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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 안으로 들어와버렸다-369화 (370/1,419)

〈 369화 〉 370.선옹仙翁의 무공, 태허일기공太虛一氣攻

"그런 인간한테 당했으니 팔이 재생되지 않는 것도 이해가 되는구만."

검마는 안타까운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큰일 났구려. 앞으로 평생 외팔이로 살아야할테니 말이오."

"검마, 건방지구나."

천마는 신경을 긁는 검마를 바라보며 눈을 부라렸다.

핏발 선 그의 눈이 검마를 압박하였다.

"하하하하 그렇게 노려본다고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소."

검마는 유쾌하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네놈을 흡수할 수도 있다."

"에이, 설마하니 이렇게 잘드는 칼을 부숴버리겠소?"

검마는 자신의 검을 툭 툭 건들이며 말을 이었다.

"대단한 자신감이군."

"그저 쓰임새를 정확히 아는 것 뿐이오."

검마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흐음"

천마는 진중한 눈빛으로 검마를 바라보았다.

얄미운 놈이긴 하지만 필요한 놈이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었다.

봉인이 덜 풀려 움직임이 제한되어있는 자신과는 달리 한없이 자유로운 놈이었으니 말이다.

"검마여."

"말씀하시오, 주인"

"명을 내리겠다."

"말씀하시오."

"이재원을 십만대산으로 데려오거라."

"뭐..뭣!?"

천마의 말을 들은 검마는 놀란듯 눈을 휘둥그래뜨며 그를 바라보았다.

이건 대체 무슨 소리란 말인가

"농이 지나치구려."

"농이 아니다."

천마는 한없이 진지한 얼굴로 검마를 바라보며 물었다.

"몸을 회복하기 위해선 이재원이 필요하다."

"이재원이 순순히 십만대산으로 올 것 같소?"

"그걸 가능케하는 것이 그대의 역량이 아닌가?"

"난 잘드는 칼이지. 꾀주머니가 아니라오."

검마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입을 열었다.

"그건 걱정말거라. 꾀주머니는 따로 있으니 말이다."

"마뇌 말씀이시오?"

"그렇다. 너는 그저 마뇌의 명만 따르면 된다."

천마는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벅 벅

검마는 인상을 와락 구기며 머리를 벅벅 긁었다.

천마의 태도로 미루어보아 그가 진심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미치겠구만'

검마는 생각하였다.

천마가 자신이 죽기를 바라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이다.

이재원이 누구란 말인가

이십여년 전 인외의 존재라고 불리우는 천마를 한줌의 핏물로 만듬으로서 악의 진격을 막아낸 천하제일인이 아니던가

물론 그 과정에서 어마어마한 천운이 작용하긴 하였지만 천마를 이겼다는 전적만큼은 결코 부정할 수 없는 이였다.

그런 그를 어찌 꼬여내라니 죽으라는 것과 마찬가지가 아니던가

"알겠소."

하지만 검마는 이내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의 의도가 어찌됐든 자신에게 거절할 권리같은 것은 없었다.

그는 천마가 지닌 한 자루의 칼에 불과하였으니 말이다.

칼이 어찌 의지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는 말인가

그저 주인이 휘두르는 방향으로 휘둘러질 뿐이었다.

검마의 답을 들은 천마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마뇌!"

그리고 바깥쪽을 바라보더니 그대로 마뇌를 불렀다.

타타타탁

그러자 빠른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더니 이내 마뇌가 모습을 드러내었다.

"부르셨습니까?"

"검마에게 할 일을 말해주거라."

"알겠습니다."

마뇌는 허리가 땅에 닿을 정도로 깊게 숙인뒤 답을 하였다.

"검마님, 저를 따라오시지요."

그리고 천천히 일어나 검마를 바라보았다.

검마는 그런 마뇌를 바라보며 살짝 고개를 주억거렸다.

천마가 그냥 즉흥적으로 내뱉은 말인줄 알았는데 무슨 계획이 있긴 했던 모양이었다.

마뇌는 재빨리 대전을 벗어났고 검마는 그런 마뇌의 뒤를 곧바로 따라갔다.

천마는 그런 둘의 모습을 말없이 지켜보았다.

심유하기 짝이 없는 눈을 빛내며 말이다.

***********

덜컹 덜컹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선우는 홀로 조용히 앉아 있었다.

무공을 수련하겠다는 핑계로 능소화와 설향 모두를 내쫓은 그였다.

선우는 오랜만에 찾아온 고요함을 최대한 활용할 심산이었다.

선우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지금껏 배웠던 무공들을 천천히 떠올리며 하나 둘씩 복기하기 시작하였다.

수많은 무공을 익혔던 만큼 선우의 머릿속에는 온갖 무공들이 휘몰아쳤다.

선우는 익혔던 순서의 역순으로 무공을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최근에 익혔던 무공 순서대로 말이다.

건곤대나이 신공

오로지 교주에게만 허락된다는 마교 최고의 무공이자 선우의 진신절기에 가까운 무공이었다.

이 무공을 익힌 후 수많은 위기는 물론 동급의 고수들 중에서는 따를 이가 없을 정도로 강력한 힘을 얻게 되었다.

무형잠영술

과거 무당의 장문인을 암살하였던 무흔살의 독문무공이자 어둠이라는 한계를 지닌 일반적인 잠영술과 달리 밝은 곳에서도 몸을 감출 수 있는 독보적인 잠영술.

풍진보

과거 개방의 취발선보와 곤륜의 운룡대팔식을 망신줬다고 전해지는 비천호리의 독문신법으로 자신이 그 어떤 때보다 빠를 수 있게 도와줬던 신법이자 보법.

만약 풍진보가 없었다면 수많은 위기에 봉착했을 것이다.

축융공

천축에서 건너왔다고 전해지는 무공이자 과거 천변색마의 독문무공으로 뼈와 장기는 물론 눈 코, 입 그리고 근육 심지어 키까지 조절할 수 있는 변신술에 가까운 무공.

당세기와 어린 선우 그리고 당가주로 행세를 할 때 유용히 쓰였던 무공이었다.

아마 당가로 돌아가게된다면 당분간은 축융공의 덕을 봐야되리라

만천화우

당가의 비전 무공이자 비고에서 목숨을 구해주었던 절세의 무공.

당서윤을 협력자로 만드는데 큰 도움을 주었던 무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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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음양조화신공

현재 비고에서 익히고 있는 모든 무공의 근원이자 출발점이나 다름없는 무공이었다.

음과 양이 조화되어 그 어떤 무공보다 정순하고 강력한 힘을 자랑하였고 무공의 본질을 따라할 수 있는 가변적인 특성을 가지고 있는 무공이었다.

그 가변성 특성 덕분에 고유심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무공을 자유자재로 다룰수 있게 되었다.

'흐음'

무공을 하나둘씩 복기하던 선우는 무언가 잊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분명 전부 떠올린게 맞것만 무언가 빠뜨렸다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기 때문이었다.

'뭐지?'

선우는 다시금 찬찬히 생각하기 시작하였다.

자신이 빠뜨린 무공이 있는지 없는지 말이다.

번뜩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번뜩이면서 지나갔다.

그리고 이내 선우는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자신은 무공을 전부 떠올린게 아니었다.

잊어버린 무공이 있던 것이다.

바로 이십여년 동안 익히고 익혔던 무공.

정순하고 안정적인 대신 절망적이게 느린 성취로 자신을 절규하게 만들었던 애증 의 무공.

'...........태허일기공太虛一氣攻'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런 무공이 존재했다는 사실조차 말이다.

무려 이십여년이라는 세월동안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선우의 가슴 한켠에는 궁금증이 솟아오르기 시작하였다.

음양조화신공을 익힌 후 구결조차 제대로 떠올려본 적 없는 녀석이었다.

그렇기에 궁금증이 일었다.

과연 화경 상경에 이른 자신이 태허일기공을 운용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궁금증이 말이다.

뒤늦은 깨달음을 얻게 될까?

아니면 전과 마찬가지로 뜬구름 잡는 소리에 머리를 싸맬 것인가?

'뭘 떠올리냐. 잊자. 잊어.'

하지만 이내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도리질 쳤다.

자신에게는 이미 음양조화신공이라는 훌륭하기 짝이 없는 무공이 있지 않은가

그런데 어찌 태허일기공에 미련을 둔다는 말인가

어불성설이었다.

'................'

하지만 한 번 떠오르는 생각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았다.

잊으려고 할 수록 머릿속에서 태허일기공에 대한 기억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처음 무공을 익혔던 날부터 시작해서 절망하며 저주했던 날까지 전부 말이다.

무려 이십여년이라는 세월을 바친 무공이었다.

미련이 남지 않을 리 없었다.

'그래, 한번만 실험해보자.'

선우는 생각하였다.

단 한번만 실험을 해보자고 말이다.

그리고 다짐을 하였다.

만약 한 번만 운용해보고 아닌 것 같다 싶으면 그대로 머릿속 깊은 곳에 처박아두기로 말이다.

절정에 불과하였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 자신은 화경 상경이었다.

인간의 한계점까지 도달한 자신의 경지라면 무공에 대한 분별력이 충분할 것이다.

선우는 천천히 태허일기공의 구결을 머릿속에 떠올리기 시작하였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이내 그의 몸 주위로 정순하기 그지없는 맑은 기운들이 조금씩 휘몰아치기 시작하였다.

선우는 머릿속으로 태허일기공의 구결을 최대한 풀어서 해석하며 무공의 근본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하였다.

'기가 모이면 만물이 생기며, 만물이 사라지면 기가 흩어진다. 기가 흩어진 상태를 허(虛)라고 하며, 근원적인 허의 상태를 태허라 한다. 따라서 태허라는 것은 기가 흩어져 있는 우주 만물의 근원적 모습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 태허는 기가 흩어져 있는 것이지 기가 없어진 것은 아니기 때문에 허무(虛無) 또는 공무(空無)와는 다른 것이다.'

태허라는 것은 허虛를 결코 허무(虛無)로 바라보지 않았다.

그저 흩어져있을 뿐

완전히 없어진 것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그러니 기라는 것은 언제나 채워져있는 상태로 바라보았다.

단전에 내공을 쌓고 소모하는 무공과는 전혀 상반된 개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처음 무공을 익혔을 때는 이런 태허일기공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찌 비어있는 것이 가득 찼다는 모순적인 말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기에 그저 구결만 외울 뿐 그 안에 숨겨져있는 뜻따위는 전혀 이해하려고 들지 않았다.

그저 비유적인 표현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지금은 달랐다.

비유적인 표현이 아닌 것이었다.

태허라는 것은 결국 모든 것을 비움으로서 비로소 완성이 되는 위대한 경지를 뜻하는 것이었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선우의 주변에서 어마어마한 기운들이 일렁였다.

우직 우지지직

그와 동시에 선우가 타고 있던 마차에 금이 가기 시작하였다.

그가 내뿜는 어마어마한 기운들을 버티지 못하고 부서진 것이다.

오돌 오돌 오돌

이내 마차를 끌고 있던 모든 한혈마들이 동시다발적으로 발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온몸을 오돌 오돌 떨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위대한 기운에 압도를 당한 탓이었다.

뿐만 아니었다.

주위에 있는 모든 연맹의 무인들 또한 동시다발적으로 온몸을 떨기 시작하였다.

너무나 거대하기 짝이 없는 존재를 마주한 것처럼 말이다.

딱 딱 딱 딱

"이...이게..대체."

마부 당관은 쉴새없이 이빨을 부딪히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이내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갑작스럽게 뒤편에서 덮쳐든 거대한 기운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터업

그때 누군가 자신의 뒷목을 잡는 느낌이 들었다.

위를 올려다보니 고귀하고 고결한 붉은 군주의 모습이 보였다.

"여기서 벗어나거라!"

당관의 뒷목을 잡고 들어올린 능소화는 그대로 그를 던져버렸다.

당관은 멍한 표정을 지은 채 저 멀리 눈밭으로 날아가버렸다.

"아무도 선우가 있는 마차에 접근치 말도록 하라!"

당관을 던져버린 능소화는 선언하듯 큰소리로 고함을 내질렀다.

"언니.......이게 어떻게된거에요..?"

그때 아래쪽에서 창백하게 질려있는 설향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

"아무래도 선우가 깨달음을 얻은듯 하다."

"깨..깨달음이요?"

설향은 놀란듯 되물었다.

"그렇다, 그러니까 다들 최대한 선우에게서 벗어나도록 하라! 물론 한혈마들까지 전부다!"

능소화는 진지하기 짝이 없는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무사들은 재빨리 한혈마를 끌고 이동을 하였다.

물론 겁을 잔뜩 집어먹은 한혈마는 좀처럼 움직이려고 하지 않았지만 어찌 어찌 강제하여 저 먼곳까지 거리를 벌리게 되었다.

그들이 멀리 떨어진 것을 확인한 능소화는 침중한 표정으로 마차를 바라보았다.

우우우우우우우웅

선우가 탄 마차에는 여전히 어마어마한 기운들이 일렁이고 있었다.

능소화는 걱정이 앞서기 시작하였다.

설마하니 주화입마에 빠진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그리고 천천히 선우가 내뿜는 기운들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조금이라도 이상한 낌새가 보이면 그대로 마차를 부숴버리고 선우를 구할 심산이었다.

우우우우웅

이내 선우의 기운이 그녀의 온몸에 닿았다.

능소화는 몸에 닿은 기운들을 찬찬히 느껴보기 시작하였다.

'정순해.'

기운과 접촉한 능소화는 놀라움을 느꼈다.

선우의 기운이 경악할 정도로 정순하였기 때문이었다.

기존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말이다.

본래도 선우의 기는 자연기에 버금할 정도의 정순도를 자랑하였다.

그런데 이번에 내뿜는 기는 그 정순도의 차원이 달랐다.

자연기 그 자체.

그것도 저 영험한 고산에서나 느낄 수 있을 정도의 정순한 자연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후우'

능소화는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순하기 짝이 없는 기운을 보니 주화입마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대체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 것이더냐?'

능소화는 걱정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선우가 있는 마차를 바라보았다.

단순한 깨달음이라고 하기엔 너무나 크나큰 파급력이었다.

분명 무언가 거대한 변화가 일어나기 직전의 징후이리라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결코 다쳐서는 안된다.'

마차를 바라보던 능소화는 속으로 빌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부디 선우가 무사히 나오기를 말이다.

마차를 바라보는 능소화의 눈빛이 더욱더 침중하게 변하기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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