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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79화 (380/1,419)

〈 379화 〉 380. 거래에 응하다.

'이걸 패? 말아?'

선우는 이예설을 바라보며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어떤 선택을 해야할지 쉽사리 감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마음같아선 묶어놓고 먼지나게 패버린 뒤 작열독으로 조져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다.

어디 인질로 있는 년이 주제도 모르고 거래 제안을 한다는 말인가

이런게 있습니다. 주인님하면서 갖다바치지는 못할 망정 말이다.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게 된다면 제대로 된 협조를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였다.

심사가 뒤틀린 그녀가 제대로 된 협조를 하지 않거나 엉뚱한 방향으로 안내하게 된다면 말짱 도루묵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와락

선우는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이예설은 자신의 급박함을 이용하고 있었다.

요랑이 얼마나 위험한 시한폭탄인지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듯하였다.

"원하는게 뭔데?"

이내 선우는 낮은 음색으로 입을 열었다.

일단 무엇을 원하는지부터 들어볼 심산이었다.

만약 천무맹으로 되돌려보내달라거나 자유를 달라는 개소리를 지껄이면 미련 없이 작열독을 흘릴 심산이었다.

요랑을 찾는 것도 중요하였지만 이예설을 감시하는 것도 무척이나 중요한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참고로 풀어달라는 개소리는 사양이다."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저도 그런 소리가 안통할 거라는 것 정도는 인지하고 있어요."

선우의 말을 들은 이예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제가 원하는 건 하나예요. 저를 지지해주세요."

"뭐?"

선우는 의아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에게 물었다.

지지를 해달라니

이건 또 무슨 헛소리란 말인가

"현재 천무맹에서 공문이 내려왔어요. 천무맹의 후계를 경쟁을 통해 정하겠다는 공문이 말이에요."

이예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거랑 내 지지를 받는 거랑 무슨 상관인데?"

"맹주께서 말씀하셨어요. 훌륭한 인재를 휘하에 품는 것 또한 지배자의 미덕이라고 말이죠. 후계 경쟁에 참전하기 위해서는 삼십세 이하의 후기지수들을 다섯을 모아야해요. 그것도 무척이나 훌륭한 인재를 말이죠."

이예설은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정신 나갔냐? 내가 그걸 들어줄 것 같아?"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코웃음을 치며 입을 열었다.

그녀가 허황된 말을 한다고 여겼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공식적인 신분이 무엇이란 말인가

사천을 지배하는 사천당문의 가주

독왕 당진철의 제자이자 독서시 당서윤의 정혼자가 아니던가

당가와 뼛속 깊은 곳까지 연관되어 있는 자신이 어찌 당진설을 버리고 이예설을 지지한다는 말인가

"네. 충분히 가능성있다고 생각해서 말씀드리는 거에요."

이예설은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지랄하고 있네. 그냥 작열독이나 맞자."

선우는 이예설이 헛소리를 치부한다고 여기고 그대로 독기를 모으기 시작하였다.

말장난으로 시간을 때울 바엔 강제로 협조를 얻어내는 편이 빠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잠...잠시만요!"

선우가 독기를 끌어모으자 이예설은 다급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이번 후계 경쟁에는 저도 참가하게 될거라고요!"

"어쩌라고?"

"경쟁에 참가하게 되면 필연적으로 아버지와 마주치게 될텐데. 저를 입막음할 방법은 강구해두셨나요?"

"............아니?"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답을 하였다.

그런 방법따위 생각해본적 없었다.

애초에 후계 경쟁이라는 말조차 지금 처음 듣는 소리인데 어찌 입막음할 방법을 강구해둔다는 말인가

"그럼 어떻게 하시려고요? 지금은 이렇게 잡혀있지만 아버지 앞에 서게 된다면 무슨 말을 할지 모를텐데 말이에요."

"아직도 정신 못차렸나봐?"

선우는 붉게 물든 손을 위협적으로 내밀며 입을 열었다.

"공포로 인한 통제는 일시적일 뿐. 완전한 통제는 불가능해요. 오줌을 지릴 정도의 고통을 당한다해도 아버지가 앞에 있다면 저는 언제고 제게 일어났던 일을 전부 고할 거에요."

이예설은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럼 참가하지 않으면 되잖아?"

선우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가 참가를 하지 않으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일이었다.

"제 입으로 이런 말을 하긴 뭣하지만 저는 현재 후계자들 중 가장 우승 후보에 가까운 사람이에요. 그런 제가 후계 경쟁에 참가하지 않는다면 의심을 품을 걸요?"

"갑자기 깨달음을 얻고 권력욕 따위는 부질없음을 깨달았다고 하면 되지."

"흥, 사람들이 그걸 믿을 것 같아요? 분명 의심을 받을 거예요. 특히 저를 지지하고 있던 천무맹의 수뇌부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당가로 찾아올거라고요."

"............."

이예설의 말을 들은 선우는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고민에 잠겼다.

확실히 그녀는 이재원의 자식들 중 가장 후계자에 가까운 자식이었다.

정실의 소생이라는 출신은 보수적인 성향을 가진 수뇌부들의 지지를 이끌었고 뛰어난 무공 실력과 꽤나 아름다운 외모 그리고 나쁘지 않은 전공은 젊은 무인들의 지지를 이끌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별안간 불참을 선언한다면 의심을 받을 것이 뻔하였다.

의심뿐이 아니었다.

그녀가 머물고 있는 당가까지 찾아올 이도 수두룩할 것이다.

그녀의 신변에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하고 말이다.

'이거 외통수같은데?'

선우는 생각하였다.

생각보다 골치아픈 일이 일어난 것 같다고 말이다.

"저는 지금 당가에게 동맹을 제안하는 거에요. 과거의 나쁜 일따위는 전부 청산해버리고 서로 미래지향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있는 동맹을 말이에요."

선우가 고민하는듯한 기색을 보이자 이예설을 재빨리 말을 이었다.

"당가 입장에서도 천년만년 저를 붙들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잖아요? 이참에 서로 원한 같은건 전부 훌훌 털어버리는거예요. 제가 후계위에 오를 수만 있다면 그간 있었던 일은 전부 잊어드릴게요. 뿐만 아니라 당부인 못지 않은 천무맹의 지원을 약속할게요."

이예설은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진중하기 그지 없는 표정을 지었다.

설마하니 이예설이 이런 제안을 해올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끽해야 풀어달라고 징징댈줄 알았건만 동맹을 제안하다니 말이다.

"당가 입장에서는 나쁠게 하나도 없어요. 저와 틀어진 관계를 회복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후계위에 오르는 순간 어마어마한 지원까지 받게 될테니까요."

"당 부인과 사이가 틀어지는 건?"

선우는 제 좋을대로 말하는 이예설을 보며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어찌 나쁠게 하나도 없다는 말인가

그녀의 제안을 수락하는 순간 가주의 여동생인 당진설과의 사이는 완전히 틀어지게 된다.

그간 쌓아온 친분들이 무용지물이 되는 것이다.

"이미 당부인은 외인이잖아요? 그런 상황에서는 좀더 이득이 되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낫지 않나요?"

"이득이라고?"

"네, 이득이요. 예를 들어 그간의 원한은 전부 청산한다던가 육부인을 찾는 것에 협조한다던가 뭐 이런거요."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민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 오히려 더욱더 좋을 수가 있었다.

그녀를 지지함으로서 꽤나 위급한 일이 두개나 동시에 해결되니 말이다.

"내 선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

선우는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독단으로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상의를 해야했다.

당서윤과 당대부인 그리고 금적화와 말이다.

혹한다고 멋대로 약속할 수는 없었다.

"뭐, 저도 바로 대답이 나올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선우의 말을 들은 이예설은 고개를 살짝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럼 거래조건을 바꿀게요."

이예설은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가주께 제안을 해줘요. 저를 지지하는 것이 어떠냐고 말이에요."

"가주께?"

"어차피 결정권한은 당 가주께 있잖아요. "

선우의 물음에 이예설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입을 열었다.

"그걸로 괜찮겠어?"

"충분해요. 가주께서도 생각이 있다면 제 제안을 받아들일테니까요."

이예설은 자신있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녀는 자신이 있었다.

당진철이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일 것이라는 자신이 말이다.

자신의 제안은 무척이나 합리적이었고 효율적이었다.

물론 가족의 정에 연연하는 이라면 거절할지도 모르겠지만 그녀가 봐온 당진철이라면 분명 수락을 할 것이다.

가족의 정보다는 가문의 영광을 더욱더 우선하는 남자였으니 말이다.

"좋아, 일단 말해보도록하지."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무조건적인 지지가 아니였으니 수락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좋아요."

선우의 말을 들은 이예설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리고 천천히 몸을 돌리더니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하였다.

"어디가?"

선우는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물었다.

"따라와요. 선금이에요."

이예설은 슬쩍 고개를 돌린 후 미소를 지은채 말을 이었다.

그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이내 두 남녀는 집무실을 완전히 벗어나버렸다.

***********

"콰아아아아아아악!"

산간 마을에 들어선 요랑은 거체를 움직이며 괴성을 내질렀다.

그녀가 괴성을 내지를 때마다 어마어마한 독기가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뿜어져나온 독기는 온사방으로 튀겨지더니 이내 닿는 것들을 전부 부식시키기 시작하였다.

닭, 돼지, 소는 물론 심지어 건물까지 부식시켜버렸다.

부우웅

콰콰쾅

부우우웅

콰콰쾅

뿐만 아니라 그 거대하기 짝이 없는 다리를 휘둘러 파괴작업을 이어나가기 시작하였다.

객잔은 물론 포목점, 대장간, 푸줏간, 민가 할 것 없이 전부 부수고 아작내며 마을을 엉망진창으로 만들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악!"

요랑은 그렇게 많은 것들을 부숴버렸음에도 성이 풀리지 않았는지 더욱더 거대한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파괴 행위를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가히 모든 것을 부서버릴 것처럼 말이다.

'........요랑.'

옥령은 그런 요랑을 침중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야할지 마땅한 해결책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요랑을 떼어낸 후 마을 사람들을 안전히 대피시킨 그녀였다.

대피과정에서 어느정도 마찰이 있긴 했지만 건물 하나를 두동강내니 모두가 협조적인 자세를 취해주었다.

그리고 모든 사람들을 대피시킨 순간 요랑이 당도하였다.

마을에 도착한 요랑은 쉴새없이 파괴 행위를 이어갔다.

독기를 내뿜어 독지대를 만들고 거대한 다리를 휘둘러 건물을 부숴버렸다.

가히 자연재해나 다름없는 위용을 보이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옥령은 고민에 빠졌다.

지금이라도 그녀를 죽여야하지 않을까라는 고민에 말이다.

빠르게 대피시킨 덕분에 인명피해는 전무하였지만 세상 일은 모르는 것이다.

만약 흥분할 대로 흥분한 요랑이 그대로 더욱더 큰 마을로 가게된다면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번에는 마을에 상주하는 이들이 얼마 없어 빠른 대피가 가능했지만 그녀가 습격하는 마을의 규모가 더욱더 컸다면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말것이다.

그렇기에 고민이 앞섰다.

그런 최악의 상황이 일어나기 전에 그녀를 막아야할지 진정하길 기다려야할지 말이다.

"키에에에에에에에에엑!"

그때 요랑의 울음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옥령에게 울음소리는 무척이나 괴로웠고 구슬프게 들려왔다.

마치 고통을 호소하면서 슬픔에 젖어든 것처럼 말이다.

'너도 괴로운 거니? 요랑.'

그 울음소리를 들은 옥령은 생각하였다.

지금 요랑이 괴로워하는게 아닐까하고 말이다.

꽤나 오랫동안 요랑을 봐온 옥령이었다.

그렇기에 요랑의 본래 성품이 파괴적인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알고 있었다.

비록 요랑이 영물이긴 하였지만 그녀는 때묻지 않은 아이 같은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싸우는 것보단 수다를 좋아하고 인육을 먹는 것보다는 당과를 먹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와 같은 성품 말이다.

그런 그녀가 마을을 부수고 독지대를 만들며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이는 필시 괴로움을 토로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였다.

오직 본능에 따라 움직이는 괴물이 되어버린 스스로에 대한 괴로움이 말이다.

꽈악

이내 옥령이 검자루를 꽉 움켜쥐었다.

그녀에게 안식을 줘야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울부짖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가슴이 너무나도 아팠다.

어찌 괴물이 되어버린 친우를 보고 가슴이 아프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질끈

옥령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미안해요, 요랑.'

그리고 그녀에게 사과를 하였다.

만약 자신이 더욱더 강했더라면

만약 자신이 현경에 다다랐다면

그녀를 제압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자신의 경지는 화경의 상경에 불고하였다.

이런 실력으로는 그녀에게 안식을 주는 것이 전부일 것이다.

'더이상 고통받지 않게 해줄게요.'

우우우우우웅

그녀의 몸 주위로 내력이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솨아아아아악

이내 요동치던 내력들이 몸에 스며들더니 순백색의 빛을 발하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온몸은 완전히 빛 그 자체로 변하게 되었다.

슈슉

옥령은 몸을 순식간에 광자화시켰다.

그리고 그대로 요랑에게 달려들었다.

새햐얀 빛의 검날이 요랑을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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