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77화 (378/1,419)

〈 377화 〉 378. 전말을 전해듣다.

쿠쿠쿵

열 두척의 거체가 움직이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움직일 때마다 땅이 울렸으며 거대한 굉음이 터져나왔다.

거대한 덩치에 비례하여 무게 또한 증가했다는 증거이리라

"콰아아아아악!"

거대해진 요랑은 옥령을 향해 앞발을 휘둘렀다.

부우우우웅

거대한 앞발이 옥령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 모습을 본 옥령은 재빨리 거리를 벌렸다.

쿠쿠쿵

이내 옥령이 있던 곳에 요랑의 팔이 내려쳐지더니 땅을 부숴버렸다.

부우우우웅

요랑은 이번에는 반대쪽 앞발을 휘둘렀다.

사람 크기만한 앞발이 다시금 옥령을 향해 쇄도하였다.

콰콰콰쾅

이내 앞발이 땅을 내려치더니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퍼져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악!"

본능만 남아버린 요랑은 괴성을 질렀다.

자꾸만 공격을 피해버리는 사냥감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콰콰쾅

콰콰쾅

콰콰쾅

요랑은 앞발 뿐 아니라 다른 여섯개의 발까지 사용하여 옥령을 쇄도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느린 속도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인듯 싶었다.

이내 여덟개의 다리가 온 사방을 헤집어버렸다.

슈슉

슈슉

옥령은 빠르게 걸음을 옮기며 그녀의 공격을 피하였다.

힘과 단단함이 대폭 올라간 대신 속도는 절망적으로 낮아진 요랑이었다.

피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문제는 요랑의 이동이었다.

그녀는 자신을 잡기 위해서 독지대를 늘리며 조금씩 전진하고 있었다,

만약 이대로 가다간 온 산천이 독지대로 바뀌게 될 뿐아니라 마을까지 당도할지도 몰랐다.

지금 그녀의 상태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제압해야했다.

옥령은 내력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발을 들어 땅을 디뎠다.

콰쾅

그러자 땅이 패이면서 울림이 터져나왔다.

옥령은 패인 땅을 디딤삼아 그대로 신형을 날렸다.

이내 그녀의 신형이 사라졌다.

차르르르르르

콰콰쾅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검은 요랑의 앞발과 닿았고 이내 굉음이 터져나왔다.

콰아아아아앙!

"캬아아아아아악!"

요랑은 괴성을 질렀다.

앞발에서 어마어마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요랑은 더욱더 발광하며 온몸을 뒤흔들었다.

그럴 때마다 주위에 있던 산천초목들이 전부 무너지고 부서지고 붕괴하였다.

옥령은 그런 요랑의 반발을 신경쓰지 않은 채 다리들을 하나 둘씩 부서버리기 시작하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요랑의 모든 다리가 부서져버리고 말았다.

옥령의 초월적인 쾌검에 버텨내지 못한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옥령은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그녀를 성공적으로 제압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꿈틀 꿈틀

촤아아아아아악

하지만 그녀의 생각은 아쉽게도 빗나가게 되었다.

부서버렸던 다리들이 순식간에 재생되었기 때문이었다.

"콰아아아아아악!"

요랑은 재생된 다리들로 다시금 옥령을 공격하기 시작하였고 옥령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러다간 끝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어떡하지.'

그녀와 대치하던 옥령은 고심에 잠겼다.

아무래도 그녀를 제압하는 것은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저 수족만 잘라내면 그만이었지만 요랑에게는 초월적인 재생능력이 있었다.

그 초월적인 재생능력은 제압조차 힘들게 만들었다.

아무리 수족을 잘라내도 그대로 재생해버리는데 어찌 그녀를 제압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고 죽일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녀는 선우와 자신의 친구였다.

어찌 친우를 쉽사리 죽일 수 있다는 말인가

골머리가 아파오는 것이 느껴졌다.

"콰아아아아아악!"

그때 괴성과 함께 다시금 다리가 날아들었다.

슈슉

옥령은 재빨리 다리를 피하면서 생각하였다.

일단 할 수 있는데까지 해보자고 말이다.

옥령은 다시금 검을 고쳐쥐었다.

그리고 발을 내딛으며 그대로 몸을 앞으로 쏘아보냈다.

콰쾅

썩둑

이내 그녀의 신형은 사라져버렸고 요랑의 다리를 잘라내버렸다.

"꺄햐하아아아아아악!"

그녀는 생각하였다.

재생할 수 없을 때까지 잘라내버리자고 말이다.

옥령의 눈빛이 더할나위없이 진지하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

"하아...하아...하아..하아.."

옥령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끊임없이 그녀의 다리를 베면서 상당한 체력을 소실한 까닭이었다.

그녀가 이번 깨달음을 통해 얻은 힘은 광검光劍이었다.

몸과 검을 순식간에 광자화하여 극한의 속도를 얻는 방법이었다.

물론 신체의 내구도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정말 빛이나 다름없는 속도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몸이 허락하는 최고의 속도를 낼 수 있게 된 것이다.

문제는 몸에 가해지는 부하였다.

속도가 빠르면 빠를 수록 어마어마한 부하가 느껴졌고 이내 근육과 뼈 그리고 힘줄이 비명을 지르게 되는 것이다.

지금 상태가 그러하였다.

근육이 비명을 질렀고 뼈가 신음을 내뱉었으며 힘줄이 고통을 호소하였다.

요랑을 쉴새없이 베어가며 무리가 온탓이었다.

'이제 곧 한계다.'

그녀는 생각하였다.

한계가 머지 않았다고 말이다.

이러면 요랑보다 자신이 먼저 지쳐서 나가 떨어질 것이다.

옥령은 슬쩍 시선을 올려 요랑을 바라보았다.

"콰아아아아아아악!"

다리가 셀수도 없이 많이 잘려진 그녀였지만 아직까지는 버틸만 한듯 보였다.

재생속도가 느려지긴 했어도 힘은 넘쳐났으니 말이다.

옥령은 고민에 빠졌다.

그녀와 대치하다보니 어느새 마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공터까지 와버렸다.

여기서 더 밀려나게 된다면 요랑은 산간 마을에 재앙으로서 군림하게 될 것이 뻔하였다.

그렇기에 고민이 들었다.

여기서 요랑을 죽여야할지 말아야할지 말이다.

요랑에 대한 호의로 가득 차 있는 그녀였지만 요랑에 의해 다른 사람이 죽는 것은 사양이었다.

그것도 아무런 잘못도 하지 않는 무고한 사람들이 말이다.

옥령의 눈빛이 침중하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고심에 잠기게 되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옥령은 검을 천천히 들어올렸다.

요랑이 좋은 그녀였다.

그녀는 처음 만난 이후 수많은 감정 교류를 나눴던 친구였다

당가에서 지내면서도 외인이라는 동질감을 가지고 있던 동료였다.

그런 그녀였기에 막아야했다.

그녀가 크나큰 죄악을 저지르지 않도록 말이다.

옥령은 광자화된 검을 치켜들었다.

우우우우우우웅

이내 그녀의 주위에 순백색의 빛무리가 발산되기 시작하였다.

광자화되기 전의 징조이리라

그녀는 눈을 번쩍였다.

이제 발만 내딛으면 끝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옥령은 마지막으로 요랑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괴성을 내지르며 온몸을 휘젓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이 마치 울면서 떼를 쓰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죄책감이 느껴졌다.

조금 더 그녀를 신경쓸 것을

조금 더 그녀의 마음을 헤아려 줄 것을

조금 더 그녀는 보듬아줄 것을 말이다

옥령은 한줄기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자세를 잡았다

그녀가 고통을 느낄새도 없이 단숨에 심장을 꿰뚫어버릴 심산이었다.

콰콰쾅

그녀는 땅에 발을 내딛었다.

그와 동시에 땅이 패이더니 그녀의 신형이 앞으로 쏘아져나갔다.

'요랑, 미안해.'

그녀는 요랑에게 용서받을 수 없는 사과를 하며 그대로 몸을 날렸다.

쇄애애애액

그녀의 검이 요랑의 심장을 향해 쇄도하였다.

그때 이변이 일어났다.

쇄도하던 검이 그대로 비틀리더니 허공을 향해 솟구쳐버린 것이었다.

옥령의 신형은 그대로 검을 따라갔고 이내 그녀는 근처에 착지를 하였다.

바닥에 안전히 착지한 옥령은 침중한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요랑을 죽이지 못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검을 내지르는 순간 불현듯 그녀와의 추억이 떠올랐다.

그녀에게 위로 받았던 일.

그녀와 같이 싸웠던 일.

그녀를 통해 많은 웃음을 지었던 일.

이 모든 것들이 말이다.

세상에 소중한 이가 그리 많지 않은 그녀였다.

그런 그녀에게 스스로의 손으로 소중한 이를 죽이라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못해.'

그녀는 생각하였다.

자신이 요랑을 죽이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이다.

"콰아아아아악!"

이내 인면지주의 모습을 한 요랑이 다시금 옥령을 덮쳐오기 시작하였다.

옥령은 재빨리 신형을 이동하였다.

그리고 산 어귀에 있는 마을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사람들을 대피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옥령의 신형은 흐릿해지더니 이내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콰아아아아악!"

요랑은 갑자기 사라진 사냥감를 찾으며 괴성을 내질렀다.

오직 사냥 본능만 남아있는 요랑에게 사냥감의 도주는 무척이나 수치스러운 일이었다.

어찌 자신과같은 완벽한 사냥꾼이 사냥감을 놓친다는 말인가

요랑은 후각을 극대화시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 그녀의 냄새가 맡아지기 시작하였다.

"콰아아아아아악!"

요랑은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이내 빠르게 거대한 다리를 옮기기 시작하였다.

다리를 옮기는 요랑의 눈에는 혈광이 빛나기 시작하였다.

***********

덜컹 덜컹 덜컹

길다란 마차 행렬이 요란하게 관도를 달리기 시작하였다.

행렬에 있는 마차들은 하나같이 때가 잔뜩 타있었고 여기저기 크고작은 흠집이 나있었다.

그 모습으로 미루어 보아 마차들이 상당한 장거리를 오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덜컹 덜컹 덜컹

관도를 요란하게 달리던 마차는 이내 사천당문이라는 현판이 달려있는 거대한 대문 앞에서 멈춰서게 되었다.

그러자 대문을 지키던 수문위사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마차의 정체를 한눈에 파악한 까닭이었다.

"수색대!"

그렇다.

대문 앞에 멈춰선 마차의 정체는 수색대였다.

일곱 달 전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파견된 연맹의 수색대인 것이다.

"고생했다."

그때 수문위사의 귓가에 무척이나 낯이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 놀란 수문위사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이내 볼 수 있었다.

마차 지붕 위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한 사람의 청년을 말이다.

"문을 열거라."

청년은 수문위사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네?"

순간 멍을 떄리고 있던 수문위사는 바보같은 물음을 내뱉었다.

그 모습을 본 청년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아무래도 눈앞에 수문위사가 사태파악을 제대로 못한듯 보였기 때문이었다.

"독왕의 제자이자 당가의 영웅인 장선우가 돌아왔다! 조속히 문을 열도록 하라!"

선우는 목소리에 내력을 담아 그대로 고함을 내질렀다.

그러자 온 사방이 울려퍼지더니 천지가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크으윽!"

당문의 정문을 지키고 있던 수문위사들이 일제히 귀를 막았다.

어마어마한 공력에 귀가 찢어질듯 아파왔기 때문이었다.

'너무 심했나?'

그 모습을 본 선우는 머쓱한 심정이 들었다.

딴에는 당당하게 복귀를 알릴 심산으로 내지른 고함이었는데 그 정도가 심해진듯하였다.

'에이, 이정도야 뭐.'

하지만 이내 느긋한 표정을 지었다.

임무를 마치고 온 당당한 복귀였다.

이정도 소란정도는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끼이이이이익

선우의 고함이 끝나기 무섭게 대문이 열리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감개무량한 심정으로 열리고 있는 대문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돌아온 것이다.

자신의 보금자리에 말이다.

분명 안에서는 정인들이 자신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두근 두근 두근

선우는 심장이 미친듯이 두근대는 것을 느꼈다.

사랑하는 여인들을 만날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가슴이 떨려왔기 때문이었다.

'먼저 가야겠다.'

문이 열리자 선우는 재빨리 마차 지붕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그대로 신형을 날리더니 이내 신법을 발휘하여 달려가기 시작하였다.

기다리고 있을 자신의 정인들이 있는 곳을 향해서 말이다.

*************

"뭐라고!?"

선우는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당감을 내려다보았다.

도저히 믿기지 않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지금..모두 자리에 안 계십니다."

당감은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아무도 없다니?"

선우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어찌 세가의 수뇌부라는 여인들이 한꺼번에 자리를 비웠다는 말인가

"꽃놀이라도 간거야?"

선우는 어이없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에게 되물었다.

"그게 아닙니다. 급박한 일이 생겨 모두 자리를 비우게 됐습니다."

"그 급박한 일이 뭔데?"

".......그...게.."

선우의 물음을 들은 당감은 말을 더듬기 시작하였다.

선우가 요랑을 얼마나 아끼는지 잘 아는 그였다.

만약 요랑이 가출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요랑 소저가 가출을 했어요.."

그때 뒤편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를 들은 선우는 재빨리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순백의 무복을 입고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오줌싸개?"

그녀를 본 선우는 당황하듯 말을 내뱉었다.

".....저한텐 이예설이라는 이름이 있어요."

선우가 내뱉은 수치스러운 말을 들은 이예설은 얼굴을 잔뜩 붉히며 말을 이었다.

"아니, 그보다 요랑이 가출이라니!?"

이내 선우는 불현듯 떠올린듯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말그대로예요. 요랑소저가 가출하게 되었어요. 당가는 지금 비상이구요."

이예설은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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