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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73화 (374/1,419)

〈 373화 〉 374. 후계 경쟁의 여파

뚜벅 뚜벅 뚜벅

냉막한 인상의 도사가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날카로운 얼굴, 험악한 인상 그리고 날렵한 체형까지

입고 있는 도복만 아니면 도사가 아니라 파락호라고 부르기 충분한 인상을 가진 이였다.

뚜벅 뚜벅 뚜벅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도사는 이내 커다란 문앞에 도달하게 되었다.

끼이이익

문 앞에 도달한 도사는 곧바로 문을 열었고 이내 커다란 문이 뒤로 밀려나게 되었다.

실내를 둘러보니 상당히 진중한 표정을 짓고 있는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품고있는 아홉 명의 중년인들이 커다란 탁자를 둘러싸고 있었다.

"어서오시오! 묘강 진인"

그때 상석에 앉아있던 무당의 장문 현각 진인이 그를 반겼다.

"내가 너무 늦은 것 같군."

"아니오. 우리도 이제 막 모였소."

현각은 손사래를 치며 입을 열었다.

"저 끝쪽에 앉으면 되오."

현각은 상석과 마주보는 곳에 자리를 권하였다.

묘강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자리를 찾아 그대로 앉았다.

"이제 올 사람은 전부 온 것 같으니 곧바로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현각은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여러분도 어찌하여 이곳에 모이게 되었는지는 다들 알고 계실겁니다. 하지만 논제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다시금 말씀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현각은 진지한 어조로 좌중들을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이번에 천무맹주께서 후계 경쟁전을 선포하셨습니다. 다음 세대 천무맹을 이끌어갈 후계자를 선출하기 위한 경쟁전이지요. 원래라면 특별할 것 없는 권력 승계 식에 불과하지만 맹주께서 상당히 구미가 당기는 제안을 하셨소."

현각은 진지하기 짝이 없은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바로 후계 경쟁에 도전할 자격을 핏줄로 국한하지 않겠다는 제안을 말이오. 정파인이라면 누구나 천무맹의 후계 자격에 도전할 수 있도록 말이오."

현각은 흥분 어린 어조로 말을 이었다.

" 본 장문인은 이 경쟁전이 기회라고 생각하오. 그간 이재원이라는 초월적인 존재와 그와 얽힌 오대세가의 눈치만을 보던 구파일방이 기지개를 펼 기회 말이오."

현각은 눈을 반짝이며 말을 이었다.

" 그간 오대세가가 맹주의 처가라는 이유만으로 어마어마한 이권들을 독점했다는 사실을 다른 분들도 잘아시리라. 생각하오. 기회가 온 것이오 . 지금까지 불평등했던 모든 것을 뒤집을 기회가 말이오! 그렇기에 본 장문인은 다른 장문인들께 제안을 하고 싶소."

"제안 말씀입니까?"

잠자코 듣고 있던 청성의 장문인 적송자가 그에게 되믈었다.

"그렇소! 이번 후계 경쟁에 적극 참여하여 구파일방 출신의 제자가 천무맹의 후계를 이어받을 수 있도록 말이오!"

"흐음...상당히 구미 당기는 제안이기는 하나 이번 일로 오대세가와 척을 질 수도 있습니다."

그때 꽤나 떨어진 곳에 있던 화산의 장문인 유정 진인이 걱정스러운 기색을 비쳤다.

"하지만 이대로 평생 오대세가 밑에서 개새끼처럼 기면서 살 수도 없지요."

그때 점창의 장문인 묘강 진인이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묘강 진인! 표현이 너무 거칩니다!"

그의 거친 언사에 유정 진인은 인상을 찌푸리며 말하였다.

"제가 어찌 틀린 말을 했습니까? 주요 이권들은 전부 다 빼앗기고 선심쓰듯 남은 콩고물이나 받아먹는 꼴이 주인한테 재롱 부리며 남은 음식이나 받아먹는 개새끼와 뭐가 다르다는 말입니까?"

묘강은 거친없이 언사를 이어갔다.

이십여년이라는 세월동안 구파일방은 수많은 이권들을 천무맹과 오대세가에 빼앗겼다.

그들은 무림을 구한 영웅이라는 명목하에 수많은 신뢰를 쌓을 수 있었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여러가지 사업을 확장시켰기 때문이었다.

묘강은 그러한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구파일방 또한 정마대전에서 상당한 활약을 하였고 적지 않은 희생을 치뤘지만 누구 하나 알아주는 이가 없었다.

역사는 승자에 의해 개편된다고 하던가

정마대전의 역사는 오로지 이재원과 오대세가를 주목할 뿐이었다.

같이 싸운 동료임에도 불구하고 철저히 소외가 된 것이다.

이제 사람들은 정파라 하면 구파일방을 떠올리기보단 오대세가와 천무맹을 떠올렸다.

짜증이 났다.

전쟁의 영광을 모두 독식해버린 이재원과 그의 뒤에 있는 오대세가들이 말이다.

".....틀리지 않다고 생각하오."

그때 가장 끄트머리에 있던 개방의 방주 취걸개가 입을 열었다.

"묘강 진인의 언사가 거칠긴 하지만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오. 그동안 우리가 얼마나 많은 이권들을 빼앗겼는지 알지 않소? 꽤나 괜찮은 사업은 전부 오대세가에서 독차지를 하였고 구파일방은 그 사업의 하청이나 맡으며 근근히 버텨나가지 않았소? "

취걸개는 진지한 눈빛으로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었다.

"결국 수입은 줄어들게 되었고 수입이 줄어드니 제자를 확장할 여력이 없어졌고 결국 그 세는 작아지게 되었지. 생각해보시오. 이십여년 전의 구파일방과 지금의 구파일방의 성세가 얼마나 다른지 말이오? "

"................"

"................"

"................"

취걸개의 말을 들은 장문인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그가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의 말대로 정마대전 이후 구파일방은 상당한 타격을 입었다.

유망 사업들이 전부 천무맹에게 넘어갔기 때문이었다.

천하제일인이라는 명성은 그 명성만으로 충분한 신뢰가 되었다.

천무맹은 그 명성을 바탕으로 어머어마한 성장을 이룰 수 있었다.

명성만으로 수많은 사업들을 제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은 구파일방에게 악재가 되었다.

원래 구파일방의 역할이 천무맹과 오대세가로 대체가 된 것이다.

구파일방은 나날이 세가 약해져갔다.

처음에는 몇 년정도만 버티면 빠르게 회복할 수 있을 줄 알았다.

하지만 해가 지날 수록 천무맹과 오대세가의 결합은 공고해졌고 그 결과 구파일방은 이십여년 전에 비하면 초라하기 짝이 없을 정도로 세가 약화되었다.

돈이 돌지 않으니 제자들을 외부로 돌려 돈을 벌어올 수 밖에 할 수 없었고 후진 양성에 상당한 차질이 생긴 까닭이었다.

모두 이 사실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묘강의 거친 언행이 거슬리지만 그 비유만큼은 정확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찬성하오. 우리는 구조를 개혁해야하오."

취걸개는 좌중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오. 이번 후계 경쟁에서 승리를 하게 된다면 구파일방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오."

묘강은 힘있는 어조으로 말을 이었다.

"저는 아직 고민이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섣불리 오대세가를 적으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화산의 유정 진인은 손을 들고 반대 의견을 내었다.

오대세가와 척을 지는 일인만큼 신중을 기해야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흥, 화산은 살만하니까. 그런 여유로운 말이 나오는 것이오."

묘강은 비꼬는듯 말을 이었다.

"아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오."

그 말을 들은 유정 진인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화산은 원래부터 산세가 아름다워 관광 수입으로 먹고살던 곳이 아니오? 이권좀 줄어들었다고 죽는 소리는 안나오겠지."

"그건 오해오! 화산 또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말이오!"

"그래도 배는 곪지 않지 않소? 지금 점창이 어떤 상태인지 아시오? 하루 세끼를 먹던 것을 두끼로 줄여버렸소. 식비가 부족해서 말이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오? 구파일방의 한축인 점창파에서 배를 곪는 이가 나오다니 말이오?"

"................"

묘강의 말을 들은 유정은 입을 다물었다.

설마하니 저렇게 사정이 심각할 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저도 유정 진인의 의견에 찬성하는 바요. "

그때 청성의 적송자가 조심스럽게 손을 들며 유정진인의 의견을 지지하였다.

사실 사천 연맹으로 당가와 엮이게 된 후 기존과는 비교도 할 수없을 정도의 성세를 누리게 된 그들이었다.

웬만하면 당가와 척을 지고 싶지는 않았다.

"저도 생각을 해봐야한다고 봅니다. 아직 천무맹주의 속내를 모르니까요."

아미파의 장문인 구월신니는 의심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정말로 답답들 하시오!"

그때 뒤편에 있던 종남파의 장문인 무경 진인이 답답하다는듯 가슴을 두드리며 언성을 높였다.

"어찌 그렇게들 본인들만 생각한다는 말이오!"

"그게 무슨 말입니까?"

구월신니는 모르겠다는듯 말을 이었다.

"당신네들 문파는 큰 성세를 이루고 있으니 피해가겠다는 말이 아니오!"

"오해가 있으신듯 합니다. 그런 것이 아닙니다."

"아니긴 뭐가 아니란 말이오! 아미와 청성이 당가와 연맹을 맺었다는 사실을 모르는 이가 있을 것 같소?"

종남파는 잔뜩 흥분한 기색으로 구월신니와 적송자를 번갈아 노려보며 말을 이었다.

그는 아미와 청성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제놈들 살기좋다고 다른 문파따위는 전혀 신경쓰지 않겠다는 것이 아닌가

"흥, 그래봤자 재롱을 더 잘부리는 개새끼라는 것을 알아두시게."

그때 옆에서 잠자코 듣고 있던 점창의 묘강이 차가운 어조로 말을 이었다.

"지금 말 다했소!"

그 말을 들은 적송자는 잔뜩 얼굴을 붉히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랑스러운 청성을 개새끼로 비유하다니 선을 넘어도 제대로 넘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못했다면?"

"더 지껄여보시오. 내 오늘 묘강 진인께 청성의 도를 전수해줄터이니."

"그거 재밌구려. 그대가 내 상대가 된다고 생각하오? 태산같은 빚더미에 짓눌려 아무도 하지 않겠다는 청성의 장문인 자리를 억지로 맡은 주제에?"

"청성의 장문인 자리는 내 자의로 맡은 것이오!"

"하하하하 필사적으로 발뻄하는 것이 우습구려. 여기 청성의 사정을 모르는 이가 있소?"

으득

묘강의 도발을 들은 적송자는 이를 잔뜩 갈았다.

당장에라도 뛰쳐나가 저 얄미운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용기가 있다면 검을 뽑으시오. 대신 팔 한쪽은 받아가리라."

"그건 내가 할 말이오. 오늘 그대를 좌수검으로 만들어줘야겠구려."

두 장문인들은 살기 어린 기세를 풍기며 서로를 노려보았다.

무척이나 화가난 기색이 가득한 모습이었다.

그때 갑자기 탁자가 울리면서 상당한 굉음이 터져나갔다.

"그만!"

그와 동시에 무당의 장문인 현각 진인의 고함이 퍼져나갔다.

"지금 뭐하는 짓이오!"

그는 잔뜩 화가난 기색으로 말을 이었다.

"본 장문인은 싸움이나 하자고 자리를 주선한 것이 아니오! 논제에 대해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고 최선의 방안을 결정할 요량이란 말이오! 그런데 어찌 서로 그렇게 못잡아먹어서 안달이란 말이오! 우리가 견제해야할 적은 서로가 아니오! 천무맹과 오대세가란 말이오!"

"............"

"..........."

그의 말을 들은 두 장문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천무맹과 오대세가라는 커다란 경쟁자를 두고 서로 다투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묘강 진인, 참전은 의견을 강요하는 것은 무척이나 그릇된 일이라고 생각하오. 그대의 분노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지만 다르다하여 까내리는 말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오."

"..........."

"그리고 적송자, 본 장문인은 결코 청성이 이익때문에 구파일방에게 등을 돌렸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있소. 그러니 묘강 진인의 말에는 괘념치 말도록 하시오."

".......알겠소."

"어쨌든 이정도면 충분히 의견이 나왔다고 생각하오. 본 장문인은 이제 결정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오."

말을 마친 현각은 주위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이번 후계 경쟁에 뛰어들어야한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모두 거수 해주십시오."

현각은 진중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번쩍

현각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점창의 묘강 진인, 공동의 구경 진인 ,개방의 취걸개, 종남의 무경 진인, 공릉대사가 각 각 손을 들어올렸다.

모두 오대세가로부터 큰 피해를 입었던 이들이었다.

"후계 경쟁에 뛰어드는 것을 반대하는 분들은 거수를 해주십시오."

이번에는 청성의 적송자, 아미의 구월신니. 화산의 유정 진인 , 곤륜의 진무 진인이 각 각 손을 들어올렸다.

"찬성표가 정확히 여섯 명이오. 그리고 반대표는 네 표이고 말이오."

거수자를 센 현각은 반대표를 던진 이들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다른 이견이 있다면 말씀하셔도 되오"

".........."

"........"

그의 말을 들은 반대자들은 입을 꾹 다물었다.

과반수가 찬성한 순간 이미 자신들의 의견따위는 중요치 않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니면 불참을 선언하셔도 무방하오"

현각은 배려하듯이 말을 이었다.

하지만 반대자들 중 누구하나 불참을 선언하는 이들은 없었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여기서 불참 선언을 했다간 구파일방이라는 견고한 동맹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럼 이견이 없는 걸로 알고 결론을 내리도록 하겠소."

현각은 만족스럽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이번 천무맹에서 열릴 후계 경쟁에 구파일방 전원이 참가하는 걸로 하겠소! 후계 경쟁의 참가할 자격요건은 삼십세 이하의 젊은 무인들이오! 구파일방의 문파들은 삼십세 이하의 젊은 무인들을 전부 집결시키고 실력에 따라 차등적으로 조를 나누도록 하겠소! 그리고 서로 보조하여 최고의 후기지수들로 엄선된 이들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도록 손을 쓰도록 하겠소!"

현각은 눈을 반짝 반짝 빛내며 말을 이었다.

"이번 결정은 분명 우리 구파일방에게 영광의 되찾아줄 중요한 결정이 될 것이오!"

말을 마친 현각은 확신에 찬 표정을 지었다.

그는 확신하였다.

분명 이번 후계 경쟁을 통해 많은 것들이 바뀔 것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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