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65화 〉 366.저...임신..한것 같아.
"선우, 이것도 먹어보거라."
능소화는 젓가락으로 고기한점을 집어 든 뒤 그대로 선우에게 가져다대었다.
"아니, 이것부터 먹어봐."
그리고 반대쪽에서는 북궁연의 젓가락이 완자 하나를 가져다대고 있었다.
"둘다 한꺼번에 줘."
그 모습을 본 선우는 입을 크게 벌렸다.
여기서 어느 한 쪽을 선택해봤자 싸움만 커진다는 사실을 인지한 까닭이었다.
"그렇게 먹으면 맛이 없지 않아?"
북궁연이 따지고 들듯 말하였다.
"너희들이 직접주는건데 어찌 맛이 없을 수 있겠어?"
그녀의 물음에 선우는 형식적이면서도 무척이나 달콤한 말을 지껄였다.
"후후"
북궁연은 선우의 달콤한 말이 그리 나쁘지 않았는지
작은 웃음을 흘렸다.
"저..저기요."
그때 앞쪽에 있던 설향의 입에서 물음에 튀어나왔다.
"저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할까요?"
그녀는 무척이나 의문이 가득한 표정을 지은 채 물었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 된단다. 향매."
북궁연은 살포시 미소를 지은 채 그녀에게 말하였다.
"그..그러니까...오라버니가 북해빙궁주와 군주님을 동시에 꼬신거네요?"
".........꼬셨다는 말이 살짝 거슬리지만 그렇다고 할 수 있다."
그녀의 말을 들은 능소화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말을 이었다.
"오라버니....그.....독서시 선배님은요."
"........."
그녀의 물음을 들은 선우는 입을 꾹 다물었다.
대외적으로 당서윤의 약혼자로 알려져있는 그였다.
공식적인 정인이 있다고 알려진 자신이 두 명이나 되는 여인을 들인 것이다.
대체 어떤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사실 향매를 부른 것은 이 사실을 미리 말해주기 위해서 였어."
선우는 진지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무척이나 반갑지 않은 배려네요."
설향은 어이없는듯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아니 그것보다 능 언니는 그렇다쳐도 연 언니는 대체 언제 꼬신거죠?"
"왜 본녀는 그렇다 치는 것이더냐!"
"능 언니는 원래 좋아하고 있었잖아요!"
"그게 티가 났던 것이냐?"
"처음부터 티났어요."
"실로 부끄러운 일이로다. 나름 감정 제어를 잘한다고 생각했거늘. 나도 모르게 선우에 대한 사랑이 퍼져나간 것 같구나."
능소화는 부끄럽다는 듯 몸을 살짝 배배꼬며 말을 이었다.
"으아.....언니 되게 닭살 돋네요."
그 모습을 본 설향은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말을 이었다.
"연아는......너랑 소화가 온천에 간 날에 술을 먹다보니까..."
설향의 물음을 들은 선우는 차근차근 그날 일을 설명하기 시작하였다.
민망하긴 했지만 설향을 납득시키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통탄스럽네요. 그날 오라버니의 술잔을 제가 받았어야 했는데........."
선우의 말을 들은 설향은 시무룩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뭐라고?"
선우는 잘못들었나 싶어 그녀에게 되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어쨌든 결론만 말하자면 당가에 정혼자를 남겨두고 두 명의 여인을 더 들이신거잖아요?"
"..........그렇지?"
"쓰레기."
설향은 아무렇지도 않게 독설을 내뱉었다.
"크윽"
그 말을 들은 선우는 정곡을 찔린듯한 표정을 지었다.
틀린 말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설향! 선우는 쓰레기가 아니다!"
"향매!, 선우는 쓰레가 아니야!'
선우의 당황스러운 표정을 본 능소화와 북궁연은 발끈하며 그를 옹호하였다.
자신들의 사랑하는 정인을 어찌 쓰레기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언니들도 똑같아요. 정인이 있는 사람을 좋아하다니 그게 윤리적으로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선우가 너무 잘났기 때문이 아닌가! 저리도 멋진데 어떻게 반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인가!"
"강한 수컷에게 아름다운 암컷이 끌리는 것은 당연한 거야!"
"짐승하고 달리 사람한테는 욕구를 조절할 수 있는 이성이라는 게 있잖아요. 입장 바꿔서 생각해봐요. 제가 홀라당 벗고 오라버니한테 달려들어서 성적인 유혹했으면 기분이 좋으시겠어요?"
"............"
"..........."
그녀의 날선 비판을 들은 두 여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기분이 좋을 리 만무했기 때문이었다.
정인이 있는 남자를 어찌 유혹한다는 말인가
"물론 언니들이 성적으로 오라버니를 유혹한건 아니긴 하지만 큰 맥락으로 보자면 다를게 없는 일이에요. 정인이 있는 오라버니를 마음에 품고 결국 잠자리까지 같이했으니까요."
설향은 서리처럼 차가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
"............."
그리고 그녀의 말을 들은 두여인은 입을 꾹 다물었다.
사태의 심각성이 새삼 체감되었기 때문이었다.
"이제 당언니는 어떻게 하죠? 너무 불쌍해요."
설향은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두 여인에게 물었다.
하지만 두 여인은 그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었다.
마땅한 말이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 모습을 본 설향은 슬쩍 미소를 지었다.
이 앙큼한 고양이들이 곤란한 모습을 보이니 재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실건가요?"
설향은 당황하고 있는 선우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모두에게 사실대로 공표할까해.."
지은 최가 있던 선우는 우물쭈물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북해에 왔다가 군주와 빙궁주를 꼬신 걸요?"
"....응"
"언제요?"
"......내일쯤?"
"미쳤어요?"
"..........안되나?"
"당연히 안되죠!"
설향은 언성을 높이며 소리 질렀다.
"오라버니의 약혼에는 오라버니의 의중만이 중요한게 아니라고요! 당가와 당 언니의 의중도 묻지 않은 채 뭘 멋대로 발표한다는 거예요!"
설향은 답답하다는듯 작은 가슴을 두어번 두드리고 말을 이었다.
"세상에는 절차라는 게 있다구요. 만약 오라버니가 독단적으로 별안간 이런 사실을 밝힌다면 오라버니 뿐만 아니라 당가는 물론 당 언니까지 싸그리 어마어마한 치욕을 받게 될거예요. 그걸 원하시나요?"
".............아니."
설향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으며 말하였다.
자신의 잘못으로 친구인 당서윤이 피해받는 것은 원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럼 제대로 된 절차를 밟으세요!"
"제대로 된 절차라니?"
"언니들을 맞이하게 된 경위를 전부 말해야죠."
"아.."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깨달았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당가에 도착하기 전까지 공식적인 언급은 무조건 피하세요. 티도 내지 마시구요."
설향은 단호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을 이었다.
"....응"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고개를 주억거렸다.
"고마워."
그리고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였다.
그녀 덕분에 자신이 큰 실수를 저지를 뻔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뭘요."
설향은 별것아니라는듯이 고개를 슬쩍 가로저었다.
"진심이야. 내가 깊게 생각치 못한 것 같아."
"도움이 되셨다니 저도 기뻐요."
선우의 거듭되는 사과에 설향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선우의 수용적인 태도가 그리 싫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라버니."
"왜?"
"혹시 부인을 더 들일 의향이 있으신가요?"
설향은 얼굴을 슬쩍 붉히며 말을 이었다.
'뭐?"
그리고 그 말을 들은 선우의 얼굴에 당혹스러움이 퍼져나가기 시작하였다.
얘는 또 왜 이런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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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궁에서 지낸지 벌써 한 달하고 보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간 상당히 많은 일들이 있었다.
첫번째는 검인이 베어버린 철문이 완전히 복구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워낙 거대한 철문이었던 터라 파편을 옮기고 다시금 녹이고 만드는데만 상당한 기일이 소요될 일이었지만 능소화와 북궁연이 도와준 덕택에 한달만에 무사히 복구해낼 수 있었다.
두번째는 실종자들의 상태가 상당부분 회복되었다는 것이었다.
신체 결손이나 정신적인 충격이 남아있는 경우가 없지는 않았지만 처음 봤을 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었다.
그리고 세번째는
"우웁"
북궁연은 헛구역질을 내뱉기 시작하였다.
"괜찮아!?"
선우는 놀란듯한 표정을 지은 채 그녀를 바라보았다.
별안간 왠 헛구역질이라는 말인가
고기를 물 삼키듯 쭉쭉 들이켜도 멀쩡하던 여자가 말이다.
이내 북궁연은 재빨리 걸음을 옮기기 시작하였다.
저 멀리 안보이는 곳까지 말이다.
선우는 그 모습을 멍한 표정을 지은 채 바라보았다.
'뭐지?'
그리고 이내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기 시작하였다.
어디서봤던 장면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저..선우."
그때 옆에 있던 능소화가 선우에게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그것이 아닌가?"
".........."
그녀의 말을 들은 선우는 진중하기 그지없는 표정을 지었다.
예상한 바를 능소화가 직접 말해주니 체감이 되었기 때문이었다.
'에이....설마.'
선우는 속으로 설마하는 마음을 가졌다.
임신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확률적으로 힘든 일이었다.
음양조화기로 정자를 쏘아보낸다해도 난자에 가기도 전에 죽는 녀석들 태반이었기 떄문이었다
선우는 생각하였다.
아닐 것이라고 말이다.
.
.
.
.
.
.
북궁연의 진맥을 짚어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두근 두근
선우는 심장이 미친듯 빨리 뛰는 것을 느꼈다.
"하아...하아..하아.."
그와 동시에 호흡이 가빠지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고개를 몇 번이고 도리질치기 시작하였다.
그럴리 없다고 말도 안되는 일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손끝을 타고 느껴지는 태동은 거짓을 말하지 않았다.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북궁연의 뱃속에 또다른 생명체가 숨쉬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
선우는 아무런 말을 할 수 없었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상황에 뇌에 정지가 왔기 때문이었다.
분명 자신은 북궁연에게 임신시켜주기로 약조를 하였다.
자신과의 사랑의 결실로서 말이다.
하지만 설마하니 고작 관계를 맺은지 한달만에 임신이 덜컥되다니 이 무슨 속도란 말인가
언제부터 그렇게 약속을 잘지켰다고 말이다.
"무슨...문제라도 있어?"
선우가 심각한 표정을 짓자 북궁연은 덩달아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
"그...저...임신..한것 같아."
선우는 더듬거리며 말을 이었다.
"정말!?"
선우의 말을 들은 북궁연은 기쁜듯이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되물었다.
"으응"
선우는 어색한 표정을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북궁연은 행복한 표정으로 환하게 웃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어마어마한 행복감이 치솟았기 때문이었다.
선우와 자신 간의 결실이 맺어진 것이다.
다른 어떤 여인들보다 먼저말이다.
어찌 기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십여년 전 흉마에 의해 가족들을 전부 잃은 자신이었다.
그런 자신에게 가족이 생긴 것이다.
마음껏 정을 주고 마음껏 사랑할 수 있는 가족이 말이다.
그렁 그렁
북궁연의 눈가에 그렁그렁하게 눈물이 맺히기 시작하였다.
너무나도 기쁜 날이었기에 눈물을 보이고 싶진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가슴 속 깊은 곳에서 감동이 벅차올랐기 때문이었다.
기뻤다.
기뻐도 너무 기뻤다.
"으아아아아앙!"
이내 북궁연이 눈물을 터트렸다.
언제나 차갑고 딱딱한 태도를 고수하던 그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개의치 않았다.
가족이 생긴 이상
꾸며진 외면따위는 필요없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울고 또 울었다.
북받친 감정이 사그라질 때까지 말이다.
선우는 그런 그녀를 조용히 안아주었다.
그리고 등을 토닥이며 진정시켜주었다.
무척이나 떨떠름한 표정을 지은 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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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산책을 나온 선우는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도무지 잠이 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저벅 저벅
선우는 하얗게 빛나는 눈길을 걸으며 하염없이 생각에 잠겼다.
바로 북궁연의 뱃속에 있는 자신의 아이에 대한 생각이었다.
선우는 도저히 실감이 나지 않았다.
자신에게 아이가 생겼다는 사실이 말이다.
지금 자신의 나이대면 사회초년생에 불과한 나이였다.
그런 나이에 덜컥 아이가 생긴 것이다.
실감이 날리가 없었다.
자신 주변에는 적어도 아이를 낳아 기르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으니 말이다.
"하아.."
그리고 이내 다시금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무슨 걱정을 그리 하는겐가?"
위쪽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선우는 천천히 고개를 위로 올렸다.
그리고 이내 지붕 위에 앉아 있는 운적자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언제부터 거기 계셨던 겁니까?"
"크하하하 나는 처음부터 이곳에 있었다네. 자네가 온거지."
운적자는 낄낄거리며 웃음을 터트렸다.
"이게 참....말 못할 고민인지라......."
운적자의 말을 들은 선우는 말끝을 흐리며 입을 열었다.
마음같아선 이 복잡한 심경을 운적자에게 털어놓고 싶었지만 이미 함구령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운적자에게 무언가를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아...그래?"
선우의 말을 들은 운적자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그럼 내가 맞춰봐도 되겠는가?"
"네?"
"자네는 지금 여자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구만."
운적자는 짓궂은 표정을 지은 채 입을 열었다.
"........."
선우는 부정을 하지 않았다.
틀린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 중 누군가?"
"두 사람이요?"
" 경화 군주와 빙궁주 중 누구냐는 말일세."
"네에?!"
운적자의 말을 들은 선우는 놀란듯 그에게 되물었다.
이건 또 어떻게 알고 있다는 말인가
"크흐흐흐, 연륜을 무시하지 말게나."
운적자는 가벼운 미소를 흘리며 말을 이었다.
그 미소를 본 선우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