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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75화 (376/1,419)

〈 375화 〉 376. 자유를 위해

벌컥

"큰일 났습니다!"

당감은 다급히 문을 열어젖히며 언성을 높였다.

"무슨 일입니까!?"

시뻘겋게 충혈된 눈으로 서류를 정리하고 있던 금적화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었다.

문을 두드리지도 않고 벌컥 들어온 그의 태도가 예법에 어긋났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따끔히 조언을 해줘야겠군.'

그녀는 생각하였다.

큰일을 듣고난 후 따끔히 조언해줘야겠다고 말이다.

"각주님이 사직서를 냈습니다!"

"..........각주요?"

당감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의아한듯 되물었다.

각주가 사직서를 내다니 그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아"

이내 그녀의 머릿속에 누군가의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그리고 금적화의 얼굴에 불안함이 스멀 스멀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각주라하면...혹시...재경각의?"

"맞습니다! 육부인께서 사직서를 제출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그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발끈하며 언성을 높였다.

요랑이 사직서라니

그게 무슨 어불성설한 소리란 말인가

"여기...사직서가.."

그녀의 고함을 들은 당감은 요랑이 쓴 서신하나를 건네주었다.

"..........."

서신을 받아든 금적화는 유심히 서신을 살펴보았다.

서신의 가장 윗 상당에는 사직서辭職書라는 글귀가 새겨져있었다.

그리고 그 밑으로는 이별을 고하는 요랑의 글씨가 새겨져있었다.

사직서를 본 금적화는 멍한 표정을 지었다.

도저히 현실감이 느껴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월봉을 지급하기로 약속을 받은 후 더욱더 책임감을 갖고 일하던 그녀였다.

그녀가 있었기에 재정적인 업무의 부담을 대폭 줄여버릴 수있었다.

그런데 그런 그녀가 떠나버린 것이다.

그것도 달랑 사직서辭職書라고 쓰여있는 종이쪼가리 하나 던져두고 말이다.

이걸 어찌 받아들인다는 말인가

"이걸 말리지 않고 그대로 냅둔 겁니까!"

이내 정신을 차린 금적화는 당감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화가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요랑은 대체할 인력이 없는 어마어마한 재원이었다.

그런데 어찌 그런 이가 나가는 것을 말리지도 않고 사직서나 전달한다는 말인가

"필사적으로 말려봤지만 소용없었습니다."

당감은 송구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정말 필사적이었던것 맞습니까?"

금적화는 의심스럽다는듯이 말을 이었다.

"화분에 열 번정도 처박히고 깨달았습니다.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죠. 결국 각주님을 놓아드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화분에요!?"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에 못 보내드린다고 하니 진짜 흙을 넣더군요. 그것도 열번이나 말이죠."

당감은 슬픈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

그 모습을 본 금적화는 탓하려는 마음이 쏙 들어가는 것을 느꼈다.

당감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는 것을 느낀 까닭이었다.

"어디로 간다고 하던가요?"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는 않았다고 하셨습니다. 다만."

"다만?"

"어디든 재경각보다는 낫다고 하셨습니다."

"............."

당감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입을 꾹 다물었다.

그녀를 너무 가혹하게 혹사시킨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요근래 월봉값을 하라며 그녀에게 상당량의 업무를 부담시킨 그녀였다.

그게 화근이 된듯하였다.

이렇게 사직서를 써놓고 도망을 간 것을 보면 말이다.

그녀는 깊이 반성하였다.

영물이라고 여기긴 하였지만 정신력이 무한한 것은 아닌듯 하였기 때문이었다..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어서 그녀를 찾아야해요!"

금적화는 재빨리 자리에서 일어나며 언성을 높였다.

"사직서는..?"

"절대 수리 안해줍니다! 기각 합니다!"

금적화는 고개를 재빠르게 도리질치며 말을 이었다.

"일단 당감 당가의 무인들을 풀어 추척을 지시해주세요."

"추적한다고 오시겠습니까?"

당감은 회의적인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녀를 쉼없이 설득하려고 노력하였던 당감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 그녀가 얼마나 확고한지도 알게된 그였다.

"위치만 추적해주세요! 설득은 저나 가주 대리 그리고 당대부인이 하겠습니다."

그 말을 들은 금적화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곧바로 무인들을 풀어 갈만한 곳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당감은 고개를 살짝 숙였다.

그리고 그대로 밖으로 나가버렸다.

한시라도 빨리 요랑의 위치를 수색할 심산이었다.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금적화도 재빨리 자리를 이동하였다.

가주에게 이 사실을 곧바로 보고할 심산이었다.

***********

"뭐라고요!?"

당서윤은 놀란듯 금적화를 바라보았다.

전혀 예상치도 못한 소식을 접하였기 때문이었다.

"그게 정말입니까?"

"당감을 통해 사직서를 제출 받았습니다"

금적화는 사직서를 건네며 말을 이었다.

사직서를 건네받은 당서윤은 심각한 표정을 지은 채 서신에 적힌 글을 읽었다.

동글 동글한 귀여운 글씨체가 눈에 띄었다.

요랑이 써내려간 것이 분명해보였다.

그다음 눈에 띈 것은 떠나간다는 내용이었다.

당서윤의 표정이 침중하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대체 얼마나 혹사를 시켰으면 가출을 한다는 말입니까!"

당서윤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금적화를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죄송합니다. 이번에 선출된 신입들이 단체로 퇴사를 하는 바람에 업무량이 과중된듯합니다."

금적화는 나름의 변명을 하였다.

요랑을 상당히 부린 것은 맞지만 이번에는 살짝 억울한 감이 있었다.

그녀 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퇴사자들의 업무를 분담했기 때문이었다.

"어디 이번 일 때문에 그렇겠습니까? 그간 쌓이고 쌓였던 것이 폭발한 것이지요."

금적화의 변명에도 불구하고 당서윤은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꾸짖듯 말을 이었다.

".....죄송합니다."

당서윤의 꾸짖음을 들은 금적화는 고개를 숙였다.

잘한게 없다는 것을 스스로도 인지한 까닭이었다.

"후우...됐습니다. 이제와서 탓해봤자 소용없지요."

그녀의 사과를 들은 당서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어디로 가는지, 위치는 파악이 됐습니까?"

"어디를 갈지 정하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일단 당감을 통해 추적대를 보내었습니다."

"잘했습니다. 일단 저희 모두 이동하기로 하죠."

"알겠습니다."

"저는 요랑님을 쫓겠습니다. 삼부인께서는 옥령 소저에게 가주세요."

"옥 소저에게요?"

당서윤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의아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별안간 옥령은 왜 찾는다는 말인가

"유사시 요랑님을 강제할만한 분은 그분밖에 없으니까요."

당서윤은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꼭..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요?"

"있어요. 기억 안나시나요요? 요랑님을 잠깐 방치했다가 황보세가가 무너진 일이요."

".......아"

그녀의 말을 들은 금적화는 탄식을 내뱉었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기억이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예전에 선우가 요랑을 일각정도 방치했던 일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방치는 어마어마한 결과를 불러일으켰다.

무림을 이끌어갈 차세대 후기지수라고 불리우는 용봉들과 척을 지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태가 더욱더 심각해져 오대세가와 전쟁마저 벌일 뻔 하였다.

다행히 선우의 피나는 노력으로 어느정도 무마하긴 하였지만 아직도 그때만 생각하면 오금이 저려왔다.

그리고 이내 금적화의 얼굴이 창백하게 바뀌기 시작하였다.

이번 사안이 보통 심각한 사안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위험하였다.

천하제일미에 가까운 요랑이 마음껏 돌아다닌다면 말이다.

고작 일각만에 그런 대형사고가 났는데 완전히 가출해버리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다.

"당장 옥령 소저께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금적화는 창백한 얼굴로 당서윤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당서윤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주억거렸다.

***********

재경각을 나온 요랑은 곧바로 처소로 향하였다.

가기전 몇 가지 챙길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처소 안으로 들어간 요랑은 제일 먼저 면사부터 챙겼다.

그동안 세상에 찌들 때로 찌들면서 스스로의 외모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깨닫게 된 그녀였다.

또다시 면사 없이 밖으로 나돌아댕긴다면 화를 입을 수도 있었다.

'이쁜것도 죄라니까.'

요랑은 콧노래를 부르며 면사를 뒤집어썼다.

그다음 챙긴 것은 돈이었다.

재경각주로서 업무를 시작한 후 돈의 중요성에 대해 무엇보다 잘 알게된 그녀였다.

돈은 중요하였다.

인간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돈만 있다면 어딜가든 대우받고 풍족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요랑은 부피가 큰 은자 대신 휴대하기 용이한 전표를 다발로 챙긴 뒤 품안에 넣었다.

그녀는 품안에 든든함이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웃차"

면사와 옷, 전표 그리고 남아있는 당과로 짐을 꾸린 요랑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제 챙길만큼 챙겼으니 그대로 도망칠 심산이었다.

요랑은 처소를 한 번 둘러보았다.

매일 야근의 연속이라 자주 찾아오진 못하였지만 떠난다고하니 아쉬움이 들었다.

'안녕, 나중에 보자.'

요랑은 처소에게 아쉬운 작별을 고하고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별은 빠를수록 좋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

"랄라라라....랄라라라..라라라랄라라"

요랑은 신이 난듯 콧노래를 부르며 가벼운 발걸음을 옮겼다.

모든 것을 내던지고 도망가니 상쾌하기 짝이 없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햇살은 눈부셨고 바람은 산뜻했으며 공기는 상쾌하기 그지없었다.

햇빛도 안들어오고 퀘퀘한 종이냄새만 맡던 때와는 전혀 다른 광경이었다.

'그래! 이게 사는거지!'

요랑은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다시금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머지 않아 자신을 잡으러 당가의 무인들이 올 것이다.

그들에게 위치가 발각되기 전에 빠르게 이동해야했다.

잡혀봤자 자신을 강제할 순 없었지만 혹여 당대부인이나 당서윤과 만나게 된다면 마음이 약해질 것 같았다.

'그럴수는 없지!'

타탁

쇄애애애액

이내 요랑의 신형이 바람을 가르며 저 멀리 사라지기 시작하였다.

절대 잡히지 않겠다는 그녀의 의지가 엿보이는 속도였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요랑은 천천히 속력을 줄이기 시작하였다.

이 정도로 거리를 벌렸다면 당가의 무인들도 섣불리 쫓아오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요랑은 다시금 여유롭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햇볓과 바람과 산천초목들을 즐기며 유유자적 이동할 심산이었다.

"기분 좋은 일 있나봐요? 요랑소저"

"응! 완전 기분좋아!"

요랑은 환하게 웃으며 답하였다.

"어떤 일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지긋지긋한 당가에서 도망쳤어! 자유를 찾아서 말이야!"

요랑은 기쁜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런 당가에서의 생활이 고됐나보네요."

"완전 고됐다니까! 그런 헐값에 나같은 인재를 부려먹고! 완전 나빴어!"

요랑은 투정부리듯 말을 이었다.

"이렇게 고생하는 줄 알았으면 저라도 도와줄걸 그랬네요."

"아니야 옥령은 잡무같은 건 전혀 모르잖...아?"

순간 요랑은 무언가 깨달은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불안감이 잔뜩 서린 눈빛으로 옆을 슬며시 돌아봤다.

옆을 보니 안타까운 표정을 짓고 있는 옥령의 모습이 보였다.

"옥....령?"

"아무리 그래도 가출은 나빠요. 요랑소저."

옥령은 요랑을 매서운 눈빛으로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어..어떻게 여기에!?"

요랑은 당황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갑작스러운 그녀의 등장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분명 어떠한 기척도 느끼지 못하였다.

그리고 어떠한 소리도 듣지 못하였다.

그런데 어떻게 자신의 옆에 태연하게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어떻긴요. 요랑 소저 데리러 왔죠."

옥령은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말....말도 안돼...기척을...느끼지 못했다고!"

"요근래 작은 성취가 있었답니다."

옥령은 맑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티끌하나 없는 그 미소는 그녀의 미모를 더욱더 눈부시게 만들어주었다.

"............"

요랑은 옥령의 맑은 미소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안가!"

그리고 불현듯 정신이 들었는지 언성을 높이며 고함을 내질렀다.

무려 다섯달만에 얻은 자유였다.

이대로 돌아갈 수는 없었다.

"요랑소저...자꾸 이러면 곤란해요."

옥령은 슬픈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곤란하면 돌아가면 되잖아! 나를 냅두란 말이야!"

요랑은 억울하다는듯이 소리를 내질렀다.

억울하였다.

크나큰 결심을 하고 겨우겨우 떠나온 당가였다.

그런데 어찌 반나절도 안되서 잡혀버린단 말인가

"그럴 순 없어요. 요랑소저."

요랑의 답을 들은 옥령은 고개를 살며시 저으며 입을 열었다.

"요랑소저가 떠나면 선우가 슬퍼할거예요. 저는 본부인으로서 그런 꼴은 볼수가 없답니다."

"내 알바 아니야!"

요랑은 확고한 거절의사를 내비쳤다.

"싫어도 안되는 건 안되는거랍니다. 제가 막아설테니까요."

옥령 또한 굳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널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옥령! 날 막지 말아줘."

"안돼요. 요랑이야 말로 제 말을 들어주세요. 업무를 줄이라고 할테니까요."

"싫어!"

그리고 내단에서 힘을 끌어모은 뒤 그대로 신체능력을 향상시켰다.

우득 우득 우득

이내 그녀의 등 뒤에 칠흑처럼 검고 옥처럼 매끄러운 두 쌍의 다리가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였다.

"어머, 싸우시게요?"

"자유를 위한 투쟁을 이어갈 뿐이야!"

요랑은 투기를 잔뜩 끌어올리며 입을 열었다.

"재밌네요. 그러고보니 저희 결판을 제대로 낸적이 없었죠?"

그 모습을 본 옥령은 재밌다는듯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전과 같다고 생각하면 곤란해! 나는 이미 모든 영성을 회복한 상태라구!"

요랑은 위협하듯 으르렁거리며 입을 열었다.

"마찬가지예요. 저또한 그때보다 훨씬 강해졌답니다."

그 말을 들은 옥령은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하였다.

우우우우웅

그리고 이내 그녀의 몸 주위에 순백색의 내력이 일렁이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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