는 행동이 너무나 귀여웠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당서윤 또한 새끼 손가락을 내밀었다.
이내 두 손가락이 맞닿았더니 서로를 감싸안았다.
결코 놓지 않겠다는듯이 말이다.
"자, 이제 내빈실로 가기로 해요."
"내빈실?"
"네, 거기서 다들 기다리고 있거든요."
당서윤은 살짝 미소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말을 들은 요랑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다른 이들도 빨리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요랑님!"
"요랑님!"
요랑이 내빈실에 당도하자 당대부인과 금적화가 그녀를 반겨주었다.
"당대부인!"
요랑은 그중 가장 반가운 당대부인에게 그대로 안겨들었다.
"말없이 어딜 가신거에요. 걱정했잖아요!"
요랑이 무사한 것을 확인한 당대부인은 눈물을 흘리며 말을 이었다.
"미안해....다신 안그럴게..."
요랑은 반성한듯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평소 자신을 가장 아껴주는 이는 당대부인이었다.
당과도 챙겨주고 전병도 챙겨주고 무릎베개도 해주고 젖통도 주물럭거릴 수 있도록 꺼리김없이 내줄 정도로 말이다.
그런 그녀에게 말없이 가출했다는 생각을 하니 미안함이 치솟았다.
"괜찮아요...다신 안그러면 되죠."
당대부인은 그런 요랑을 애정어린 손길로 듬뿍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요랑은 그런 당대부인의 거대한 가슴에 안겨 마음껏 온기를 즐기기 시작하였다.
"요랑님.....죄송해요."
그때 귓가에 금적화의 기어들어가는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따지고 보면 과중업무를 내린 그녀의 잘못이 없는 것도 아니기에 사과를 표한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모두의 격한 반김에 기분이 좋아진 요랑은 맑게 웃으며 답을 하였다.
평소라면 콧방귀를 실컷 뀌고 고개를 홱 돌려버릴 그녀였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았기 때문이었다.
요랑은 기분이 좋았다.
모두에게 호되게 질책을 당할 줄 알고 지레 겁을 집어먹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모두 따뜻하게 맞아주었기 때문이었다.
'다시는 가출 안해야겠다.'
그리고 생각하였다.
앞으로는 가출 같은건 하지 말자고 말이다.
이렇게 자신을 아껴주는 이들이 수두룩한데 뭣하러 가출을 한다는 말인가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다는 생각이 든 요랑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띠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