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70화 〉 371. 깨달음을 얻다.
우우우우웅
덜컹 덜컹
거대한 자연기가 끊임없이 방출되면서 마차가 쉴새없이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그 자연기의 근원지인 선우는 엄청난 정신적 쾌락을 느끼고 있었다.
이십여 년동안 익혔음에도 깨닫지 못했던 태허일기공의 무리들이 쉴새없이 머리속에 들어찼기 때문이었다.
이해가 되었다.
어째서 자신이 고작 절정에 불과하였는지
어째서 성취가 느릴 수밖에 없었는지 말이다.
태허일기공은 신선이 되기 위한 무공이었다.
그리고 신선이 되기 위해선 자연과 일치가 되는 것을 강조하던 무공이었다.
끊임없이 비워야했다.
몸속에 들어차 있는 불순한 것들을 전부 말이다.
모든 것을 비움으로서 그 자체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태허일기공의 입문은 비우는 것부터 시작을 한다.
끌어모은 자연기를 그대로 배출함으로서 자연에 가까운 육체로 변모시키는 것이다.
하지만 선우는 그 사실을 몰랐다.
알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기존의 무공과 전혀 궤를 달리하는 무학을 어찌 8살배기가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태허일기공 입장에서는 그저 불순하기 그지없는 내공을 쌓기만 하였다.
태허일기공을 통한 제대로된 방출 따위는 전혀 하지 않고 말이다.
그 결과가 절정이라는 경지였다.
인세에 다시없을 무공을 이십여년이나 익히고 고작 절정에 다다른 것이다.
'아아아아아아!!!'
선우는 태허일기공을 극성으로 운용하였다.
그와 동시에 온몸에서 그간 쌓아온 불순한 자연기를 전부 배출하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더 거대한 자연기들이 터져나왔다.
이십여년은 물론 수련한 것은 물론 영약으로 흡수했던 약력까지 전부 빠져나가기 시작하였다.
그저 비우고 또 비우고를 반복하는 것이다.
'아아아아아!'
선우는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쾌락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몸이 조금씩 변모하는 것을 느낀 까닭이었다.
방출을 하면 할 수록 몸이 자연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선우는 환희에 젖어들었다.
.
.
.
.
.
.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무지막지한 기세로 방출되던 자연기들이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번쩍
이내 감겨져있던 선우가 눈을 번쩍 떴다.
번쩍 뜬 선우의 눈에는 그전과는 비교할 수없을 정도의 차분함과 심유함이 느껴졌다.
눈을 뜬 선우는 천천히 몸을 관조해보았다.
그리고 이내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단전과 몸에 잠재되어 있던 내력들이 전부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선우는 극도의 허무함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이십여년을 넘게 품었던 것들이었다.
그 모든 것을 한순간에 비우게 되니 어마어마한 박탈감이 들었고 공허함이 느껴졌다.
'어떻게 된걸까?'
의아함이 든 선우는 태허일기공을 다시금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주위에 떠돌고 있던 자연기들이 오른 손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경악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어찌 단전에 있는 내력이 아닌 자연기를 자유자재로 쓸수 있다는 말인가
'......말도 안돼.'
우우우우우웅
선우는 이번에는 음양조화신공을 운용하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자연기들이 순식간에 몸에 스며들더니 세맥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이내 일주천을 완료한 자연기가 음양조화기로 바뀌더니 오른 손에 모여들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그 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자신이 어떠한 경지에 오른 것인지 말이다.
공령지체(空靈之體)
몸의 내공이 사라지고 자연의 기운을 그대로 흡수하여 사용할 수 있다고 전해지는 신선의 육체.
극성에 다다른 태허일기공을 통하여 공령지체를 이루게 된 것이다.
'아니, 어떻게..'
선우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공령치체는 조화경이라 불리우며 신선의 경지에 다다랐을 때 비로소 도달할 수 있는 경지였다.
그런데 어찌 자신이 그런 초월의 경지에 다다를 수 있다는 말인가
'내가 조화경에 다다른 것인가?'
선우는 순간 머릿속으로 얼토당토한 망상을 하였다.
하지만 이내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상식적으로 고작 화경 상경밖에 안된 자신이 단번에 조화경을 이룩할 수는 없었다.
도달했다해도 현경의 경지가 최선이리라
'그렇다면 나는 현경인가?'
의문이 남았다.
과연 자신이 현경에 도달한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말이다.
아직 자신은 마음의 검을 세우지 못하였다.
어찌 마음의 무리를 깨닫지 못한 상태에서 현경이라고 칭할 수 있겠는가
의구심이 쉴새없이 들었다.
의구심이 든 선우는 다시금 내력을 운용하였다.
그러자 다시 흩어져있던 자연기가 손에 몰려들기 시작하였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생각하였다.
이 힘을 시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말이다.
선우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마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다.
"선우!"
그러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능소화가 재빨리 그에게 다가왔다.
"괜찮은 것이더냐!"
능소화는 무척이나 걱정스러운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괜찮아."
선우는 담담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걱정했느니라!"
"미안해, 걱정 많이했지?"
선우는 미안한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하였다.
"괜찮다. 그대가 무사하면 되었다."
능소화는 도리질치며 입을 열었다.
"그보다 성취를 얻은 것이더냐."
".....그게...잘모르겠어."
선우는 침중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어찌 모른다는 것이더냐?"
"과연 어디까지 올라선건지 감이 잡히지 않아."
"흐음...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아는것만큼 힘든 일도 없으니 말이다."
"그래서 말인데."
선우는 뜸을 들이며 말을 이었다.
"부탁이 있어."
"알았다."
선우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즉답하였다.
"아직 말도 안했는데?"
선우는 당황한듯 그녀에게 물었다.
"도와달라는 것 아니더냐? 어느 경지에 도달하였는지 알 수있도록 말이다."
"...그렇지?"
"후훗, 뻔하디 뻔하도다."
능소화는 예쁜 미소를 슬며시 지으며 입을 열었다.
"힘을 얻으면 쓰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 아니겠는가? 본녀는 충분히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쪽집게네."
"후후후후후 본녀가 선우에 대해 모르는 것이 있을 리 없다."
"그럼 지금 당장에라도?"
"아쉽지만 저녁으로 미뤄야할듯 싶다."
"저녁으로?"
선우는 아쉬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렇다."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반선 간의 비무이다. 연맹원들이 있는데서 싸웠다간 분명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게 될 것이다. "
"......그것도 그렇네."
"오늘 밤 꽤나 떨어진 곳에서 비무를 하는 걸로 하자구나."
"알았어."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답을 하였다.
아무래도 이 힘을 시험해보는 것은 나중으로 미뤄야할 듯 싶었다.
"후후훗, 궁금하구나. 과연 그대가 얼마나 강해졌을지 말이다."
능소화는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하였다.
"일단 상황부터 정리하자."
선우는 그런 능소화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여러분! 끝났습니다! 이제 돌아오셔도 됩니다!"
선우는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자신을 바라고 있는 연맹원들을 바라보며 언성을 높였다.
그러자 이내 연맹원들이 하나 둘씩 돌아오기 시작하였다.
겁을 잔뜩 먹은 한혈마를 데리고 말이다.
선우는 깜짝 놀랐을 연맹원들에게 사과를 하였고 이내 마차는 다시금 출발하게 되었다.
********
덜컹 덜컹
선우의 마차 안
세명의 남녀는 잔뜩 흥분된 얼굴로 선우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에 뭐 묻었습니까?"
선우는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세 명의 남녀를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묻었네."
그 물음을 운적자가 받았다.
"그것도 어마어마하게 큰 깨달음이 말일세!"
운적자는 잔뜩 흥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그는 지금 무척이나 흥분한 상태였다.
선우가 깨달음을 얻었다는 사실을 인지하였기 때문이었다.
"운적자...진정하세요."
"내 어찌 진정할 수 있겠는가! 그대가 위대한 경지에 들어서게 되었는데!"
운적자는 언성을 높이며 말을 이었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닙니다."
"아니지! 확실하다네! 화경 상경에 다다랐던 자네가 아닌가 그런 자네가 천지가 진동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기세를 뿜어내며 깨달음을 얻었는데 어찌 현경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는 말인가."
운적자는 입에서 침까지 튀기며 말을 이었다.
"대단하구만. 아주 호재야. 미래의 천하제일인이 이렇게 내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구만."
".....과찬입니다."
"과찬이라니! 자네는 고작 이십대 후반이라는 젊은 나이에 현경에 들어선 걸세! 유례를 찾기힘들정도로 어마어마한 일이란 말일세!"
"옆에 능소저도 현경인데요?"
"경화군주께서는 무림인이 아니지 않은가! 논외일세."
운적자는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북궁소저는요? 그녀도 현경인데요?"
"유례를 찾기 힘들다고 말했지. 없다고는 말하지 않았네."
운적자는 선우의 거듭되는 반박에 민망함을 느낀 것인지 헛기침을 두어번 하면서 변명을 늘어놓았다.
"어쨌든 너무 그렇게 띄워주지 마십시오. 부끄럽습니다."
"띄워주는 것이 아닐세! 그저 놀랍고 또 놀라울 뿐이라네!"
선우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잔뜩 홍조를 붉히며 말을 이었다.
"안그래도 장난아니게 강한 자네라네. 화경에 다다른 나조차 가뿐히 땅에 처박아버릴 정도로 말일세. 그런 자네가 다시금 깨달음을 통해 위대한 경지로 도약했다는데 어찌 놀라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운적자는 진심으로 감탄한다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
선우는 운적자의 계속되는 금칠에 입을 꾹 다물었다.
이런 식의 찬양은 익숙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운적 도장 말이 맞아요. 오라버니."
그때 옆에서 잠자코 있던 설향이 불쑥 입을 열었다.
"오라버니는 좀더 거만해질 필요가 있어요."
"뭐..뭐라고!?"
"중원에서 도달한 이가 손에 꼽을 만큼 위대한 경지에 다다른 거잖아요. 그런 사람에게 겸손은 오히려 독이에요."
"....독?"
"현경이라면 모든 무림인들이 갈망하는 경지인데 막상 그 경지에 다다른 이가 별거 아니라고 한다면 얼마나 박탈감이 들겠어요?"
".....그런가?"
"예, 그러니까 좀더 거만해지고 좀더 자신감을 내비쳐도 되요. "
설향은 기분좋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가에 웃음을 지었다.
설마하니 겸손하다고 욕먹을 날이 올줄은 상상도 못하였기 때문이었다.
"맞다. 이제 그대도 본녀의 짝이 되기에 한치의 부족함도 없게 되었다! 좀더 자신감을 갖도록 하라."
능소화는 밝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녀는 무척이나 기분 좋아보였다.
"어머, 언니 말이 조금 이상하네요."
그때 옆에 있던 설향이 딴죽을 걸었다.
"이상하다니? 그게 무슨 말이더냐?"
"말을 듣고보니 오라버니가 그동안은 짝이 되기 부족하다는 것처럼 들려서요."
설향은 히죽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그런게 아니다!"
설향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대번 놀라며 언성을 높였다.
"그런게 아니긴요. 항상 무공실력이 아쉬웠는데 이번 깨달음을 계기로 부족하지 않다는 거잖아요."
"......그...그건.."
"언니 그렇게 안봤는데..되게 속물이네요?"
"속..물!?"
"요즘 중원에서 남자의 조건만 밝히는 여자들이 수두룩하다던데. 언니도 그런 여자인가봐요?"
설향은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그런 것이 아니다!"
"맞는 것 같은데요?"
"이이이익!"
이내 설향과 능소화가 격하게 말다툼을 이어가기 시작하였다.
물론 대부분 능소화가 일방적으로 후두려맞았지만 말이다.
".......선우 미안하다. 본녀는 그런 뜻이 아니었다...그대가 무공이 약해도 본녀는 그대를 사랑한다."
이내 능소화는 말싸움에서 패배를 한 것인지
애처로운 표정을 지은 채 선우를 바라보았다.
스스로 말실수라고 여기고 반성한 모양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그녀가 귀여워 미칠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괜찮아, 별로 신경 안쓰고 있었어."
선우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런 발언은 무척이나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선우의 위로에도 불구하고 능소화는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강아지 같네.'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생각하였다.
시무룩한 모습이 영락없이 강아지같다고 말이다.
선우는 손을 슬며시 들어올렸다.
쓰담 쓰담
그리고 능소화의 붉디 붉은 머릿결을 천천히 쓰다듬기 시작하였다.
그러자 손바닥에서 그녀의 부드러운 머릿결이 그대로 느껴졌다.
"정말 괜찮아,"
"........."
능소화는 그런 선우의 손길이 좋았는지
말없이 그저 가만히 순응하였다.
그의 손길을 느끼면서 말이다.
"으으으"
그 모습을 본 설향은 닭살 돋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속으로 아쉬움을 느꼈다.
능소화를 잔뜩 놀려먹으려고 잡은 꼬투리가 되려 그녀를 행복하게 해주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선우 오라버니는 너무 착하다니까.'
그리고 생각하였다.
선우는 착해도 너무 착하다고 말이다.
'그래서 좋아하는 거지만.'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그런 선우였기에 자신이 반한 것이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