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6화 〉 377. 변이하다
콰콰쾅
요랑의 검은 다리와 옥령의 검이 맞부딪히더니 이내 충격파와 함께 굉음이 울려퍼졌다.
"더 강해졌나보네요?"
요랑의 다리와 대치하던 옥령이 슬쩍 미소를 흘리며 물었다.
"원래 강했어!"
요랑은 옥령의 검을 그대로 튕기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다른 쪽 다리로 옥령을 찔러들어가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액
매끄러운 검은 다리가 그대로 옥령을 향해 날아들었다.
챙
옥령은 재빨리 검을 역수로 돌려 그녀의 다리를 막아내었다.
쇄애애애액
그때 다른 다리 하나가 날아들었다.
챙
옥령은 역수로 막아낸 다리를 튕기며 다시금 다리를 막아내었다.
"이익!"
그러자 요랑은 분한듯 인상을 찌푸리며 남아있는 세 개의 다리들을 쉴새없이 내지르기 시작하였다.
챙 챙 챙
옥령은 날아드는 다리들을 여유롭게 받아치며 그녀와 대치를 이어갔다.
"나갈거야! 나갈거라고!"
요랑은 고함을 내지르며 더욱더 빠르게 그녀를 쇄도하였다.
부웅
거력이 담긴 다리들이 옥령에게 압박을 가하기 시작하였다.
"안돼요. 요랑이 나가면 선우가 슬퍼할거예요."
콰쾅
옥령은 그녀의 공격을 최대한 흘리며 말을 이었다.
"일곱 달동안 코빼기도 안비치는 놈이 슬퍼하긴 뭘 슬퍼해!"
요랑은 울분에 찬듯한 목소리로 언성을 높였다.
쇄애애액
쾅
요랑의 다리에 담긴 거력이 더욱더 강대해졌다.
부웅
이내 요랑의 다리를 맞받아친 옥령이 그대로 뒤로 밀려나기 시작하였다.
"금방 온다고 해놓고! 빨리 돌아온다고 해놓고! 계속 안오고 있잖아!"
요랑은 격앙된 감정을 그대로 토해내었다.
사실 요랑이 가출한 이유는 고된 업무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녀에게 선우는 무척이나 특별한 존재였다.
처음 인간형으로 탈피할 수 있게 만들어준 계기이자 동시에 뛰어넘고 싶은 목표와 같은 존재였다,
요랑은 그런 선우에게 인정을 받고 싶었다.
잘했다며 고맙다며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라며 잔뜩 예쁨을 받고 칭찬을 받으며 종국에는 인정을 받고 싶었다.
그런데 그런 선우가 코빼기도 비치지 않았다.
그저 처소에 의미없는 돈만 쌓일 뿐
가장 인정받고 싶은 이가 부재한 것이다.
허무함이 들었다.
그리고 회의감이 들었다.
결국 사나흘에 하루를 자며 일을 해봤자 즐겁지가 않는 것이다.
결국 극도의 허무함과 회의감은 그녀를 잡아먹었고 가출까지하게 만든 것이다.
"돌아올거에요! 약속했잖아요! 최대한 빠르게 돌아온다고!"
옥령은 다리를 튕겨내며 언성을 높였다.
선우의 부재에 정신적으로 힘든 것은 요랑만이 아니었다.
옥령 또한 만만치 않은 외로움과 설움을 느끼던 차였다.
평생을 함께하기로 약조한 연인이었다.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자신만의 연인이었다.
하루를 안봐도 백년을 보지 않은 것처럼 사무치는 마음이 드는 연인이었다.
그런 남자가 반년이 넘도록 깜깜무소식이었다.
밤마다 어마어마한 외로움이 몰려들었고 원망스러운 마음이 스며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그녀는 애써 그런 마음들을 물리쳤다.
믿고 기다리는 것 또한 사랑하는 연인을 위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한테 믿음을 강요하지마! 반년이면 돌아온다며! 근데 벌써 약속한 기한보다 한달이나 지났잖아! 선우는 어디있는건데!"
"사정이 생길수도 있는 거잖아요!"
"됐어! 안믿어! 떠날거야! 떠날거라고!"
콰쾅
다시금 요랑의 다리와 옥령의 검이 맞부딪히며 굉음이 터져나왔다.
"제가 놔줄것 같나요?"
옥령은 검에 내력을 더욱더 불어넣었다.
그러자 순백색의 강기가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옥령은 순백색의 검강을 요랑을 향해 그대로 휘둘렀다.
쾅
주르르르륵
이내 강기와 부딪힌 요랑은 뒤편으로 주르륵 밀려나게 되었다.
상상이상의 거력을 버텨내지 못한 것이었다.
"이이이익! 진짜 해보자는 거야?"
요랑은 화가 잔뜩 난 얼굴로 옥령을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말했을텐데요. 놔주지 않는다고요!"
옥령은 단호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그녀에게 강기를 날려댄 것은 미안한감이 있었지만 이대로 그녀를 보낼 수는 없었다.
선우는 떠나기 전 요랑을 부탁하였다.
그녀를 제어할 사람은 자신밖에 없다면서 말이다.
그런데 만약 요랑이 떠나가게 된다면 자신은 약속을 어긴 것이 되어버리리라
'그럴 수는 없어!'
옥령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정인과의 약속조차 못지키는 신의없는 여자가 되고 싶지는 않았다.
옥령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기 시작하였다.
"좋아, 날 원망하지마."
옥령의 단호한 태도를 본 요랑은 생각하였다.
봐줄 생각으로 대하면 안되겠다고 말이다.
솨아아아아아악
요랑은 내단 속에 있는 요력을 온몸에 퍼트리기 시작하였다.
우득 우득 우득
그러자 이변이 일어났다.
온몸이 들끓기 시작하더니 피부 위에 갑각이 덮여지기 시작하였다.
칠흑과도 같은 흑색의 갑각이 말이다.
우두둑
이내 갑각은 얼굴까지 완전히 뒤덮어버렸고 마치 전신 갑주를 입은 것과 같은 모습이 드러나게 되었다.
휘이이이이이잉
그리고 몸 주위에서는 어마어마한 요력이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
옥령은 긴장 어린 눈빛으로 그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그녀의 주위에서 기존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기세가 느껴진 탓이었다.
'강해.'
그리고 생각하였다.
아무래도 대충해서는 안되겠다고 말이다.
옥령은 내력을 극성으로 운용하였다.
우우우우웅
그러자 그녀의 몸 주위에 순백의 기운들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옥령은 일렁이는 기운들로 신체능력을 극한까지 끌어올렸다.
이내 그녀의 신체가 새하얗게 물들기 시작하였다.
쾅
옥령은 그런 그녀에게 곧바로 달려들었다.
기존과는 비교 안될 정도로 빠른 속도로 말이다.
쾅
이는 옥령 또한 마찬가지였다.
하얗게 물들어진 그녀는 빛살같은 속도로 요랑에게 달려들었다.
콰콰쾅
콰콰쾅
이내 두 여인들은 빠르게 움직이며 쉴새없이 격돌하기 시작하였고 굉음과 충격파가 여기저기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
콰쾅
옥령의 쾌검이 그대로 요랑에게 작렬을 하였다.
일검 이검 삼검 사검 오검
얼마나 많은 검들이 그녀에게 작렬하였는지 셀수도조차 없었다.
하지만 이런 우세한 면모를 보이고 있음에도 옥령의 표정은 그리 밝지 않았다.
그녀에게 제대로 된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는 것을 느낀 까닭이었다.
'단단해.'
옥령은 생각하였다.
요랑의 갑각이 상상이상으로 단단하다고 말이다.
갑각으로 온몸이 까맣게 물들여진 요랑은 빠르고 단단하였다.
어마어마한 강도를 자랑하는 갑각은 옥령의 쾌검을 몇번이나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생채기조차 허용치 않았다.
게다가 옥령의 속도를 어느정도 따라붙으면서도 반격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마저 가지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간 위험할 정도의 속도를 말이다.
옥령의 눈빛이 한없이 진지해지기 시작하였다.
쇄애애애액
요랑의 칠흑같은 다리가 옥령을 향해 빠르게 쇄도하였다.
창
옥령은 검면으로 그녀의 다리를 살며시 들어올려 궤도를 바꿔버렸다.
부웅
이내 그녀의 다리가 허공을 꿰뚫어버렸다.
으득
공격이 빗나가자 요랑은 이를 으득하고 갈았다.
뜻대로 되지 않으니 짜증이 치밀어올랐기 때문이었다.
옥령은 빨랐다.
그것도 따라잡는 것조차 버거울 정도로 말이다.
게다가 최속을 발휘하여 어찌어찌 따라잡아도 반격을 하여도 공격을 너무나 쉽게 흘려버렸다.
'이대론 안돼.'
요랑은 생각하였다.
이대로는 안된다고 말이다.
다행히 단단한 갑각 덕분에 피해가 전무한 상황이긴 했지만 내구도라는 것에 한계가 있었다.
강대한 옥령의 강기에 몇 번이고 부딪히다 보면 부서져버릴지도 몰랐다.
'그럴 순 없지.'
요랑은 옥령과 대치하며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그녀에게 승리할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요랑의 머리가 빠르게 회전하면서 옥령을 분석하기 시작하였다.
옥령이 자신을 앞서고 있는 것은 크게 두가지였다.
바로 속도와 기교였다.
속도면에서는 한 수가 뒤쳐지는 상황이었고 기교면에서는 비교하기도 부끄러울 정도로 차이가 났다.
이 격차를 뒤집어야했다.
갑각이 부서지기 전까지 말이다.
'으음'
요랑의 고심이 더욱더 깊어졌다.
그리고 이내 결론을 내렸다.
강점을 살리고 약점을 포기하자고 말이다.
우우우우웅
내단 속에 요력들이 요동치기 시작하였다.
우드드득 우드드득
요동치던 요력들은 요랑의 신체를 변화시키기 시작하였다.
그저 감싸고만 있던 갑각들이 더욱더 커졌다.
그리고 두터워졌으며 더욱 견고해졌다.
우두두둑
마치 본연의 인면지주로 돌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이내 요랑은 본래의 모습은 전혀 찾을 수 없게 변해버렸다.
완전한 인면지주로 탈피한 것이다.
"콰아아아아악!"
인면지주의 형태로 모습을 바꾼 요랑은 괴성을 내질렀다.
솨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어마어마한 독기가 옥령을 향해 뿜어져나가기 시작하였다.
타탁
그 모습을 본 옥령은 현묘하기 그지없는 보법을 발휘하여 독기의 범위에서 벗어나버렸다.
치이이익
그녀가 서있던 곳은 독기로 범벅이 되며 녹아들어갔다.
"콰아아아악!"
솨아아아아
요랑은 멈추지 않고 쉴새없이 독액을 흩뿌렸고 이내 온 사방에는 독기가 가득한 독지대로 바뀌어버렸다.
그리고 옥령은 요랑이 쉴새없이 날려대는 독액을 요령껏 피하며 독지대에서 벗어나기 시작하였다.
'성가셔.'
옥령은 인상을 찌푸렸다.
몸안으로 독기가 스며드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요랑이 품고 있는 독은 보통 독이 아닌듯 하였다.
간간히 내력으로 태워버리고 있긴 하지만 가까이 붙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내성이 없는 그녀로선 부담이 되었기 떄문이었다.
'안되겠어.'
옥령은 위기감이 들었다.
요랑의 독지대가 확장될 수록 전세가 불리해진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요랑이 독지대를 확장하기 전에 끝내야한다.
옥령은 내력을 더욱더 활성화시켰다.
아무래도 전력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우우우우우웅
그녀를 감싸고 있던 백색의 빛무리가 더욱더 강해지기 시작하였다.
이내 옥령의 몸이 완전히 새하얗게 변해버렸다.
머리와 얼굴 그리고 옷까지 전부말이다.
쾅
옥령은 그 상태로 발을 내딛었다.
그러자 굉음이 터져나가면서 땅이 깊숙히 패이기 시작하였다.
옥령은 패여버린 땅을 디딤삼아 그대로 몸을 쏘아보냈다.
그리고 이변이 일어났다.
그녀의 몸이 완전히 사라져버린 것이다.
"콰아아아악!"
그 모습을 본 요랑은 당황한듯 괴성을 내질렀다.
어찌 눈앞에 있던 그녀가 순식간에 사라진다는 말인가
차르르르
콰콰쾅
그때 갑자기 가슴을 감싸고 있던 갑각에서 굉음과 함께 충격파가 터져나왔다.
"끄아아아아아악!"
가슴에 어마어마한 충격을 받은 요랑은 비명성을 내질렀다.
충격이 안에 있는 연한 속살까지 닿았기 때문이었다.
차르르르
콰콰쾅
이번에는 등쪽에서 어마어마한 충격파가 전해져왔다.
"끄아아아악!"
요랑은 다시금 비명을 내질렀다.
감당키 힘들정도의 아픔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꽈아아아악!"
요랑은 가슴과 등에서 느껴지는 통증에 눈물을 슬며시 흘리기 시작하였다.
마치 과거 검환을 맞았을 때와 비슷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이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이제 그만 변이를 푸세요.."
그때 귓가에 담담한 옥령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하였다.
요랑은 재빨리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온몸이 순백색으로 물들어있는 아름다운 여인이 오롯히 서있었다.
옥령이었다.
"당신은 저를 이길 수 없어요."
요랑과 눈을 마주친 옥령은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당신을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요."
그녀는 간곡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녀는 간절하였다.
이제 막 깨달음을 통해 얻은 힘이었다.
도저히 통제가 되지 않는 것이다.
속도가 더욱더 빨라졌고 그에 따라 공격은 더욱더 거세졌다.
계속 대치를 이어갔다간 요랑이 다치고 말 것이다.
그녀는 속으로 빌고 또 빌었다.
부디 요랑이 멈춰주기를 말이다.
"콰아아아아악!"
하지만 그런 그녀의 바램이 무색하게 요랑은 괴성은 내지르며 더욱더 많은 독기를 뿜어대었다.
돌아가기 싫었다.
선우가 없는 곳에 오래 있고 싶지 않았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것이다.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선우를 찾을 것이다.
콰아아아아악
그녀의 요력과 독기가 더욱더 중첩되기 시작하였다.
이내 그녀의 몸집이 더욱더 커지기 시작하였다.
사척에 불과했던 덩치가 점점 커져갔다.
오척.....육척...팔척...열척...열두척까지
기존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의 크기로 변이를 시작하였다.
이내 요랑은 웬만한 전각보다 더욱더 거대한 몸집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이성이 날아가기 시작하였다.
인간 형태의 기억들이 하나둘씩 마음속 깊은 곳으로 잠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본능만이 남게 되었다.
사냥감을 사냥하겠다는 본능이 말이다.
"콰아아아아악!"
본능만이 남은 요랑은 괴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그녀의 괴성은 산천초목을 떨리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